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207화 (207/228)

< 207 비텔교 VS 오크 >

“아저씨! 오늘 능력 최고에요. 이거 한 번 보세요.”

주스나 먹을까 해서 주방으로 가는데 거실에서 TV를 보던 유나가 날 발견하고 불렀다. 보니 ‘너의 능력을 보여 봐.’라는 프로그램이다. 저거 인기지. 시청률이 24% 나온다던가. 요즘처럼 채널이 많은 시대에 24%면 대박 중의 초대박이다.

프로그램 구성은 간단하다. 축복을 받지 않은 자 중 능력을 각성한 자가 나와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거다. 매회 우승자를 뽑으며 우승하면 5억의 상금을 지급받는다는 것도 상당한 출연 동기지만 일단 나와서 제대로 능력을 뽐내면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거액의 연봉을 주고 스카웃 해간다는 이점이 있기에 많은 이들이 출연하려 한다.

아무래도 능력자들의 능력이 꽤 유용할 수도 있지만 비텔님의 은혜를 받은 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면 아무래도 우리 비텔교 신도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니까. 엄청난 스카웃 대상이지.

인기가 너무 좋아서 각 나라별로 똑같은 프로그램이 하나씩 만들어져 있을 정도다. 거기 전부 ‘비텔교 공인’이라는 마크가 찍혀있지. 심사위원도 사제나 성전사들이고 말이야.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저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우승자가 사제나 성전사가 될 기회를 얻는다는 거다.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사제와 성전사, 여기서 ‘신의 축복’이라 함은 말 그대로 정말 ‘신의 축복’이다. 그냥 말만 하는 축복이 아니라 말이다. 내가 직접 내리는 거니까.

실제 신체가 건강해지고 가진 능력이 더 강해진다. 그리고 운 좋으면 새로운 능력까지 얻을 수 있는 ‘신의 축복’, 축복은 사람을 초인으로 만들다시피 해주니까 비텔교 신도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받고 싶어 한다.

그게 아니라도 사제와 성전사의 칭호를 갖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 수십억 신도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는 거다. 취직은 어느 회사든 골라서 갈 수 있고 뭘 하든 신도들이 도와주기에 실패하는 게 불가능 할 거다.

더 좋은 건 저렇게 사제, 성전사가 된 사람들은 우리 교단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는 거다. 물론 교단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두 번째 축복은 받을 수 없겠지만 사실 첫 번째 축복만 받아도 이번 생에서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니 뭐...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우리 비텔교에도 큰 도움이 된다. 평범한 사람이 신의 축복을 받는다는 설정과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각 나라에서 큰 역할을 하는 걸 보는 시청자들이 비텔님께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게 하니까. 아무래도 신도들의 신앙심이 더 깊어지는 효과가 있지.

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후에 비텔교의 영향력이 10% 이상 강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너도 한 번 나가봐. 현장에서 보면 더 재밌을 텐데.”

“에이. 축복 받은 사람은 못 나가잖아요.”

“당연하지. 사제장이 출연자로 나가면 어떡하냐. 심사위원으로 나가야지.”

“심사위원요? 어... 그럴까?”

“나가면 사람들 엄청 좋아할 텐데. 함 가봐.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괜찮을 것 같은데...”

유나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아마 나갈 거다. 요즘 할 일이 없어서 엄청 심심할 테니까.

유나나 나는 요즘 거의 휴업의 느낌으로 집안에만 박혀 있는 중이다. 비텔교 확장기에는 여기저기 할 일이 넘쳐났었지만 지금은 안정기다보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대외 활동은 김해역과 김현일 두 명이 다 하고 있지.

전투는 김해역, 그 외의 교단 활동은 김현일. 사실 이 둘이 다 한다고 해도 대표 격인 녀석들인지라 굵직한 일만 직접 하고 웬만한 일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사제와 성전사들이 알아서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나 유나는 비텔교의 엄마 아빠 같은 느낌이라서 한 번 움직이면 큰 움직임이 되어버려서 자제하고 있다. 일단 움직이면 우리가 나타난다고 알려진 그곳이 마비되는 건 예사고 국가 행사 비슷하게 되어버려서 말이야. 매번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전투도 족장급까지는 성전사나 각 국가의 군대가 알아서 처리할 정도가 되어서 내가 나설 일이 거의 없다. 가끔 대족장급 이상의 이종족이 넘어온 경우에나 내가 나서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도 수호자 한둘을 파견 보내는 것 정도가 전부라서 내가 직접 갈 일은 없다.

얼마 전에 지도자급의 트롤 하나가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거의 병력이 없어서 아딜과 빈예츠 둘 만 보내서 토벌한 적이 있다. 둘을 보냈는데도 아딜 홀로 나서 싸웠었는데 어렵지 않게 이겼다.

수호자들도 예전보다 강해진 것 같다. 듣기론 소환의 대가로 받은 100만의 교단 기여 포인트 덕분이라고 하는데 그걸 자신의 힘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소화가 진행될수록 더 강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강해질 거라고 했다.

덕분에 난 할 일이 더 없어졌지.

여하튼 저 프로그램 제작에 우리 교단이 많이 관여하고 있어서 특별출연한다는 형식으로 유나를 쉽게 출연시킬 수 있을 거다.

“말 나온 김에 교주님도 나가시죠. 어차피 할 일 없는 건 똑같으시잖습니까.”

“와. 좋다. 아저씨 나가면 나도 갈래요!”

함께 TV 보던 맹연이 끼어들었다. 저것이 감히 하늘같은 교주님에게 할 일 없다고 하다니.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 수련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 지 알아! 카일라가 악마로 보일 정도로 날 굴리고 있단 말이다.

덕분에 나만의 능력 하나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말이야.

1년 전 그락카르를 위해 나 자신에게 축복 3번을 사용했을 때 얻은 능력 중 ‘순수한 정신력’이라는 스킬이 있었다.

-순수한 정신력 : 사용자가 가진 기운을 정화하여 효율을 높인다.

패시브 스킬일 것 같은 이름과 내용이지만 액티브 스킬이었다. 내가 직접 기운을 움직여 기운에 섞여 있는 불순물 같은 걸 걸러내야 하는 능력이었다. 걸러내서 순도가 높아질수록 내가 사용하는 능력의 위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는데 이게 의외의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적용됐다.

그 전보다 훨씬 쉽게 기운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능력 자체가 ‘기운을 움직여 정화한다.’라는 방식이다 보니 기운을 움직이는 것을 보조하는 능력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 능력을 얻은 후로 기운이 자유자재까지는 아니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일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힘을 쓰는 카일라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능력을 하나 만들어냈다.

아직 이름은 안 만들어냈지만 비텔교 신도를 대상으로 내 능력을 보내 강화시켜주는 능력이었다.

강화시켜주는 부분은 내가 조절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비텔님의 기운에 내 기운을 더해주는 형식이다 보니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쪽으로 주로 쓰일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밖에 써 본 적이 없어서 숙련도가 좀 부족하기는 하다. 원래는 능력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 수십 년은 걸린다니까. 당연히 아직은 미완성이겠지.

그래도 난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고 있고, 카일라라는 좋은 선생님까지 옆에 있어서 빠르게 능력을 개발하고 있지.

“같이 나가요. 아저씨. 그런데 혼자 가면 좀 그렇단 말이에요.”

“음... 그러면 가볼까?”

잠깐 운을 뗐는데 유나가 엄청 좋아한다. 저러면 정말 가야겠네. 소풍 가는 느낌이려나. 가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래. 그러면 가자.”

“와아아!”

재미있을 거 같긴 하다. 축복을 통한 능력 개화가 아니라 스스로 능력을 개화한 사람들이 가진 능력은 정말 생각도 못한 신기한 게 많다.

전에는 요리를 대신해주는 가짜 팔을 만들어내는 주부가 나왔었다. 리자드맨이 가진 염동력 비슷한 능력일 거라 생각했는데 웃긴 게 아무리 연습하고 훈려해도 요리 외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거다. 당연히 중간에 탈락했지만 음식점 만들어서 엄청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런 거 직접 앞에서 보면 즐겁긴 하겠네.

그제 그락카르가 드워프 마을에 쳐들어가서 신나게 도끼 휘두르던데 말이야. 딱히 그락카르를 상대할 만한 적은 없었지만 손속을 아껴야 하는 오크끼리의 싸움이 끝나고 오랜만에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적을 만났다고 아주 신났었지.

싸우는 중간에 드워프 머리를 뼈째 씹어 먹기도 하고 말이야. 오랜만의 별미라고 엄청 좋아했다.

아무래도 그 놈은 살인, 학살, 전쟁 이런 게 취미니까 말이야. 당연히 좋아하겠지. 나도 취미 하나 가져볼까?

몸으로 하는 건 아딜 정도가 상대해주지 않는 이상 내가 다 이겨서 재미없고 말이야... 오랜만에 게임 세상에 복귀해 볼까나.

***

“위파렌 마을 앞에 오크 1만 5천이 나타났다는 소식.”

“아베네고의 공격을 받던 툴렌 마을의 하가르가 마을을 포기하고 탈출한다는 소식.”

“구단 산맥의 동포가 오크들에 의해 산맥이 점령당했다는 소식. 그 후 그 동포 무소식.”

파르펨 종족들이 연이어 들어오는 소식을 각 종족 대표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고 하나같이 어디가 공격당했다. 어디가 멸망했다는 소식밖에 없었다.

“아베네고의 공격으로 중서부의 마을 여덟 곳이 사라졌다. 남부 마을 다섯 곳에서 오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드워프 대표 토린이 조용히 파르펨들의 말을 듣다가 그들이 조용해지고 더 이상 말하지 않자 그들의 말을 정리했다.

“인간은 벌써 끝났나보군. 오래 버틸 거라더니 어떻게 된 거냐. 토린. 역시 인간 따위 믿어서는 안 됐는데. 네 말대로 인간을 믿고 맡긴 덕분에 이번에 우리 엘프의 마을 세 곳이 사라졌다. 이걸 어떻게 책임 질 거냐.”

엘프 락노르가 따져 물었다. 그는 항상 인간이 홀로 아베네고를 막지 못할 것이니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 주장은 토린이 인간이 최소 5년, 길면 10년도 버틸 수 있다고 확신하며 주장하는 바람에 관철되지 못했었다.

“.....”

토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텔교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한 지 2년. 지금 그의 생각대로 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원래는 새롭게 비텔교의 터전이 된 이계에 넘어간 전사들에 의해 그 시계의 비텔교 신도들을 줄이면 비텔이 힘을 잃는 것은 물론 그 세계에 신견을 쓰느라 아베네고가 약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약해지는 아베네고를 상대로 인간들이 10년은 버텨줄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고 말이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하자마자 인간들의 핵심인 황제 볼라즈가 죽으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아직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베네고의 공격이 시작됐다. 볼라즈가 없어도 인간들이 몇 년은 더 버텨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끼라락.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아베네고 쪽은 좀 더 확인해야 한다. 인간들이 멸망한 것인지. 아니면 아베네고가 인간들을 상대함과 동시에 우리를 공격하기로 했는지 말이다.”

“헛소리하지마라 도마뱀. 확인된 아베네고의 전력만 100만이다. 100만이면 인간과 싸우면서 전력이 늘었다고 가정해도 아베네고가 가진 전력의 3분의 2 이상일 거다. 그런 전력을 우리에게 보냈다는 건 인간이 멸망했거나 그 직전이라는 말 아니냐.”

“끼락. 그건... 그렇지.”

리자드맨 에프랏의 말에 락노르가 다시 쏘아 붙였다. 실은 그걸 제외하고도 1,000만에 가까운 전력이 더 있지만 그들에게 ‘죽지 않는 자’의 군세 1,000만은 상상할 수 없는 숫자였다.

이제껏 어떤 싸움에서도 ‘죽지 않는 자’의 군세는 150만을 넘어간 적이 없었으니까.

“역시 인간 따위를 믿어선 안 됐어. 지금이라도 우리가 나서서 아베네고를 봉인해야 한다.”

“봉인해봤자 다시 살아날 거다. 비텔에게서 무한한 힘을 받는 아베네고를 완전히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계속 죽이면 되지. 일단 죽이고 그 주변을 지키며 살아날 때마다 죽이면 된다.”

“상대는 아베네고다. 살아날 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을 거다.”

“지금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지. 이미 한 종족이 멸망했지 않나.”

“조금만 가다리면 된다. 치아야와 투라레가 갔고 얼마 전에 히간테까지 넘어갔으니 곧 그 세계 비텔의 주구들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의 피해로 아베네고를 봉인할 수 있다.”

각각 카티쉬, 파르펨, 트론의 대표인 치아야, 투라레, 히간테. 토린은 그들을 믿었다.

수백 만의 엘리트 전사들과 강한 무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치아야, 통신과 이동을 담당할 투라레, 강함만이 아니라 현명함을 겸비한 히간테까지 갔으니 그 세계 비텔의 신도들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미 지도자들은 전부, 전사들은 대부분이 죽었음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오크는 원래 그런 놈들이니 놔둬도 되겠지만 아베네고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히간테님이 가셨으니 저쪽 세계는 결국 우리의 것이 되겠지만 늦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그리고 아베네고의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거다.”

토린을 제외한 대표들이 락노르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베네고의 공격이 인간이 아닌 자신들에게 향한 이상 이미 늦었다.

“그러니 총력을 기울여 우선 아베네고를 처리해야한다.”

락노르가 토린을 바라봤다. 토린으로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여기서 동의하는 순간 암묵적으로 맡고 있던 모든 종족의 대표자리가 락노르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낙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미 다른 종족들의 대표는 락노르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들 전부가 토린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여기서 토린이 무슨 말을 하든 락노르의 의견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럼에도 토린의 대답을 기다리는 이유는 토린을 완전히 실각시킬지, 아니면 조금의 힘은 남겨둘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일 터. 여기서 반대한다면 앞으로 아무도 토린의 의견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을 것이다.

“.... 알았다.”

토린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207 비텔교 VS 오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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