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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58화 (158/228)

< 158 비텔교의 힘 >

“받으시죠.”

심부름꾼이 말했다. 데니스가 순순히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단축번호 1번입니다.”

잠깐 망설이다가 데니스가 1번을 꾹 눌렀다. 익숙한 번호가 보였다.

“이건...”

“동생분이 샌프란시스코에 계시더군요.”

“지금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겁니까.”

“아뇨. 협박이라뇨. 우린 그저 동생분과 동업을 할까 해서 찾아간 겁니다. 동생분이 운영하는 피자가게가 맛이 좋기로 소문났더군요. 아. 물론 일이 잘 풀렸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뭐 상상에 맡기죠.”

-누구시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나다. 얀타오.”

-아. 데니스? 웬일이야. 나 지금 손님을 만나고 있는 중인데 이따 전화해도 될까?

“지금 만나는 사람들.”

데니스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경호원이 그 전에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동생 분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뭘 원하는 겁니까.”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제가 모시는 분께서 비텔교의 열성신도신데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 교주님께서 방문해주셨으면 한다고요. 물론 필요 경비는 전부 이쪽에서 댈 것이며 소정의 사례금... 아니 헌금이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헌금도 할 겁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쪽은 부탁할 때 인질을 잡는 모양이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며칠 조사해보니 저희와 비슷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자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성공한 이가 없더군요. 저희는 그들과 달리 실패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방식대로 준비를 좀 해봤습니다.”

“제가 분명 안 된다고 말했잖습니까. 그리고 교주님의 능력은 외상에만 효과가 있지 질병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건 저희가 판단하겠습니다.”

“하...”

“한숨. 세 번째군요. 약간의 처벌이 필요할 거 같네요.”

심부름꾼이 손을 까딱였고 경호원이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건넸다. 심부름꾼은 스피커폰을 킨 채 탁자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드미트리입니다.

“귀를 잘라.”

-네.

“그리고 여기 신사분이 볼 수 있게 영상을 찍어서 보내.”

-알겠습니다.

“제 동생의 귀를 자르겠다고 협박하는 겁니까?”

“훗. 협박? 협박은 아닙니다. 전 말만 하지 않거든요.”

“하... 최악이군. 근래에 보지 못했던 악질이야.”

데니스를 찾아오는 인간들은 대부분 진상이지만 이번에 만난 자들은 진상 중에서도 최고의 진상이었다. 대부분은 말로만 협박하고 돌아간다. 실행으로 옮겨 폭력을 쓰는 자는 극소수인데 그들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네 번째... 엄지손가락도 잘라라.”

-....

심부름꾼이 데니스의 한숨을 보고는 화나서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지금껏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던 심부름꾼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대답 안 해!”

그의 목소리가 사무실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소리 지를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데니스를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질렀다. 그는 이제 폰 너머에서 겁먹거나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가 들려오면 데니스가 자신에게 겁을 먹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다. 이번엔 진짜 열 받은 심부름꾼이 다시 소리치려고 할 때.

“아까 그 스마트폰 좀 다시 주시겠어요?”

데니스가 경호원에게 말을 걸어 소리 지를 타이밍을 끊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경호원이 심부름꾼을 바라봤고, 잠깐 고민하던 심부름꾼이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스마트폰을 받은 데니스는 아까 심부름꾼이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심부름꾼이 볼 수 있도록 단축번호 1을 누르고 스피커폰을 킨 채 탁자에 내려놨다.

-데니스.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심부름꾼이 겉으로 표 내진 않았지만 꽤 놀랐다. 상황이 이상했다. 저자가 전화를 받아선 안 된다. 지금쯤 그의 조직원들에게 귀가 잘리고 손가락이 잘리고 있어야 하니까.

“어떻게 됐냐.”

-갑자기 덤비기에 전부 재워뒀다. 어떻게 할까.

“경찰에 넘겨.”

-남은 놈들은?

“놔둬. 이쪽에서 해결할 테니까.”

“이...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거야! 이 새끼들아! 대답 안 해!”

지금껏 신사처럼 행동하던 심부름꾼의 평정이 완전히 깨졌다. 그가 계속해서 스마트폰에 소리쳐 부하들을 불렀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에 제 가족을 인질로 잡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주님덕분에 전부 구출해내긴 했지만 아찔했었죠.”

데니스를 찾아오는 자들은 지금 만나는 자들처럼 어둠 속에서 일하는 자들도 많았다. 그들이 좋아하는 협박 방법 중 하나가 인질이었다.

첫 인질 사건이 터진 후 대책이 마련되었다. 비텔교 정보부 미국 지부 중 하나를 데니스의 가족 기업으로 위장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 지부의 본부는 피자가게가 되었고, 데니스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중국계 미국인인 얀타오가 책임자가 됐다.

“그 때 교주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든 비텔교 신도는 가족이다. 가족을 위협하는 자는 부숴버려라.’ 그래서 알페나토의 보로덴카씨.”

“어.. 어떻게?”

심부름꾼. 아니, 보로덴카는 이곳에 와 자신의 정체를 밝힌 적 없었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이 속한 조직과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데니스는 놀란 보로덴카를 무시하고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지금부터 알페나토를 부수겠습니다.”

데니스가 책상의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정보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되어 있었다.

-알페나토 해체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사무실에서 일어나던 대화를 전부 듣고 있던 정보부가 바로 데니스가 원하는 대답을 했다. 데니스에게 보로덴카의 이름과 소속 조직을 알려준 것도 정보부였다.

“이... 이게 무슨 개짓이야!”

보로덴카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소파에서 일어나며 품에서 권총을 꺼내 데니스에게 겨눴다. 그리고 그 순간, 데니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 어디 간 거야!”

“오른쪽입니다!”

경호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에겐 데니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책상 밑으로 몸을 숙여 몸을 숨긴 후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보로덴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말이다.

보로덴카가 급히 오른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경호원에게는 보이는 데니스의 모습이 그에겐 보이지 않았다.

턱. 뻑.

총을 든 팔을 잡아 쏘지 못하게 한 후 턱에 주먹을 날렸다. 보로덴카의 의식이 날아가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우와악!”

경호원이 데니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거의 잡았다고 할 때쯤 이번엔 그의 시야에서 데니스가 사라졌다. 그리고,

퍼버버버벅!

옆에서 나타난 데니스의 주먹질에 난타당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띠릭 띠릭 띠릭

곧바로 책상의 인터폰이 울렸다.

“데니스입니다.”

-벤센이다.

“아. 부장님. 돌아오셨군요.”

벤센의 정식 직함은 NSA 한국지부 지부장이기에 지부장이라 불러야 하지만 비텔교 소속 요원들에게는 비텔교 산하 정보부 정보부장이기에 부장이라 불렀다. 빈예츠를 수행해 중동에 갔었지만 1시간 전 돌아왔고 데니스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싸우는 거 봤다.

“... 보셨습니까?”

데니스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겨우 두 명을 못 속이더군.

“윽. 그게 창졸지간이라서 제대로 기술이 발휘되지 않은 것 같은...”

데니스가 변명했지만 벤센은 듣지 않았다.

-비록 네가 전투요원은 아니지만 정보부 요원이라면 성전사만큼은 아니어도 그 반만큼은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말이 틀렸나?

“... 맞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훈련시간을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알겠다.

“윽. 오늘부터입니까.”

-불만 있나?

“아닙니다! 없습니다!”

데니스가 부동자세를 하며 급히 대답했다. 벤센이라면 거기에서 더 늘릴 수도 있다.

-가셨습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벤센이 갔다는 말에 부동자세를 풀고 보로덴카와 경호원을 노려봤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는 인간들이었는데 저 인간들 때문에 훈련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

성전사단의 전투훈련은 세 번의 축복을 받은 데니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힘들다. 그 힘든 훈련을 두 배로 하게 됐으니...

데니스가 버튼을 다시 눌렀다.

“알페나토... 철저하게 부숴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여기에 호텔 지을게요.”

“윽. 거기 호텔 지으면 너무 무서운데.”

“헤헤. 한 번만 걸리면 아저씨 파산 할 걸요?”

“절대 안 걸린다. 내가 주사위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야.”

“주사위 조종할 수 있어서 무인도에 들어가신 거구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 전화 왔다. 잠깐만.”

이 전화는 웬만하면 받아야 한다. 핵심 인물밖에 모르는 번호라서 전화가 걸려오면 웬만하면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지금처럼 벤센의 번호면 무조건 받아야지.

집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웬만하면 심각한 내용은 유나가 듣지 못하게 하고 싶다.

“네. 말씀하세요.”

-러시아 동부 조직인 알페나토의 처분을 시작했습니다.

“또 데니스를 협박했나 봐요?”

벤센은 웬만하면 단어를 상황에 따라 같은 의미라도 다른 단어를 쓴다. 처분은 보통 데니스와 만나는 손님 중 비텔교와 완전히 척을 지은 자들 중 마피아 계열을 처리할 때 쓰는 표현이다.

처분의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와 연결된 정보조직이 존재하는 국가라면 그 정보조직의 힘을 이용해서, 없다면 정부 고위관료에게 정보를 흘려서 처리한다.

세상이 자기 것인 듯 날뛰는 조직들이지만 어느 곳이든 국가에서 마음먹고 나서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는 자들. 저들의 위치가 그러했다.

-얀타오를 인질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참... 세상에는 모든 일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네요.”

사람이 싫다고 하면 그냥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돈 많고, 힘 있고 한 것들은 웬만해선 포기를 안 한다. 그러다보면 극단적인 수단을 쓰는 인간들이 꼭 있다.

이번이 네 번째던가. 사건이 터지고 나선 처음 있는 일이지만 지난 1년간 데니스의 가족이 실제로 인질이 된 적이 한 번, 그 이후에 얀타오가 인질이 된 적이 두 번 있었다. 그때 카일라를 보내 일을 해결했었다.

그때 데니스의 가족을 납치했던 자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데니스가 고생하네요.”

-자기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벤센은 자기 요원들에게 너무 엄격하다니까. 인질사건은 네 번이지만 데니스는 그것 외에도 정말 많은 일을 겪는다. 목숨 위협도 수십 번 받았던가. 그 중에는 면전에서 총을 꺼낸 자들도 꽤 있었다.

도대체 한국에 총은 어떻게 가져오는 거야? 폭탄테러가 일어나질 않나, 저격수가 나타나질 않나. 한국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 같은 일만 계속 일어난다.

“혹시 데니스의 가족이 한국에 올 수 있는지 알아봐주시겠어요?”

-축복을 내려주시려고 그러십니까?

“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네요.”

-데니스가 정말 기뻐할 겁니다. 며칠 내로 불러들이겠습니다.

돈을 줄 수도 있지만 데니스는 이미 돈을 충분히 벌고 있다. 우리 교단 월급이 제법 빵빵하거든. 그러니 해줄만한 일이 가족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것밖에 없네. 축복을 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낭비하는 거 같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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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명령 – 축복(3단계) : 신도에게 축복을 내릴 수 있다. 신도 1만 명 당 1명에게 내릴 수 있으며 1인당 3번으로 제한된다. 기본적으로 교단 기여 포인트 100만이 소모되며 대상의 상태에 따라 추가 교단 기여 포인트가 소모된다.

현재 축복받은 자의 수 : 7,180 / 17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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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리는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내가 평생 축복을 내려도 다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저씨! 빨리 와요!”

“알았어. 지금 갈게.”

유나가 재촉한다. 지금 템포로 봐선 적어도 두 판은 더 해야 할 거 같다. 으... 김해역이 있었으면 나까지 안 와도 됐었을 텐데.

“그런데 해역이는 출장을 왜 간 거야? 걔가 출장 갈 일이 있긴 해?”

맹연에게 물었다.

김해역의 일은 비텔교의 전투기술을 가르치는 거다. 그거 외엔 없다고 봐도 된다. 전투기술 훈련은 이제 김해역이 안 가도 김해역에게 배운 이들이 잘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그냥 나나 유나처럼 노는 게 일이다. 그런데 출장이라니.

“교주님께서 저격당하신 일로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왜?”

“아딜님께서 나서기 전에 자신이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자책하시는 것 같더군요.”

“아니. 사람이 총알 날아오는 걸 어떻게 막아.”

그건 나도 못 한다. 아딜이니까 하는 거지. 물론 난 피하진 못해도 총알에 맞아도 다치지 않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

“김해역님은 성전사장이니까요. 사람에게 불가능한 일이라도 자신은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분간 피곤하겠네. 걔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총알 날아오는 거 막는 연습한다고 매달릴 거 같다.

“그럼 총알 막는 거 익히러 출장 간 거야?”

“아닙니다. 그 저격수가 속한 용병회사로 갔습니다.”

“아. 거길 갔어?”

날 노린 저격수는 탈레반이 아니라 탈레반에 고용된 용병이었다. 그래서 이번 처벌 대상에 날 대상으로 하는 청부를 받아들인 용병회사도 포함하고 그 쪽으로 카일라와 성전사 10명을 보냈다.

거기에 껴서 간 모양이네.

“카일라가 갔는데 따라가서 뭐하겠다고...”

성전사 10명을 함께 보낸 것도 같이 싸우라고 보낸 게 아니라 뒤처리를 하라고 보낸 거다. 처벌은 카일라 혼자 할 거다.

그러니 가 봐야 할 일이 없을 텐데 말이야. 그놈들 당하는 거 구경하러 간 건가?

***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카일라님.”

김해역이 카일라에게 깊게 허리 숙이며 부탁했다.

< 158 비텔교의 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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