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 1년 후 >
-안녕하십니까. 금요일 밤 9시 뉴스입니다. 첫 번째 뉴스입니다. 당연하게도 오늘은 이 내용이 첫 뉴스가 되었는데요. 다들 아실 겁니다. 다다음주, 그리니까 10일 후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비텔교 대화합의 날이 시작됩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무래도 비텔교 성전이 한국에 있다 보니 많은 외국인의 방문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비해 각 항공사들이 비행편을 늘리는 등 대처를 하고 있지만...
“준비는 잘 돼가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은 신도가 몰려들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진서, 원래는 예던의 본부장이었지만 이제는 직책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비텔교의 본부장이 되었다. 일 참 잘한다. 이 사람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몇 명 정도 올 거 같아요?”
“적어도 500만 명은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뭘 그렇게 많이 오는 거야?
“한국 오지 말고 각지에서 참여하라고 했는데도...”
“비행편이나 배편이 없어서 이 정도에 그친 겁니다. 만약 교통편만 충분했어도 수천만 명은 더 몰렸을 겁니다.”
그 이야기는 들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비즈니스석 암표가 2,000만 원정도 한다고 했던가. 왜들 그래 도대체. 어차피 전 세계에 생중계될 거고 와서 봐봤자 대단한 것도 없을 텐데 말이야.
여기 직접 와서 보는 것보다 TV에서 보는 게 나나 유나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걸? 와서 보면 오히려 더 힘들지. 한국 비텔교 신도만 3,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이랑 섞여서 모여들면... 지옥이군. 생각만 해도 무섭다.
머리 아프다. 비텔교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니 그 사람들 전부 우리가 책임져야 할 텐데. 막 대목이라고 사람들이 숙식비를 2~3배로 받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각지에 임시 숙소 같은 곳을 만들어둬야겠네.
“내가 내 무덤을 팠군. 대화합의 날을 왜 한다고 했을까.”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아저씨랑 다른 분들이 고생하시고...”
가만있던 유나가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이런.
“네가 왜 죄송해.”
“저 때문에 하게 된 거잖아요.”
“아냐. 원래 1주년 축제는 계획했던 거야. 네가 한 건 축제의 이름을 정하는 거뿐이었어.”
아니다. 실은 유나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시작된 게 맞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놀 수 있는 축제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친해져서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거 아니에요.’
이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대화합의 날이 됐다.
처음 계획은 간단했다.
비텔교 주최 축제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시작한다. 그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터. 그때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다. 당장 큰 효과는 없겠지만 매해 축제를 열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다.
어리석었다. 처음 시작할 때 생각한 건 작은 단합대회 비슷한 거였다. 그냥 곳곳에 동시에 모여들어서 나나 유나가 말하는 걸 듣는 정도? 그런데 일이 점점 커졌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만 열리는 축제가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열리는 축제니까.
세계에서 동시에 하는 거니까 현지 신도들이 현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도들이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니까 ‘비텔의 목소리’로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라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리 한국에 못 와서 난리인거냐.
아쉽다. 그냥 모든 신도가 ‘진실한’ 신도였으면 무조건 내 말을 들었을 텐데.
‘진실한’ 신도는 네 번째 기적이 일어났을 때의 신도인 1,400만 명뿐이다. 기적이 ‘기적 - 행운의 아이들’이후로 멈춰버려서 말이다. 그 이후로 신도가 일정 수가 될 때마다 축복을 받긴 했지만 더 이상 기적은 내려주시지 않았다.
아마도 1,000만 명으로 기적이 끝이었던 모양이다. 원래 그락카르의 세계에 있던 종교니까. 그쪽 생활양상을 생각해보면 신도가 1,000만 명이 되는 것도 기적이나 다름없었겠지. 1억은 비텔님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10억까지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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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1,752,611,90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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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명이다. 신도가 1,000만 명에 도달하고 정확하게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 17억 명이다.
1,000만 명 이후엔 딱히 기적도 없었고, 신도를 늘리기 위해 우리가 한 일도 별로 없었다. 그냥 알아서 늘어났다. 지금도 매일 몇 백만 명씩 신도가 늘어나고 있고, 이번에 대화합의 날이 알려지면서 몇 천만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도 늘리려고 시작한 축제는 아니었는데... 또 다른 종교에서 비판 성명 내겠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다른 종교의 불만을 엄청나게 듣는데 말이다.
한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비텔교도 인 것이 발각될 경우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법까지 만들었다. 야만적인 놈들.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는 곳이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긴 했다. 비텔교는 성장이 너무 빨랐고, 그 성장 중에 다른 종교의 신도가 많이 넘어왔을 테니까. 신도를 빼앗긴 종교로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신도를 빼앗기지 않고 싶었겠지.
그래도 막을 순 없을 거다.
비텔교는 지구에 유일하게 실제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신이 있는 종교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증거가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비텔교에 들어와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존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았었다. 하지만 결국엔 댐에 가둬져 있던 물이 댐을 부수고 튀어나오듯 언젠간 흐름이 인위적인 벽을 뚫고 나올 것이다.
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비텔교의 편일 테니까.
다른 종교에서 우릴 공격하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무서웠었다. 신도가 적을 때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비텔교의 신도가 17억 명이 넘었다.
물론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이 많을 거고, 비텔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 5억 명이나 되면 다행일까?
하지만 그건 기존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그 종교의 신을 완전히 믿고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믿음을 갖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우리 종교에 호감과 소속감을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비텔교의 행사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며,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보다는 비텔교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7억의 지지자. 협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되지. 이젠 딱히 두려울 게 없다. 17억 명이면 세상 그 어떤 종교에도 신도 수에서 뒤지지 않을 테니까.
자기 탓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유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난 별로 위로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말이지.
“공연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화제를 돌리자.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 안 될 거 같아서 떨려요.”
아직 표정이 풀리진 않았지만 내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대답은 한다. 이번 축제 중에는 유나의 발레 공연도 있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유나의 발레 실력은 정말 수준급이다.
‘교주의 명령 – 축복’이 1억 명, 10억 명 때 한 번씩 강화 되서 한 사람에게 총 3번의 축복을 내릴 수 있게 되었고 당연히 유나에게 3번 다 내렸다.
유나는 특수 능력형이라서 신체능력보다는 정신능력이 더 발전하긴 했지만 처음에 비텔님께 받은 축복까지 합쳐 총 네 번의 축복을 받아 신체능력이 엄청나게 높아진 상태다.
신체능력이 되니까 발레 실력이 빠르게 발전했고 단 1년 만에 전문가들도 극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아직 발레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엄청 잘하더라.
거기에 신체능력이 높아져서인지 축복을 받아서인지 1년간 엄청나게 성장해서 그저 귀엽기만 했던 아이에서 귀여움과 성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가씨가 되었다.
겉모습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지금의 유나는 충분히 한 공연의 주역을 맡을 정도의 실력이다.
그리고 워낙 팬클럽이 세서 말이지. 유나가 공연장에 나와서 귤만 까먹어도 환호할 사람이 전 세계에 1억 명은 될 거다.
유나의 한국 공식팬클럽인 ‘우리 귀여운 사제님’의 회원수가 2천만 명이 넘었다던가. 거기에 모든 나라에 유나 팬클럽이 있다고 하니까 적어도 1억 명은 넘을 거다.
크흑. 부럽다. 왜 내 팬클럽은 안 생기지. 나도 이 정도면 꽤 생기...진 않았지.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얼굴은 못 생겼어도 마음마저 못생겨지진 말자.
여하튼 유나를 주연으로 한 발레 공연이 축제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될 거다. 유나를 제외한 공연진도 빵빵하다. 유나와 함께 공연한다고 하니까 세계 각지에서 지원을 해왔다.
아무래도 비텔교가 신체능력을 높여 주다보니 몸을 쓰는 직업 계통에서는 필수 가입 종교처럼 되어 있어서 말이다. 웬만한 발레 무용수들은 대부분 비텔교 신도일 거다.
그러다보니 지원자 중에는 이름만 대도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들어보니까. 모든 사람들이 유나 완벽하다고 걱정 없을 거라고 하던데?”
“아니에요. 막 실수도 하고 그래요. 같이 공연하는 언니, 오빠들한테 너무 죄송해요. 그분들은 너무 잘하던데...”
“아냐. 어제 리허설 하는 거 봤는데 유나가 제일 잘하던데? 다른 사람들은 유나한테 안 되더라고.”
진심이다. 힘이 넘치니까 손발도 쭉쭉 뻗고 움직임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에이. 아니에요. 다른 분들에 비해 얼마나 부족한데요. 아직 배우고 있어요.”
다행이다. 화제를 돌리는데 성공한 거 같다. 유나가 우울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면 나 욕할 사람 엄청 많을 거다. 나한테 혼난 건가 싶어서 말이다. 유나는 비텔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람이니까. 혼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
실제로 저번에 유나가 공식석상에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나선 적이 있는데 그 날 인터넷 반응이 혹시 교주한테 혼났냐고 자기들이 교주 혼내주겠다고 하면서 나 욕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
.....
.......
아냐. 인터넷에 내 이름 맨날 검색해보고 그런 거 아냐. 그냥 좀... 여기저기 가다가 우연히 본거야. 정말이야.
10분 정도 발레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군. 그래. 넌 항상 웃어야 한다. 얼굴 찌푸리면 내가 욕을 먹어요..가 아니라 내 가슴이 아파. 넌 내 딸이나 마찬가지잖니.
다시 김진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시 축제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음... 그럼 축제 장소를 더 늘리는 건 어때요?”
“그것도 좋은 생각 같습니다.”
한국에서만 축제 장소가 전국에 20곳 쯤 된다. 한국에만 비텔교 신도가 3,500만 명이라는데 한 곳에서만 열었다가는 난리 날거다. 교통대란, 숙박대란, 식사대란, 화장실대란... 어우.
그래서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어디에 나타날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 나타난다고 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몰릴 테니까. 그러면 축제를 분산시킨 보람이 없잖아?
“물품이 모자라진 않겠어요?”
“10일이면 예던이나 다른 기업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회장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아버님께서 교주님의 치하에 기뻐할 겁니다.”
예던은 여전히 비텔교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기업 중 하나다.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기업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돕는다. 계속 그러니까 기업이 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너무 잘 돼서 한국 30위 그룹에서 1년 만에 한국 10대그룹 안에 들어갔다고 한다.
예던은 비텔교 초기부터 우리를 도운 곳으로 유명하니까. 웬만한 비텔교 신도들이 전부 예던 제품을 이용하다보니 성장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고.
“그럼...”
-사..살려주세요! 비텔님.
-세상에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비텔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아. 어떻게 이런 일이. 비텔님...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비탄에 잠긴 기도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뭔가 급박한 상황인지 자세한 내용을 말하는 기도는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터진 건 확실해보였다.
위치는... 서울. 저기면 신도림쯤 되려나?
“본부장님. 서울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 봐주시...”
김진서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벤센이었다. 바로 받았다. 벤센은 평소와 달리 인사도 없이 바로 할 말을 내뱉었다.
“서울 신도림역에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교주님.”
< 145 1년 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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