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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98화 (198/228)

< 198 지도자 vs 지도자 >

“하나가 더 늘었다.”

카일라가 시체를 움직이고 그 기척을 느낀 자가 말했다.

“괜찮다. 아베네고가 직접 오지 않는 이상 주고는 몇이 와도 상관없다.”

치아야가 자신 있게 말했다. 치아야는 비텔교가 어떤 전력을 끌고 왔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 지구라는 세계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무기의 강함은 동족들의 죽음으로 처절하게 체감했다. 하지만 위력에 비해 정밀함이 너무 떨어졌다. 파괴력에만 치중하다보니 정밀함이 떨어졌다.

거치적거릴게 없는 황무지 같은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처럼 인간들에게 중요한 곳이라면 위력이 강한 무기들을 제대로 쓰는 것이 어렵다.

그런 무기를 제외한 채 싸운다면 절대적인 우위는 이쪽에 있다.

비텔교가 개입했으니 주교와 성전사들도 올 것이다. 하지만 포로들에게서 이미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지구에 비텔교가 나타난 지 이제 겨우 2년. 그 시간 안에 주교가 둘씩이나 나타난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리 강자가 많아도 이쪽보다는 적을 터. 차라리 비텔교의 고위급 인간이 이곳에 와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한상이라는 지구의 비텔교 교주가 직접 왔을지도 모르겠군.”

인간을 고문해 얻은 정보에 의하면 비텔교에는 비텔에게서 직접 축복받은 네 명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긴 했다. 성전사들이 있으면 그들도 비텔에게서 축복을 받았을 텐데 단 네 명만 비텔에게 축복을 받았다고 알려지다니.

치아야는 그걸 비텔에게서 집중적으로 여러 번 축복을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니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비텔교에서 주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넷. 그 중 둘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 그 중에 비텔교 교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갈 리는 없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치아야 자신이라면 절대로 교주가 직접 이곳에 오지 못하게 막을 테니까.

“아마 비텔교 고위 인사의 행차는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것일 터. 핵심은 이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거다.”

왜 비텔교 고위 인사가 이곳에 왔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유인.

설마 겨우 주교급 몇 명 보내놓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닐 터다. 아마 도시 내에서 근접해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들을 이 도시에서 끌어내어 정밀성이 떨어지는 그 무기로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각각의 동족들을 잘 다스려라. 흥분해서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가공할 파괴력의 무기들에 대한 대책은 세워뒀지만 아직 그 대책을 실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력이 더 필요하다. 머리 위에 두터운 보호막을 세울 엘프가, 그 무기들이 도착하기 전에 요격할 파르펨이, 빠른 속도로 적을 섬멸할 전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약한 이종족들은 나가자마자 인간들의 무기에 학살당할 것이다.

‘아직은 더 웅크리고 있을 때, 너희들의 얄팍한 수에 당하지 않는다.’

“모두 가라. 가서 동족들을 보호해라. 우리들은 몰라도 약한 동족들은 적의 휴대용 무기에 당할 수 있으니까.”

***

수호자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수천 년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저런 엄청난 기운을 어떻게 모았을까. 어떻게 수만의 시체와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졌을까.

시체와 영혼들의 파도가 메카를 덮쳤다. 그리고 그에 맞서 이종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겉모습만 봐서는 시체와 영혼이 악이고, 이종족은 악에 맞서는 용사의 그룹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엘프, 드워프 이런 이종족은 우리 세상의 이야기 속에서 정의의 편이니까. 시체와 영혼은 악당 쪽이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겉모습에서 너무 밀린다. 오하넬, 아딜, 카일라가 예쁘고 잘생기긴 했지만 수에서 너무 밀려. 얼마 전에 엘프 팬클럽의 회원수가 100만을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자기들 죽이러 온 놈들을 잘생기고 예쁘다고 팬이 되다니. 엘프를 죽이지 말라는 서명운동도 벌였다던가. 대화를 잘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엘프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면 그런 이야기는 안 할 텐데 말이야.

-저도 가도 될까요?

히르아가 몸이 달았는지 먼저 물어왔다. 히르아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 된다. 저 파괴자를 메카에 들여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사일을 퍼붓는 게 훨씬 나을 거다.

-몸이 달아오르네요.

바짝 말라붙은 얼굴이 일그러진다. 저거 미소다. 미이라라서 흉악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미소다. 저렇게 미소를 지을 정도면 몸이 잔뜩 달아올랐다는 뜻인데... 뭐라고 하지. 계속 가게 해달라고 조를 거 같다.

“우리는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알아서 강자들이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흠.. 그렇긴 하겠네요.

내 말이 먹혔는지 히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

“소환사가 있군.”

밖으로 나온 치아야는 사방을 가득 메우고 달려오는 시체와 영혼을 보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안쪽에서는 기운의 크기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상대가 어떤 종류의 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나와보니 소환계열 능력을 사용하는 적이었다.

“도시 밖으로 나가야겠어.”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버티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환사를 상대할 때 소환수를 무시하고 소환사를 직접 타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전법이었으니까.

가만히 놔뒀다간 기운을 다 쓸 때까지 소환수를 퍼부은 후 쉬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쪽의 피해는 계속해서 쌓일 터.

“신의 축복을 일곱 번 이상 받은 자들만 나와라.”

신의 축복을 일곱 번 받았다함은 최소 대족장급이란 뜻이다. 열 셋이 앞으로 나섰다.

‘나를 포함해 사도는 다섯인가.’

치아야를 포함해 총 열 넷. 사도급 다섯, 대족장급 여덟이었다. 대족장급이 더 있지만 이미 흩어져서 자신의 동족들을 지휘하고 있는 모양이다.

‘충분하겠지.’

이정도 전력이면 아베네고도 이길 자신이 있는 치아야였다. 실은 혼자 나서도 아베네고가 아닌 비텔교 떨거지들은 상대할 자신이 있는 치아야지만 인간들의 무기가 거슬렸다. 비텔교 소환사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인간들이 어떤 무기를 쓸지 모른다.

지금껏 상대한 무기들은 가장 강력한 것도 치아야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웠지만 인간들이 이번엔 어떤 무기를 준비해왔을지 모르니까.

“가자. 목표는 아까 느꼈던 기운의 중심이다.”

***

-키힉.

갑자기 히르아가 웃었다. 불안하다. 저 여자 그락카르 같은 것이 웃으며 좋아할 일은 내가 싫어하는 일일 텐데.

-시체가 소멸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강자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한 사도와 대족장급 이 이쪽을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습니다. 수는 열 넷.”

카일라와 빈예츠가 바로 내 불안함을 확인시켜줬다. 그래. 그런 상황이니 히르아 저것이 좋아했겠지.

열 넷의 대족장급 이상의 이종족. 그것도 그락카르나 오르히, 마수드와 같은 위치에 오른 사도급도 몇 있을 거다.

허.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나와 수호자들로만 싸운다고? 떨린다. 괜히 혼자 온다고 한 건가? 지금이라도 도망갔다가 성전사들이랑 같이 올까? 아냐. 열 넷의 대족장급 이상의 이종족을 상대로 성전사를 내놓았다간 잘못하면 거의 궤멸 당할지도 모른다.

무섭지만... 형제, 자매들을 위해 한 번 싸워볼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오늘만 이미 수십 번 부른 거 같지만... 마지막, 진자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하자.

야. 그락카르 놈아. 진짜 나 안 죽지? 믿는다? 정말 믿고 싸운다? 나 안 죽지? 영문도 모르는 채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싸움만 하게 되는 거 아니지? 그렇지? 우리 친구잖아. 나 너 믿는다?

...

....

......

아. 이러지 말자. 왜 이리 구질구질한 거냐. 갑자기 자괴감이 찾아오네.

“그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목소리 엄청 우렁차네. 잠시 후 열 넷의 이종족이 도시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가공할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카티쉬 여섯, 엘프 셋, 리자드맨 둘, 드워프 둘, 트롤 하나인가. 카티쉬의 수가 이상하게 많네. 웨어바이슨이 우두머리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카티쉬가 많은 건가?

-명을 내려주십시오.

아딜이 내 앞으로 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딜만이 아니라 다른 수호자들도 내게 집중하고 있었다.

“카일라, 빈예츠. 싸울 수 있겠어요?”

-대인전투력이 약 20%정도 하락한 상태지만 저들을 상대론 충분합니다.

“얼마든지 싸울 수 있습니다.”

-저 혼자 싸워도 될 정도로 좋아요. 빨리 싸움을 시작했으면 좋겠네요.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히르아. 히르아는 이미 모래 바닥위에 서 있었다. 튀어나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네.

“그럼... 가죠.”

-키히힉! 저기 들소 사도님은 내 꺼야. 손대면 죽인다.

역시나 미리 준비하고 있던 히르아가 가장 먼저 뛰쳐나갔다. 히르아가 찍은 걸 보면 저 들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카티쉬가 가장 강한 자인 모양이다. 그런데 설마 그 ‘죽인다.’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니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인지 검 세 개를 전부 꺼내들었다. 두 개는 양손에, 하나는 머리 위 허공에 띄웠다. 저렇게 무기를 전부 꺼내든 히르아는 첨 본다.

-사도님의 명 받들겠습니다.

히르아의 뒤를 아딜이 뒤따랐다. 모래에 올라타 있는 히르아와 달리 두 발로 달려가는 모습이... 좀 없어 보인다. 넌 특수 능력 없니.

-그럼 저도... 사도님을 부탁해요. 카일라, 빈예츠.

-걱정 마십시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오하넬도 떠났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단순히 사라지기만 한 것인지 차원의 틈으로 간 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마음먹고 숨으면 나도 찾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그러고보니 무섭네. 나도 꽤 기척 잘 느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찾을 수 없을 정도면... 누가 오하넬의 암살을 막을 수 있을까.

-그르르르르르르.

“그래. 그래. 네 마음 안다. 사도의 영혼이 먹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 사도가 난 아니겠지.

“저도 가 봐도 되겠습니까. 제 친우가 요즘 영혼을 먹지 못해서 굶주림을 참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네. 그러세요.”

빈예츠가 직접 싸우는 장면도 보게 되다니. 오늘 진귀한 장면 많이 보네.

빈예츠까지 떠나고 나와 카일라만 남았다.

히르아의 모래 검이 웨어바이슨을 가로막았다. 아딜의 검과 방패가 카티쉬와 엘프를 가로막았고, 오하넬이 기습으로 엘프에게 치명상을 입히자 리자드맨과 트롤, 카티쉬가 엘프 곁을 지켰다. 그리고 빈예츠의 몸에서 튀어나온 괴물이 카티쉬 하나를 집어삼켰고 그 카티쉬를 구하기 위해 사자 모습의 카티쉬와 드워프 하나가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피하십시오.

카일라가 말하기 전에 나도 느끼고 몸을 날렸다.

쾅!

“큭.”

충격파. 그락카르로서 지겹도록 겪어본 거라서 뭔가 그리운 느낌이지만 내가 직접 당하는 건 처음이다. 그락카르가 싸우는 건 많이 봤어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그락카르도 엄청 힘들게 피하더만 역시나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살짝 스쳤다. 스쳤음에도 꽤 강한 충격이다.

다른 수호자들이 잡아둔 이종족의 수 열, 남은 수는 넷. 나와 카일라가 있는 곳으로 리자드맨과 드워프, 카티쉬, 엘프가 달려왔다.

< 198 지도자 vs 지도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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