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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41화 (141/228)

< 141 연이은 기적 >

고요하지만 시끄러웠던 저녁이 지나고 만물이 깨어나는 아침이 찾아왔다가 지나가고 배터지게 밥 먹고 싶어지는 점심이 찾아왔다. 이제 10시간 정도만 있으면 4번째 기적이 행해지겠구나.

-건국이래 가장 많은 수의 범죄자 자수로 인해 경찰 업무가 마비되었습니다. 일주일 전, 비텔교 교주가 텔레파시로 ‘죄가 있는 사람은 죄 값을 받아라.’라고 한 것이 원인인데요.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0만 명 이상이 자수했다고 합니다.

... 그러라고 한 말이 아닌데 이렇게 될 줄이야. 앞으로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겠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정 수위 이하의 범죄에 대한 사면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자수자들의 대부분이 경범죄자로 알려져 있기에 일각에서는 비텔교 봐주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뭔 비텔교 봐주기야. 그냥 지들이 전부 처리하기 힘들 거 같으니까 귀찮아서 사면령 내리는 거겠지.

-다음 소식입니다. 비텔교의 기적이 오늘 저녁 11시경 행해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의 비텔교 신도들이 길거리에 나와 단체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외단체기도를 하고 있는 인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약 5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며, 기적이 일어날 저녁이 가까워지면 1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이번에 기하급수적으로 신도가 늘어나면서 생긴 부작용 중 하나다. 원래는 마련해둔 작은 예배실이 서울에만 20군데 정도 있어서 단체 기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거기를 이용하면 됐었는데 이번에 신도가 너무 늘어나서 전부 감당을 못하니까 저렇게 길거리에 모여서 단체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좋은 현상이다. 원래 힘은 합치면 합칠수록 강해지는 법. 모여서 기도하면 신도끼리 유대감도 깊어지겠지. 비텔님에 대한 신앙심도 더 깊어질 거고 말이야.

잘하고 있다. 더, 더 나와서 함께 기도해라. 물론 사고는 치지 말고 말이야. 함께 기도하는 건 좋은데 사고라도 치는 순간 이미지 나빠진다. 이미지는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비텔교는 오점이 있어선 안 되니까.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원영

기여부분 : 기도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선우

기여부분 : 기도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헌국

기여부분 : 기도

겨우 1점씩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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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11,940,117명

교단 기여 포인트 : 676,48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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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10시간 정도 남아있는데 이미 필요한 포인트가 전부 모아졌다. 1점씩 모여서 6억 포인트가 넘어가다니.

신도도 벌써 194만 명이 더 늘어났다. 기적이 행해질 거라는 이슈 때문에 뉴스에서 하루 종일 비텔교에 대해 이야기하니 신도가 늘어나는 속도도 엄청나졌다. 이러다가 정말 한국사람 전부가 비텔교 신도가 되는 거 아닐까.

여하튼 순간순간 엄청난 수의 기도가 들려오고 있지만 난 그 모든 내용을 일일이 다 기억하고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이럴 수 있는 것 또한 비텔님의 위대한 기적 중 하나겠지.

-사제님 이대로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이. 아저씨. 유나 이제 15살이거든요. 만으로 14살. 그런데 벌써부터 만수무강 비는 건 좀 아니잖아. 목소리 들어보니까 나이 지긋하신 거 같은데 본인의 건강을 비세요.

-사제님께서 이번 콩쿨에서 좋은 성적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유나 사제님이 이번에 납치당할 뻔 하셨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혼내주시고 유나 사제님이 다시는 그런 일 당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우리 귀여운 사제님.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드리겠습니다. 제게 사제님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유나에 대한 기도가 참 많다. 그제 방송을 타서 그런가. 그런데 방송은 나도 탔는데... 그것도 유나보다 4일 먼저.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방송 탔던 날, 기도로 욕 엄청나게 먹었다. 그 날은 비텔교에 대한 욕과 조롱하기 위한 패러디가 엄청나게 나왔었으니까. 그날 초반에 신도가 된 애들 중에는 첫 기도로 비텔님과 나에 대한 욕과 조롱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바로 사과했지. 기도하고 나서 바로 신체능력이 강해진 걸 느낄 수 있으니까. 그걸 경험하고 나면 비텔님이 진짜 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테니 무섭겠지. 혹시 벌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해서 말이야.

욕이 아닌 기도도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딱히 날 위한 내용은 아니었다. 자기를 위한 내용에 나를 끼어 넣은 게 대부분이었는데 유나가 언급되는 기도는 대부분 유나를 위한 기도다.

왜지. 왜인 거냐. 왜 난 보호해주고 싶어 하지 않는 거냐! 나도 딱히 보호받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차이가 나니까 조금은, 실은 상당히 신경 쓰인다.

물론 난 강인하게 생겼으니까. 딱히 보호해주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그런 거겠지...는 개뿔. 크흑. 슬프다. 못 생겨서 그런가? 아냐. 난 절대 못 생긴 게 아냐! 평균은 된다고! 그래. 유나가 어린 여자아이라서 그런 거야. 귀여운 딸 같은 아이니까 막 보호해주고 싶고 그런 거지.

-유나님 참 예뻐요. 유나님 같은 여친 사귀게 해주세요. 유나님 사귀게 해주시면 더 좋고요.

이 새끼 누구야! 목소리 보니까 20살은 족히 된 거 같은데 감히 내 딸 유나, 아니 내 딸 같은 유나를 노려! 좀 자세히 살펴보자.

조금 집중했더니 그 기도를 했던 사람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남자, 22살, 건강상태 대체로 양호. 이 썩을 놈이 감히 22살짜리가 15살인 우리 유나를 노려! 어디야. 어디 사는 놈이야. 오호. 요 앞 도시에 있구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벤센 오면 찾아오라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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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의 귀(3단계) :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신도의 기도를 들을 수 있다. 현재 기도하는 신도의 성별, 나이 등 일신상의 간략한 정보와 위치를 알 수 있다. 현재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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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비텔의 귀’가 3단계가 되면서 기도하는 사람의 간략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추가됐다. 쓸데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데 쓰라고 주신 능력이었구나.

그런데 비텔님, 조금만 더 일찍 주셨으면 저번에 저 욕한 애들도 잡아서 혼냈을 텐데요. 아쉽네요. 나중에 또 나 욕하는 애 있으면 찾아가서 왜 욕했냐고 물어보면서 압박해야지.

아침 일찍 김진서가 동생을 데리고 왔다.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보였다. 저번에 비텔교에 들어오고 나서 잠깐 걸어 다닐 정도로 건강해졌다더니 그 사이에 악화됐는지 휠체어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바로 그녀에게 축복을 내려줬다. 당연히 병이 낫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이 건강해지면서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 다녔다. 딱히 힘이 넘쳐나 보이진 않았지만 평범한 사람정도로 보이긴 했다.

김진서가 어찌나 감사해하던지. ‘생명력 전이’로 생명력도 불어넣어줬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는 거 같지는 않았다. 약간 활력이 돌긴 했지만 곧 사라질 활력이었다. 역시 ‘생명력 전이’는 외상을 고치는 데는 탁월하지만 질병에는 전혀 소용이 없다.

-이번 기적으로 저희 어머니 암이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비텔님. 이번 기적으로 식물인간 상태인 제 남편 좀 살려주세요.

-저 죽기 싫습니다. 비텔님. 왜 제가 백혈병이어야 하나요. 부탁드립니다. 오늘 기적으로 병을 치유해주세요.

-제 친구가 당뇨병에...

기도 중에 이런 내용이 참 많다. 병을 고쳐달라는 이야기들...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 수천 가지다. 그것들을 들을 때마다 내게 치유의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치유의 힘이 있어도 문제다. 난 한 명이다. 내가 하루에 사람을 몇 명이나 치료할 수 있을까. 그냥 기도만 하고 끝내는 만남과 달리 치료하는 데는 시간도 꽤 걸릴 테니. 많아봐야 100명? 그것도 내가 하루 종일 치료에만 전념할 때의 이야기다. 당연히 그러지 못할 거고 다른 일을 하면서 치료하다보면 하루에 10명도 힘들겠지.

겨우 그 정도론 어림없다.

혹시 유나를 고쳤던 것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100명쯤 되면 몰라도 말이다. 잠깐. 음. 그냥 해본 말인데. 이거 가능할 지도...

지금 내가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1,000명이다. 그 중 몇 명 정도는 ‘착취하는 손’이나 ‘내면을 보는 눈’을 얻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신도가 늘어나면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도 늘어날 거고, 그 중에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은 모은다면... 어쩌면 불치병을 고치는 사제단을 만들 수도 있을 거 같다.

앞으로 축복을 내리면 어떤 능력을 받았는지 물어보고 기록해둬야지. 김진서랑 그 동생이 무슨 능력을 받았는지 안 물어봤는데 이따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비텔님께도 열심히 기도해야지. 축복을 받은 자들이 능력을 얻을 때 전투용이 아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능력을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전투 능력은 솔직히 별로 필요가 없다.

내겐 다섯의 수호자가 있으니까.

아직 셋만 부른 상태지만 언제든지 둘을 더 부를 수 있고 이미 부른 세 명의 실력을 보면 수호자 다섯이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남은 둘은 나중에 불러야지. 좀 사태가 진정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말이야. 오하넬이 워낙에 성격 더럽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겁을 줘서 말이야. 지금 안 그래도 정신 사납고 힘든데 이상한 놈들 둘이 더 추가되면 진짜 힘들어질 거 같다.

“이제 가자.”

“충분히 쉬셨습니까.”

“솔직히 더 쉬고 싶지만 날 만나러 온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마냥 쉬고만 있을 순 없지.”

난 바쁘다. 그것도 상당히 바쁘다. 찾아오는 신도들을 만나고 덕담하고 기도해주느라고 말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며칠만 고생하면 끝나겠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희망도 없다. 만나는 것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래도 난 행복한 거다. 점심시간을 1시간이나 가졌으니까. 김진서나 다른 사람들은 일하느라 바빠서 점심도 뛰어다니면서 먹고 있다. 역시 어딜 가나 윗사람은 덜 고생한다니까.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빠르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됐다.

예전엔 저녁 늦게까지도 신도들을 만났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1시간 후, 비텔님의 기적이 행해질 것이다. 준비하도록.

오늘 신도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오늘 일어날 기적은 어떤 기적인가요.’였다. 그냥 ‘신께서 아시겠죠.’라고 대답했다.

사실 기적 예고제도 좀 무리한 거지. 세상에 ‘야. 언제 기적 일어날 거다.’라고 말해주고 일어나는 기적이 어디 있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게 기적이지.

유나의 집, 이제는 함께 쓰게 된 집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바깥에 있는 신도들도 돌아다니지 않고 각자의 쉼터로 돌아가 기도하며 기적을 기다렸다.

막판 스퍼트네. 엄청난 속도로 신도들의 기도가 들려왔다. 거의 모든 신도가 동시에 기도하는 거 같다.

50분... 40분... 30분... 20분... 10분... 5분... 1분... 3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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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14,385,441명

교단 기여 포인트 : 1,091,83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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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는 충분하다.

-스킬 ‘기적 - 행운의 아이들’을 사용합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719,272,050이 차감되었습니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내가 도울 것이다.

기적이 시작됐다.

***

[그락카르와 벤 자칸이 결착을 벌이고 3일 뒤]

“힘이... 그분께서 내려주시는 힘이 느껴진다!”

‘죽지 않는 자’가 홍수라도 난 듯 강하게 밀려들어오는 힘에 전율하며 소리쳤다.

우측 반신까지 회복된 상태였던 ‘죽지 않는 자’, 천천히 회복되던 그의 몸에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핏줄이 생기고, 근육이 생기며, 새살이 돋아났다.

10초 만에 왼팔이 회복되었고, 30초 만에 오른다리가, 그리고 50초 만에 왼다리까지 회복되었다.

그로서 전신이 회복된 ‘죽지 않는 자’

그가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141 연이은 기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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