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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26화 (126/228)

< 126 슈퍼스타 >

“........”

무안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뭔가 말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웅성웅성대는 상황에서는 내가 죽어라 외쳐도 저 뒤에 있는 사람한테는 안 들릴 거다.

점점 사람들의 시선이 뜨거워진다. 내가 뭔가 하기를 기대하는 눈친데...

“흠흠.”

내게 집중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괜히 무안해서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기적처럼 정적이 찾아왔다. 방금 전까지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내게 뭔가 말을 하려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입 싹 닫고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 말해야 할 분위기다.

신기한 건 저렇게 많은 사람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떨리지 않는다는 거다. 사람들 앞에 나서면 엄청 떨릴 줄 알았는데. 저번에 비텔님께 받은 스킬인 ‘굳건한 영혼’이 정신력을 올려준다더니 이런 쪽도 올려주는 건가.

“안녕하십니까! 그분의 첫 번째 아들 한상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인사를 했을 뿐인데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잠시 멈추길 기다렸는데 멈추기는커녕 계속 이어진다. 어떻게 멈추지. 음... 이렇게 손을 들어보면.

.........

정적이 찾아왔다. 저 사람들이 기계고 내가 리모컨을 손에 쥐고 있는 거 같다. 뭔가 하고 싶으면 그대로 따라준다.

“교주님. 여기 마이크입니다.”

다시 말을 하려는데 누가 달려와서 마이크를 건네준다. 보니까 언제 가져왔는지 휴대용 앰프가 꺼내져 있었다. 여기에 저런 거도 있었나. 잘 됐다. 계속 소리쳐서 말하면 좀 이상하잖아.

그런데 이 사람 빠르네. 내가 집에서 나올 때 바로 달려가서 꺼내온 건가.

“성함이...”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데니스 오입니다.”

“데니스 오. 알겠습니다.”

교폰가. 그러고 보니 말이 좀 어눌하긴 하다. 여하튼 기억해두자. 눈치 빠른 사람이라고.

“흠흠.”

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꽤 크다. 이 정도면 적당히 평소 목소리로 말해도 될 거 같다.

“모두 사제님의 상태를 걱정하고 계실 것 같군요. 임시로 확인한 거긴 하지만 사제님은 여러분 덕에 상처 없이 돌아오셨습니다.”

다시 환호성. 임시전당이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에 있는 게 정말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와도 백 번은 더 들어왔을 것이다.

“사제님이 쉴 수 있도록 큰소리는 자제해주십시오.”

말 끝나기가 무섭게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말 잘 듣는다.

일단 말문을 트니 말이 술술 나왔다. 아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만큼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사건 개요를 말해주며 신도들의 얼굴을 살폈다. 분노하고 있었다. 아까 조용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소리 지르며 분노를 터뜨렸을 것이다.

“모두 제 탓입니다. 다른 일을 한다는 핑계로 제가 나서지 않고 어린 사제님을 내세웠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 놈들이 나쁜 놈들입니다!”

여기저기서 날 두둔하는 말이 들려왔다. 기분이 묘하다.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족처럼 말이다.

“더 이상 숨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모든 일에서 제가 앞장 설 겁니다. 여러분이 필요로 할 때 항상 함께 할 겁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절 찾아오십시오. 제가 그 일을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말하다보니 마치 내가 정치인이 된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난 정치인과 다르다. 지금 내가 하는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전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안전을 위해 신도가 100만 명이 된 이후에나 나서려 했지만 이렇게 나선 이상 앞으로 교단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계약 중개 권리증’은... 아쉽게 됐다. 경매장까지 개척했는데 말이야. 원래 계획은 신도가 100만 명이 되기 전까지 ‘계약 중개 권리증’을 부자와 기업가에게 팔면서 인맥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비텔교를 전도하는 거였는데 이렇게 교주로서 나서게 된 이상 그 일은 하기 힘들어졌다.

교주가 돼서 능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며 돈 벌러 다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으니까. 물론 난 전도를 위해 하는 거지만 남들이 보기엔 돈 벌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겠지. 가끔 교주로서 쓰는 건 괜찮겠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맺는 건 불가능해진 것 같다.

몇 가지 말을 더 하는데 차들이 임시전당으로 계속해서 들어왔다. 날 보러 오는 건지 유나가 걱정 돼서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끝없이 오는군. 임시전당은 꽤 넓은 지역이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렇게 끝없이 몰려오다보면 임시전당의 수용력을 넘어설 것이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돌려보내야겠다.

“오늘 교단에 있었던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좋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큰 피해도 없었고 다친 사람도 없었습니다.”

“교주님께서 기적을 일으켜 주신 덕분입니다!”

“기적은 제가 아니라 비텔님께서 일으키셨죠. 전 그저 그분의 힘을 전달하는 도구였을 뿐입니다. 여하튼 참 긴 하루였지만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어서들 돌아가서 쉬세요.”

돌아가라고 몇 번 더 말했지만... 아무도 갈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이 말하는 사이에 차 몇 대가 더 도착해 사람이 더 늘었다. 오늘은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다. 내일도 평일이고 말이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들 있으면 내일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오늘은 여기서 교주님과 사제님을 지킬 겁니다!”

필요 없어. 여기 NSA 요원만 수십 명에 나하고 김해역도 있어. 당신 가정이나 지켜. 일 안 나갔다가 잘리면 어쩌려고 그래.

큰일 났다. 김진서한테 텐트를 구해보라고 하긴 했지만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야.

“적은 전부 잡혔습니다. 이제 사제님과 전 안전합니다. 그리고 저도 당분간은 임시전당에 머물 생각이니 언제든 찾아와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서 쉬시고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찾아오세요.”

라고 말했지만 역시나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 주차장은 이미 미어터져서 도로까지 주차장이 된지 오래다. 임시전당이 외곽이란 사실이 다시 한 번 고맙다. 도로를 주차장으로 써도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서 말이야.

“데니스.”

“네. 교주님.”

“전당에 이불이 충분합니까?”

잠자리는 저쪽에 있는 강당 비슷한 곳에 마련한다고 해도 재우려면 이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데니스가 앰프를 꺼내온 걸 보면 임시전당 비축 물품에 대해 잘 알거 같아서 그에게 물었다.

“평소 모자라지 않도록 충분히 갖춰두긴 했지만... 지금 몰려오는 신도들을 재우기엔 부족할 거 같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평소에 수백 명 머무는 곳에 수천, 수만 명이 올 걸 예상하고 준비하겠어. 별 수 없군. 일단 들어가서 김진서, 맹연과 방법을 논의해보고 다시 나와야겠어.

몸을 돌려 유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때,

“교주님! 잠시만요! 우린 선후 공부 잘하라고 기도 한 번만... 꺅!”

쿵!

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어린 남자애 손을 잡고 급히 내게 달려오다가 넘어졌다. 당연히 엄마 손을 잡고 있던 남자아이도 같이 넘어졌다. 어. 저런. 좀 세게 넘어진 거 같은데. 다치지 않았으려나? 그쪽으로 달려갔다.

“으아아아아.”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 앞으로 가 살폈는데 다행히도 얼굴과 팔, 다리에 까진 상처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오히려 엄마 쪽이 더 크게 다친 거 같다. 넘어질 때 머리를 부딪쳤는지 멍한 눈빛으로 겨우 일어나 앉아 있었다.

화악.

양손에 보라색 빛이 머물렀다. 그대로 엄마와 아이에게 생명력 전이를 해주었다. 까진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고 멍했던 엄마의 눈빛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울던 아이도 보라색 빛이 신기한지 울음을 멈추고 빛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적이다! 상처가 사라졌어!”

“아까 누가 죽은 사람을 살렸다고 말했던 게 정말인가 봐.”

아냐. 가짜야. 죽은 사람을 어떻게 살려.

“비텔이시여!”

“믿습니다!”

“교주님! 비텔님!”

순식간에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막 열정적으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걸 열정적이라고 하기엔 표현이 너무 약하다. 열정x100은 해야 할 느낌인데. 조용히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 정도는 귀신 들린 것처럼 격하게 기도를 했다.

..... 무섭다. 유나 집이 저 앞에 있는데 멀게만 느껴졌다.

***

“잠시 쉬시죠. 신도들 기도를 해주시는 건 좋지만 아침 식사는 하셔야 몸을 버리지 않습니다.”

김진서가 와서 아침을 먹으라고 말했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맙다.

어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후 30분 동안 광란의 기도를 지켜봐야 했다. 단어 잘못 쓴 거 아니다. ‘광란’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기도였다. 기도 다이어트 같은 거 하나 만들어야겠어. 그렇게 격하게 기도하면 살이 1kg씩은 빠질 거다.

여하튼 그 집단 기도가 끝난 후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 잘하게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기도를 해도 공부를 잘하게 되진 않는다고 했지만 괜찮으니 해달라고 해서 짧게 아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비텔님. 이 꼬마 공부 잘하게 지켜봐주세요.’라는 내용의 기도를 좀 늘려서 해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도 빨리 끝내고 유나 집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는데 아이의 뒤로 사람들이 쭉 줄을 서 있었다. 그때 느낀 황당함이란... 물론 그 황당함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기도했다. 졸지에 밤샘 기도회를 열었네.

처음엔 빨리 끝내고 쉬려고 최대한 열심히 빠르게 기도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도를 해도 줄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도착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늘어나기만 했다. 그래서 중간부터 포기하고 천천히 여유 있게 기도했다.

그 결과 아직도 줄을 서 있는 자가 1,000명은 되는 것 같다.

“모두 이제 그만 쉬세요. 저쪽에서 음식을 준비해뒀으니 가서 식사하시고, 예배실에 이부자리를 준비해뒀으니 가서 주무세요. 교주님도 이제 그만하고 쉬시죠. 기도도 좋지만 그러다가 몸 상합니다.”

나이스. 김진서. 차마 내 입으로 줄 선 사람들한테 나중에 합시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진서가 대신 해준다.

“자자. 빨리들 갑시다. 밥 정말 맛있게 됐습니다. 교주님께서 분명 당분간 임시전당에 계신다고 했으니 기도는 나중에 받으면 됩니다.”

사람들이 아쉬워했지만 김진서만이 아니라 김진서와 같이 나온 사람들이 함께 여기저기서 말하니 결국 흩어졌다. 보는 사람만 없으면 김진서를 껴안아 주고 싶다.

20번째 기도를 할 때 누가 가져다 줘서 앉아있었던 의자에서 드디어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한 5,000명한테 기도해줬나? 모르겠다. 중간부턴 무아지경으로 기도만 해서 말이지.

으다닷. 계속 앉아서 기도만 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김진서와 함께 유나 집으로 향했다.

“신도분들이 얼마나 오셨습니까.”

“만 명 조금 넘었습니다.”

만 명... 어제 이렇게 계속 몰려오면 만 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아무리 기도해도 줄이 줄지를 않았지.

“음식이나 잠자리는 준비 됐나요?”

“잠자리는 좀 모자라긴 하지만 차에서 자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어찌어찌 겨우 해결했습니다. 식사 준비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에 출장뷔페 50곳에 연락해서 해결했습니다.”

출장뷔페 50곳... 역시 돈이 많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구나.

“그리고 여긴 애초에 성전을 지으려고 했던 곳이라 부지가 꽤 넓습니다. 안쪽을 좀 치워서 주차문제도 해결해 뒀습니다. 문제는 씻을 곳과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건데. 씻는 건 물티슈를 나눠주기로 했고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 업체에 연락해뒀으니 오후에 해결 될 겁니다.”

정말 일 잘한다. 간단하게 말하긴 했지만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교주님의 노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집으로 들어가니 1층 거실에 뷔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설마 저거 나 혼자 쓰는 건가?

“어서 식사하시고 좀 쉬시죠.”

“그런데 저 혼자 먹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교주님께서 쉬지 못하실 거 같아서요.”

그렇긴 하겠지만...

“그냥 저 먹을 것만 한 접시 가져다주시면 되는데...”

내가 무슨 왕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눈앞에 음식이 한가득 있으니 입에 침이 고인다. 아. 유나는 식사 했으려나? 안 먹었으면 같이 먹으면 좋겠네.

“유나는 아침 먹었나요?”

“사제님은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

“아직도요?”

2층 유나 방으로 갔다. 문 앞에는 여전히 김해역이 서 있었다. 나를 본 김해역이 방문을 열어줬다. 방으로 들어갔다.

유나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지금이 몇 시죠?”

“9시입니다.”

거의 12시간 잠들어 있는 건가? 도대체 수면제를 얼마나 먹인 거야? 화난다.

“벤센은 어디 있죠?”

“어제 지부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전화 연결 되나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김진서는 밖으로 나갔고 데니스를 데리고 들어왔다. 알고 보니 데니스도 NSA 요원이고 임시전당에 항상 머물면서 벤센과 유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바로 벤센과 통화했다.

-찾으셨습니까. 교주님.

“이드릭 지금 어디에 있죠?”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심문 중입니다.

“지금 당장 이드릭을 봐야겠는데... 거기 어떻게 가죠?”

-제가 이드릭을 데리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뇨. 신도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드릭을 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데니스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

데니스를 따라 NSA 지부로 갔다. 50분정도 차타고 이동해 4층짜리 빌딩에 도착했다. 벤센이 마중 나와 있었다.

“이드릭을 보고 싶어요.”

“안내하겠습니다.”

바로 이드릭에게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그래. 지하 3층 정도는 돼야 비명을 질러도 밖에 안 들리지.

벤센이 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책상과 의자만 있는 심문실이었다. 고문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심문만 하고 있었던 건가.

이드릭이 날 봤다. 나도 그를 봤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이드릭. 나와 약속하나 할래요?”

당장 글렘의 위치를 알아야겠다.

< 126 슈퍼스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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