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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89화 (189/228)

< 189 탈환작전 >

디트로이트 탈환 작전은 5일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네. 이번에 전사한 성전사의 장례는 교단에서 정식으로 진행해줘요. 김현일님한테 장례식 주관을 부탁드리고요. 그리고 성서 ‘명예의 서’편에 이름도 올려주고, 가족에겐 최고의 대우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김진서의 목소리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성전사 중 전사자가 발생했다.

두 명.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했는데 역시나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족장급 쥐새끼 카티쉬가 문제였다. 그 녀석이 빈예츠의 감시망을 뚫고 들어와 성전사를 기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호자 중 두 번째로 정찰능력이 뛰어난 빈예츠지만 영혼에게 의지해 정찰하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은신 능력을 가진 자는 감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웨어랫이 딱 그런 녀석이었다.

수천 명이 전사한 미군과 비교한다면 겨우 두 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선 내가 한 결정 때문에 형제 둘이 죽은 상황이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쳤음에도 우울하기만 했다.

-비텔교의 협조로 작전을 효과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의 성공을 발표했고 저 멘트가 우리가 이번 작전에 참여해 얻어낸 결과였다. 참 허무할 정도로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신도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속화 된 것이다.

신도가 30억에 도달한 후 상승세가 약간 주춤했었는데 다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시적인 효과지만 앞으로 성전사의 각국에 대한 이종족 전투 협력은 계속 될 것이니 효과는 지속될 것이다.

미안하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쓸데없는 일에 희생된 것이 아니다. 비텔님을 위한 숭고한 일을 진행하다가 순교한 것이다. 이종족을 죽여 다른 신의 힘을 약화시키고, 신도를 늘려 비텔님의 힘을 늘리는 일.

그들의 장례는 김진서에게 지시했든 비텔교 공식행사로서 성대하게 치를 것이다.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다 죽었는지 세상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탈환작전이 성공했지만 디트로이트가 바로 도시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탈환작전이 성공하긴 했지만 모든 이종족을 죽인 게 아니고 잔당이 지하 깊숙이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는 한 도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부터 그들을 소탕하기 위한 장기전이 지루하게 펼쳐지겠지.

우리가 장기전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지만 1팀이 남아 소탕작전에 참여할 것이다. 성전사의 중요도는 좁은 지역에서 싸우게 되는 소탕작전에서 더 높다. 좁고 적은 인원이 투입되는 곳일수록 병력의 정예화가 중요한 법이니까.

그들은 남아서 우리 비텔교가 디트로이트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 줄 것이다. 삶의 터전이 디트로이트였던 이들이 우리 비텔교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갖게 되겠지.

모든 일을 너무 감정을 배제한 채 계산적으로만 진행하는 거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게 비텔님을 위한 일이니까. 비텔님을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성서는 뭐냐고?

비텔교의 역사를 적는 공식적인 책자를 제작중이다. 이 책은 훗날 성경처럼 비텔교의 시작과 이념을 신도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책에 이름을 남기는 자들은 영원히 비텔교 신도사이에 회자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수가 죽겠지. 언제까지 내가 다니면서 뒤를 봐줄 수는 없을 테니까. 이번에도 나와 수호자가 없었다면 수십, 수백이 죽었을 것이다.

가능한 한 함께 할 생각이지만 결국 나 없이 전투를 나가야 하는 날은 올 것이다. 그리고 큰 피해를 입겠지. 내 가족들이 수없이 죽어나갈 것이다. 난 다시 슬퍼하고 그들을 추모하겠지.

멈출 생각은 없다. 이 싸움은 비텔님을 위한...

성전이니까.

***

미국 대통령이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의 성공을 발표하고 3일 후 히르아와 엘프 사도의 전투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비텔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여기저기 퍼뜨리라고 일부러 올리는 영상의 저작권을 포기했기에 신도들이 영상을 가져가 열심히 다른 사이트에 퍼뜨렸다.

신도들은 저마다 영상에 어울리는 제목을 지었는데 내가 보기에 가장 괜찮았던 제목은 ‘수호자 vs 이종족 초인’이었다. 단순하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잖아.

-이거 무슨 영화야? 액션이 압도적인데? 보고 싶다.

-영상 설명을 봐. 영화가 아니라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에서 수호자님과 이종족 초인이 싸운 장면이야. 실화라고.

-진짜 멋있다. 녹색 빛과 모래가 사방을 가득 메운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 거지?

-와. 비텔교 성전사가 되면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거야?

-성전사가 아니라 수호자님이야. 신께서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보낸 천사님이라고.

전투의 시작과 끝이 잘려있고, 소리가 없는 등 부족한 점이 많은 영상이었지만 그것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투가 말도 안 되게 화려했으니까.

히르아가 양손에 든 검을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모래 검 두 개도 같이 휘둘러졌고, 그 모래 검에 맞서 수십 개의 녹색 빛을 뿌리는 2mx2m정도 크기의 막이 하늘을 수놓듯 날아다녔다.

현실감 넘치는 히어로물 같은 느낌이랄까.

-수호자의 모래검이 이종족 초인의 녹색막을 깨부수는 장면에서 끝났는데 이 다음은 잔인해서 편집했겠지? 물론 안 봐도 어떤 장면일지 상상은 된다. 좀 잔인하겠지만 전쟁에서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거지.

아냐. 니 상상보다 훨씬 더해. 히르아가 엘프 사도의 시체를 높이 들고 피를 뽑아서 마셨어. 피를 마실 때의 히르아는 정말 아름답지만 차마 올리진 못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피를 마시고 있으면...

이어서 여러 영상을 더 올렸다. 성전사와 이종족의 전투 장면이었다. 이 영상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전에 올라온 영상이 너무 말도 안 돼서 평범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인 거 같아.

-아. 성전사가 뭐에 맞고 날아간 거야? 이종족은 보이지 않는 공격도 하는 거야? 여하튼 성전사가 저렇게 힘들게 싸우고 있구나. 정말 대단하다. 자기 나라도 아닌데.

-저런 지원이 있었음에도 미국은 ‘비텔교가 협력했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입 닦았지. 우리 비텔교의 희생은 철저히 저평가되었어.

-너무 멋있다. 난 수호자와 이종족 초인의 싸움보다 왜 성전사의 싸움이 더 멋있는 걸까. 오늘부터 내 우상은 성전사야.

-성전사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야.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신에게 약간의 힘을 받긴 했지만 신체능력만 조금 강해졌을 뿐 전투기술은 스스로 노력해서 익힌다고 들었어.

-성전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나도 성전사가 되고 싶어.

-나도 비텔교 신도가 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방금 비텔에게 기도했는데 정말 힘이 세졌어. 정말 초인이 된 느낌이야. 대단하다 이거.

히르아와 엘프 사도의 전투는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것이었지만 성전사의 전투는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경지였다. 실은 성전사의 싸움만 해도 충분히 초인의 모습이었지만 히르아의 싸움을 본 이후라면 평범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걸 노리고 올린 거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길 원하며 말이다.

‘신에게 힘을 받고 훈련을 받는다면 나도...’

이종족의 침략이 시작된 후 개인의 힘은 더욱 중요해졌다. 힘은 이종족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이종족과의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살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군과 경찰은 이종족과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선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무법자들이 날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강한 자가 힘이 약한 자의 것을 빼앗아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힘을 가져야 했다. 성전사에 대한 영상이 퍼지고 비텔교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강조되자 신도수의 증가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

특히 성장이 더디기만 했던 아프리카에서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그곳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혼란스러웠기에 더욱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급기야는 비텔교 신도가 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슬람교에서도 이슬람교도들이 비텔교의 힘을 얻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을 정도다. 그들도 힘이 필요했으니까. 이종족과 싸우기 위해선 강한 군인이 필요했고 강한 군인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텔에게 기도를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단 한 번. 필요성에 의한 기도일 뿐 우리의 신은 알라뿐이다.’

이것이 그들이 스스로를 혹은 주변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하는 주장이었다.

이런 식으로 힘이 필요해 비텔에게 기도를 한 자들은 처음 한 번만 기도를 한 이후 기도를 하지 않았지만 비텔교 신도가 되면서 경험했던 황홀한 경험과 신도가 됨으로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특권 때문에 비텔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갖게 된 것은 확실한 듯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비텔님께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들 마음속에 스스로는 몰랐지만 서서히 비텔에 대한 경외감, 친밀함 등을 키워간 것이겠지.

세상은 그렇게 내가 계획했던 그대로 빠르고 확실하게 비텔교의 세상이 되어갔다.

***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의 성공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은 그때까지 진행되었던 탈환작정 중 가장 큰 규모였음에도 가장 적은 피해로 성공한 탈환작전이 되었다.

이 엄청난 성공이 비텔교의 협력으로 인해 가능했다는 건 세상 모든 사람이 아는 내용이었다. 미군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탈환작전은 비참할 정도로 철저하게 실패했었으니까. 미군과 우리는 남은 네 도시에 대한 탈환작전을 이어갔고 그곳에서도 역시나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각국의 여론은 왜 비텔교에 협력을 요청하지 않느냐며 들끓었고 각국은 빠르게 법을 수정하고 비텔교에 협조 요청을 했다.

그리고 이종족의 침략으로부터 8개월, 디트로이트 탈환작전으로부터 4개월하고 보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 다섯 도시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도시 25곳의 탈환작전에 참여했다.

북미 일곱 곳, 남미 네 곳, 유럽 다섯 곳, 동남아시아 세 곳과 마지막까지 지원 요청을 망설였던 중국 세 곳과 일본 한 곳, 그리고 정부군의 전력이 형편없기에 일부러 가지 않았던 아프리카 두 곳에서까지 훌륭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그리고 단 한 곳에서도 실패하지 않았으며 전부 최소한의 피해로 작전을 성공시켰다. 그 덕분인지 신도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현재 비텔교 신도의 수는 37억. 모든 종교 중 가장 많은 수의 신도를 보유한 것은 물론이고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세상은 그렇게 비텔교로 물들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비텔교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곳이 남아 있었다. 바로 이슬람 국가. 그곳에서도 꽤 비텔교가 성장하기는 했지만 한참 부족했다. 이슬람 국가의 전체 인구 중 비텔교 신도가 반의 반도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비텔교 일색의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슬람 국가를 공략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무너졌습니다.”

벤센이 급히 찾아와 보고했다. 중동 전통의 강자였던 사우디가 무너졌다고. 이미 아프리카 국가 중 여러 국가가 이종족에 의해 무너졌기에 처음 무너진 국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강국에 속했던 사우디가 무너졌다는 소식은 꽤 충격적이었다.

홀로 어떻게든 이종족의 공격을 이겨내려 노력하다가 4개월 전부터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혼란스럽지 않은 나라는 없다. 자기 나라 챙기기도 힘들 판인데 그나마 우리 도움으로 모든 도시를 탈환한 미국이 도움을 주려 했으나 새로운 이종족이 나타나 공격해왔기에 가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오늘 사우디 왕가가 국가 자위권을 잃었음을 선언했다. 수백 명의 왕족이 죽고 왕위계승권에서 한참 멀었던 한 왕자가 왕이 된 후 일어난 일이다. 그에겐 사우디를 지키 힘도, 의지도 없었다.

참 바보 같은 일이다.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했는데도 이교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더니.. 국가가 무너져도 이교도의 힘은 빌릴 수 없다는 건가.

참 고집불통인 종교다.

그리고 오늘 난 비텔교 성서에, 아니 비텔교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역사서에 기록될만한 역사적인 사건을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탈환하죠.”

우린 사우디아라비아로 갈 것이다.

< 189 탈환작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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