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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54화 (154/228)

< 154 비텔의 철퇴 >

“우리 좋은 종교입니다. 나쁜 종교 아니에요. 이슬람은 모든 사람을 위한 종교입니다.”

“네. 압니다.”

“우리 코란 아주 좋아요. 저들은 코란 악용하고 있습니다.”

“네네. 물론 그렇죠. 테러집단이 나쁜 겁니다. 이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누군가가 현일에게 어색한 한국말로 연신 이슬람이 나쁘지 않다는 말을 했고, 현일은 크게 당황한 채 연신 그렇다고 대답했다.

현일의 병실에 찾아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바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나온 압둘 아슬람 이맘이었다. 당연히 이슬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현일이기에 이맘이 뭔지도 몰랐다. 압둘은 이맘에 대해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목사님 같은 거군.’이라고 현일은 이해했다. 목사님이든 아니든 압둘이 한국에 있는 이슬람 교도 중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수행원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리는 없지 않은가.

“우리 알아봤습니다. 그 사람 테러범입니다. 무슬림은 테러 싫어해요. 우리 비텔교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비텔교는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예요. 우리도 평화를 사랑합니다.”

“아. 예예.”

‘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시냐고요. 나한테 해봐야 무슨 소용이라고.’

압둘은 30분 동안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나서야 돌아갔다.

“후... 오늘은 이거로 끝난 건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방금 다녀 간 압둘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TV에서나 겨우 볼법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병실을 다녀갔다. 국회의원, 대기업 간부, 도지사 등. 어제 오늘 거의 50명은 만난 거 같다.

‘난 그냥 평범한 회사원인데...’

병실 앞에는 경찰까지 배치되어 있다. 현일을 지키겠다고 말이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러는 건지... 그래도 오후 5시가 지나면 찾아오지 않는 건 고맙네. 저 사람들 퇴근시간이라 그런가?’

“이제야 좀 말할 수 있겠네. 자꾸 이상한 사람들 찾아와서 말을 못하게 하니까 얼마나 답답한지 모르겠다.”

“그러게요. 어머니. 말은 하고 싶은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할 수가 없으니까. 입이 근질근질 하다니까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현일의 어머니와 정연이 말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나는 사이였지만 둘의 관계는 상당히 좋아보였다. 현일은 그걸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멍청한 짓을 하나 하더니 갑자기 유명해져버렸어.”

“정말 그렇다니까요. 왜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렇게 어제 어머니가 올라온 후로 둘이 합세해서 현일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자신만 안 괴롭힌다면 둘이 친한 것을 기꺼워 할 텐데 둘이 힘을 합쳐 계속 잔소리를 하니 마냥 좋아만 할 수가 없었다.

“뭐가 멍청한 짓이에요. 아들이 사람들 구하다 다쳤으면 잘했다고 칭찬해줘야지.”

“칭찬? 칭찬 같은 소리하고 있네. 칭찬은 잘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거야. 잘한 일이 없는데 어떻게 칭찬하니.”

“잘했거든요? 막 신문에 국가의 영웅이니 어쩌니 하고 난리 났거든요? 저기 밖을 봐요.”

현일이 창문 밖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수십 개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국민 영웅 김현일님의 쾌유를 xx에서 응원합니다.]

[xxx고등학교의 자랑. 국민 영웅 김현일]

[xxxx의 아들 국민 영웅 김현일. 우리 xxxx는 네가 자랑스럽다!]

[비텔님의 세 번째 아들 김현일님에게 축복을]

기둥이 있는 모든 곳이 현수막으로 가득 차 있다. 어렸을 때 잠깐 반년 정도 살았던 동네의 향우회에서 단 현수막도 있었다.

현수막만 있는 게 아니다.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과 현일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방문자들 때문에 병원 앞이 사람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저거 봐요. 저 사람들이 전부 날 영웅이라고 생각해서 온 거잖아요.”

“난 내 아들이 국가의 영웅 되는 거 필요 없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만 하면 돼. 애미보다 먼저 죽으려고 용쓰는 불효자식은 필요 없어.”

“뭘 죽으려고 용써요. 용쓰긴.”

“저게 죽으려고 용쓰는 거지 뭐냐.”

현일의 어머니가 TV를 가리켰다.

-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아파!!!!

-구급차 불러주세요. 구급차.

‘저거 또 하네...’

현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하루 종일 반복해서 틀고 있는 건지 TV를 켤 때마다 매번 보였다.

-저 남자 잡아요! 또 폭탄 테러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저건 잘했어. 사고 같은 게 있으면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그런데.”

-시바알!!!!!!!

혼란스러운 지하철 내부에 욕이 울려 퍼졌다. 화면이 욕의 진원지를 찾았다. 현일이었다. 화면이 현일을 잡았을 때 현일은 테러범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시발새끼야!!!!

현일이 몸을 날려 테러범에게 드롭킥을 먹였다.

“저런 짓은 왜하니. 어렸을 때 학교에서 맨날 줘 맞고 울면서 집에 온 주제에 왜 테러범한테 덤비긴 덤벼.”

“어머. 현일씨 맞고 다녔어요? 나한테는 잘나갔다고 하던데?”

“잘나가긴. 돈도 뺏기고 그랬어.”

“아. 엄마. 좀.”

남자의 어린 시절 찌질함은 절대 밝힐 수 없는 치부 중 하나다.

“좀. 뭐. 뭐.”

“... 아니에요.”

현일은 더 뭐라고 했다간 어머니 성격상 더한 치부도 말할 것 같아 아무 말 못했다. 영상은 현일이 테러범을 향해 연신 주먹질을 하는 장면까지 이어졌다.

“어이구. 폭력적인 거 봐. 내 아들이 저런 사람이었다니. 이래서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 거구나.”

화면 속 현일이 테러범을 철문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사방에서 장애물을 가져와 철문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이때 김현일씨의 손가락뼈가 전부 부러져 있었을 거라고 합니다.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도, 다리에 힘이 빠져 잘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움직인 겁니다. 손이 아프고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통도 참고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유. 저 멍청한 거 봐. 저런 거로 막는다고 테러범이 못나오니?”

현일은 물건들을 손으로 잡지 못해 팔뚝으로 감싸 안아서 낑낑거리며 움직였다. 제대로 들지 못해 질질 끌면서 움직여 겨우 철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도.. 도와줘야겠는데?

물건 몇 개를 철문 앞에 세웠을 때 촬영을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현일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그 때,

-콰쾅!

폭발이 일어났고 현일을 향해 철문과 여러 파편들이 날아왔다. 현일은 철문에 맞아 3m정도 데굴거리며 튕겨나갔다. 다시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이 화면을 몇 십번이나 봤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정말 김현일씨는 영웅이라 불려 마땅합니다. 영웅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렇게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영웅이기에 신께서도 김현일씨에게 축복을 내리신 거겠죠. 정부는 김현일씨에게 무궁화 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훈장은 무슨 훈장이야. 먹지도 못할 거. 너 또 한 번만 저런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

“대답 안 해?”

“네...”

“그래. 뭐 멍청하긴 했지만... 잘했어. 우리 아들.”

현일의 어머니가 현일을 꼭 안았다.

“자꾸 사람들이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너 배 아파서 낳은 건 나다. 넌 내 아들이야.”

“물론이죠. 전 누가 뭐라고 해도 엄마 아들입니다.”

“됐다 그럼. 이제 가야지.”

현일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벌써 가시게요?”

“가야지. 아들 놈 멀쩡한데 뭐 하러 붙어 있어. 가서 저녁 장사라도 해야 입에 풀칠하지 않겠니.”

“어머니. 주무시고 가세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데...”

“됐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면 되지.”

현일과 정연이 잡아봤지만 허사였다.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현일이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다. 넌 나오지 마라. 너 나오면 힘들어져.”

결국 정연만 따라가고 병실엔 현일 혼자 남게 되었다.

현일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며칠 동안 그로선 감당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머리가 복잡하다.

“좋은 어머니시네요.”

아무도 없어야 할 병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현일이 눈을 번뜩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주님?”

며칠 동안 현일 자신과 비슷하게 TV에 많이 나왔기에 익숙해진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현일씨.”

“아.. 네. 안녕하세요.”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걸까.’ 분명 문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현일은 TV에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공간이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춥네.’

현일은 한상에게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몸은 어떠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현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교주님 아니었으면 무조건 죽었을 거라더군요.”

현일은 잘 모른다. 그는 그냥 문짝에 맞아 기절한 후 멀쩡한 몸으로 병실에서 일어난 것만 기억할 뿐이다.

“아마 제가 아니었어도 비텔님께서 축복을 내려 구해주셨을 겁니다.”

“비텔님... 저 혹시... 제가 정말 비텔님의 축복을 받았나요?”

다들 그거 때문에 난리다. TV에서 계속해서 비텔의 세 번째 아들이 나타났다고 방송하고, 병원에는 현일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비텔교 신자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병실로 찾아오는 높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텔교에게 할 말을 현일에게 했었다.

그런데 현일은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TV와 찾아오는 사람들은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데 정작 본인은 긴가민가했다.

현일의 질문에 한상이 살짝 웃음 지었다.

“스스로 아실 겁니다.”

“제가요?”

“네. 모르실 리가 없으실 텐데요.”

“... 그렇긴 합니다.”

현일이 대답하며 침대 한 쪽을 쳐다봤다. 쇠로 만들어진 침대 난간이 현일의 손 모양 그대로 찌그러져있었다. 그제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잡으며 살짝 힘을 준 것뿐인데 우그러졌다.

온 몸에 넘쳐흐르는 힘, 마치 헐크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비텔교 신도가 되면서 어느 정도 힘이 세지긴 했지만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몸의 상태는 그걸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비텔님께서 현일씨에게 어떤 능력을 주셨을지 궁금하네요.”

한상이 현일이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면서 아무리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3번의 축복을 받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의 스킬을 얻었다. 그래서 당연히 현일도 뭔가 능력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대로 현일은 능력을 얻었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일이 오른팔 소매를 올렸다. 어깨 바로 아래 부분에 작은 문신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이게 생겼습니다.”

“허?”

한상이 살짝 놀라며 현일에게 다가가 문신을 자세히 살폈다. 처음 보는 능력이다.

“이 안에 뭔가가 있고 그걸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무서워서 꺼내본 적은 없습니다.”

“능력의 이름은 아시나요?”

보통 스킬 명은 어떤 능력인지와 깊게 관련되어 지어진다. 그러니 이름만 알아도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전언을 못 들으신 모양이군요.”

“네.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네요.”

“음... 그럼 다음에 임시전당에 와서 사용해보시는 거로 하죠. 해역이 앞에서 하면 이 문신에서 뭐가 튀어나와도 상관이 없을 겁니다.”

사실 지금 당장 뭐가 튀어나와도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는 한상이지만 그 자신이 수호자를 부를 때 일어나는 난리를 생각하면 이런 작은 병실에서 능력을 실험하는 건 모험이다.

“그나저나 요 며칠 참 귀찮으셨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고 들었습니다.”

“네. 좀 많이...”

첫 날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지만 첫 날 저녁에 현일의 몸이 멀쩡하다는 뉴스가 나가자 둘째 날인 어제부터 끊임없이 사람이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며칠 동안 바쁜 일이 있어서 현일씨에게 신경 쓰지 못했네요. 내일부터는 현일씨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좀 지치긴 했어요. 진짜 끝없이 찾아오더군요. 제가 이정도니 교주님께선 얼마나 바쁘셨을지...”

“하하. 원래 바쁜 몸은 아닙니다. 평소엔 신도분들 만나는 게 제 일의 전부니까요. 그 외엔 감사하게도 다른 신도분들께서 처리해주신답니다. 그런데 요 며칠 제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겨서요. 그거 때문에 오랜만에 좀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그러시군요.”

현일은 그 바쁜 일이 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한국의 직장인답게 궁금증을 참는 것엔 익숙했다.

그때 한상의 폰이 울렸다.

“잠깐 전화 좀 받아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

현일의 허락을 받은 한상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상입니다. 아. 그런가요? 정말 그곳에 있던가요? 잘됐네요. 그럼 마무리해주세요. 끝나면 연락주시고요. 네. 수고하세요.”

짧게 통화한 한상이 폰을 품에 집어넣었다.

“며칠간 제 골치를 썩였던 일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잘 끝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잘 됐으면 좋겠네요.”

“뭐. 잘 되겠죠. 비텔님께서 지켜보며 도와주실 겁니다.”

한상이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

“벤센입니다. 교주님. 주느드 알파티헌의 본거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네. 주느드 알파티헌의 간부 셋을 확인했습니다. 본거지인지는 몰라도 거점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벤센이 한상과의 통화를 끝내고 위성전화를 내려놨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중동 한가운데 위치한 사막지대. 위성전화가 아니면 통화를 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교주님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수호자님.”

벤센이 두건이 달린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이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 154 비텔의 철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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