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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47화 (147/228)

< 147 지하철 테러 >

-긴급속보. 신도림역 폭발사고.

차를 타고 이동하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찾아봤는데 방금 일어난 일이라서 자세한 정보를 몰라서인지 정규방송을 그대로 진행한 채 자막만 써서 내보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자세한 정보를 알아 와서 방송하라고. 현장 모습도 보여주고.

끼익.

숙소에서 3분 만에 헬기장에 도착했다. 바로 차에서 내려 헬기로 이동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미리 출발할 준비를 해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크게 울렸다.

“최대한 빨리 현장에 가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아! 알겠습니다! 교주님!”

헬기에 오르며 내게 인사하는 조종사에게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프로펠러 소리 때문에 크게 말했음에도 한 번에 알아듣지를 못하는군. 예열이 필요하지만 바로 출발하라고 했다. 지금 헬기의 수명이 줄어들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임시전당 주변의 시 소유의 땅을 무상 대여해준 덕에 임시전당은 확장의 확장을 거듭했다. 기존의 임시전당으로는 찾아오는 신도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말이지.

그냥 1차선 산길이었던 진입로도 4차선으로 확장됐고, 예배실을 3개 더 만들었으며 그 외의 편의시설도 만드는 등 증축을 거듭해 임시전당은 급히 만든 작은 도시 느낌이 되었다.

신도들이 쉽게 찾아오거나 엿볼 수 없게 임시전당 깊숙한 곳에 나와 유나, 김해역 같은 간부들의 숙소를 따로 만들었다. 기존 숙소는 예배당 바로 옆에 있어서 창문을 통해 신도들이 언제든 우리를 볼 수 있어서 항상 커튼을 치고 살아야했으니까.

여하튼 덕분에 내 숙소는 산속 싶은 곳에 만들어졌고, 차로는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다보니 헬기도 하나 들여놨다.

헬기 착륙장은 신도들이 이용하는 임시전당과 우리가 사는 숙소 사이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데 그곳에 나와 유나 등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나 직원들이 사는 건물이 또 있다. 헬기 조종사도 항상 거기에 살면서 대기하고 있지.

성전이 만들어질 때까지 임시로 쓰려고 만든 곳인데 뭔가 점점 본격화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성전 건축을 멈춘 건 아니다. 점점 많은 지원이 들어오고,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사규모가 커져서 좀 늦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입주까지 1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입주 후에도 일부 구간 공사는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헬기 착륙장에서 사고 현장까지 얼마나 걸리죠?”

“테크노마트에 착륙허가를 받아놨습니다. 신도림역 바로 옆이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한 10분 정도 걸릴 거 같군요.”

김진서가 대답했다. 오는 동안 테크노마트에 연락해서 벌써 착륙허가를 받은 모양이다. 역시 일처리가 빨라.

하지만 10분이라니. 너무 느리다. 바로 옆이라곤 하나 착륙장이 옥상에 있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하다보면 그 정도 걸릴 수밖에 없겠지. 별 수 없지. 도착한 다음 오하넬에게 부탁해서 차원의 틈을 통해 이동하는 수밖에.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한다.

-살..려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비텔님...

-아파. 너무 아파요. 아파요. 비텔님.

테러 피해자들의 기도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 빌어먹을. 도대체가 한국에서 폭탄테러라니. 빨리. 빨리 도착해야한다.

-근처에 있던 요원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장 영상을 연결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십시오.

헬기를 타자 벤센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문자의 링크를 연결하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신도림역 사고 현장인 모양이다.

영상은 전체적으로 한 번 훑은 다음 확대해서 자세한 광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참했다.

“아악.”

영상을 보던 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보지마라.”

유나가 못 보도록 가렸다. 아직 중학생인 아이가 보기엔 너무나 처참한 모습이었다. 아니. 어른이라도 마찬가지다. 함께 보던 김진서마저도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게 정상이다. 현대인이 이런 처참한 광경을 볼 일이 얼마나 되겠어.

나처럼 오크의 삶을 보게 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락카르의 삶을 지켜보다보면 이것보다 끔찍한 광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저 중에... 우리 가족분들도 있겠죠?”

김해역이 말했다. 가족은 비텔교 신도를 말한다. 내가 항상 ‘신도들은 전부 비텔님의 아이이니 가족이다.’라고 설교하기에 신도들 사이에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는 게 정착해버렸다.

“있다.”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내가 그 피해자들의 기도를 직접 듣고 있으니까.

“빌어먹을... 가만두지 않겠어.”

김해역이 살기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김해역은 꿈에서 죽이고 죽이는 전투를 많이 해서인지 화가 나면 살기를 뿜어내는 경향이 있다.

“그만해. 유나 놀란다.”

유나는 정신능력이 강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웬만한 감정은 익숙해진 상태지만 살기 같은 건 평소에 느낄 방법이 없기에 면역력이 약하다. 지금도 김해역의 살기 때문에 안색이 좋지 않다.

“아. 죄송합니다. 사제장님. 제가 실수를...”

김해역이 급히 살기를 거두며 유나에게 사과했다.

내가 축복을 내릴 수 있게 되면서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들은 축복을 받고 신체능력이 강해졌는지, 정신능력이 강해졌는지에 관계없이, 전투훈련을 받을 건지 아닌지에 따라 사제단, 성전사단으로 나뉘었다.

신체능력이 강해졌다고 해도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유나 밑으로 가 비텔교의 이름으로 봉사를 행하는 사제단이 되었고, 정신능력이 강화되었다 해도 전투에 재능이 있거나 배우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김해역에게 가 성전사 훈련을 받는 성전사단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직책이 유나는 사제장, 김해역은 성전사장.

거의 동급이지만 김해역은 항상 유나를 윗사람으로서 정중하게 대했다.

“아저씨. 사제단... 이동시킬게요.”

“응. 부탁해.”

처참한 광경을 본데다가 김해역의 살기에 놀라기까지 해서인지 안색이 파리하고 목소리에 힘이 없지만 할 일은 잘 해주고 있다. 똑똑한 아이다.

“성전사단은...”

“아직이다.”

지금은 일단 사람들을 구할 때다. 사제단을 보내서 일단 사람부터 구해야한다. 하지만...

“그래도 준비는 시켜놔 줘. 곧 움직여야 할 거 같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사제단이 사람들을 구하고 난 후엔 성전사단이 바빠질 것이다. 그것도 많이.

-폭발의 형태로 보아 자살 폭탄 테러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 요원이 현장을 찍으면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계속 브리핑했다.

현장은 어수선했다. 그래도 10분 정도 지난 후여서 그런지 경찰과 소방관이 어느 정도는 도착해 있었다. 경찰이 사람들을 막고 못 들어가게 막아서 요원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좀 떨어진 곳에서 영상을 찍고 있었다.

-폭발은 두 번 일어났습니다. 한 번은 이곳에서.

매장이 여러 개 위치해있는 역 광장 중앙을 카메라가 가리켰다. 저기가 어딘지 안다. 갈때마다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곳이었다. 저런 곳에서 폭탄을 터뜨리다니.

카메라가 가리킨 곳을 중심으로 바닥에 검은색 그을음이 크게 번져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시체도 꽤 있고, 아직 고통에 몸부림치는 부상자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화면으로 향했다. 내가 저기 있다면. 내 손만 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바로 고쳐줄 수 있을 텐데.

“빨리! 더 빨리 좀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헬기 조종사를 재촉했다. 심각해 보이는 사람이 많다. 응급요원과 소방관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열심히 사람들을 돕고, 응급처치를 하고, 이송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거 같은 중환자도 여럿 보인다. 저런 사람들을 병원으로 옮긴다 해서 고칠 수 있을까? 내가 빨리 가야 한다. 그래야 고칠 수 있다.

-아... 아... 비텔...님...

숨넘어갈 듯한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버텨!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갈 거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버텨.

-그리고 저 곳에서 2차 폭발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이번엔 한 쪽 구석을 가리켰다.

-왜 저기에서 폭발을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 작은 방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2차 폭발로 인한 피해는 전무... 아. 한 명 다친 것 같군요. 날아오는 문짝에 맞은 것 같습니다.

영상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검게 그을린 찌그러진 철문과 그 옆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 한 명을 보여줬다. 그을음이나 화상이 없는 거로 봐서는 폭발에 당한 거 같지는 않았다. 대신 철문을 팔로 막으려고 했는지 기이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팔만 다친 거 같지는 않았다. 온 몸이 피범벅인 걸 보면...

누군지 모르겠지만 죽지만 마라. 아주 실낱같은 숨만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살려줄 수 있다.

-3차 폭발을 조심해야 합니다. 폭발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면 그 사이에서 한 번 더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 이들의 수법인지라...

그 설명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바로 벤센에게 전화를 걸어 신도림역 주변을 샅샅이 뒤져 혹시 있을지 모를 3차 폭발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미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15분 정도가 흐르고 신도림역에 도착했다.

“저 먼저 가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바로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꺄악. 아저씨!’, ‘교주님!’ 놀라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을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떨어지는 내 몸을 오하넬이 안아들었고 그대로 차원의 틈으로 이동했다.

“크흠.”

강렬한 열기가 날 덮쳤다. 상당히 강력하다. 내가 이때까지 들어온 차원의 틈에서 가장 뜨겁다. 그래도 버텼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오하넬이 날 잡았지만 거의 자유낙하 하듯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도착했을 때 급제동을 걸었다. 상당한 부하가 온몸에 걸렸지만 그 정도는 가볍게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땅에 발이 닿음과 동시에,

“돌려보내줘요.”

현실로 돌아왔다.

난 사고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20분이나 흘러서 인지 환자들의 반 이상이 사라져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환자들은 다소 가벼운 부상을 입었거나 아예 가망이 없다고 판단내린 사람들이었다.

가망이 없기에 이송하는 걸 포기한 사람들. 이해한다. 시급을 다투는 환자들은 너무나 많고, 이송할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다. 당연히 위급하지만 살릴 수 있을 거 같은 사람을 우선해야한다.

그리고 차라리 나에게도 그게 도움이 된다. 죽을 환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면...

“어. 거기 누구에요! 언제 들어간 거야! 나오세요!”

경찰 두 명이 다가왔다.

“뭐하는 거예요. 몸에서 김은 왜 나는 거야? 지금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데 장난이라도 치는 겁니까?”

경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본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난 지금 평상복을 입고 있고, 머리 스타일도 제멋대로에, 맹연의 화장도 받지 못한 상태기에 알아보기 힘들 수 있지.

상황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무시하고 가장 위급해 보이는 환자 쪽으로 이동했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빨리 나가지 못해! 앗 뜨거!”

내 팔을 잡은 경찰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방금 고기가 가볍게 익을만한 곳에 있다가 와서 좀 뜨겁습니다. 건들지 마세요.

“뭐...뭡니까.”

환자 앞에 서자 그 환자에게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던 응급요원이 움찔했다. 그가 돌보는 환자의 배 중앙에 어른 팔뚝만한 돌덩이가 박혀 있었다. 내장은 물론 척추까지 박살냈을 것 같다. 그래서 이송하지 않은 거야.

화확!

망설이지 않고 바로 양손에 강렬한 보라색 빛을 피운 채 환자의 몸에 손을 올렸다. 보라색 빛이 내 손에서 환자에게 옮겨갔고...

“어..어어?!”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새살이 돋아 구멍 난 몸을 메꾸면서 돌덩이가 스르륵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 147 지하철 테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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