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 탈환작전 >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 성전사의 수는 유나와 함께 움직이는 220명의 성전사를 제외한 1,980명, 그들은 성전사가 36개조 396명씩 5개조로 나뉘어 수호자와 함께 움직일 거다.
오하넬, 아딜, 카일라, 빈예츠는 따로 움직이고 히르아는 나와 함께 움직힐 거다. 히르아는 성격상 아무리 내가 부탁해도 성전사들을 잘 지켜줄 거 같지가 않아서 말이야. 나라도 가야 좀 컨트롤 할 수 있다. 아니면 내가 성전사들을 지켜줘도 되고 말이야.
-지금이라도 저를 곁에 두는 것으로 결정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저 녀석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딜이 히르아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아딜과 히르아는 카일라, 빈예츠의 사이보다 나쁘다. 카일라와 빈예츠는 적어도 싸운 적은 없으니까. 아딜과 히르아는 서로에게 칼부림을 한 적이 있다.
-왜 그래? 아딜. 할 줄 아는 게 칼질밖에 없어서 칼질만 하다가 멍청하게 죽은 기사보다는 내가 훨씬 낫잖아?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박쥐같은 자가 감히 기사를 모욕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키힉. 이번 기회에 죽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거 같아. 그런데 네가 할 수 있겠어?
히르아의 도발에 아딜이 천천히 양손검을 치켜들었다.
-데스 킹의 검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키힉. ‘데스 킹의 검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라니.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안 부끄러워?
아딜의 말투를 흉내내 놀리면서 히르아도 허리춤의 검에 손을 올렸다. 세 개의 검 중 두 개에 손을 올린 걸 보면 전력은 아니어도 꽤 진심으로 싸우려는 것 같다. 카일라, 빈예츠와 달리 이 둘은 놔두면 정말 싸울 존재들이다. 전에는 건물 하나를 반 정도 날려먹었었다.
간절함을 담아 오하넬을 바라봤다.
-둘 다 검을 집어넣어라. 여기서 싸웠다가 성전사 중 하나라도 다치면 사도님께서 너희들을 용서치 않으실 거다.
오하넬이 나섰으니 진정되겠지. 내가 나서도 되긴 하지만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함께 해야 할 텐데 어느 한쪽의 편을 들을 순 없으니까. 그래서인지 분명 나한테 속해 있는 존재들인데도 대하기 어렵다니까.
가족이라고 보면 되려나. 아니네. 가족보다 더 한 사이네. 가족은 떨어져 있기라도 하지 수호자들은 내 영혼에 묶여서 항상 함께 하잖아.
“준비 됐습니다. 교주님.”
해역이가 준비완료를 보고했다.
5조로 나뉜 성전사들 뒤에는 작전에 함께 할 미군이 10명씩 서 있었다. 지하 주차장처럼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쓸 장갑차도 3대씩 배정 받았다. 미군의 수가 적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디트로이트 탈환 작전에는 5만 명의 미군이 함께 한다. 한국에서 시가전을 할 때는 중대 단위로 1개 중대 당 22명의 성전사가 함께 했지만 이곳의 이종족들은 좁은 지하 여러 지역에 퍼져있기에 한 조당 400명에 달하는 우리와 미군이 함께 움직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작전은 동시에 진행하되 우리는 정찰만 미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실 수호자들이 있기에 정찰에 미군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이곳의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곧 수호자 없이 작전을 실행하는 날이 올 거다. 오늘의 전투는 그때를 대비한 연습이라고 보면 된다.
나와 수호자라는 든든한 보호자가 함께하는 연습.
그렇기에 수호자들이 함께 하기는 하겠지만 대족장급 이종족이 나타나거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이상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물론 예정만 그렇다. 각각의 수호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1000시에 작전 시작, 변경사항은 없겠죠. 리디아 소령님?”
“네. 정시에 작전 실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리디아 소령은 미군에서 연락책으로 보내준 사람이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에 여자다. 영혼이 은은하게 보라색 빛을 뿌리고 있는 걸 보면 비텔교 신도다. 덕분에 중국계로서 한국어를 못하는 듯하지만 내 말을 잘 알아듣는다. 미모도 상당하다.
미인계라도 쓸 생각이었나? 하지만 군인치고 예쁘다는 거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카일라나 오하넬까지 갈 것도 없고 비서진에 가로 막히지. 내 비서진의 반은 얼굴보고 뽑은 사람들이거든.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9시 41분이네. 리디아 소령이 묘한 표정으로 내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황당하려나. 곧 죽고 죽이는 전투를 하러 갈 사람이 무전기도 아니고 전화기를 들고 있어서?
하지만 어차피 내가 나설 일도 없을 텐데 안 들고 갈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3달 전에 브라질에서 직접 싸웠을 때도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폰이 멀쩡하더라고. 내가 근접전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로 멀리서 전기를 뿜어서 싸우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야.
그런데 준비가 다 끝났는데 20분이나 남았다니. 20분 동안 뭐하지? 음... 지금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면 안 되겠지?
어쩔 수 없네. 그냥 기다리자.
***
“귀염둥이 출격합니다.”
귀염둥이라니. 귀염둥이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기엔 너무 웃긴 이름 아냐?
위이이이이잉.
귀염둥이는 카메라가 달린 작은 rc카다. 군사용이 아니라 정말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난감용 rc카에 카메라를 달아둔 거다. 카메라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소음이 심하기에 이종족에게 우리가 왔다는 걸 알려주는 부작용도 있지만 별로 상관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 이종족이 먼저 이쪽을 발견하니까.
모두 화면에 집중했다. rc카는 빠르게 달리며 주차장을 누볐다. 그러다가,
팍.
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이종족 확인했습니다. 폭파합니까?”
rc카를 조종하던 미군이 리디아를 바라봤고 리디아는 나를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디아가 폭파를 지시했다. 미군이 폭파를 대비하라 이야기한 후 3초를 셌고,
쾅!
주차장에서 굉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꽤 강력한 폭발이다.
미군도 저번 작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작전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rc카도 그런 준비 중에 하나다. 정찰 및 초기 제압용으로 준비한 것으로 소모품으로 기획한 것이기에 물량이 부족해 시중에 나온 rc카와 카메라를 구입해 약간은 조잡하지만 언제든 폭파시킬 수 있게 대량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가져온 rc카만 해도 10개니까. 미군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장갑차의 무기도 이종족 대비용으로 전부 대구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종족을 상대할 때는 연사력보다는 위력이 더 중요하니까. 아마 미군도 병사들이 사용할 수만 있다면 .50BMG를 사용하는 무기를 쥐어줬을 거다.
장갑차 한 대가 앞으로 나서 주차장으로 진입할 준비를 했다. 장갑차를 앞세우고 성전사가 함께 진입할 거다.
“흠.. 5팀이면 될까요?”
“적당합니다.”
고위성전사가 내 말에 동의했다. 36팀 모두를 집어넣으면 화력은 강하겠지만 적의 공격을 피할 공간이 부족해 피해가 클 거다. 그러니 전장의 크기에 맞춰 진입하는 수를 조정해야 한다. 5팀 정도면 괜찮을 거라 판단하고 말했는데 고위성전사가 동의해줘서 다행이다.
고위성전사는 대부분 전쟁의 엘리트라서 현대식 전투는 내가 그들에게 배우는 형편이다.
진입할 성전사 5팀이 앞으로 나섰고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장갑차를 앞세우고 진입했다.
휴대용 모니터 3개에 성전사에게 달린 카메라가 전송해주는 녹색 화면이 보였다. 화면에 집중했다. 히르아가 잠잠한 걸 보면 강자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원래는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지원팀 2~3개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작전을 이어가야하겠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여러 팀으로 갈라지만 나나 수호자가 지켜줄 수 없으니까. 이번이 처음이기에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안전하고 확실하게 진행할 생각이다.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받았어도 실전과는 다른 법이니까. 훈련에서 배운 것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전경험이 필요한 법이고 그 실전 경험일 이곳 미국에서 채울 것이다.
나와 수호자들로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실전 경험. 미국 다섯 개 도시 전부를 탈환할 쯤엔 모든 성전사가 2~3번 이상의 실전경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정도면 나중에 나나 수호자가 없어도 제 실력 발휘할 수 있겠지.
곧 이종족을 발견했고 유난히 큰 총소리가 지하를 울리기 시작했다. 장갑차든 성전사든 전부 대구경 총만 사용하는데다가 지하라서 소리가 울리다보니 대포라도 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전투가 시작되고 약 2분 정도 흐르자 총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적 제압 완료했습니다. 확인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아군 부상자 무, 적군 사망 서른일곱.
작전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우리 측이 훨씬 수가 많았고 화력에서 압도한 덕분이다. 저쪽에 족장급이 없었던 것도 피해 없는 승리에 한몫했다.
-토굴 발견했습니다. 토굴 봉쇄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폭탄물 설치 완료. 철수합니다.
장갑차를 가장 뒤에 두고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폭파하겠습니다.”
폭발음이 들리고 다시 한 번 주차장에 먼지가 가득 찼다.
소탕 완료한 지역에 다시 이종족이 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토굴을 무너뜨리는 거다. 토굴을 막지 않으면 이종족이 다시 저곳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같은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해 나갔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리자드맨 로드가 포함된 대규모의 적도 만났지만 사망자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혹시 몰라서 뒤에서 히르아가 대기했지만 나설 기회는 없었다.
아무래도 로드와 처음 상대하는 성전사들이 있다 보니 로드의 공격에 제법 많은 수가 당했는데 보호장구를 단단히 차고 있었기에 죽는 인원은 없었다. 죽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얼마든지 살릴 수 있으니까.
로드의 공격에 당한 성전사는 곧바로 스스로 혹은 다른 성전사에 의해 후방으로 빠졌고 내가 치료했다.
나는 고위사제의 역할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신속한 치료를 위해 ‘생명력 전이’가 가능한 고위사제와 보조할 사제들을 함께 투입할 거니까. 지금 열심히 훈련받고 있는 사제들이 꽤 있다.
전투는 치열했다. 내가 없었으면 성전사중에 사망자가 나왔을 지도. 특히 엘프의 능력이 까다로웠다. 엘프가 만들어내는 녹색빛을 뿌리는 막은 꽤 단단해서 성전사들의 공격도 여러 번 막아낼 정도였기에 이종족들이 성전사에게 접근해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성전사들은 근접전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성가셨기에 최우선적으로 엘프를 타겟으로 삼아 제거했고, 엘프를 제거한 후엔 일사천리로 적을 밀어냈다.
엘프를 전부 처리하고 나서야 리자드맨 로드에게 공격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엘프가 로드에게 녹색 막을 씌워줘서 공격할 수가 없었다. 엘프의 도움이 없어도 로드의 보호막은 강력했지만 .50BMG탄의 집중포화를 받자 곧 사라졌고 맨몸이 된 로드는 성전사의 정밀 사격에 머리가 터져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성전사에게 정밀 사격은 기본기니까. 저격총까지 쓰는데 리자드맨 로드의 큰 머리를 맞추지 못할 이유가 없지.
성전사들도 제법 지쳤기에 전투가 끝난 후 30분간 휴식을 취했다. 역시 족장급이 있느냐 없느냐는 위험도가 차원이 다르다니깐.
휴식 후 다시 이동했고 어느 거대한 공장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키히힉.
히르아가 웃었다. 불안하다. 저인간이 좋아할 만한 일은 내가 안 좋아할 일일 텐데.
“무슨 일이죠?”
-에렌님의 사도님께서 저기에 계시는군요.
에렌은 엘프의 신이다. 그리고 사도는 대족장급이란 뜻. 즉, 대족장급 엘프가 저기 있다는 말이다.
< 187 탈환작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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