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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92화 (192/228)

< 192 본격화되는 전쟁 >

쾅!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도끼와 도끼가 부딪혔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서 수십 번 그래왔듯,

가가각. 지직. 크그그그극.

그락카르가 바닥을 거칠게 구르며 뒤로 날아갔다.

“쿠훅. 쿠헉.”

그락카르가 피를 토했다.

‘몸 내부까지 엉망진창이 된 모양이군.’

이미 겉은 상처투성이었다. 재생능력이 강해 빠르게 상처가 아무는 그락카르인데도 수십 개의 상처가 선명하게 보였다. 수십, 아니 수백 번 이루어진 정면 승부의 결과였다. 이미 그락카르의 재생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다.

“크리야아아아악!”

오르히가 다시 큰 도끼를 휘두르며 그락카르를 향해 달려왔다. 그락카르의 본능이 소리쳤다.

‘피해! 피하라고! 이대로 싸우다간 넌 무조건 죽어!’

본능이 소리친 건 이번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오르히의 도끼와 미로크가 처음 부딪히기 직전에도 본능은 그락카르에게 경고했다.

‘정면대결은 불리하니 도끼의 옆면을 쳐내고 안으로 파고들어라.’

하지만 그락카르는 그 본능을 무시했고, 이번에도 무시했다.

“크워어어어억!”

그락카르는 다시 마주 달려 오르히를 향해 정직하게 미로크를 휘둘렀고,

콰항!

다시 굉음과 함께 날 듯이 바닥을 쓸며 밀려났다. 다시 피가 역류했지만 미리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참고 삼켜냈다.

‘이대로 싸우면 죽는다. 힘과 내구력에서 한참 밀리고 아직 분노가 50%도 안 되기에 성난 자의 외침은 발동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제대로 싸우고 싶다면 근접전으로 가야한다.’

본능이 다시 경고했다. 본능이 실제로 말로서 경고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락카르는 그렇게 느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락카르가 속으로 외쳤다. 알고 있다. 이대로 싸우면 질 것이고, 오르히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죽을 거란 걸. 하지만...

‘이건 형제간의 결투다. 명예로운 전사는 결투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않는다.’

오르히와의 싸움. 그락카르는 이것을 적이 아닌 형제간의 결투라고 생각했다. 오크간의 결투는 무기를 들지 않고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경우 역시 있다.

만약 상대가 적이었다면 그락카르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웠을 거다. 그리고 남부오크 중의 하나가 상대였다면 상대를 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북부오크, 그것도 오르히가 상대라면... 도저히 적이라 생각할 수가 없다.

“많이 강해졌구나. 형제!”

오르히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락카르의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자신의 공격에 버틸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형제 역시 많이 강해졌다. 내가 이제껏 만난 그 어떤 형제보다도 강하다.”

남부에 내려와 만난 대군주들. 마수드, 트라질, 트자딕, 마렉 중 그 누구도 오르히에게 비견할 수가 없었다.

그락카르는 반성했다. 어째서 오르히와 싸워 이겨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싸움은 해보기 전에는 그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인데 말이다.

그냥 북부에 남아 대족장들과 싸워도 됐을 것이다. 적이 없다고 자만하며 남쪽으로 내려온 것 아니던가. 그런데 바로 옆에 저렇게 강한 형제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올 필요가 없었던 건데.’

그락카르는 후회했다. 10개월이나 걸어 강자를 찾아 미지의 땅으로 올 필요가 없었다. 옆에 저런 강자가 있었고, 그 강자와의 결투가...

“크흐..”

이렇게 즐거운데 말이다.

“크워어어어어억!”

이번엔 그락카르가 먼저 고함을 지르며 오르히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르히 역시 피하지 않고 달렸다.

쾅!

부딪히고,

촤자자자자작.

날아가고.

그 상황이 반복됐다. 그락카르의 몸에 상처는 늘어가고, 내부는 더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락카르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즐겁다.’

힘과 힘의 충돌, 그로인한 온몸을 강렬하게 흔드는 충격. 점점 망가져가는 몸과 상대방의 강함에서 오는 압박감, 그리고 그곳에 몸을 부딪혀가는 자신.

하나부터 열까지 그락카르의 마음에 꼭 드는 상황이었고 최근에 있었던 그 어떤 싸움보다도 즐거웠다. 그리고,

-스킬 ‘불가사의한 힘’의 단계가 상승해 2단계가 되었습니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자 ‘불가사의한 힘’의 단계가 상승했다.

-불가사의한 힘(2단계) : 감정의 크기에 따라 50~100% 힘을 증가 시켜 준다.

콰쾅!

지지지지지직.

“강해졌구나. 형제!”

도끼가 부딪힐 때 나는 소리도 더욱 커졌고, 그락카르가 밀려나는 거리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락카르가 밀리는 것은 여전했다.

다시 부딪히고 구르고, 부딪히고 구르는 것이 반복됐다. 결투가 시작되었던 정오경에서 빠르게 시간이 흘러 밤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저녁이 되었다.

또 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그락카르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강하게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성난 자의 외침? 아니다. 달라.’

‘성난 자의 외침’을 쓸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달랐다. ‘성난 자의 외침’은 분노를 토해내는 것이었지만 이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강자와의 결투로 인한 즐거움, 오르히를 보고 생각난 미로크로 인한 슬픔과 분노, 오르히의 강렬한 공격으로 인한 긴장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리고 그리움, 기대감, 기쁨, 질투, 오기, 놀람...

모든 감정이 섞여서 강렬한 함성으로 토해졌다.

온 몸에 차오르는 힘, 순식간에 치유되는 상처. 효과는 ‘성난 자의 외침’과 같았다. 하지만 분명 ‘성난 자의 외침’은 아니었다.

-스킬 ‘성난 자의 외침’의 단계가 상승해 2단계가 되었습니다.

-성난 자의 외침(2단계) : 무리에 속한 모두의 힘을 1시간동안 100% 증가 시켜 주고 부상을 회복시켜준다. 감정이 극한에 달해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감정(100%)

‘아무래도 좋다.’

아직 스킬 목록 확인을 사용하지 못한 그락카르는 2단계가 된 ‘불가사의한 힘’과 ‘성난 자의 외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바뀌었든 전혀 상관없었다. 그의 몸에 흐르는 이 힘은 진짜였으니까.

다시 오르히의 도끼와 미로크가 부딪쳤다.

쿠와앙!

이제껏 이루어졌던 격돌 중 가장 큰 굉음이 일었고,

쿵. 쿵.

이제껏 밀리기만 하던 그락카르가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오르히가 뒤로 밀려났다.

전세가 바뀌었다.

“크흐..”

그락카르가 기분 좋게 웃으며 오르히를 향해 쇄도했다.

***

남부에 도착한 북부오크는 오르히만이 아니었다.

다섯의 대족장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남부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의 남부 오크들은 이미 그락카르가 한 번 휘저었기에 북부오크의 무서움을 알고 있던 서북지역과는 달리 북부오크를 야만오크라 부르며 무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끔 그들의 영지로 들어오는 북부와 남부 사이에 살던 진짜 ‘야만오크’는 수도 적고 전투 능력도 떨어졌었기에 조금의 피해도 없이 가볍게 격퇴했었다.

하지만 엘프, 드워프, 리자드맨, 카티쉬 등과 멸망하느냐 살아남느냐의 치열한 싸움을 반복했던 북부오크의 강함은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형제와 전쟁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남부로 온 대족장과 함께 온 전사들의 수는 3,000~9,000. 전사 수에 있어서 서로간의 격차는 컷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는 것.

물론 남부에도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대군주. 서로 견제하며 천천히 주변 마을을 병합해 세력을 늘려가던 대군주들이 대족장들의 침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대족장과 모든 대군주가 참여하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

전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오크만이 아니었다.

‘인간 vs 죽지 않는 자’의 전쟁 또한 격화되었다.

정확히는 인간족과 아베네고 한 명의 싸움이었지만 전쟁의 승기는 한 명인 아베네고가 먼저 잡았다.

그먼 제국 황제 볼라즈의 죽음.

세 개의 제국 중 하나의 주인이며 인간의 대표로서 다른 종족의 대표와 협약을 나눴던 인간족 최고의 영웅 보호의 볼라즈가 ‘죽지 않는 자’와의 싸움 초반에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족 최고, 최대의 도시 마르린의 함락과 함께 말이다.

그건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원래 볼라즈의 계획에 마르린의 함락은 들어가 있었다. 끝없이 덤벼올 ‘죽지 않는 자’를 상대하면서 마르린 하나로 끝까지 버틴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니까. 그러니 적당히 버티고 싸우다가 핵심전력은 보존한 채 다른 성으로 가서 또 버티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다른 모든 이는 죽어도 볼라즈 본인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성의 병력들이 죽음을 겁내지 않고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앙심을 증가시키는 그의 스킬이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아베네고의 계략에 빠져 자신을 지킬 핵심 전력까지 전쟁에 투입시키는 바람에 암살을 당해버렸다.

아베네고는 마르린을 거점으로 삼고 아드리오를 제외한 넷의 수호자를 그먼 제국 사방으로 진군시켰다.

볼라즈가 죽었어도 그먼 제국에는 많은 강자들이 남아있었지만 공성전에서 볼라즈의 능력이 핵심이었던 만큼 그들의 전투능력은 크게 떨어졌고, 수호자들이 이끄는 ‘죽지 않는 자’의 군세는 그먼 제국 전역을 휩쓸었다.

가끔 인간들에 의해 수호자가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호자들은 무적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성기사단장 벤 자칸과 대사제 아드리오를 제외한 나머지 수호자 셋은 그렇게 강력한 편이 아니었기에 더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들은 아베네고의 영혼에 완벽하게 묶여 있었기에 죽는다 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들을 부활시키기 위해 큰 힘을 사용한 아베네고는 일시적으로 취약해지지만 마르린은 이미 ‘죽지 않는 자’의 군세로 가득 차 있었고, 곁에 항상 아드리오가 있었기에 안전했다.

마르린에서 아베네고와 아드리오에 의해 끝없이 만들어지는 군세와 죽어도 부활하는 지휘관 넷.

그먼 제국은 최대한 버텼지만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거점을 서쪽으로 옮긴다.”

마르린의 위치는 그먼 제국의 동쪽. 그먼 제국너머의 인간들을 공격하기엔 너무 멀었다. 그렇기에 아베네고는 거점의 이동을 결정했다.

새로운 거점은 뉘린비크. 그먼 제국 중앙을 가로지르는 유셀강의 지류인 파이르강의 우안에 위치한 도시로서 상공업이 발달한 제국 제3도시였다.

아베네고가 제2도시가 아닌 제3도시를 다음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간단했다. 다음 목표인 프람 제국에서 가까웠으니까.

“프람 제국 멸망까지 1년, 스파냐 제국 멸망까지 반년, 그리고 남은 인간의 멸망까지 1년. 2년 6개월 안에 인간을 멸망시킨다. 그리고 2년 간 방어에 집중하며 인간의 시체를 이용해 군세를 늘리고 이후에 세계를 침공한다.”

이것이 아베네고의 계획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인간을 공격한 이유. 그 어떤 종족보다도 수가 많기에 그의 군세를 늘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종족을 몇 년 만에 멸망시키겠다는 다소 오만한 말을 하는 아베네고였지만 그먼 제국의 멸망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그의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 같았다.

물론 인간들이 이대로 같은 전략을 고수 할 때의 이야기다.

< 192 본격화되는 전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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