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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33화 (133/228)

< 133 밥그릇 싸움 >

벤센이 알려준 조직의 사무실로 왔다. 신기하다.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화려한 빌딩에 조직 폭력배 사무실이 있다니. 한 층을 전부 빌려 쓰고 있다는데 명패를 확인해보니 폭력배 같지 않은 그럴듯한 회사명까지 갖고 있다.

벤센이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처리할지는 몰라도 조용히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아 내가 직접 한다고 했다. 우리 교단이 폭력을 쓴다는 소문이 나면 안 된다. 그리고 벤센이 우리 교단을 돕고 있다는 소문도 나서는 안 된다.

지금도 글렘은 자신이 들킨 지도 모르고 열심히 기도하고 헌금하고 있다. 그런데 NSA가 우리 편이 된 걸 알면 지금처럼 조용히 연기하는 걸 멈추고 공격적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글렘이 직접 덤비는 건 전혀 무섭지 않지만 그가 미국의 막후 권력자 중 하나란 게 두렵다. 그가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라지만 어찌저찌해서 미군을 움직이는 데 성공하거나 권력 최상층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비텔교에 닿도록 만든다면... 미국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비텔님께서 직접 강림하시면 몰라도 내가 상대하기엔 좀 무리지. 그래서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처리하고 싶기에 내가 직접 왔다.

-좀 춥습니다.

근처 차원의 틈 상태를 확인하러 갔던 오하넬이 돌아왔다. 좀 춥다니. 어느 정도인 거야. 오하넬의 ‘좀’은 내 ‘좀’과 달라서...

“사람이 견딜 수 있을 정도인가요?”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겁니다.’라니. 왜 추정이지. 왜 확신을 못하는 거냐. 그건 죽을 둥 살 둥 할 거 같다는 의미인 거냐. 더 물어봐야 확실한 대답을 얻기 힘들 거 같다. 일단 평범한 사람이 견딜 수 도 있을 정도라면 난 뭐... 확실히 견디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가죠.”

***

춥다. 너무 춥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옷 좀 껴입고 오는 건데. 오하넬에게 안겨서 공중으로 올라가며 몸서리 칠 정도로 강한 추위를 느꼈다.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어도 추운 건 추운 거라는 걸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 견딜 수 있을 정도라니 내가 이 정도면 사람은 무조건 죽는다.

“오하..넬.. 이 정도 추위면.. 사람은 무조건 죽습니다.”

-오래 있으면 그렇겠지만 이동 중 잠깐 들어와 있는 거라면 죽지는 않을 겁니다. 전신에 동상을 좀 입는 정도?

이 정도면 동상 ‘좀’ 걸리는 정도가 아니지! 코미디 만화나 영화 속에 가끔 등장하는 전신이 얼어버린 인간 비슷해질 거다.

돌아가면 꼭 온도계부터 사야겠다. 공업용 온도계면 이런 데서도 버틸 수 있겠지. 그리고 벤센한테 부탁해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방한복이랑 방화복도 구해둬야...

-도착했습니다.

떠오르던 오하넬이 멈췄다. 여기가 9층 높이인가. 상당히 높다. 빌어먹을 폭력배 놈들은 왜 이리 높은 곳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날 힘들게 만드는 것인가. 한 2층 정도에 만들었으면 벌써 도착했을 거 아냐.

“김재정 혼자 있나요?”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뭐?

“잠ㄲ!”

잠깐이라는 말을 내뱉기도 전에 오하넬은 사라졌고 난 그대로 밑을 추락하...려다가 다시 나타난 오하넬이 안아들었다. 잠깐이었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한 0.1초정도 추락했나? 무서웠다.

오하넬에게 안겨 있으니 뭔가 아이가 된 느낌이야. 비텔님한테 하늘을 나는 능력도 하나 달라고 빌어야 하나.

-혼자 있습니다.

“빨리 돌아가죠.”

빨리 현실로 돌아가자고 오하넬을 재촉했다. 이딴 곳에 조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어? 너 뭐야.”

나타나자마자 오룡파 두목이자 오룡상사의 사장인 김재정이 날 보며 놀란 소리를 냈다.

“어디서 나온 거야? 문 열리는 소리도 안 났는데.”

무시하고 다가갔다.

“뭐야. 안 꺼져?”

손이 밑으로 가더니 책상 서랍을 열려고 한다. 이 새끼도 김설중처럼 총 가지고 있는 거 아냐? 빠르게 움직여 김재정이 책상서랍을 열기 전에 막았다.

“이! 커컥.”

소리치려는 것도 목을 틀어쥐어 막았다. 그대로 들어 올려 책상에서 떨어뜨린 다음 목을 잡은 손으로 ‘착취하는 손’을 사용했다.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던 김재정이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바로 ‘착취하는 손’을 중지했다. 처음에는 식물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데도 몇 십 분은 걸렸었는데 이젠 너무 강해졌다. 살짝 삐끗하면 사람 죽이게 생겼어.

늘어진 김재정을 내려놓고 아까 열려고 했던 책상 서랍을 열어봤다. 정말 총이 있다. 이놈의 폭력배 놈들은 한국 땅에서 총을 도대체 어떻게 구하는 거야. 이놈저놈 다 가지고 있네.

이건 내가 챙기자.

“오하넬 이 방에 비밀 금고가 있나 찾아주세요.”

-네.

김재정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쪽이 확실하고 더 빠르다. 오하넬이 빠르게 이벽, 저벽 다 뚫고 돌아다니며 금고를 찾았다.

-여기와 여기에 있습니다.

순식간에 방 전부를 둘러본 오하넬이 말했다. 두 개나 있어? 책상 바닥과 책장 뒤였다. 아씨. 그림 뒤나 장판 밑처럼 쉬운 데에 만들지 뭐 이리 어려운데다가 만들었어.

책상을 들어 치우고 카펫도 들추니 큼지막한 금고 문이 보였다.

-열어뒀습니다.

오하넬이 말했고 난 금고문을 그냥 열었다. 잘 열린다. 금고의 자물쇠란 게 사실은 내부에서 아주 작은 힘만 가해도 열리도록 되어있다. 오하넬은 어떤 물질이든 뚫고 안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금고 내부에서 자물쇠를 건드려 여는 것쯤이야 우습지.

금고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아마 세상에 오하넬이 열지 못하는 금고는 없을 것이다.

금고를 여니 돈과 채권 같은 것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것들 다 무시하고 꺼내서 싹싹 뒤졌다. 돈과 채권, 보석 같은 것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금고 안에 숨겨진 공간 같은 거 없어요?”

-네. 없습니다.

보석만 챙기고 일어났다.

책장으로 갔다. 밑에 바퀴를 달고 레일을 만들어놔서 옆으로 슬쩍 미니 밀린다. 작은 금고 하나가 나타났다.

-그곳도 열어뒀습니다.

뭔가 만능 도우미 로봇 같은 느낌이다. 알아서 일 다 해주네. 나와 살짝 개념이 달라서 문제지 일처리는 정말 잘해준다.

“아. 여기네.”

금고를 여니 장부처럼 보이는 책 3권과 USB 2개가 있고, CD는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이게 김재정이 준비해둔 증거 같은 거겠지?

여기 오기 전에 맹연이 말했다. 폭력배는 아무도 믿지 않기에 자기가 살 구멍을 반드시 만들어둔다고 그러니 순백교든 어디든 뭔가 약점을 만들어서 수집, 보관하고 있을 거니 잘 찾아보라고 말이다.

이것들 전부가 순백교에 대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중에 순백교에 관련된 것이 있겠지. 챙기자. 가져온 가방에 전부 집어넣었다. 혹시 이 근처 차원의 틈이 뜨거울 것을 대비해 내열처리가 된 가방이다. 설마 USB나 CD가 추우면 망가지는 구조는 아니겠지?

이번에 돌아가면 저번에 김설중한테 얻은 것들이랑 합쳐서 전부 벤센에게 넘겨야겠다. 김설중한테 얻은 자료도 솔직히 양이 너무 많고 알아보기 힘들어서 써먹지를 못하고 있었다. 벤센은 정보전문이니까 알아서 잘 해주겠지.

그럼 남은 건 김재중에 대한 처리인가...

“끄으.. 으으으...”

김재정은 ‘착취하는 손’에 죽기 직전까지 생명력이 빨려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누워서 끙끙대고만 있었다.

죽여야겠지. 그게 제일 깔끔한 방법이다.

그나저나 나도 참... 죽인다는 생각을 정말 쉽게 하네. 사람 죽이는 건 예전엔 꿈도 못 꿨었는데 말이지. 아무리 나한테 피해를 끼칠 것 같아도 그저 말 못하게 ‘약속의 무게’정도만 걸어두고 끝냈었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될 줄이야.

물론 ‘약속의 무게’로 완벽하게 방비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하고 끝내겠지만 ‘약속의 무게’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고은형을 보고 깨달았다. 어떤 약속을 하든지 간에 그걸 뚫고 나에게 해를 끼칠 거다.

죽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겠지.

바닥과 벽의 금고 문을 닫고 다시 잠갔다. 책상과 책장도 원위치로 해뒀다. 돈도 그대로 있으니 누가 왔다간 걸 모르겠지. 장부와 USB, CD는... 모르겠다. 보통 그런 정보 남겨둘 때는 두목 혼자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저것도 김재정 혼자 알고 있었길 바라...기 보다는 물어보자.

김재정과 ‘목소리는 무조건 작게, 내 말에 성실히 진실만 대답할 것.’을 약속으로 걸고 ‘생명력 전이’로 대답할 수 있을 만큼의 생명력만 건네주고 질문했다.

“끄으으으. 방태... 방태가 알고 있어.”

나와 약속한 모두가 그러듯 이번에도 거짓말을 해서 고통에 시달린 후 진실을 털어놓고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 사람 외에는 없나요?”

“없어. 없다고..”

이번엔 진실이군.

“순백교와 조직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요?”

줄줄이 대답하는데 대답이 상당히 길게 나온다.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저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순 없으니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다.

두 번째 계획은 간단하다. 김재정이 다음 두목을 정하지 못하고 죽었으니 다음 두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을 거고 그걸 좀 키울 거다. 그리고 외부의 다른 폭력배가 오룡파를 노리도록 만들 거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일단 시도할 수는 있다. 동부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모두가 비텔교도니까. 그들 중엔 폭력배 쪽에 연줄이 있는 사람이 많지. 그들과 벤센과 같은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힘을 합치면 뭐... 어렵지 않겠지.

“이 질문이 마지막이에요. 그러니 성실하게 대답해주세요.”

마지막 질문은 CCTV와 도청장치가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김재정은 먼저 겪은 고통이 끔찍했는지 거짓없이 진실을 바로 이야기했다. 몇 개 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켜두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찾아올 때만 켜둔다고.

하긴 평소에 자기 자신을 감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 질문을 끝으로 김재정의 심장이 있을 가슴에 손을 올렸다.

“천국엔 못 갈 겁니다.”

비텔님께서 안 받아주실 테니까.

‘착취하는 손’을 사용했고 김재정의 심장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오하넬에게 안겨서 차원의 틈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으으. 정말 춥다. 진짜 돌아가자마자 방한복, 방열복부터 구해야겠다.

벤센에게 방태란 사람이 있는 곳을 알아내라고 했다. 방태란 자에 대한 정보는 10분 만에 내 손에 들려졌고 역시나 그를 찾아가 김재정 때와 똑같은 일을 한 다음 임시전당으로 돌아왔다.

***

김재정을 처리하고 3일이 흘렀다. 조용하다. 시위대도 사라지고 임시전당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두 번째 계획이 잘 풀린 모양이다. 오룡파는 세 갈래로 나눠져 후계자 싸움 중이고 타 조직이 오룡파를 야금야금 뜯어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한 동안 폭력배가 찾아오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순백교에 대한 일이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겠지.

***

“김재정이 이 새끼 왜 연락이 없는 거야?”

순백교 교주 박강성의 동생 박천성이 소리쳤다. 분명 3일 전에 조직원 백 명을 비텔교로 보낸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다.

“연락이 닿지를 않아서 사람 보내봤는데 죽었다고 하더라고.”

박강성의 여동생 박순성이 대답했다.

“죽어?”

“네. 형님. 며칠 전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 뒤로 오룡파가 내분에 들어가서 아무래도 비텔교에 사람을 못 보낸 거 같습니다.”

박순성의 남편인 지태원이 말했다.

“아. 빌어먹을. 일은 하고 뒤지던가. 왜 일한다고 한 날 뒤지는 거야.”

박강성은 순백교를 창시한 후 가족들을 전부 교단에 끌어와 중요한 위치에 앉혔다. 그 중에서도 박천성, 박순성, 지태원은 순백교를 이끄는 핵심인물들이었다. 최근 순백교의 일은 대부분 그들 셋에 의해 이루어졌다.

“제가 교주님 친위대를 이끌고 갔다 올까요?”

지태원이 말했다. 지태원은 박강성의 친위대를 이끄는 대장 자리를 맡고 있었다. 사실 말만 친위대지 교단의 더러운 일을 자행하는 폭력집단이다.

“됐어. 괜히 갔다가 얽히면 더러운 꼴 본다.”

“청부업자한테 비텔교 교주랑 사제 납치해오라고 할까?”

박순성은 순백교의 재정을 맡고 있으며 청부업자를 통해 타 종교 집단의 간부들을 납치, 감금, 고문, 살인 하는 데 앞장섰다.

“됐어. 비텔교가 의외로 크더라고. 그런 일 했다간 일이 커질 위험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음... KBN 박 이사한테 전화 넣어.”

“박 이사는 왜?”

방송국 KBN의 박 이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순백교의 교도 중 한 명이었다.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에 대해 제보하려고.”

< 133 밥그릇 싸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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