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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44화 (144/228)

< 144 1년 후 >

[그락카르와 벤 자칸의 싸움 다음날 아침]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교주님. 아침입니다. 10분 뒤에 아침 식사가 준비될 겁니다.”

10분 뒤에 아침식사라... 아침식사는 7시 30분에 하고 난 항상 6시 30분쯤에 일어나니까 잠에서 깨어난 지 1시간쯤 됐으려나?

잠에서 깬지 한참이 지났지만 말없이 누워 생각에 잠겨있다.

분명 어제 꿈에서 그락카르와 싸운 전사의 몸에 둘러져 있던 건 선명한 보라색 빛이었다. 보라색은 비텔님의 색. 즉, 그 전사는 비텔교 신도라는 뜻이다. 김해역의 말에 의하면 그 세상에서 비텔교는 멸망했는데 어떻게...

‘죽지 않는 자’

그가 관련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분명 거대괴물은 ‘죽지 않는 자’의 휘하라고 했다. 그런 거대괴물을 이끌고 다니는 비텔님의 힘을 사용하는 전사. 혹시 그가 김해역이 말했던 진짜 성전사인 걸까?

김해역은 성전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의 저는 상대도 진짜 ’비텔의 방패‘의 가장 약한 성전사와도 비교 할 수 없습니다. 그분들의 강력함은... 홀로 수십, 수백의 적을 상대할 정도였죠. 그 중에서도 성전사장이셨던 벤 자칸님은 홀로 1만의 적을 상대하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셨습니다.’

어제 그락카르와 싸웠던 그 자라면 인간 1만 명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김해역도 벤 자칸의 죽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김해역이 꿈에서 깨어날 당시에 그 세계의 비텔교가 망한 건 확실하지만 모두가 죽는 건 보지 못했다고 했지.

만약 그들 중 일부가 살아남았다면... 그 중 하나가 ‘죽지 않는 자’고 그가 살아남은 비텔교 신도들을 이끌고 타 종족에 대항해 왔던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있는 한 그락카르는 죽지 않는다. 즉, ‘죽지 않는 자’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패배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신도를 늘려 내가 강해질수록 그락카르도 함께 강해지게 된다.

..... 1시간이나 고민한 이야기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다.

“밥이나 먹어야겠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사실 내가 고민하고 뭔가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락카르와 나의 연결을 내가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내가 어떻게 도울 수도 없다.

별 수 없다. 마음속으로 응원이나 하는 수밖에. 잘해라. ‘죽지 않는 자.’

***

퍼걱.

미로크가 로드의 머리통에 박혀 들어갔다. 리자드맨 로드 놈들은 몸통이 하도 커서 미로크처럼 큰 양손도끼라고 할지라도 몸통을 치면 한 번에 죽이기 힘들다. 그나마 살이 적은 머리에 박아 넣어야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쿠워어어어어어억!”

고함을 쳐 로드를 잡았음을 형제들에게 알렸다.

구워어어어어억!

구오오오오오오!

그아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오!

형제들이 함성을 지르며 더욱 매섭게 리자드맨들에게 달려들었다.

잘 싸우는군.

다들 리자드맨과 꽤 많은 전투를 해와서인지 처음 리자드맨 구역으로 왔을 때보다 더 잘 싸운다. 이제 곧 도망가겠지.

끼락! 끼락! 끼락! 끼락!

아니나 다를까. 전의가 꺾인 비명과 같은 리자드맨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하더니 슬슬 뒤로 빠지기 시작한다. 형제들이 열심히 추격해 꽤 죽였지만 3분의 1정도는 호수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저렇게 되면 더 이상 추격은 불가능하다. 우리 오크의 신체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물속에서는 리자드맨이 빠르다. 흥분해서 물속까지 추격해 들어가는 형제가 있군. 그냥 놔뒀다. 저 형제는 우리 부락에 처음 온 형제다. 한 눈에 알아봤다.

“쿠헉. 쿠우커컥!”

우리 부락에 처음 온 형제가 저렇게 리자드맨을 쫓아가다가 물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온다. 오크들은 다 잘 하지만 헤엄만큼은 조금도 못하니까. 물속에 들어가도 발만 땅에 닿아 있다면 괜찮지만 발이 안 닿는 깊은 물에 들어가는 순간 저렇게 된다.

다른 형제들은 이미 물에 들어갔다가 고생해봤기에 절대 안 들어가지. 나도 고생 좀 했다.

리자드맨 부락에 불을 붙였다. 잘 탄다. 부락이 물 위에 지어져있는데도 불에는 속수무책이다. 저렇게 태워둬야 나중에 리자드맨이 다시 돌아오지 않지.

전투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붉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이번에도 꽤 많은 형제들이 축복을 받는군. 다섯인가? 노르쓰 우르드가 말했던 ‘아이를 낳아라.’라는 말이 이해된다. 내 부락의 형제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것도 기분이 좋은데 내 아이이기까지 하다면 훨씬 더 좋겠지.

“이걸로 부락 주변에 있는 발견된 리자드맨 부락은 전부 없앴다.”

노르쓰 우르드가 다가와 말했다.

“두 달이 걸렸다. 드디어 떠날 수 있겠다.”

난 이미 두 달 전에 부락을 떠나 남쪽너머 오크들의 땅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두 달 동안 이곳에 남아 주변 리자드맨 부락을 찾아내 전부 태워버렸고, 쳐들어오는 리자드맨들도 전부 물리쳤다.

왜? 그저 싸움이 좋아서? 아니다. 여기에서 하는 싸움은 더 이상 내게는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달이나 남아 리자드맨과 싸운 이유. 바로 책임감 때문이다.

날 믿고 내 부락에 찾아온 형제들에 대한 책임감.

난 형제들 전부를 데리고 남쪽으로 갈 생각이 없다. 불가능할 것이다. 2만이 넘는 형제, 자매, 아이들을 데리고 1년이나 이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대부분 굶어 죽을 것이다. 이동하는 중에는 전투도, 사냥도 쉽지 않을 테니까.

내가 떠나게 되면 부락에 남은 이 중에는 2만이 넘는 형제, 자매,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형제가 없다. 반드시 부락은 여러 개로 쪼개질 것이다. 6~10개로 쪼개져 5,000이 넘는 부락도 없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까지 우리를 습격해왔던 것과 비슷한 수의 리자드맨이 쳐들어온다면? 형제들은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즉, 나를 믿고 이곳에 찾아온 형제, 자매들이 전부 죽을 거라는 거다. 그럴 것을 알면서도 나만 생각하고 바로 떠날 수는 없었다.

적어도 형제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은 벌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의 리자드맨을 처리했다. 요 한 달간은 쳐들어오는 리자드맨도 없었다.

이젠 떠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이미 두 달이나 기다렸다.

그날 저녁. 난 공터에서 형제들에게 부락을 떠나 남쪽 너머로 갈 것임을 말했다. 1년 동안 전투도 없이 때때로 굶어가며 이동만 해야 할 것이란 것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떠났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날 따라오는 형제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

“내 인생 최고의 싸움을 봤다. 그걸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형제와 떨어질 수는 없지.”

캅카스가가 따라왔다.

“형제를 결투로 이겨보기 전까진 계속 쫓아다닐 거다.”

미흐로크도 쫓아왔다. 그리고 2,000의 형제도 내 뒤를 따랐다.

1년 동안 전투를 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음에도 2,000이나 따라오다니. 속으로 강하게 다짐했다. 날 믿고 따라와 주는 형제들에게 1년 뒤, 최고의 싸움을 선물해줄 것을 말이다.

***

“다행이네.”

그락카르가 남쪽으로 향했다. 더 이상 그락카르가 살아남은 비텔교 신도들과 싸울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더 좋은 건 그락카르가 1년 동안 싸우지 않고 이동만 할 거라는 거다.

더 이상 그락카르가 죽을까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고, 도끼로 머리 부숴서 뇌가 여기저기 튀고, 배를 갈라 내장이 튀어나오는 걸 보지 않아도 되며, 싸우던 적을 산채로 씹어 먹는 느낌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래. 이제 좀 조용할 때가 됐지.

요즘 너 너무 싸웠어. 예전엔 조금 쉬고 그랬잖아. 그런데 요즘엔 며칠에 한 번씩 쉬지 않고 싸웠단 말이지. 좀 쉬어라. 이제 좀.

요즘 이쪽의 일도 술술 잘 풀린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교단을 돕겠다고 나서니 너무 빨리 신도가 늘어나서 여기저기 꼬였던 일들도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고, 교단의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릴 적대했던 순백교도 얼마 전 처리됐다.

한 달하고도 보름 전 순백교는 위기상황이라며 총단합대회를 진행했다. 그 당시 순백교는 벤센이 터트린 비리와 범죄사실 때문에 위기상황에 몰려 있었다.

우리가 행한 일종의 보복이었다.

조사해본 결과, 역시나 우리 비텔교를 방송국에 찌른 게 바로 순백교였다. 그 사실을 들은 나는 순백교를 완전히 해산시키라고 벤센에게 말했고, 벤센은 바로 순백교에 대한 정보를 언론에 뿌렸다.

그냥 터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교도들도 조금 이용했더니 순백교는 거의 전국민의 공공의 적이 되었달까.

당연히 순백교 신도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래서 순백교는 모든 신도를 불러 모았고 거의 5만 정도가 모여들었었다. 그보다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왜 그것만 모였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모여든 순백교 신도 앞에 교주 박강성이 직접 나서서 설교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이 모함이라며 이런 때야 말로 신도끼리 단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벤센 덕분에 순백교 단합대회의 영상과 박강성이 하는 설교 전부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정말 말 잘하더라. 우리나라 최고의 사이비교를 만들어낸 장본인다웠다. 그 말빨 하나로 순백교를 만들었겠지.

그런 점은 배워야한다. 난 아무래도 준비도 안 된데다가 초보 교주라서 설교 능력이 박강성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진다. 박강성이 설교 10레벨이라면 난 설교 1레벨인 느낌이랄까.

여하튼 지켜보다가 분위기가 한창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오하넬에게 부탁해 차원의 틈을 통해 순백교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박강성 위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하넬이 고생 많이 했지. 숨어서 날 붙자고 날고 있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박강성에게 ‘마비시키는 번개’를 약하게 뿜어냈다. 박강성만이 아니다. 박천성, 박순성, 지태원 등 미리 벤센이 조사해둔 순백교의 핵심인물들에게도 ‘마비시키는 번개’를 쏘아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지키던 친위대인지 뭔지 하는 자들이 덤벼왔지만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번개에 맞아 픽픽 쓰러졌다.

그 뒤에 약간의 쇼를 좀 했다. 목소리를 쫙 깔아서 근엄한 목소리로 ‘신을 모욕한 죄로 가짜 신의 사도들을 벌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날아가서 순백교도들 중앙에 위치한 후 ‘마비시키는 번개’를 최대한 약하게 해서 사방에 뿌렸다. 번개 자체는 그리 강력하지 않았지만 마비시키는 속성이 있기에 번개에 맞은 이들은 잠깐 따끔했다가 마비된 상태로 10여분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에게 ‘잘못된 신은 방금 내가 씻어냈다. 진정한 신의 곁으로 와라.’라고 말한 후 박강성과 그 일당들을 들쳐 업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박강성과 일당들은 바로 벤센에게 넘겼다. 벤센이 알아서 그들이 죄 값을 치르도록 처리할 것이다.

그 뒤에 순백교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뒤엔 순백교에 신경쓰지 않아서 벤센에게 보고 받은 내용만 말하겠다.

순백교 신도 중 많은 수가 내 모습을 보고 비텔님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연히 그들은 이탈했고 순백교 내부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래도 박강성이나 다른 핵심인물들이 남아 있었으면 순백교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수습했겠지만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으니 혼란은 점점 가중되었으며 얼마 전 순백교 신도 대부분이 비텔교로 교단을 바꾸면서 순백교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게 괜히 우릴 왜 건드린 거야. 가만 놔뒀으면 방송에 나가는 일도 없었을 거고, 지금처럼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세력을 갖지 못했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순백교가 쓰러진 후 지금까지 특별히 우릴 적대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리고...

10개월이 흘렀다.

< 144 1년 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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