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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50화 (150/228)

< 150 신의 아들 >

단 5분짜리 영상이 올라옴과 동시에 SNS에서 벌어지던 논쟁이 멈췄다. 원래는 비텔교 신도들이 밀리고 있었다. 아무리 비텔교 교주라고는 하지만 민간인이고 민간인이 구조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사람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거라면? 당연히 무조건 옳은 일이다.

몇몇이 조작이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금방 묻혔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조작이라고 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영상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 지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5분짜리 조작 영상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을까.

SNS에 올라온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서만이 아니었다. 비텔교의 발원지이기에 한국은 세계 비텔교 신도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고, 한상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기에 올라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영상의 제목은 ‘신의 아들’이었다.

***

오하넬에게 안겨 하늘 높이 올라 이동했다. 오하넬이나 나나 아는 길이 아니었기에 중간 중간 현실로 돌아와 길을 확인해야 했다.

“구인 병원이 어딘가요.”

“어마!”

갑자기 옆에 나타나 길을 묻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긴 했지만 물어물어 구인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도 난리였다.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병원 직원들과 응급실 가득한 환자들. 저 안에 그 의인이 있겠지. 응급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조금씩 응급실의 소란스러움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응급실 내의 사람들이 나와 오하넬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하넬이 좀 특이하긴 하지. 중세에나 입었을법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서양 미인, 여기서 미인이란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공중에 떠 있는 서양 미인.

“교주님이다.”

“분명해. 교주님이셔.”

날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응급실 내부를 훑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 의인의 인상착의를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전화기 좀 빌려주시겠어요.”

“아. 네네.”

옆의 보호자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에게 말하자 그가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바로 폰을 내밀었다.

맹연에게 ‘나 한상이야. 전화 받아.’라고 문자 보낸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맹연은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버릇이 있어서 나라고 먼저 알려야 한다. 문자를 봤는지 바로 받았다.

-네. 교주님.

“그 응급요원 좀 바꿔줘.”

-네.

-네. 박창서입니다.

이름이 박창서였나. 근처에 있었는지 바로 연결됐다.

“그 의인 분 인상착의 좀 알려주세요.”

-엇. 벌써 도착하셨습니까? 음. 옷차림은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분이 입었던 부상이라면 기억납니다. 양쪽 팔이 부러져서 뒤로 꺾여 있었고, 얼굴에...

박창서가 말하는 부상을 입은 환자를 찾아봤다. 보이지 않았다. 도착하고 바로 수술이라도 들어간 걸까? 위급한 환자라고 했으니 그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간호사를 잡고 질문했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네. 네네. 물어봐주세요.”

뭔가 대답이 이상하지만 박창서가 말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어? 그런 환자가 있었나?”

간호사도 모른다. 그 의인 여기로 온 게 아닌가? 혹시 다른 곳으로 간 건가?

간호사가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전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했다. 역시 여기가 아닌 모양이다.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어. 일단 박창서씨한테 전화해서 위치를 알아봐달라고 해야...

“저 압니다! 제가 봤습니다!”

박창서에게 전화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소리쳤다. 보니 병원 관계자가 아니라 환자였다.

“아까 저쪽 복도에서 봤습니다.”

복도? 그런 중환자가 복도에 왜... 응급실을 나가 복도로 향했다.

“끝에 가시면 있을 겁니다.”

복도 끝... 그곳은 응급실의 부산함과 달리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 그곳에 정말 환자 한 명이 있었다. 누군지 바로 알아봤다. 헬기에서 봤던 영상 속에서 철문 옆에 널브러져 있었던 그 사람이다.

영상 속에서도 미동 없이 누워있었지만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죽은 것처럼 누워있었다.

“어..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날 따라온 간호사가 당황하며 다른 사람을 부르려고 한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한다. 버림받은 것이다. 박창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죽을 것이 분명해보였지만 꼭 살리고 싶어 실어 보냈다고, 그렇게 여기 도착했지만 이곳에서 누군가가 다시 판단한 것이다.

이 사람은 죽을 사람이야. 그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쏟는 게 낫겠어.

이해한다. 의사니까.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려야 하니까 그런 판단을 내릴 수는 있지.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이렇게 외딴 곳에 홀로 놔둬서는 안 되는 법인데...

“아마 돌아가셔서 잠깐 여기에 모신 걸 거예요. 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기...”

“아뇨. 아직 살아계십니다.”

사람을 이렇게 내팽개쳤다는 사실에 화도 났지만 그보다 더 강한 건 안도감이었다. 살아있다. 팔이 뒤틀리고 얼굴이 제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지만 살아있다. 난 알 수 있다.

밝은 붉은색.

내 눈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영혼의 색이 보였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지만 선하다. 이정도 밝음은 어린 아이 중에는 흔하지만 어른 중에선 흔치않다.

이런 사람은 죽어선 안 된다. 살아남아서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줘야 할 사람이다.

그의 영혼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위태했지만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 살릴 수 있다. 그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일어나세요.”

화확!

전력을 다해 ‘생명력 전이’를 사용했다. 환한 보라색 빛이 피어올랐다.

내 생명력이 전해지자 꺼질 듯 위태로웠던 그의 영혼이 기름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타올라라. 강하게 타올라서 몸을 고쳐라.

뿌득. 뿌드득.

부러졌던 그의 양팔이 제 형상을 찾아갔고, 함몰되었던 그의 얼굴이 다시 부풀어 올랐다.

“아..아아. 비텔이시여.”

“믿습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기적이야! 기적이 일어나고 있어!”

무슨 일이 있나 따라와 지켜보던 사람들이 비텔님의 이름을 부르며 풀썩 주저앉아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정신이 없어서 생각 못했는데... 폰을 꺼내 이쪽을 찍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여기에서 이럴 정도면 아까 폭탄테러 현장에서는 더 그랬겠지. 거기는 수백 명이 몰려 있었으니까.

이제 내가 ‘생명력 전이’를 하는 장면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그 파급력은 폭발적이겠지.

이제껏 치료능력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건 최대한 피해왔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지만 다시 한 번 더 비텔교가 세상에 크게 알려질 것이다.

신도가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겠지.

그걸 알고 있음에도 공식석상에서 ‘생명력 전이’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도 충분히 빨랐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단 1년 만에 17억의 신도를 모았다.

이미 너무 빠르다.

너무 빨라서 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사실 아무리 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겨우 17억에 멈춘 게 이상하지 않나? 믿음만을 강요했던 기존 종교와 달리 신이 있음을 증명해주는 종교다.

믿기만 하면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세상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헌금을 하면 돈이 사라지는 기적을 보여주고, 교주가 텔레파시로 세계의 신도들에게 설교한다.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은 진출도 못했다. 거기엔 아직도 비텔교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중국도 비슷하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비텔교를 접했지만 촌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비텔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언론 통제를 받고, 인터넷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비텔교에 대해 전해들은 사람들이 적어도 30~40억 명은 될 터. 그냥 믿기만 해도 건강해지고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적대감.

다른 종교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일선에서는 설교를 할 때 비텔교를 ‘악마의 달콤한 함정’ 혹은 ‘이브의 사과’라고 부르며 절대 그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을 강조한다.

비텔교를 믿으면 유혹에 진 것이고 사후에 영원히 고통 받는다는 말이 세상에 진실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고전적인 방법이 더해졌다.

분열.

타 종교들이 비텔교에 맞서는 동맹을 체결했다. 그들은 신도들을 자극해 적대감을 바탕으로 비텔교를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비텔에게 기도하는 순간 지는 거다. 비텔에게 기도한 자들은 진 자들이다. 비텔에게 기도한 자들은 지옥에 갈 것이다. 비텔에게 기도한 자들은 미래의 악마다.

일견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통했다. 일부 사람 중에는 비텔교 신도가 된 것만으로도 악마라고 믿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기에 초반에 확장한 한국에서 인구의 3분의 2가 비텔교 신도가 됐지만 세계적으로는 비텔교를 접한 사람 중 반도 안 되는 사람만이 비텔교에 들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비텔교의 파도는 늦춰졌을지언정 멈추지 않았다. 매일 수백만 명이 새로이 신도가 되고 있었다.

비텔교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해줄 고위 봉사단체인 사제단도 발족해 활동을 시작했고, 신도들의 잦은 기도 덕분에 넉넉해진 교단 기여 포인트를 이용해 헌금을 꺼내 비텔교의 이름으로 세계에 풀었다.

비텔교의 체계도 점점 갖춰지고 있었고, 점점 인식도 좋아질 터였다.

시간.

시간만 보내면 알아서 비텔교는 강해질 예정이었다. 그래서 ‘생명력 전이’를 쓰되, 방송이나 인터넷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왔다. 사제단에도 누누이 강조했다. 능력을 쓰되 절대 찍히지 말라고. 증거만 없다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효력이 약하다.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내 예상으로는 10년, 아무리 길어도 20년이면 세상은 비텔교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노출되어버렸다.

후회하진 않는다.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니까. 이제 비텔교 성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성장은 물론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성장과 함께 그와 함께 우리의 적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그저 말로만 공격했던 것이 멈추지 않고 물리적인 공격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

오늘 이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슬람을 생각하니 골치 아프다. 그동안 조용했는데 왜 오늘 갑자기 사고를 친 것인지... 물론 왜인지는 안다. 이슬람이 열심히 통제하고 막아오긴 했지만 최근 이슬람 지역에 비텔교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겉으로 표 내진 않겠지만 내게 들리는 기도나 헌금으로 들어오는 돈의 종류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보복을 한 거겠지.

그런데 꼭 이런 식이어야만 했냐. 말로는 할 수 없었던 거냐.

“후...”

별 수 없다. 적이 강해질 테니 우리도 강해져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텔교 신도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다. 이번처럼 말이다.

죄송합니다... 비텔님.

-스킬 ‘교주의 명령 – 축복’을 사용합니다.

대상을 선택하세요.

거의 완치되어가는 의인을 대상으로 선택했다.

-축복을 완료했습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1,000,000이 차감되었습니다.

대상의 현재 상태에 따라 추가로 교단 기여 포인트 1,201,293이 차감됩니다.

추가로 소모되는 포인트를 보니 그다지 열성적으로 비텔님을 믿었던 자는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 비텔교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줘야겠다.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합니다.

전달할 내용을 직접 말해주세요.

“우리를 지킬 두 번째 선택받은 성전사가 탄생했다.”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해 신도들에게 성전사의 탄생을 알렸다.

연이어 축복을 사용해 의인에게 3번의 축복을 내렸다. 능력을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비텔님께서 직접 선택한 성전사’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되니까.

스토리도 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의인, 그에 감동한 비텔님께서 직접 축복을 내리셨다. 물론 난 그런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선택받았다는 말만 할 것이다.

신도들은 날 첫 번째 아들, 유나를 첫 번째 딸, 김해역을 두 번째 아들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비텔님의 세 번째 아들이 탄생했다.

나에 의해서.

< 150 신의 아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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