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148화 (148/228)

< 148 지하철 테러 >

“교주, 교주님이다.”

“비텔교 교주님이야. 나 저번에 TV에서 봤어.”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교..주님? 교주님이세요?”

응급요원이 날 보며 물었다. 말투가 공손한 걸 보면 우리 교 신도인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기 저사람 지금 낫고 있는 거 맞지? 박힌 돌이 스스로 빠져나온 거 같은데? 봐봐 배의 구멍이 사라졌어.”

상처는 빠르게 치유되기 시작됐다. 1억과 10억 달성 때 받은 축복은... ‘이끄는 자’가 되면서 받았던 축복보다도 한층 더 강했다. 그 덕분에 내 신체능력도 강해졌지만 정신능력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졌다.

강력해진 정신능력은 내 스킬의 위력 또한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갖게 만들어줬고 지금의 ‘생명력전이’는 1:10 이상의 효율을 지니고 있었다.

원래부터 일반인의 수십 배의 생명력을 가진 내가 1:10이상의 효율을 가진 ‘생명력 전이’를 사용한다. 즉, 죽음 직전의 부상자라 하더라도 수백 명은 살릴 수 있다.

“지..진짜 비텔교 사제들은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졌나봐. 저번에 어디서 듣긴 한 거 같은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외상이라면 죽기 직전의 환자라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비밀은 아니다. 하지만 딱히 알리려고 노력한 적도 없다. 임시전당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해주기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치료한 적이 없기에 치료장면을 지켜본 사람은 얼마 없고, TV는 당연히 나간 적 없다.

그러다보니 신도들 사이에 비슷한 소문이 퍼져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신도는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루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1,400만 명의 ‘진실한’신도라면 무조건 믿겠지만 그렇지 않은 신도가 더 많으니까.

아. 사제단이 외부로 돌아다니며 하는 봉사 중에 치료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제단이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개월 전이다. 처음에 유나, 김해역, 맹연, 김진서 등이 전부 스킬을 얻어서 스킬 얻는 게 쉬운가했는데 그 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스킬을 얻지 못했다.

수천 명에게 축복을 내리면서 알게 된 건데, 스킬을 얻느냐 아니냐는 개개인의 자질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달려있는 듯 했다. 한마디로 축복을 받기 전에도 잘났던 사람이 축복을 받은 후에도 잘났다는 거지.

매번 축복 받을 때마다 스킬을 받았던 나는 얼마나 잘난 인간인지... 훗.

여하튼 수천 명에게 축복을 내려 겨우겨우 5명 ‘생명력 전이’를 가진 신도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사제단이 결성되어 활동에 들어간 것이 2개월 전.

아직 기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고 ‘생명력 전이’를 얻은 사제들은 나와 달리 그다지 생명력이 강하지 않아서, 한두 명 치료하면 지쳐서 며칠을 쉬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얼마 치료하지 못했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

“지금부터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지 말고 이쪽으로 옮겨주시겠습니까.”

“네? 아. 네!”

“아. 그리고 병원에 간 환자 중에도 위급한 분이 있다면 이쪽으로 옮겨주세요. 제가 치료하겠습니다.”

“네? 그건... 네. 알겠습니다.”

잠깐 당황하더니 알겠다고 한다. 힘든 부탁인 모양이다. 그렇겠지. 내가 평소에 치료능력이 있다는 걸 사방팔방에 알려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거면 모를까. 갑자기 모르는 상태에서 ‘비텔교 교주가 고쳐줄 거니까 위급한 환자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한두 명이라도 여기로 데려올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겠지.

“후..”

가장 위급해보였던 환자의 치료를 끝냈다. 몸 안 쪽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1년 간 신도들을 치료하면서 쌓은 경험에 의하면 지금쯤이면 웬만한 상처는 전부 치료됐다. 절대 죽을 일은 없을 터. 완전한 치료는 나중에 하고 일단 위급한 다른 사람부터 치료해야겠다.

다행히도 아직 병원에 가지 않은 대부분의 중환자들은 내가 온 곳에 모여 있었다. 이번엔 동시에 두 명의 환자에게 손을 올리고 치료를 시작했다.

“교주님. 나.. 나 좀 치료해주세요! 나 좀. 팔이 너무 아파요. 나도 내일부터 비텔교 믿을게요.”

한 중년의 아저씨가 다가와 치료해달라고 한다. 중환자에게 손을 대고 ‘생명령 전이’를 유지한 채 그를 봤다.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가 많긴 하지만 가장 심각한 상처가 팔이 부러진 거다.

“기다려주세요. 일단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부터 치료하겠습니다.”

“헌금 낼게요. 정말 많이 낼게요. 그러니까 빨리 치료 좀 해줘요. 방금 죽을 둥 살 둥 했던 사람 고치는 걸 보니까 팔 부러진 거 정도는 금방 고치겠구만. 금방 고치고 다른 사람들 고쳐주면 되잖아요.”

어이가 없군. 내 말을 안 듣는 건가? 누가 막아줬으면 좋겠지만 응급요원과 경찰, 소방관들은 환자들을 옮기러 가서 저 인간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기다리시면 이 분들부터 치료하...”

“아니. 이해를 못하네. 저 정말 너무 아파요. 못 견디겠다고요. 진통제 부족하다고 맞지도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전부 진통제 맞아서 안 아플 거예요. 그러니까 아픈 나부터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고통 때문에 신음을 흘리는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가? 진통제를 맞는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다. 진통제는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게 다다. 진통제를 맞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고통이 가라앉았겠지만 그 고통이 진통제의 효과를 뛰어넘으면 아픈 건 매 한가지다.

지금 여기 누워 있는 환자들의 태반이 그런 상태고 말이다.

“아프다고! 정말 너무 아프다고! 당신 사람 차별하는 거야?! 나 안 고쳐줄 거지! 비텔교도 아니라고 그냥 갈 거지! 다 알아! 사이비교의 교주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 답이 없군. 아직도 한국에서 저런 사람이 있나?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저래서는 안 되는데.

“당신 지금 우리 교주님한테 뭐하는 짓이야!”

“지금 교주님께서 죽은 사람들 살리는 거 안 보여? 어디서 겨우 팔 부러진 거 가지고 유세야!”

사람 살리는 건 아닌데... 여하튼 가만히 있던 구경꾼들이 나섰다. 경찰이 쳐둔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 우르르 달려와 나를 다그치던 중년 남자를 둘러쌌다.

“어... 어어...”

이렇게 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2정도가 비텔교 신도다. 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3분의 2도 우리 비텔교 신도일 거란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내게 소리치고 ‘사이비 교주’라고 말하다니.

혹시라도 여기에 1,400만 명의 ‘진실한’ 신도 중 하나라도 있다면 수많은 자살 방법 중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될 거다.

팔이 부러진 중년 남자는 수십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금씩 내게서 멀어졌다. 이제 치료에 집중 할 수 있겠군.

“교주님. 지금부터는 저희가 서포트 하겠습니다.”

수십의 사람들이 경찰이 쳐둔 폴리스 라인을 넘어온 틈을 타 벤센의 요원들도 함께 넘어온 모양이다. 둘이 내 곁에 와 섰다.

벤센은 여전히 NSA에 속해 있다. 처신을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거의 모든 일을 비텔교와 날 위해 일 하고 있는데도 NSA에서 안 잘리는 걸 보면 말이다. 얼마 전에 한국 지부장으로 발령 받기까지 했다.

요즘은 비텔교만의 정보조직을 따로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구성원은 각국 정보부의 정예요원들이다. 각국 정보부에는 ‘진실한’ 신도들이 꽤 많다. 초기에 비텔교를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자들이 많아서 말이다. 그들 중 일부가 나와 비텔교의 정보조직이 될 것이고, 몇몇은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보력이 강력한 조직의 대부분이 우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됐고,

“추가 폭탄 테러의 가능성은... 어떻게 됐습니까.”

요원에게 가장 궁금했던 걸 물었다.

“확실히 한 명이 더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있었군. 빌어먹을 놈들. 도대체 몇 명을 죽여야 성에 차는 거냐.

“이미 신병을 확보해서 폭탄 해제도 완료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잡았다니 다행이다. 그 놈을 못 잡았으면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도... 수백 명이 모여 있는 곳에서 폭탄을 터뜨리면 처음 거보다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치료를 끝내고 다음 사람들에게 넘어갔다. 어느새 환자들이 줄 서서 내 옆에 나열되어 있었다. 일 잘하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세 번째 치료를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김해역이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곧 도착할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유나.

유나는 사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축복을 받을 때마다 스킬을 얻어서 총 네 개의 스킬을 갖고 있다. 처음에 비텔님께서 주신 능력이 전기를 뿜어내는 능력이었고 두 번째 축복인 내가 처음 축복을 내릴 때 얻은 능력이 질병 저주였다.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에 ‘착취하는 손’과 ‘생명력 전이’를 얻었다.

유나가 그 스킬을 얻었으면 하고 열심히 기도를 하면서 축복을 내려서 비텔님께서 들어주신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릴 때는 안 들어주셔서 안타깝지만.

“저 왔어요.”

“늦었습니다.”

유나, 맹연, 김진서가 차례대로 도착했다. 맹연은 신체능력 강화자라서 유나보다 신체능력이 좋은데도 뒤에서 오는 걸 보면 유나를 서포트 한 모양이다.

“유나야. 부탁한다.”

“네.”

유나가 바로 환자들 중 하나에게 ‘생명력 전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내 몸을 잡아 ‘착취하는 손’을 사용했다.

윽. 생명력이 쭉쭉 빨려나간다. 좀 살살 빼가라 유나야.

유나의 ‘생명력 전이’는 당연하게도 내 것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다. 1:2.5 정도 일까? 지금까지 내가 두 명을 동시에 치료하면서 1 정도의 생명력을 쓰고 있었다면 유나는 1명을 치료하기 위해서 내게서 2의 생명력을 뽑아갔다.

효율이 정말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사람들을 살려두는 게 중요하니까. 헬기를 타고 오면서 이렇게 하라고 말해뒀다. 내게 ‘착취하는 손’을 쓸 수 없다며 거절한 유나였지만 내가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몇 번 설득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참 결단력 있는 아이다. 내 생명력을 빼가는 것은 하기 싫은 일일 텐데도 이렇게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14명을 치료하자 일단 생명이 경각에 달렸던 사람은 전부 치료했다. 15분 정도 걸렸나?

“후...”

한숨을 쉬며 허리를 폈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아직 생명력이 꽤 남아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생명력을 소진해서인지 식은땀이 제법 흘렀다. 등은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 같은데.

이제 병원 쪽으로 실려 간 환자를 치료해주러 가면 될까. 아까 응급요원에게 병원에 실려 간 환자 중 위급환자를 이쪽으로 돌려달라고 했지만 결국 온 환자는 2명뿐이었다. 그것도 그 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의 요원이 ‘진실한’ 신도라서 되돌아온 거였다.

그 외의 환자는 전부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하긴...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현장 응급요원이 하는 말만 믿고 위급한 환자를 병원이 아닌 사고현장으로 돌릴 순 없었겠지.

그래도 다행인 게 구급차로 돌아온 환자들은 그나마 상태가 괜찮았다.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고 할까. 그래. 그나마 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병원으로 옮긴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여유는 생긴 거 같...

“부탁드립니다. 교주님!”

누군가의 외침에 내 생각이 중간에 멈췄다.

“피곤하시겠지만 당장 구인병원으로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구인병원이요?”

“네. 그곳에 꼭 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꼭 구해야 할 사람? 저 사람의 친인척이라도 가 있는 건가?

“2차 폭발을 막아냈던 의인이 그곳으로 실려 갔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헬기 타고 오면서 본 영상에서 요원이 2차 폭발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었지. 2차 폭발을 막아낸 사람이 있었던 거구나. 그래. 그런 사람이라면 꼭 살려야지.

“실은 병원에 가도 절대 살 수 없는 상처였지만... 제가 고집해서 실어 보냈습니다. 꼭 살리고 싶어서요. 그런데 그게 실수였군요.”

급한 모양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30분... 아니 그 보다 적을지도 모릅니다.”

“구인병원이 어느 쪽에 있죠?”

“저쪽으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만... 지금 교통체증이 있어서 얼마나 걸릴지... 크흑. 제 탓입니다. 그 사람은 절대 죽어선 안 되는 사람인데.”

10분 거리라...

“걱정 마세요. 무조건 살리...”

팅.

음? 갑자기 바로 옆에서 들리는 뭔가 튕기는 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데스 킹 아딜이 모습을 드러내있었다.

“총격이다!”

요원들이 소리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적의 위치는 저쪽으로 약 800m. 명을 내려주십시오. 사도님.”

아딜이 말했다. 그에게 물었다.

“날 노린 건가요?”

“정확히 사도님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날 노렸어.

화난다. 저격수를 배치해뒀다. 내가 올 것을 예상했던 건가? 그럼 이 폭탄 테러가 날 꾀어내기 위한 쇼였던 건가? 이 사람들이 나 때문에 죽은 건가?

“나오세요. 카일라.”

검정색의 수수한 드레스를 입은 카일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잡아두세요. 절대 죽이지 말고.”

“명을 받듭니다.”

“알겠습니다. 사도님.”

데스 킹과 마스터 네크로맨서가 나섰다. 그들은 내 명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할 것이다. 내가 직접 가고 싶지만... 지금은 따로 할 일이 있다.

“오하넬.”

“네. 사도님.”

붉은 드레스의 오하넬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인 병원으로 절 데려가주세요.”

차를 타고 가면 늦을 수 있다. 오하넬이 헬기보다는 느리지만 차보다는 빠르다. 그리고 날아간다면 그리고 차원의 틈을 이용한다면 교통체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할게요.

오하넬이 날 잡았고, 다음 순간 불같이 뜨거운 공기가 가득한 차원의 틈으로 이동했다.

“큭.”

폐부를 찌르는 뜨거운 공기에 고통을 느꼈다. 피부는 견딜만 하지만 숨을 쉴 때마다 폐쪽이 상당히 뜨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버텨야 한다.

그 의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살린다.

< 148 지하철 테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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