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 대족장 vs 대군주 >
‘탈것의 달인’ 마수드가 대군주가 되고 10년 후 얻은 사도 전용 스킬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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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의 달인(1단계) : 카록의 사도만이 쓸 수 있는 스킬. 어떤 이동수단이든 고유이동수단으로 등록하는 순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며, 이동수단의 성능과 사용자의 능력을 대폭 강화한다.
현재 등록 이동수단 :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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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는 항상 자신의 힘에 걸맞은 카바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대군주가 된 이후로 그가 진심으로 창을 찌르고 휘두르면 그가 타고 있던 카바크가 버티지 못하고 다리가 부러지거나 등뼈가 으스러지곤 했으니까. 그런 그의 바람을 이루어준 것이 ‘탈것의 달인’이었다.
‘탈것의 달인’으로 강화된 카바크는 마수드가 전력을 다해 창을 찌를 때 일어나는 반동을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강인한 신체능력으로 전투에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 그 덕에 ‘탈것의 달인’을 얻은 마수드는 원래 실력의 150%를 발휘하게 되었다.
그락카르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마수드를 보며 본능적으로 마수드가 아닌 카바크를 먼저 노렸다.
후우우우웅!
두 손으로 미로크의 자루를 꽉 잡고 전력으로 카바크의 이마를 향해 휘둘렀다. 그락카르는 이 일격으로 카바크의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까강!
마수드의 창이 미로크의 옆면을 쳐 속도를 늦췄고, 카바크는 직선으로 달려오던 상태에서 급정거를 하더니 옆으로 뛰었다. 미로크가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락카르는 아직 카바크를 공격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로크가 허공을 가르는 반동에 그대로 몸을 실어 점프해 뒷발로 카바크의 머리를 걷어찼다.
쾅!
그락카르는 발길질로 카바크의 머리를 깨부수려했지만 카바크의 머리는 멀쩡했다. 오히려 크게 울며 자신의 머리를 친 발을 튕겨냈다.
쉭! 촤악!
그 사이에 마수드의 창이 번개처럼 그락카르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락카르가 몸을 최대한 비틀었지만 카바크로 인해 균형을 잃은 상태였고 창의 속도가 워낙 빨라 스치는 것을 허용했다. 그저 스쳤을 뿐인데 살이 쫙 갈라졌다.
연이어 마수드가 창을 찔렀지만 그락카르가 땅을 박차고 뒤로 점프해 피했다.
갈라진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높은 재생능력 덕분에 금세 딱지가 앉고 살이 붙어 아물었다. 첫 공방은 양측 다 데미지가 없었다.
“크흐..”
그락카르가 기분 좋게 웃었다. 처음 보는 전투스타일이지만 확실히 강하다.
“야만오크 중 이런 강자가 있을 줄이야. 놀랐다.”
“나야말로 이곳에 형제 같은 강자가 있을 줄 몰랐다. 꽤 실망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형제? 그렇군. 너희 야만오크들은 모든 오크를 형제라고 생각했지. 발전하지 못하고 천 년 전에 머물러 있는 민족이지 너희 북부 야만오크들은.”
“야만이 아니다. 카록께서 기뻐하시는 오크 본연의 모습이다.”
“카록께선 멋진 싸움을 보는 걸 기뻐하시지 야만을 기뻐하시는 게 아니다. 신에 대한 이해조차도 천 년 전에 머물러 있구나.”
“말이 안 통하는군. 멍청한 놈.”
“역시 말이 안 통하는구나. 야만오크.”
상대가 이해가 안 되는 말로 도발해왔지만 오랜만에 강자를 만났다는 기쁨에 별로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싸우고 싶을 뿐.
그락카르가 다시 마수드를 향해 쇄도했다.
창과 도끼가 부딪쳤다. 그락카르는 카바크가 아닌 마수드를 직접 공격했다. 카바크에 타고 있어 공격하는 것이 좀 번거롭긴 했지만 창만큼 긴 크기를 가진 미로크가 있기에 충분히 위협적으로 마수드에게 공격할 수 있었다.
먼저 카바크를 죽이고 땅에 내려온 마수드와 싸우는 것이 더 수월하겠지만 한 번 공방을 나눈 후 그의 본능이 ‘카바크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되어 있다. 카바크를 계속 노리다가는 오히려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판단 내렸고, 그락카르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본능에 몸을 맡겼다.
마수드의 창이 주공이라면 카바크의 몸부림은 부공이었다. 카바크의 움직임이 정확하거나 빠른 건 아니었지만 워낙 덩치가 크고 힘이 세기에 마수드를 공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카바크에 접근해야하는 그락카르에게는 위협적이었다.
물론 카바크의 공격 자체가 그락카르에게 부상을 입히는 건 무리다. 하지만 카바크의 공격으로 균형을 잃거나 공격 타이밍을 놓치면 마수드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할 것이기에 카바크의 공격은 충분히 그락카르에게 위협적이었다.
그락카르는 그 둘의 합공에 맞서 미로크만이 아니라 어깨, 주먹, 발, 머리까지 온 몸을 써서 싸웠다.
쾅쾅! 콰가가가가각! 퍼펑!
두 오크와 한 카바크가 부딪힐 때마다 온갖 굉음이 사방을 울렸다.
호각...일 수는 없었다.
“이기겠군.”
“이겼다.”
“저쪽도 강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한 쪽 무리의 오크들이 자기들 쪽 우두머리의 승리를 확신했다.
“난 잘 모르겠다. 왜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냐. 캅카스가.”
노르쓰 우르드가 물었다. 주변에 있는 족장급, 대전사급 형제들이 전부 그락카르의 승리를 확신했는데 그 자신은 아무리 봐도 호각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몸만 믿고 싸우는 자와 다른 것의 힘을 빌려 싸우는 자의 차이다.”
다소 모호한 말이었지만 노르쓰 우르드는 캅카스가가 카바크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다시 집중해서 살폈다.
“모르겠군.”
“잘 보면 카바크가 뒤로 조금 물러난 것이 보일 거다.”
“뒤로 물러나?”
“아. 형제는 눈이 그다지 좋지 않던가? 카바크가 반 발자국정도 뒤로 밀려났다.”
“그렇군.”
‘내가 눈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너희가 너무 좋은 거다. 축복은 너무 불공평하군.’ 노르쓰 우르드가 속으로 약간 불평을 했다.
캅카스가가 이어서 설명했다.
“카바크가 아무리 강해도 짐승. 그락카르나 창을 든 전사만큼 강하진 않겠지. 지금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카바크는 분명 충격을 받고 있다. 저 거대한 덩치를 가졌음에도 뒤로 밀려났다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계속 싸우다보면 카바크가 쓰러질 거다. 저 전사도 꽤 강하지만 카바크에서 내려와서는 그락카르의 상대가 되지 않겠지.”
“그리고 또 하나 있다.”
미흐로크가 말을 이었다.
“미로크가 새빨갛게 빛나고 있잖나. 형제. 그걸 보고도 그락카르가 이겼다는 걸 모르겠나?”
“아. 그렇군.”
캅카스가의 말은 솔직히 속으로 반박할 거리 몇 가지를 생각해냈다. 카바크가 힘은 그락카르보다 약해도 체력과 재생력은 비슷해서 쓰러지지 않는다면? 마수드가 자신의 카바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런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그락카르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미흐로크가 말해준 ‘새빨간 미로크’는 그락카르가 ‘착취하는 손’을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락카르는 저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이겼군.”
“그렇다. 형제.”
노르쓰 우르드도 확신했다. 이 싸움은 그락카르가 이겼다. 그렇다면 그 후를 준비해야할 때였다. 저기 있는 15,000의 카바크 기병이 그락카르가 이겼다고 해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것인가. 그걸 확신할 수 없었다.
“캅카스가. 저쪽의 형제들을 주시해라. 혹시라도 그락카르를 향해 움직이려는 기색이 보이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알았다.”
카바크 기병이 서 있는 곳은 너무 멀었기에 노르쓰 우르드가 그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살피기 힘들었다. 카바크 기병이 움직인 후에 그락카르를 도우러 가면 늦을 터. 기동력이 좋은 카바크 기병이 먼저 그락카르에게 도달할 것이고 마수드와 싸우느라 지친 그락카르가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잇다.
그러니 카바크 기병이 움직일 기색이 있으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락카르에게 도착하기 위해서.
그락카르와 마수드의 결투는 치열하게 오래 지속되었다. 하지만,
쿵.
캅카스가의 예상대로 둘의 싸움의 여파를 견디지 못한 카바크가 먼저 쓰러졌고 카바크에서 내린 마수드는 그락카르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깡!
마수드의 창이 미로크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다. 마수드는 포기하지 않고 부러진 창으로 싸웠지만 곧 창을 놓치고 무장이 해제되어버렸다.
“키흐. 야만오크에게도 이기지 못하면서 듀키츠와 싸우려했다니. 정말 멍청했군. 나. 죽여라. 야만... 아니지. 이름이 뭐냐. 죽기 전에 날 죽인 자의 이름은 알고 죽고 싶다. 난 마수드다.”
“그락카르다.”
“그락카르. 강인함이 느껴지는 이름이군. 됐다. 그 이름을 알았으니 카록께 가서 누구에게 죽었다 말할 수 있겠지. 죽여라.”
마수드는 그락카르의 도끼가 자신의 머리를 치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락카르는 미로크를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회수해 등에 찼다.
“형제는 내가 이곳에 내려와 처음 만난 명예로운 전사다. 명예로운 전사가 적이라면 죽여주는 게 옳은 거겠지만 형제라면 서로 지켜주는 것이 옳은 거다.”
“뭐? 또 형제 타령이냐. 헛소리하지 말고 죽여라. 날 살리면 다시 너와 싸울 거다.”
“크흐.. 그것도 괜찮지.”
마수드는 그락카르의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 것인가 의심했지만 곧 그가 순수하게 기뻐서 웃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락카르의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으니까.
“우리 오크가 전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희 야만오크들은 전투에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크흐.. 미쳤지. 전사가 전투에 미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군.”
그락카르의 말을 이해했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마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살려주는 거냐?”
“당연하다. 다음에 또 싸웠으면 좋겠군.”
“키흐. 미친놈 같으니. 그래도 살려주겠다니 살아야지.”
다 죽인 적을 풀어주면서 다음에 또 싸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다니. 마수드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그는 반 토막 나 날아간 창을 줍고 카바크의 뿔을 잡아끌어 자신의 진영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그가 갑자기 멈춰 뒤돌아 그락카르를 보며 물었다.
“너도 카록의 말씀을 들었겠지?”
“들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할 생각이냐니. 당연한 것 아닌가. 진정한 대족장. 내가 할 거다.”
“그렇군. 알았다.”
마수드는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장면을 노르쓰 우르드가 긴장하며 지켜봤다. 저자가 자신의 진영으로 가 공격하라고 명령내리면 피의 전투가 펼쳐질 것이다. 이쪽이 질 가능성이 높은 피의 전투가.
하지만 다행히도 마수드와 15,000의 카바크 기병은 기수를 돌려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그락카르가 개운한 표정으로 돌아와 ‘돌아가자!’라고 신나서 외쳤다.
“빌어먹을. 자기 혼자 즐기고 돌아가자니. 왜 싸우지 않은 거냐. 우리도 오랜만에 제대로 싸워야 할 것 아닌가.”
“혼자 즐기다니. 족장 실격이다. 족장이라면 부락원들이 싸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닌가. 형제는 족장 실격이다.”
캅카스가와 미흐로크를 비롯한 모든 친위대 형제들이 그락카르에게 불평했고, 그 불평은 가르혼으로 돌아간 후에도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보름 후,
“다시 싸워보자!”
마수드가 홀로 가르혼으로 찾아왔다. 그락카르가 기뻐하며 나서려고 했지만,
“이번엔 내 차례다. 형제는 나서지마라.”
“이번에도 날 빼면 형제를 미워할 거다.”
캅카스가와 미흐로크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양보했다. 캅카스가와 미흐로크, 둘만 아니라 다른 족장급 모두가 서로 나서려고 했다.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기에 결투를 통해 누가 나설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투 끝에 미흐로크가 뽑혔지만 결투로 체력이 거의 소진돼 싸울 수가 없었다.
“하루만 기다려라.”
그락카르가 말했고, 결국 마수드는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이래서 야만오크들이란...’이라고 말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다음 날 미흐로크와 마수드의 싸움이 시작됐고,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지만 다소 쉽게 마수드가 승리를 가져갔다.
“지치지 않았겠지? 나와도 싸우자.”
캅카스가가 나섰고 마수드는 캅카스가와도 싸워야 했다. 그리고 다음 족장급, 또 다음 족장급... 대전사급과의 전투까지 하느라 다시 보름을 허비한 후에야 그락카르와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졌다. 이번엔 창을 잃은 후에도 덤벼들어 흠씬 얻어터져 바닥에 뻗은 마수드. 그가 그락카르에게 한 마디 툭 던졌다.
“이제 내 땅은 네 것이다. .... ...... ........”
마수드는 그 뒤에도 더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말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용기 내어 입 밖으로 꺼냈다.
“형..제.”
“크흐.. 알았다. 마수드 형제. 형제의 땅 잘 받겠다.”
< 182 대족장 vs 대군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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