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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91화 (191/228)

< 191 본격화되는 전쟁 >

반갑다.

내가 처음을 본 대족장이며 내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준 강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로크의 아버지니까. 오크가 아무리 혈연관계를 별로 안 따진다고 해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

“드디어 왔구나. 오르히.”

사실 당연한 일이다. 카록께서 주최하는 최고의 오크를 뽑는 대회 같은 거다. 거기에 빠질 오크가 있을 리 없지.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니 어디로 오느냐가 문제였는데 다른 대족장들을 몰라도 오르히만큼은 내가 있는 곳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다. 카록의 전언에서 알려준 위치는 남쪽이란 것밖에 없었고 오르히가 있던 지역에서 남쪽으로 쭉 달리면 내가 그랬듯이 이곳으로 오게 되니까.

다만 생각보다 한두 달 오는 게 빨랐다. 내가 이곳에 오는 데 10달 정도 걸린 거 같은데 오르히는 8달? 9달? 언제 출발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9달만에 도착한 거다. 카록의 전언을 들었던 게 그쯤이니까.

죽어라 달린 모양이다.

“진정한 대족장을 뽑는다는데 전사로서 빠질 순 없지.”

오르히가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전사로서 강자와 싸울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는데 올라서지 않을 순 없지.

“많은 형제들이 함께 왔군.”

“원래는 혼자 오려고 했는데 다들 오겠다고 했다. 형제들도 빠지고 싶어 하지 않아하더군.”

오르히와 함께 온 전사의 수는 6,000. 암컷과 장인의 수도 1,000은 되어 보인다. 나와 함께 온 전사의 수가 1,000밖에 되지 않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수다. 역시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시간은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 대족장으로서 오랜 시간 부락을 안정적으로 이끈 것에 대한 신뢰. 그게 있기에 많은 수의 전사와 장인이 여정을 함께 한 거겠지.

“많이 강해졌구나. 그락카르.”

그러고 보니 오르히의 부락을 떠난 이후 만나는 건 처음인가?

“노력했다. 그리고 형제도 강해졌다.”

“나도 노력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는 내가 철저하게 약자였는데 말이야. 지금은... 잘 모르겠다. 전의 오르히라면 내가 무조건 우위일 텐데 말이야.

오르히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예전에 쓰던 도끼가 아닌 새로운 도끼를 등에 메고 있는데 도끼의 크기가 너무 컸다. 미로크도 자루가 길어 큰 편에 속하지만 저 도끼는 더 크고 길다. 아무리 덩치가 큰 오르히라도 다루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진짜 다루지 못하는 건 아닐 거다. 그런 무기를 오르히가 가지고 다닐 리가 없다. 그리고 확실히 한 단계 더 강해졌다. 그런데 그 한 단계가 얼마나 높은지 모르겠다. 아주 조금 높은 한 단계일 수도 있고, 아득히 높은 한 단계일 수도 있겠지.

“이곳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경쟁자가 형제일 줄은 몰랐다. 당연히 남부에 살던 형제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경쟁자. 감회가 새롭군. 오르히의 눈 속에서 투쟁심이 읽힌다. 예전에 날 보던 눈에는 흥미는 담겨있었지만 투쟁심은 없었는데 말이야. 날 대등한 상대로 인식한 거다.

“크흐..”

기분이 좋다. 오르히와 다시 싸운다니. 예전에 싸웠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기절했었지.

“싸우자.”

“좋다.”

나와 오르히가 기세를 피워 올렸고 다른 모든 형제들이 원을 그리고 물러나 결투장을 만들었다.

***

‘오르히...’

노르쓰 우르드가 가라앉은 눈으로 오르히를 봤다.

‘강해졌다.’

기세가 확실히 강해졌다. 몇 십년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오르히의 기세가 강해졌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대족장으로서의 진정한 자격을 갖췄구나.’

사도 전용 스킬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락카르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오르히답다.’

사도 전용 스킬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노르쓰 우르드의 머리 속에는 많은 수의 대족장과 대군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들이 대족장으로서 진정한 자격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에 대한 기억도 남아있다. 수십 년은 기본이고 죽을 때까지 얻지 못한 자도 많다.

그들과 비교한다면 오르히는 정말 빠른 거다.

역시 그락카르가 나타나기 전 노르쓰 우르드가 왕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자답다. 만약 그락카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르히가 사도 전용 스킬을 얻은 후 그와 함께 이곳으로 왔을 거다.

오르히도 노르쓰 우르드의 기억 속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높은 재능의 소유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락카르가 나타남으로서 노르쓰 우르드는 수십 년간 준비해왔던 것을 버렸다.

자신의 꿈이 최초로 빗나가게 한 자이자 10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중상급 족장의 힘을 가진 자. 그런 자라면 오르히를 포기하고 지켜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켜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오르히에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낫기에 다시 오르히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었지만.

‘북쪽의 형제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군.’

북부오크들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남부오크들보다 강하다. 그러므로 남부의 다른 대군주와 전쟁을 할 때 북부오크가 많으면 편해진다. 그리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부 형제란 의식이 있기에 싸워서 이쪽이 강하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지금처럼 족장 vs 족장이 싸워 이기는 쪽에 모든 형제들이 편입될 것이다. 그리고 오르히와 그락카르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그락카르가 이긴다.’

그락카르다. 그락카르는 이미 예전에 오르히를 뛰어넘었다. 사도 전용 스킬이 없었을 때도 말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락카르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오른 단계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막 족장이 됐을 때는 숙련된 족장급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족장이 된 순간 오르히보다 강했고, 똑같이 사도 전용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전사들보다 강한 것이다.

‘6,000의 북부전사와 오르히.’

엄청난 전력이다. 거기에 다른 대군주나 남부오크들과 달리 배반할 걱정을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저들이 그락카르에게 합류한다면 이 전쟁의 끝을 적어도 3~4개월은 앞당겨 줄 거다.

-크리야아아아아아아악!

미로크와 꼭 닮은, 하지만 더 굵고 강맹한 오르히의 고함소리가 평야를 울렸다. 그리고 다음에 일어난 변화에,

“대단하다. 오르히.”

노르쓰 우르드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

[1년 전, 오르히]

“쿠훅. 쿠훅. 쿠훅.”

오르히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방금 전투는 그에게도 벅찬 전투였다.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형제가 카록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치열한 전투였던 만큼 많은 형제들이 붉은 안개에 둘러싸여 카록의 축복을 받고 있었다.

거대괴물 20마리 그리고 수천의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괴물들.

이 땅에서 리자드맨을 완전히 몰아냈지만 최근 갑자기 거대괴물 등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먹을 수 없고 무기를 만들 재료를 얻지도 못하지만,

‘강하다.’

강했다. 그래서 만족했다. 식량은 리자드맨들이 살던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어도 된다. 그는 딱히 먹을 것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니까. 무기를 만들 재료도 충분하다. 이 역시 리자드맨과의 전쟁에서 얻은 부산물이다.

그래서 지금의 ‘죽지 않는 자’의 군세와 싸우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의 강함은 진짜니까.

‘역시 크면 강한 건가.’

거대괴물은 단 한 마리도 오르히를 지치게 만들 정도로 강했다.

‘우리 오크도 크면 강해지지.’

오크도 축복을 받으면 덩치가 커지면서 힘이 강해지고 피부가 단단해진다. 어릴 때는 힘이 약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덩치가 커지고 강해진다. ‘죽지 않는 자’의 군세에서도 작은괴물은 약한데 거대괴물은 강하다. 리자드맨도 마찬가지다. 로드급이 되면 공처럼 둥글어지지만 크기는 일반 리자드맨의 4~5배는 족히 된다.

‘역시 강한 것은 크다. 더욱 더 커지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사실 이 생각은 오르히가 수십 년 전 ‘죽지 않는 자’의 땅에 갔을 때 거대괴물과 싸워본 이후 계속 어렴풋이 갖고 있던 생각이다. 그것이 오늘 명확하게 구체화됐다. 그리고,

-이끄는 자의 특권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염원이 이루어집니다.

스킬 ‘거대화(1단계)’를 얻었습니다.

진정한 대족장이 되었다.

***

오르히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윽고 원래 신체의 2배는 될 듯한 크기가 되었다. 오르히가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도끼를 꺼내 들었다. 너무 커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도끼지만 덩치가 커지니 딱 다루기 좋은 크기였다.

“이것이! 내가 얻은 힘이다!”

딱히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데도 거대화한 오르히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대단하다. 대단해. 정말 큰 힘을 손에 넣었구나. 오르히.”

노르쓰 우르드는 연신 감탄했다.

다른 오크는 모르겠지만 노르쓰 우르드는 오르히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노르쓰 우르드는 오르히가 사도 전용 스킬을 얻었음을 알았어도 그락카르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오르히는 이제야 그락카르와 같은 급에 올라선 거니까. 그리고 동급 중 그락카르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락카르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은 동급 최강의 능력을 보유하게 해줬으니까.

하지만 정체를 드러낸 오르히의 능력은...

‘위험하다.’

노르쓰 우르드가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특별한 부가능력이 없고 단순히 덩치만 커진 것뿐이라 해도 위험하다.

그는 알고 있다. 축복을 받지 않아도 덩치가 크면 가진 힘이 더욱 커지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저 정도 크기라면...

‘적어도 2배. 부가 능력치까지 있다면 3배다.’

노르쓰 우르드가 예상하는 오르히의 새로운 능력의 효율은 100~200%였다. 다른 사도 전용 스킬의 두 배에 가까운 효율.

덩치가 커지면 일단 힘이 강해진다. 그리고 힘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부의 두께, 강도, 뼈의 강도, 몸의 무게, 공격의 타점 등. 전투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모든 부분이 강해지고 좋아진다.

다른 오크도 아니고 전투센스가 노르쓰 우르드가 본 오크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오르히가 저런 능력을 얻었다면... 능력의 효율은 극대화된다.

‘조심해라. 그락카르.’

노르쓰 우르드는 잔뜩 긴장한 채 전투를 주시했다.

그락카르가 고개를 치켜들어 오르히를 올려봤다. 대족장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누군가를 올려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오르히의 허리에 겨우 머리가 닿을 랑 말 랑 했다.

“형제! 나는 이 힘으로 진정한 대족장이 될 것이다! 형제도 대족장이 되고 싶겠지! 그렇다면 그 자격을 보여라!”

오르히가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락카르는 그 모습이 한상의 세계에서 봤던 거대한 기계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들과도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크흐..”

오르히의 도끼가 내려쳐졌고 그락카르 역시 미로크를 힘차게 휘둘렀다.

< 191 본격화되는 전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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