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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59화 (159/228)

< 159 비텔교의 힘 >

성전사와 수호자는 신도림 폭탄테러를 저지른 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한국을 나서 외국으로 갔다. 비록 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응징을 위해 떠나는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남들이 알아선 안 됐다.

성전사는 비공인집단이었으니까.

과거라면 몰라도 현대에서 종교집단이 무력을 갖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성전사단체 ‘비텔의 방패’는 알려진 비밀이 되었다.

규모가 크기에 존재한다는 것은 외부에 알려졌지만 활동은 하지 않는 단체, 당연하게도 테러단체에 대한 공격은 물론 어떤 활동을 하든 모든 게 불법이다.

완벽한 이동을 위해 주느드 알파티헌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이동은 벤센이 직접 책임졌고, 한상의 저격을 위해 용병을 파견한 용병회사 ‘벨럼’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의 이동은 벤센 밑에 있다가 고위 성전사가 된 레이먼이 이끌었다.

카일라와 레이먼 그리고 레이먼의 밑에 있는 성전사 10명. 이렇게 12명이 원래 이번 여정의 정원이었다. 그런데 이 여정에 불청객 한 명이 추가 되었다.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카일라님.”

지금 카일라에게 고개 숙여 부탁하고 있는 김해역이다.

‘그냥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싶어서 따라왔다더니.’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오던 중 레이먼이 다섯 번도 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라고 물었다. 경비행기에서 2번, 화물선에서 1번, 고무보트에서 1번, 지프를 타고 국경을 넘으며 1번.

그때마다 김해역은 ‘제가 맡은 자리에 비해 경험이 적습니다. 직접 하지는 못해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쌓고 싶어 왔습니다.’라고 했다.

교주님께 허락 받았나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교단에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김해역이 항상 곁에 있었기에 그의 말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말을 내뱉을 수 없어 확인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저런다. 분명 교주님께 허락받았다는 말도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알았으면 교주님께 무조건 연락 드렸을 텐데.’

그랬으면 김해역은 중간에 돌아가게 됐을 거다.

신도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은 일에는 성전사나 요원 대신 수호자를 투입하는 한상이다. 성전사와 요원들 사이에선 한상이 자신들을 과보호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과보호기에 별말하지 않고 있다.

그 보호 대상에는 김해역도 포함되어있다. 아니 다른 이들보다 더한 과보호를 받고 있었다. 무력단체인 ‘비텔의 방패’의 수장 위치에 있음에도 예전 유나가 납치당했을 때 이후로 작전에 나선 적이 없을 정도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경비행기, 화물선, 고무보트, 지프차에는 있었던 위성전화가 지금은 없다는 거다. 국경을 넘어오면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웬만한 장비는 국경 근처 땅에 묻어두고 왔다. 2~3시간이면 다시 위성전화를 구하겠지만...

‘노렸군. 교주님께 연락 못하게 말이야.’

실은 기도만 해도 한상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지만 한상은 자신이 기도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레이먼도 모르고 김해역도 모른다. 김해역은 레이먼의 생각대로 이 시간을 노렸다. 한상에게 레이먼이 보고할 수 없는 시간. 그때 카일라에게 허락을 받아낸다면 레이먼이 한상에게 보고하기 전에 벨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제가 그들에게 천벌을 내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카일라가 대답 없이 바라보기만 하자 김해역이 재차 고개 숙이며 부탁했다.

“안 됩니다.”

레이먼이 나섰다. 그는 고위 성전사, 김해역은 성전사장. 김해역이 그의 상사이긴 하지만 김해역보다는 교주인 한상이 우선이다. 한상에게서 카일라에게 맡기라는 명령을 받았다.

김해역은 성전사장으로서 충분한 무력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경험이 없다. 그런데 첫 경험부터 스페셜리스트가 즐비한 용병회사의 공격을 맡긴다? 아무리 강해도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다. 여기엔 한상도 없기에 다치면 살려줄 수도 없다.

한상이 김해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 레이먼이다. 그리고 김해역을 아끼는 것은 한상만이 아니라 레이먼도 마찬가지다. 무려 비텔에게 직접 축복을 받은 비텔의 아들이니까. 레이먼만이 아니라 모든 비텔교 신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가 김해역이다.

그런 존재를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없다고 레이먼은 생각했다.

“교주님께선 수호자님께 이일을 맡기셨습니다. 성전사장님께서 나서실 자리가 아닙니다.”

레이먼이 카일라를 보며 강하게 이야기했다. 김해역에게 하는 말 같지만 실상은 카일라에게 한 말이다. 한상이 당신에게 일을 시켰으니 직접 처리하라는 압박이다.

“할 수 있겠습니까? 상대는 전쟁의 달인이라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일라의 입에선 레이먼의 바람과 달리 긍정적인 대답이 흘러나왔다. 레이먼에 놀라며 카일라를 부르려고 입을 열었다.

“수호...”

레이먼의 입에서 수호자라는 단어가 나오다 말았다. 레이먼이 당황했다. 분명 자신은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어떤 소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카일라의 짓이었다. 레이먼도 바로 카일라가 자신에게 뭔가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체념하고 입을 다물었다. 카일라가 이 정도까지 한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신 있습니다.”

김해역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해역의 대답을 들은 카일라가 잠시 고민했다. 그녀는 김해역에 대해 잘 알았다. 꽤 강하다는 것과 1년 전 싸움에서 이 세계의 무기인 총에 맞고 죽을 뻔했다는 것까지.

한상을 생각하면 김해역에게 맡겨선 안 된다. 한상이 김해역을 얼마나 아끼는지 그녀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두면 영원히 성장하지 못하겠지. 그리고 결국엔 사도님의 발목을 잡을 거다.’

아무리 강해도 실전 경험이 없는 강함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문제가 한상과 관련되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해역은 항상 한상과 함께 있으니까.

‘저자가 강해지는 것이 사도님을 지키는데 도움될 거야. 죽으면... 죽는 거고 말이야.’

죽어도 상관없다. 차라리 죽어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카일라 입장에선 한상을 지키는데 있어서 변수가 하나 사라지는 거니까.

한상이 슬퍼하겠지만 카일라는 그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지켜야 할 건 한상의 마음이 아니라 한상의 생명이니까.

“그럼 하세요.”

카일라의 허락이 떨어졌다.

***

사설용병회사는 세계에 수백 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반 이상이 미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다시 남은 반 중 반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위치해있다.

용병회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첩보, 전투, 수송, 전략입안, 훈련지도 등 전쟁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상품화하여 판매한다.

벨럼의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 아니, 작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용병계에서 벨럼이 가지는 입지는 작지 않다.

소수정예. 그 말이 벨럼처럼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벨럼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전문가들은 세계 각지의 전장에 파견되어 중요한 상황에 투입된다.

많은 수의 인력보다 고급인력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벨럼이 그런 곳이었다.

벨럼의 본부는 케이프타운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땅값도 적당히 싸고, 시내로의 접근도 편하며, 총기연습을 위해 소음이 일어나도 괜찮은 곳으로서 용병회사가 위치하기엔 입지가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다.

“흠...”

벨럼의 본부 깊숙한 곳, 가장 안전하게 조치가 취해져있는 곳에 있는 사무실에서 벨럼의 사장인 듀리오가 고민에 빠져있었다.

고민의 대상은 이번에 한국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사라진 저격수 피코였다. 나름 정보망을 가동해 피코를 수소문해봤지만 한국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으면 이쪽과의 연락을 끊을 리 없고 한국 정부에 잡혔다면 무조건 흔적이 남는다. 이렇게 완벽하게 사라진 것을 보면 비공식 단체에 잡힌 것이 분명했다.

듀리오는 피코를 잡은 범인으로 탈레반과 비텔교를 의심하고 있었다.

탈레반은 임무실패에 대한 보복으로, 비텔교는 당연히 자기들 교주를 저격하려고 했으니까. 뭐가됐든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텔교에 잡혔을 경우가 문제가 더 크다.

“피코는 입이 무거우니까. 비텔교에 잡혔어도 우리와의 연결을 밝히진 않겠지만... 당분간 비텔교 관련 일은 전부 거절해야겠군.”

피코는 벨럼의 정식 직원이 아니다. 프리랜서 용병인데 실력이 좋고 입이 무거워 정식으로 진행할 수 없는 암살의뢰가 들어올 때 자주 이용했다.

“아냐. 알아보고 탈레반이 변심한 게 아니라 비텔교에 잡힌 거라면 한 번 더 시도해봐?”

그냥 포기하기엔 탈레반에서 제시한 보수가 너무 달콤했다. ‘유전 지분’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탈레반이 관리하는 유전의 지분 10%를 약속받았다. 적어도 매년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유전이다.

테러단체가 채굴하는 불법 유전이기에 당연히 세금도 없고, 정부에 수익 신고도 할 필요 없는 것이다. 즉, 이번 일만 성공하면 듀리오는 매년 수백만 달러의 비자금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신고 안 된 비자금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불법무기 구입이라든가 밀매라든가.

“그래야겠군. 한 번 알아봐야겠어.”

덜컹.

그때 사무실문이 벌컥 열렸다.

“뭐지? 내가 문을 잘 안 닫았었나?”

누군가 문을 연거라면 호통 칠 생각이었는데 활짝 열린 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문을 제대로 안 닫은 거겠지.’

듀리오는 벨럼의 사장이다. 직함은 사장이지만 스스로는 장군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벨럼의 직원들에게는 장군이라 불리고 있으며 군기도 확실히 잡혀 있었다. 그러니 벨럼 내부에서 그의 문을 노크도 하지 않고 여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듀리오가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목에서 서늘한 뭔가가 느껴졌다. 듀리오가 우뚝 멈춰 섰다.

주르륵.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멈추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단검이 생채기를 내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목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듀리오. 맞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기척도 느껴졌다.

‘어떻게?!’

분명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에 단검을 들이대면서 사람이 나타났다.

‘방금 문 열렸을 때 들어온 건가? 그런데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아무리 몸이 빨라도 자신이 고개를 드는 것보다 빠르진 못할 것이다. 분명 문이 열리자마자 고개를 들어 문을 살폈다.

“대답이 없군.”

“윽. 맞다.”

단검에 힘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목을 파고 들것 같아 급히 대답했다.

‘일단 시간을 끌자. 문이 열려있으니까 누군가는 볼 거야. 여긴 요새다. 발견만 되면.’

푹.

“끅.”

빠르게 굴러가던 듀리오의 머리가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침입자가 단검을 그의 목에 박아버린 것이다. 단검은 충분히 듀리오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목에 박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툭.

듀리오의 머리가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교주님은 감히 너 따위가 노릴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침입자는 김해역이었다.

‘남은 목표는 셋.’

비텔교 정보부가 각국의 정보를 받아 분석한 결과 한상 암살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 네 명을 꼽았다.

그들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평범한 용병이었다. 상사가 썩은 사람이라고 그들까지 죽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 벨럼 응징 작전의 목표물은 그 네 명이었다.

‘다음 목표의 위치는 왼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건물의 2층.’

잠입하기 전에 외운 목표물의 위치를 상기한 후 듀리오의 사무실을 나섰다. 이미 그의 몸은 남에게 보이지 않게 된 상태였다.

그의 은신은 불완전한 다른 성전사와 달리 그보다 능력이 부족한 전부를 속이는 게 가능하니까. 원래도 꽤 괜찮았는데 한상에게 세 번의 축복을 받으면서 한층 더 강화되었다.

물론 카메라에게서 숨을 순 없기에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해가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도 두 번째 목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에단. 맞나?”

목에 단검을 겨눠 이름을 확인한 후 듀리오와 마찬가지로 목을 잘라줬다.

김해역의 손속엔 망설임이 없었다. 이 세계에서는 첫 살인이지만 성전사가 되기 전 꿈속에서 매일 전투를 겪었으며 인간과 유사인류 수백을 죽인 경험이 있다. 어떻게 보면 한상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락카르로서 죽인 경험을 제외한다면 단연 그가 최고였다.

김해역은 거침없이 움직여 세 번째, 네 번째 목표까지 죽였다. 그리고 유유히 벨럼 본부 밖으로 사라졌다.

< 159 비텔교의 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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