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171화 (171/228)

< 171 디멘션 워 >

베스트는 또 시리아에 떨어지는 거다. 그쪽엔 지금 해역이가 이끄는 성전사가 55명 가 있으니까. 오크로 치면 해역이와 고위 성전사 5명은 족장급, 일반 성전사 50명은 대전사급. 그 정도면 100~200 넘어오는 것 정도는 가볍게 막을 거다.

아니면 아프리카의 정글, 사막이나 남미의 아마존 같은 오지에 떨어졌으면 얼마나 좋아. 아니면 북극이나 남극에 떨어져서 다 얼어 죽던가.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군요. 30분만 휴식시간을 갖겠습니다. 간단한 다과가 나올 예정이며 컴퓨터나 인터넷 이용은 옆방에 가시면 얼마든지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기자회견은 계속 해주셔야죠!”

“지금 제 기자회견보다 더 바쁜 일이 생긴 것 같은데요. 다들 가서 인터넷 확인 해보시죠. 그럼 30분 뒤에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벤센이 곧바로 따라왔다.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임시전당에 새로 지은 컨퍼런스룸.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빨리 숙소 근처에 있는 정보부 건물로 가야한다.

곧바로 바깥에 주차해있는 차량에 올라탔고 근처에 대기 중이던 기사가 급히 달려와 운전석에 탔다.

“숙소로 가주세요.”

***

그먼 제국 동북쪽에 위치한 수도인 마르린은 그먼 제국의 전신인 쟈만 제국이 대륙 통일을 이룬 후 건설한 도시로서 그 이후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마르린은 그먼 제국 내 가장 큰 강인 유셀강과 런강에 인접해 있어 배를 이용한 운송이 가능하고 포란 왕국 국경에 인접해 있다. 그리하여 후방 여러 국가에서 모아 최전방 국가인 포란 왕국으로 보내는 물자와 병력이 마지막으로 집결하는 곳이기도 했다.

수많은 물자와 사람이 몰리기에 자연스럽게 운송업, 공업, 상업이 발달하였고, 그들을 지키기 위한 용병업도 발전하였으며, 그 모든 걸 통제하기 위한 군사력도 갖췄다.

모든 것이 대륙 최고인 도시. 마르린은 결국 50년 전, 대륙 제1도시라는 명예로운 호칭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 마르린에서 치열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린 몰란께 간다! 몰란의 품으로!”

“몰란의 품으로!”

“몰란의 품으로!”

콰콰콰쾅!

페가수스 나이트 셋이 거대 괴물에게 달려들어 자폭했다.

“허허. 괜찮은 교환이군.”

2차 성벽 위에서 1차 성벽의 전투를 관전하던 그먼 제국의 황제 블라즈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본적으로 거대 괴물은 개체에 따라 홀로 500~1,000의 병사를 상대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괴물. 그런 괴물을 페가수스 나이트 셋으로 막았다면 훌륭한 성과였다.

“포란 왕국의 페가수스 나이트던가?”

“그렇습니다. 폐하.”

포란 왕국이 무너지긴 했지만 모든 이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분명 있었으며 그들은 그먼 제국으로 와 ‘죽지 않는 자’의 군세와 목숨을 바쳐가며 싸우고 있었다.

“훌륭한 희생이었다. 몰란께서 기뻐하실 거야. 몰란의 벽에 이름을 적도록.”

“몰란께 간 그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몰란의 벽은 마르린의 3차 성벽을 말함이다. 블라즈는 매년 몰란의 신도답게 위대한 희생을 한 자 열 명의 이름을 성벽에 새기는 데 그곳에 이름이 적히면 적힌 자의 가문, 혹은 가족은 제국 내에서 신분에 맞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득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예도 함께 주어지는데, 가문은 위대한 희생을 한 자를 배출한 가문으로서 다른 자들의 존경을 받으며, 이름이 적힌 자는 가문의 위대한 조상으로 기록 된다.

“흠... 이번에도 1차 성벽에서 무난하게 막아내겠군.”

“몰란의 아들이신 위대한 폐하께서 이곳을 지키는 한 악신의 주구들은 감히 성벽을 절대 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증거로 6개월간 4차례에 걸친 대규모 침공을 받았음에도 1차 성벽도 넘지 못했지 않습니까.”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그먼 제국을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시작한 것은 약 반년 전의 일이다. 그 동안 네 번의 대규모 침공이 있었지만 제국은 단 한 번도 마르린의 성벽을 적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아니야. 다음번은 쉽지 않겠어. 잘하면 1차 성벽이 뚫릴 것 같군. 잘 보게. 저들의 군세가 더 늘어났지 않나.”

블라즈의 말대로 ‘죽지 않는 자’의 군세는 매번 침략해올 때마다 수가 늘어 있었다.

“이번엔 시체를 아예 못 가져가게 해야겠어.”

블라즈는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늘어나는 이유로 시체를 꼽았다. 확실히 ‘죽지 않는 자’의 군세는 매번 전투가 끝나고 꼼꼼히 전장에 쓰러진 시체들을 가지고 돌아갔다.

1차, 2차 전투 때는 승리의 기쁨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고, 3차에선 어느 정도 신경 쓰긴 했지만 이미 지친 1차 성벽의 병력들로는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시체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2차 성벽 대기자들에게 전투를 준비하라 이르게.”

“그들에게 추격을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겠지. 적의 전력이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견제하는 것 또한 방어의 일환이니까. 이렇게 하면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겠지.”

“버티다니요. 폐하께서 계시는 이상 이 전투는 반드시 승리로 향할 것입니다.”

아첨하는 신하의 말을 무시하고 블라즈는 약 1년 전 있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신들의 입김으로 인해 다시 뭉친 반비텔연합, 연합의 수장 역할을 다시 하게 된 드워프 토린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력을 기울여 악신의 목장을 파괴할 생각이네. 그 때까지 몰란 측이 홀로 아베네고를 감당해줘야겠어.

그 말을 들은 블라즈는,

-나는 ‘보호의’ 블라즈다. 공격이라면 힘들겠지만 방어는 우리의 특기다. 시간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걱정하지마라.

라고 호언장담했다.

공성전은 야전과 다르게 한 번에 싸울 수 있는 병력의 수가 성벽의 크기로 결정된다.

마르린의 성벽은 1차에서 3차로 갈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즉, 한 번에 싸울 수 있는 병력의 수가 줄어든다는 뜻. 그렇기에 가장 큰 1차 성벽에는 대체로 실력이 떨어지는 병사들로 숫자를 채우고, 2차 성벽에는 그보다 나은 자들로, 3차 성벽에는 최정예 병력으로 가득 채운다.

갈수록 공격 측이 한 번에 공격에 투입할 수 있는 수를 줄이고, 이쪽 방어병력의 질을 올릴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성벽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함락은 더욱 힘들게 된다. 그래서 아직 2차 성벽과 3차 성벽에는 꽤 많은 수의 실력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1차 성벽에서 수많은 일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지만... 블라즈는 그러한 병사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전투에서 희생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에게는 병사들의 목숨보다 시간이 더 중요했다.

오히려 일반 병사들이 자신들이 목숨을 바쳐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몰란께서 보고 계신다!”

“몰란을 위하여!”

실제로도 인간들은 용감한 편이다. 몰란이 강조하는 덕목이 희생이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남을 지키는 전쟁은 그 덕목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무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적을 붙잡고 성벽 밖으로 몸을 던진다거나, 자신의 몸을 방패로 뒤의 형제에게 공격 기회를 주는 등의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았었다.

이게 바로 황제 블라즈의 무서움이었다.

-----------

-고양(2단계) : 몰란의 사도만이 쓸 수 있는 스킬. 스킬의 범위 내에 있는 신도들의 신앙심을 일시적으로 높인다. 활성화하는 동안 교단 기여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소모한다.

현재 범위 : 5,000

-----------

신앙심을 높이고, ‘몰란의 벽’등의 장치를 이용해 그 신앙심을 자극하는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자살공격을 서슴지 않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가 탄생했다.

죽음을 도외시한 공격을 하는 병사들은 원래 실력보다 2~3배의 활약을 하게 되었고 그 무섭고 강력한 ‘죽지 않는 자’의 군세도 성벽을 넘지 못했다.

“물러갑니다.”

또 다시 마르린이 승리했다.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전장의 시체를 챙기며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추격대 출격하라.”

미리 준비시켜두었던 2차 성벽 대기자들이 성벽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시체를 가져가려는 자와 시체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자의 2차전이 시작됐다.

***

“대단하군. 또 막았어. 인간 따위가 저 정도로 해낼 줄이야.”

미리 지정해둔 장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킬을 이용해 인간과 ‘죽지 않는 자’의 싸움을 지켜보던 반비텔연합의 수장 중 하나인 엘프 락노르가 오만한 성격인 그에게 드물게 다른 종족에 대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하지만 미쳤어. 저렇게 많이 죽어서야 몇 번 지나지 않아 뚫릴 거다.”

바로 혹평을 했다. 그런 말을 할만 했다. 그가 보고 있는 전경만 해도 수만에 달하는 인간의 시체가 널려 있었으니까.

“끼라락. 뭘 모르는군. 락노르. 인간의 땅이 얼마나 넓으며 인간의 수는 얼마나 많은지 잊었나? 저 정도 수는 한두 달이면 원상복구 될 것이다.”

리자드맨 에프랏이 락노르의 말에 반박했다. 그의 말도 맞았다. 서쪽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개체수로만 따지면 전 종족 중 최고다. 몰란이 이미 사도위에 오른 인간들에게 힘을 합쳐 ‘죽지 않는 자’를 막으라고 이야기했을 터. 모든 제국, 왕국에서 그먼 제국으로 병력을 보낼 것이고 수만의 병사는 금세 다시 채워질 것이다.

“역시 멍청하구나. 에프랏.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무한하지는 않다. 반면 아베네고의 군세는 시체가 있는 한 무한하지. 결국 인간은 뚫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히 벌어주겠지. 내가 보기엔 최소한 10년은 더 아베네고를 막아줄 것이다.”

“인간을 과신하지 마라. 에프랏. 5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끼락. 넌 너희 종족이 아닌 다른 종족을 너무 무시하는 게 흠이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락노르와 에프랏의 말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할 때,

“그만하지. 신의 뜻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만이라도 싸움을 멈춰라. 우린 할 일이 많으니까.”

토린의 한 마디에 진압되었다. 지난 1년간 토린은 연합을 이끌며 리더의 자리를 확고히 했기에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방금 2차 정찰대를 보냈다. 그리고 역시나 연락이 끊겼지.”

이미 1차 정찰대를 보내면서 연락이 완전히 끊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번엔 통신관련 스킬을 갖고 있는 자와 특별히 제작한 통신 도구를 들려 보냈는데도 그것들 모두가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저쪽 세계에 가게 되면 이쪽 세계와는 완전히 연결이 끊긴다는 이야기다. 이제 정찰대를 보내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그르.. 그러면 다음은 드디어 본격적인 공격인가?”

카티쉬 대표 치아야가 물었다.

“그렇다. 다음은 우리 다섯 종족의 전투부대를 본격적으로 투입할 거다.”

***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대륙 중앙부에 흩어져 각 종족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대족장들이 일제히 ‘집결의 외침’을 사용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동족들을 끌어 모았으며 각각 3~5만에 달하는 전사가 모였을 때, 남쪽을 향해 떠났다.

그들의 신인 ‘카록’의 명령대로 진정한 대족장을 뽑기 위한 싸움을 하기 위해.

***

대륙의 서쪽에서는 인간 vs ‘죽지 않는 자’의 전투가 한창이었고, 차원을 넘어선 지구 vs 반비텔연합의 전투가 시작되었으며, 대륙의 남쪽에서는 모든 오크를 다스릴 단 하나의 지도자를 뽑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두 차원의 모든 세력이 세 개의 전장으로 나뉘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인 차원 전쟁을 시작했다.

< 171 디멘션 워 > 끝

ⓒ 냉장고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