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177화 (177/228)

< 177 대규모 침공 >

“첫 공격의 지휘자는... 치아야다.”

“그르르.. 운이 좋아. 그렇지 않아도 여덟이나 되는 종족이 살기엔 하나의 세상이 너무 좁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새로운 세상 하나를 얻을 수 있게 되다니. 내 손으로 직접 새로운 세상을 바치면 마우께서도 좋아하시겠지.”

오크보다는 약하지만 상당한 호전성을 지닌 카티쉬. 정찰대에 가장 많은 전사를 보낸 종족이었고, 선발대에 카티쉬가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당연히 치아야가 지휘를 맡게 되었다.

“그럼 투라레. 문을 열어다오.”

“알겠다.”

투라레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쿠헉. 커허허헉.”

투라레가 갑자기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옆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락노르가 급히 치유능력을 사용했다. 락노르의 강력한 치유능력 덕분에 죽음 직전까지 갔던 투라레의 신체가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몸을 추스른 투라레가 일어나 자리에 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을.. 열라고 전했다.”

“수고했다. 투라레. 모든 종족에게 말을 전달하는 네 능력은 언제 봐도 대단하다.”

투라레는 자신의 종족 모두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파르펨 종족의 수는 약 300만. 그 모든 인원에게 말을 전달하기 위해선 파르펨의 지도자인 투라레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큰일이지만 덕분에 지휘부의 지시가 대륙 전체에 곧바로 전달되는 엄청난 이득이 있기에 이번처럼 중대한 일이 있을 때 종종 사용했다.

“내 차례군.”

치아야가 벌떡 일어나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갔다. 투라레를 제외한 다른 종족의 우두머리들도 그를 따라나섰다.

그들이 있던 건물 밖에는 2만의 정예 전사가 집결해 있었다. 이곳에 열릴 대차원문 두 곳에 치아야와 함께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다.

아아아아후우라라라리리리리로로로로로로.

“시작됐다.”

1,000이 넘는 파르펨 종족이 나무 막대기를 하늘 높이 쳐들고 일제히 합창을 시작했다.

“파르펨은 열등한 종족이지만, 저 모습만큼은 언제 봐도 장관이군.”

락노르가 그 나름대로 순수하게 감탄했다.

파르펨의 율동이라도 하듯 일정한 움직임을 그리는 나무 막대기 끝에서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등 여러 원색이 합쳐진 영롱한 빛이 조금씩 흘러나와 허공에서 합쳐졌다.

그 빛은 원을 그리며 회오리처럼 휘돌았다. 빛의 회오리는 점점 크고 강력해졌고,

파화화홧!

거대한 원뿔이 누워있는 것 같은 통로가 만들어졌다. 1,000여 파르펨 종족이 일제히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그들 손에 들려있던 나무 막대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원래 나무 막대기가 아니라 고급 자원을 머금은 마법 막대기였다.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그 힘을 다해 사라진 것이다.

“빨리 움직여라! 통로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토린의 외침에 2만의 병력이 망설이지 않고 미지의 통로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대륙 곳곳에서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정예답게 몸놀림이 빨라 2만이나 되는 수가 통로 저편으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였다.

“그럼. 다녀오지. 후속대가 올 필요 없이 선발대만으로 저쪽 세계의 비텔교를 토벌하겠다.”

치아야가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통로 저편으로 몸을 던졌다.

***

“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내 말에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도가 일제히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해역이에게 물어봤는데 모습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기도할 때 손을 모으는 것은 똑같다고 한다. 실제론 다른 방식이라고 해도 바꿀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귀찮게 뭐 하러 바꿔. 기도는 자세가 어찌됐든 내 마음이 비텔님께 닿기만 하는 건데 말이야.

간단하게 기도를 마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어려울 땐 망설이지 말고 비텔교를 찾아오세요. 우리가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요즘 연설을 매일같이 하다 보니 좀 익숙해진 거 같다.

“수고하셨어요. 아저씨.”

“그래. 고맙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유나에게 해외 순방이야기를 했더니 좋아하기에 유럽에서 시작해 북미를 거쳐 남미까지 왔다. 한 달 동안 2~3일에 한 나라씩 갔지만 비텔교가 퍼진 국가가 워낙 많아서 아직도 가야할 곳이 더 많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의외로 힘들다.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다. 내가 안 간 나라의 신도들은 얼마나 실망스럽겠어. 자기들 차별한다고 생각할 거 아냐.

그리고 이 순방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이종족이 나타난 게 도움이 됐는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요 한달 사이에 인신매매, 납치, 노예 경매 등을 하던 조직 수십 개를 박살낸 게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신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

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211,437명

교단 기여 포인트 : 2,142,091,238

-----------

21억 명. 한 달 사이에 3억 명이나 늘어났다. 이젠 누가 뭐라고 해도 숫자만 따지면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교가 됐다. 원래는 기독교가 23~24억 명 정도 되는 걸로 알려졌었지만 우리가 많이 뺏어 와서 최근 조사에서는 20억이 안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쪽에서 우리한테 칼을 갈고 있지만... 뭐. 어쩔 거야. 끽해야 나에 대한 암살 시도정도 밖에 못하지 않겠어?

실제로 나에 대한 암살시도가 3번 있었다. 두 번은 총 들고 내 앞으로 오려다가 제지당했고, 한 번은 저격당했다.

저격은 언제나 그렇듯 아딜이 나타나 막아줬다. 그래도 아직은 표적이 나에 국한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벤센의 조사에 의하면 이번 암살의 주재는 이슬람만이 아니었다. 기독교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신도를 몇 억 정도 빼앗겼는데 내가 싫어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리고 기독교는 수가 많은 만큼 소수의 이상한 인간도 많으니까. 그 중에는 실제로 손을 쓸 만큼 과격분자도 꽤 될 테니 나에 대한 암살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하지만 그 암살 시도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면 화날 거 같다. 특히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되어 고생하고 있는 유나. 내 딸이나 다름없는 아이인데 그 아이에게 암살을 시도한다면... 하지 마라. 정말 큰일 난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네!”

한 나라에 2~3일밖에 안 머무니 바쁘게 여러 곳에 돌아다녀야 하지만 식사 시간만큼은 여유 있게 잡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잖아. 아무리 급해도 쉴 땐 쉬어줘야지.

-동서쪽 하늘을 보세요.

유나와 같이 단상에서 내려가는데 갑자기 히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르아는 웬만하면 말을 잘 안하는데 무슨 일이지?

히르아의 말대로 동서쪽 하늘을 봤더니 기류가 심상치 않다.

-파뮴님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파뮴?”

-위대하신 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히르아가 위대하신 분이라고 할 존재는 신밖에 없다. 설마...

“지금 우리를 침략하는 저쪽 세계에서 파뮴을 믿는 종족이 있나요?”

-파르펨이 파뮴님을 믿습니다.

오하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진짜군.

“김해역! 이종족의 침입이다. 전투 준비해!”

“네!”“벤센은 브라질 당국에 경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왜 하필 여기지. 이곳엔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온 수만의 신도가 모여 있단 말이다. 당장 도망치라고 하고 싶지만, 수만에 달하는 사람이 패닉에 빠지면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신도들이 나를 주시했다.

“여기 온 신도들에게 교주로서 한 가지 부탁하겠습니다.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저를 믿어주십시오.”

나름 권위 있는 교주니까. 웬만하면 내 말을 들어주려 할 거다.

“오하넬. 절 하늘로 올려주세요.”

-네.

오하넬이 날 안아들고 날았다. 신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신도들이 무슨 상황이지 모르고 감탄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불행 중 다행일까. 기류가 이상한 지점은 신도가 모여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저기서 나오는 놈들은... 전부 저기서 죽인다. 그러면 되겠지.

오하넬에게 부탁해 그 기류와 신도들 사이에 내려섰다. 내가 부탁했음에도 몇몇 신도들이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장내 경비를 책임지던 성전사들이 막았다. 신도의 힘이 아무리 세졌다 해도 성전사에겐 아무래도 손색이 있지. 저들은 성전사의 벽을 넘어오지 못할 거다.

“아딜, 카일라, 빈예츠, 히르아. 전부 나오세요.”

-명을 받듭니다.

-사도님의 뜻대로.

“명을 내려주십시오.”

-키힉. 피를 볼 수 있겠네요.

히르아는... 괜히 불렀나. 모르겠다. 잘 해주겠지. 오하넬도 투명 상태를 해제해 모습을 보였다.

-수호자님이다!

-오오. 천사님들이야!

-내가 직접 천사님들을 보게 되다니!

수호자들에 대해선 이미 정식 공지를 했기에 공식 명칭이 수호자지만 대부분의 신도들은 천사라고 불렀다. 보통 오하넬, 아딜, 카일라만 모습을 드러내다보니 그 외모가 너무 뛰어나서 생긴 오해인 것 같다.

오늘 빈예츠와 히르아의 모습을 보면 천사라는 말은 안 나오려나?

“빈예츠, 카일라가 신도들을 지켜주세요.”

“알겠습니다.”

-사도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넓은 범위를 보호하기 위해선 이 둘이 적격이다.

“웬만하면 징그러운 능력은 쓰지 말고 해주세요. 물론 신도의 목숨이 최우선이기에 위급상황엔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됩니다.”

이 말은 둘에게 했지만 실은 카일라를 표적으로 한 말이다. 외모와는 달리 카일라는 시체와 악령을 이용하니까. 순수한 영혼을 다루는 빈예츠와 달리 그 외관이 끔찍하다.

“저 곳에서 적이 나오는 것입니까.”

옆에 도착한 해역이가 이제 슬슬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기류를 보며 물었다.

“맞아. 내가 맡을 테니 성전사들은 신도들을 지키는데 주력해.”

“저도 돕겠습니다.”

“마음은 알지만 지금은 신도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내 말대로 해.”

“... 알겠습니다.”

해역이가 요즘 반항기다. 꼭 두 번 말해야 한다니까.

성전사를 330명, 30조나 데리고 다닐 때는 너무 인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까 30조를 데리고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저들과 카일라, 빈예츠면 신도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겠지.

기류를 향해 걸어갔다. 최선을 다해 싸우자. 내 뒤로 이종족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말이야. 성전사들이 지키고 있긴 하지만 혹시 다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지직. 지지직.

손끝에서 보라색 전기를 뿜어냈다. 그락카르로서 싸우는 건 매일이지만 내가 직접 싸우는 건 이게 얼마만인지... 그래도 그락카르 덕분이 긴장되진 않는다. 전투를 좀 많이 했어야지.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류가 완전한 나선형을 갖추더니 그곳에서 카티쉬 전사가 뛰쳐나왔다. 그리고 뒤이어 쏟아지는 이종족 전사들. 익숙한 드워프, 엘프, 리자드맨이 보였고 처음 보는 거인도 있었다.

“가자!”

아딜, 오하넬, 히르아와 함께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

“나... 좀 강한가?”

정확히는 좀이 아니라 엄청 강한 거 같다. 내 앞에 쌓여있는 거의 3,000쯤 되는 이종족의 시체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

그냥 평범한 이종족 전사만 온 것이 아니라 축복을 받은 듯한 녀석들도 많았고 대족장급으로 보이는 녀석도 하나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 혼자 학살해버렸다. 그것도 쉽게. 상처를 몇 군데 입긴 했지만 살짝 베이거나 찔린 정도였고 그마저도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락카르 보고 있냐?”

왠지 자랑하고 싶어졌다.

< 177 대규모 침공 > 끝

ⓒ 냉장고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