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125화 (125/228)

< 125 슈퍼스타 >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합니다.

전달할 내용을 직접 말해주세요.

“사제 유나를 구출했다. 협조해준 신도들에게 감사한다. 이제 안심하고 돌아가 쉬도록.”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했습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213,879가 차감되었습니다.

벤센에게서 유나를 구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유나의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도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곧 ‘비텔의 목소리’로 모든 신도들에게 유나가 구출되었음을 알렸다.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찾아다니고 걱정하겠지.

포인트 차감되는 걸 보니 그 잠깐 사이에 200명 정도가 더 늘었다. 확실히 요즘 신도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졌어. 이 속도라면 한두 달이면 100만 명을 달성 할지도...

“이번 사태에 물리적, 금전적, 법적 피해를 입은 자들은 반드시 임시전당에 오도록 해라. 교주의 명령이다.”

혹시 안 올지 모르니까 한 번 더 공지했다. 괜히 교단에 폐 끼칠 수 없다고 안 올지도 모른다. 비텔님의 목소리를 들은 자들은 대부분 광신도라서 말이지. 자기가 100의 피해를 입는 것보다 교단에 1의 피해를 입히는 걸 더 싫어할 거다.

그러니 명령이라고 말해서 강제로 시켜야지.

그래도 안심이다. 오하넬이 무조건 구해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이 가득했는데 말이야.

“유나가 곧 돌아올 겁니다. 돌아와서 푹 쉴 수 있도록 다들 집에서 나갑시다. 그리고 몇 분이 집을 좀 정리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충격 받았을 텐데 집이 이렇게 난장판이면 더 충격 받을 겁니다.”

“네. 교주님.”

“알겠습니다.”

다들 대답을 하곤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나간다. 좀 나가 이 사람들아. 그렇게 빼곡하게 서서 청소하면 더 더러워져.

결국,

“방안에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 전부 밖으로 나가주세요.”

강제로 쫓아냈다.

그래도 말은 참 잘 듣는다. 두 번 말할 필요 없이 한 번만 말하면 그대로 따라준다. 하긴 임시전당에 와서 살고 있을 정도면 상당히 신앙심이 깊은 신도일 테니까. 교주인 내 말을 잘 들어주겠지.

“NSA측 사람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교주님!”

“저도 있습니다!”

“저도 NSA입니다.”

나가던 인파 속에서 몇 명이 손을 들었다. NSA 요원이 저렇게 손들고 폴짝폴짝 뛰니까 참 없어 보인다. 요원은 진중할 거라는 내 편견을 확 깨는구나. 꽤 많다. 한 다섯 명쯤 되나. 벤센이 요원 여럿 이끌고 갔는데도 많이 남았구나.

“침입자들의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데 처리 방법을 아는 분 계십니까?”

시체는 침입자들의 것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살인은 자제하려고 했는지 김해역과 이가한을 제외하면 그저 기절 당했을 뿐 치명상을 입은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죄책감을 가졌는데 내 입장에선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들이 김해역이나 이가한처럼 반항했었다면 죽는 자가 나왔을지도 모르니까.

비텔교도는 가족이다. 가족이 죽는다니... 그런 끔찍한 생각은 상상하는 것조차 싫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들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요원 중 하나가 자신 있게 나선다. 그쪽 전문가들이라 든든하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유나의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유나가 돌아왔을 때 깔끔한 집에서 쉴 수 있으면 좋겠네.

“교주님은 그냥 쉬시죠. 기적을 행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기적은 그분께서 행하신겁니다. 저는 그저 통로가 되었을 뿐이라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집을 치우는 신도들을 도왔다. 그러면서 살피니 이곳에서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여기저기 총알구멍이 나있고 핏자국이 여기저기 흥건하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유나가 의연하긴 하지만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이다. 바깥에서 자기를 납치하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의 싸움이 벌어지고 총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김해역은 마지막까지 유나를 지키다가 이 방에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무서웠을까.

“빌어먹을 놈들.”

용서가 안 된다. 이드릭과 그의 부하들은 전부 처리했다곤 하지만 실질적인 배후인 글렘이 남아있다. 이 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파문해?

아니다. 파문해봐야 소용없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더욱 난리 칠거다. 글렘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다.

그러니 지금은 내가 그가 배후임을 모르는 상태라고 연기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다가 한 방에, 한 방에 글렘을 뽑아내야 한다. 죽이든 모든 걸 빼앗든...

기다려라. 글렘. 신의 분노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매서울 거다.

***

김해역에게 안겨 유나가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오는 유나의 모습을 본 신도들이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비텔님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김해역에게 안겨있는 유나는 아빠 품에 안겨 잠든 아이 같았다.

“정말 괜찮은 겁니까?”

“네. 정밀검사를 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간단하게 검사한 바에 의하면 그저 주무시고 계신 겁니다.”

벤센이 그렇게 말했지만 혹시 몰라 생명력 전이를 사용해 생명력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 넣었다. 거의 김해역을 살려냈을 때와 비슷할 정도의 양이다. 뭔가 문제가 있더라도 이 정도 양이면 문제없겠지.

유나를 방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저는 여기에 있겠습니다.”

혹시 자는 유나에게 방해될까 밑으로 내려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김해역이 유나의 방문 앞에 섰다. 이제 딱히 위험이 없겠지만 그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내려왔다.

“이 자는 왜 살아있죠?”

내가 말한 ‘이 자’는 이드릭이었다. 유나를 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절해 있기는 하지만 가슴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 살아있다.

“제가 성전사님께 부탁했습니다.”

“왜죠?”

“글렘도 벌하실 생각 아니십니까?”

“네. 그럴 생각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 위해 이드릭이 필요합니다. NSA에서 보관하고 있는 글렘의 가장 최근 사진이 30년 전의 것입니다. 그 후 세월이 흘렀고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 글렘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누구도 모릅니다.”

그 정도인가. 무기 회사의 주인이라고 하기에 사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하넬에게 사진을 줘서 바로 죽일지. 아니면 어느 정도 절망을 느끼게 하고 죽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게 오산이었군.

“어디에 사는 지도 모릅니까?”

그것만 알면 오하넬을 보내서 찾아보라고 하면 된다.

“그가 소유한 저택만 3개이며 그 외의 부동산은 셀 수도 없습니다. 항상 비밀스럽게 움직이기에 그곳 중 어디에서 머물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드릭이 필요합니다. 이드릭은 글렘의 오른팔입니다. 그라면 글렘이 어디 있는지 알겁니다.”

“순순히 말해줄까요?”

“말하게 만들어야죠. 저희에게 이드릭을 맡겨주신다면 일주일 안에 글렘의 위치를 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교주님.”

바로 대답했다. 사실 이드릭을 내가 데리고 있어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오늘 사건 뒤처리는 가능할까요?”

벤센을 김해역과 함께 보낼 때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비텔교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이런 사건과 함께여선 안 된다. 이런 사건과 함께 알려지면 비텔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에 오늘 경부고속도로에서 NSA 비공식 훈련이 있었다고 알리긴 했지만... 워낙 눈이 많아서 완전히 숨기긴 힘들 겁니다.”

“그렇군요.”

하긴... 고속도로를 막고 검문까지 했는데 그게 완전히 덮어질리 없지.

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교단에 모습을 드러낸 거... 세상에도 모습을 보여야겠다.

***

“교주님.”

“아아. 교주님.”

“얼굴 좀 보여주세요. 교주님.”

... 유나의 집 밖에 득시글하게 서 있는 신도들이 내는 소리다. 유나가 납치 된 동안에는 좀 조용하더니... 구출된 이후부터는 모이기 시작하더니 자정이 다 되가는데도 흩어질 생각을 안 한다. 아니 오히려 더 모여들었다.

도대체 몇 명이야? 한 천 명 되어 보이는데? 임시전당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나?

끼익. 끼이이익.

아니구나. 차가 계속해서 임시전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내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퍼진 모양이다. 이러다가 전국의 신도들이 전부 모여드는 거 아냐?

“흩어지라고 하면 흩어지겠지?”

“교주님의 말을 들으면 당연히 흩어지겠지만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 거고 계속 교주님을 뵙기를 원할 겁니다. 아마 밤새도록 흩어지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셔 할지도...”

유나가 구출됐다는 ‘비텔의 목소리’를 듣고 임시전당으로 온 맹연이 대답했다. 그래. 맹연의 말대로다. 내가 신도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안 그럴 이유가 없다.

비텔님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이 10만 명이다. 그들은 대부분 광신도에 가까울 터. 지금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교주가 드디어 모습을 보였다는데 당연히 와야 하는 거다. 부산에, 아니 외국에 살아도 비행기 타고 오겠지.

정말 비텔님의 목소리를 들은 10만 명은 무조건 모이겠어. ‘비텔의 목소리’를 써서 오지 말라고 할까?

아니다. 자기가 믿는 종교의 교주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것뿐인데 그걸 막을 순 없지.

“본부장님. 신도들이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천막이나 컨테이너 같은 거 공수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예던의 총력을 기울여서 준비하겠습니다.”

김진서도 있었다. 1시간 전에 차량 20대쯤 끌고 임시전당으로 왔는데 그 20대가 전부 유나를 찾기 위해서 그가 동원한 차량이라고 한다. 사실은 몇 십 대 더 동원했지만 비텔교도가 아닌 사람들은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곳에 도착해 날 본 김진서는 좀 놀라긴 했지만 금방 날 교주로서 대하기 시작했다.

거실 한쪽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헌금을 인출합니다.

수북하게 쌓인 돈이 나타났다. 김진서와 다른 사람들이 ‘오오’하면서 놀란다. 그래. 돈이 생겼는데 놀라야지.

“돈은 저걸 사용하도록 하세요.”

5만 원 권으로 100억을 꺼냈다. 지금 헌금에 들어가 있는 한국 돈이 730억 정도다. 100억쯤이야. 가볍지. 헌금 보유량에서 인출 수수료 20억까지 합쳐 120억이 사라졌다.

“돈은 충분합니다.”

“그래도 저걸 써주세요. 신도들이 비텔님께 바친 돈입니다. 비텔님께서 다시 신도들을 위해 쓰라며 제게 주셨지요. 그러니 신도들을 위해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아. 비텔님의 자비는 정말... 끝이 없으시군요.”

수수료를 20% 뗀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한껏 감동했는데 망치기 싫다.

“이제 나가서 신도들과 마주할 때군요.”

후.. 긴장된다. 드디어 정식으로 비텔교 교주로서 신도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잠시만요.”

밖으로 나가려는데 맹연이 붙잡았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화장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에이씨. 한껏 분위기 잡았는데 망치기는.

“이제 됐습니다.”

“그래. 그럼 이번에야 말로 정말 신도들과 마주할 때군.”

***

“오오오오. 교주님이 나오셨어!”

“역시 그분의 아들이시다. 후광이 비쳐.”

그런 거 없어. 전등 빛이겠지. 후광은 무슨.

“정말 신비롭게 생기셨다. 역시 신의 아들.”

그냥 평범하게 생겼거든요.

“난 봤어. 교주님께서 아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걸 봤다고!”

안 죽었어. 죽으면 나도 못살려 이 사람아. 여하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응이 폭발적이다. 한류 스타라도 된 거 같네.

< 125 슈퍼스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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