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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69화 (169/228)

< 169화 사라지는 경계 >

헬기 두 대와 차량 일곱 대.

설마 공격용 헬기는 아니겠지. 그건 웬만한 국가에서도 구하기 힘든 무기니까. 물론 공격용 헬기가 아니어도 헬기는 까다로운 적이다. 기관총정도는 달려 있을 테니까.

경매참가자 한 명당 두 명의 동행을 허락했기에 한 팀당 세 명, 우린 두 팀이니 여기에 온 성전사는 여섯 명이다.

그 외의 다른 낙찰자들은 둘을 낙찰 받은 자 하나에 하나씩 낙찰 받은 자 둘, 그렇게 해서 아홉 명. IS는 우릴 여기로 안내한 자들 11명, 여기에 있던 자들 14명 합쳐서 25명.

벤센과 성전사들이 도착하는 걸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냥 일을 진행해야겠다.

“적의 수는 총 34명입니다.”

성전사들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성전사들은 살짝 고개를 숙인채 내 말에 집중할 뿐 놀라진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낙찰자들, IS 모두가 총을 꺼내 날 겨눴다. 성전사들이 몸을 움직여 저들과 나 사이에 섰다.

“아딜. 앞장서세요.”

-명에 따릅니다.

거대한 양손검을 든 아딜이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낙찰자 일행 사이에는 비텔교 신도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신도라고 해도 노예에 관련된 일은 용서할 수 없다. 비텔님께서 강조하는 단 하나의 가치가 자유다. 그렇기에 항상 내가 설교로 강조하는 것도 자유다.

나는 매주 이런 말을 반복한다.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마라. 자신의 자유를 위해 다란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지 마라. 나를 생각하듯 다른 사람을 생각해 배려해라.

내 설교는 듣지 않을 수 없는 거니 반드시 들을 텐데 그걸 듣고도 이런 노예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비텔님께서 분노했다! 그리고 내가 분노했다!”

“신도 중 비텔교의 최우선 가치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 있다!”

“그 자들을 비텔님은 물론이고 나 또한 용서치 않으리니!”“노예거래에 가담한 모든 자! 파문이다!”

-스킬 ‘교주의 명령 – 파문’의 ‘대상’을 노예거래에 가담한 모든 자로 지정합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7,520이 차감됩니다.

한 명 파문하는데 10포인트가 필요하다. 즉, 비텔교 신도 중 752명이 노예거래에 가담했다는 뜻. 많이도 가담했구나.

낙찰자 아홉 명 중 일곱 명이 비텔교 신도였는데 그 중 다섯 명의 영혼에서 보라색 빛이 사라졌다. 다섯 명이 갑자기 드는 탈력감에 당황했다. 그런데 나머지 둘은 뭐지.

그 둘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 쪽 두 분이 여기에 오게 된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뭔가 이유가 있으니 파문이 안 된 것 일터다.

“교주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저..전 CIA 요원입니다. 현재 잠입 임무 중이며 IS와 연결된 조직의 증거를 잡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먼저 둘을 낙찰 받은 자들 사이에 있던 자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이미 내가 육성으로 말함과 동시에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체험했으니 내가 교주인 것을 모를 수가 없지.

그런데 그냥 당황한 건 아니고 나를 외경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CIA요원이면...

“비텔님의 목소리를 들은 적 있나요?”

“물론입니다! 운 좋게도 비텔님의 목소리를 두 번이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진실한’ 신도였군.

“제 뒤로 오세요. 그쪽 분은?”

“시발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너희들 죽고 싶어?! 당장 엎드려!”

두 번째 남자의 사연을 들으려 했는데 IS 대원 중 하나가 소리치며 총을 흔들어댔다. 어쩔 수 없지. 사연은 나중에 듣자. 비텔님께서 주신 스킬은 완벽하다. 저 남자가 파문에서 제외된 것은 그럴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쪽분도 이리로 오세요.”

“이 새끼가!”

타타탕!

IS대원이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내 앞을 막아선 아딜에 의해 총알은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저들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원을 구속하세요. 총을 든 자는 죽여도 괜찮습니다.”

-명을 따릅니다.

네!

아딜이 달려들고 성전사들이 권총을 꺼내들었다.

탕! 타탕! 타타탕!

여섯 성전사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크윽.”

“윽.”

“끄으.”

정확하고 빠르다.

순식간에 열이 넘는 총을 겨누고 있던 자들이 팔, 다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대부분이 총을 겨누고 쏘기 직전 성전사의 총에 맞아 쓰러졌고, 총을 겨누고 쏘려고 한 자들도,

“사라졌어!”

“어디로 간 거야!”

“그냥 갈겨!”

성전사를 찾지 못해 허공에 총을 난사했다. 난사하는 총알에 맞는 성전사는 없었다.

아딜을 부를 필요도 없었으려나.

비텔교의 전투기술과 현대 무기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상성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할까. 비텔교 전투기술과 현대 무기의 결합은 엄청난 대인 전투기술을 탄생시켰다.

비텔교 전투기술은 속도와 은신을 중요시한다. 내가 본 오크와 리자드맨, 몰란의 전투기술과 비교하면 파괴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 파괴력은 지구의 무기가 훌륭하게 채워줬다. 빠른 속도로 총을 겨눌 수 있게 해주고, 적이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몸을 숨길 수도 있다.

총이 안 통하는 적을 상대로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인간 중에 총알이 안 통하는 자는 없지. 김해역과 함께 연구해 이 전투기술을 만들어낸 전투요원들이 이만큼 완벽한 대인전투기술은 없을 거라고 장담을 했다지.

이쪽은 곧 정리 될 거고, 문제는 저쪽이군.

-죽여도 되는 거라면 절 불러주세요.

수호자 중 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거친 광기가 담겨 있는 목소리, 다섯 번째로 불러낸 수호자, 와이트 퀸 히르아의 목소리다.

그렇지 않아도 히르아를 생각하고 있었다. 히르아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지 오래 됐으니까. 그리고 지금처럼 철저한 파괴가 필요할 때는 히르아가 제격이다.

“그럼 부탁합니다. 히르아.”

-키힉. 감사해요.

히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하넬이 빈예츠와 히르아를 늦게 부르라고 했던 건 겉모습이 외부활동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히르아는 오하넬의 평에 딱 걸맞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이라.

히르아는 미이라였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잔뜩 걸친 괴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옷과 장식은 화려하지만 미이라답게 얼굴은 바짝 말라 있다. 사람들이 가진 전형적인 이미지처럼 고대 옷과 장신구라도 걸쳤으면 덜 위화감을 느낄 텐데. 최신 패션의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있으니 더 괴기했다.

저런 모습이면 확실히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활동을 하기는 힘들지.

-그럼.. 다녀올게요.

히르아가 북쪽으로 떠났다.

위치를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녀라면 이미 적을 감지했을 것이다. 그녀의 감지능력은 수호자 중에서 최고니까.

***

-키힉. 전부 죽여도 되겠지?

히르아가 뒷짐을 진채 꼿꼿이 서서 혼잣말을 했다. 그녀가 지나온 땅은 1m정도의 폭으로 모랫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녀의 이동방법은 특수하다. 히르아가 꼿꼿이 서 있기만 하면 그녀가 디딘 바닥이 모래로 바뀌어 파도를 타는 서핑보드처럼 움직여 그녀를 태우고 움직인다.

저것도 한상이 히르아를 부르기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주변을 전부 모래로 만들어버리니 뒷수습이 힘들다.

-보인다.

그녀의 눈에 헬기 두 대와 차량 일곱 대가 보였다. 하지만 아직 한참 먼 거리에 있었다. 그녀의 눈이 좋아 일찍 발견한 것일 뿐이다.

히르아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히르아는 적에게 점점 가까워졌고 잠시 후,

투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에서 히르아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히르아가 누군지 알 리 없는데도 사격을 가하는 것을 보면 보이는 자 모두를 죽이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신기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자가 이렇게 먼 거리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니.

퍽. 퍼퍽.

총알 몇 발이 히르아의 몸에 박혀 들었지만 히르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뒷짐조차 풀지 않고 이동을 계속했다.

스릉.

히르아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세 개의 검 중, 날 길이 50cm정도 되는 한손 검을 꺼내들었다. 파란색과 녹색이 섞인 청동 특유의 질감을 가진 검이었다.

잔뜩 부식되어 툭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이 생겼지만 히르아가 이천 년간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수천 년을 사용해도 끄떡없을 갈증이란 이름을 가진 명검으로 히르아가 주로 사용하는 세 개의 검 중 가장 아끼는 검이다.

-키힉. 오랜만이네. 피를 보는 건 말이야.

그녀가 즐거워하며 웃으며 혼잣말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말라붙어 어떤 표정도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그녀의 얼굴이 가면이고 그 가면 속에서 다른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그 모습은 상당히 괴기했다.

타타타타타탕! 투두두두두두두둑!

차량에 타고 있는 자들도 사격하기 시작했다.

퍼벅. 퍼버버버벅.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히르아의 몸에 박혀드는 총알의 수가 많아졌다. 그녀의 옷에 구멍이 뚫리고 장신구가 부서졌다.

-이런... 돌아가면 사도님께 새로운 옷과 보석을 사달라고 해야겠어.

총알 수십 발이 박혔음에도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몸이 아닌 옷과 장신구였다.

둘은 점점 더 가까워졌고 둘 사이의 거리가 약 30m정도가 되었을 때, 히르아가 제자리에 멈춰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러자,

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일대의 바닥이 모래로 바뀌어 거대한 검의 모습을 하고 공중에 떠올랐다. 히르아가 그대로 검을 내리쳤고, 동시에 거대한 모래 검도 내리쳐졌다.

과각! 쾅!

헬기 두 대가 동시에 잘려 터져나갔다. 히르아는 검을 파리 잡든 허공에 대충 휘둘렀고 그 때마다 모래 검이 휘둘러져 차량을 부숴나갔다.

순식간에 헬기 두 대와 차량 일곱 대가 박살났다. 히르아는 모래 검을 없애고,

-살아 있어아. 살아 있어라. 살아 있어라.

마치 주문 외우듯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헬기와 차량의 잔해에 접근했고,

-키힉. 살아 있네?

살아 있는 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왼손으로 생존자의 목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끅. 끄윽.”

생존자가 기식이 엄엄한 상태에서도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생존자를 머리 바로 위로 들어 올린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목에 검을 찔렀다가 뺐다.

촤아아아악!

동맥을 건드렸는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히르아를 적셨다.

-키힉. 키히힉.

피 범벅이 된 히르아가 쾌락이라도 느끼는지 몸을 가늘게 떨며 기분 좋게 웃었다. 곧 생존자는 모든 피를 뿜어내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그 행동을 반복했다.

생존자를 찾아내고 목을 찔러 피를 뒤집어쓰고, 찾고, 피를 맞고...

“키히힉. 피는 최고야.”

다섯 명 째 피를 뒤집어썼을 때, 히르아는 육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말라붙었던 그녀의 피부도 생기를 되찾았다. 어느 새 미이라는 사라지고 갈색 피부를 가진 고혹적인 미녀가 거기 있었다.

< 169화 사라지는 경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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