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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18화 (118/228)

< 118 비텔의 방패 >

늦은 저녁 하루를 마감하며 유나와 통화를 했다.

“김해역이 지금 전당에 와 있다고?”

-네.

김해역이 교도소에서 꺼내달라고 해서 꺼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어디 있냐고 물으니 유나가 임시전당이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꺼냈어?”

꺼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일 바로 빼준 걸 보면 합법적인 방법은 아닐 거다.

-그냥 나왔어요. 알고 보니 교도소에 있는 분들이 전부 우리 교단분들이더라고요.

알고 있다. 매일 그들이 하는 기도를 듣고 있으니까.

범죄자, 일반인 할 것 없이 남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힘, 건강이다. 딱히 뭔가를 강요하지도 않는데 믿기만 하면 힘이 세지고 건강해진다. 믿지 않을 이유가 없지.

김해역이 직접 전도했거나 열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해 본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단 한 명만 믿어도 된다. 그 사람이 믿어서 효과가 입증된 순간, 폐쇄된 공간인 교도소 내 전부에게 비텔교가 전파되는 것은 순식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 내에 있는 신도들은 대부분 비텔님의 목소리를 2번 들었다. 최근에 교도소에 들어와 이번에 1번만 들은 사람도 있지만 교도소 내에 비텔님의 말을 듣지 않은 자는 없다. 그 누구보다도 열렬한 그분의 신도들이니 성전사인 김해역이 무슨 일을 하든 지지해줄 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텐데. 사람들만 눈감아준다고 다 되는 게 아냐. 교도소 내엔 CCTV가 있잖아. 지금은 아무도 김해역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비텔교의 초대 성전사가 된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심하게 받는 날이 올 거야. 그러면 언젠가 교도소까지 조사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큰 문제가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아직 작지만 비텔교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단체 중 하나가 될 거다. 아니지. 유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장 거대한 단체가 될 거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편이 되겠지만 당연히 적도 생기겠지.

김해역은 그런 종교의 초대 성전사가 됐다. 그를 교단의 서열 3위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 거다. 교도소 의혹정도야 나중의 비텔교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다.

“작다고 해도 나중에 책잡힐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네. 본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듯 하더라고요. 그래서 성전사님과 닮은 대역을 구해서 성전사님이 밖에 나와 계실 때는 그분이 들어가 있기로 했어요. 그리고 낮에만 밖에서 활동하시고 밤에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실 거예요.

“대역은 비텔교도겠지? 비텔님의 목소리를 들은?”

-네.

그렇다면야 뭐...

“나오고 들어갈 때 조심하라고 해.”

-네. 그리고 따로 변호사를 구해서 정식으로 김해역님을 꺼낼 예정이에요. 저도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구요. 제 탄원서가 도움 된다고 하더라고요.

김해역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유나니까. 당사자가 탄원서를 제출하는데 당연히 도움 되겠지. 미성년자 납치 미수범으로 처벌 받았던가? 미수범이지만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형량이 세니까. 아직 1년 정도는 더 복역해야 하는 거로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김해역의 범죄 대상이 교단 서열 2위고, 김해역을 신고해서 교도소에 집어넣은 사람이 교단 서열 1위네. 참... 세상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괜찮겠어?”

-뭐가요?

“널 납치하려던 사람이잖아.”

-아저씨가 그분이 저한테 오기 전에 막으셨잖아요. 전 그분 얼굴도 잘 몰라요.

그렇긴 하다. 내가 지키면서 유나 근처에도 못 가게 했었지.

-그리고 비텔님께서 비텔교를 지킬 성전사로 뽑은 분이에요. 그분께서 뽑았는데 제게 해가 될 일을 할리는 없잖아요.

“그것도 그렇지.”

비텔님께서 하신 일인데 우리에게 해가 될 리 없지.

“그런데 왜 나오고 싶어 한 거야?”

그냥 교도소가 싫어서 그런 부탁을 한 건 아닐 거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에서 김해역을 옆에서 보던 사람들의 기도에서 유추한 김해역의 삶은 24시간이 비텔님 것이었다. TV나 책도 보지 않고 항상 기도했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살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비텔님께서 다시 받아들여주셨다. 그것만으로도 김해역에 대한 검증은 됐다고 생각한다. 성전사가 되자마자 편안하게 권력을 누리겠다고 교도소에서 꺼내달라고 하는 사람을 비텔님께서 성전사로 뽑지는 않으셨을 거다.

-자신이 모두를 지켜줄 수 없으니 비텔교도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싸우는 법을 알려주고 싶으셨다고 하네요.

“싸우는 방법을 알려줘?”

내가 알기로 김해역은 평범한 체대 학생이다. 그것도 달리기 전공의. 격투기를 배웠을 수도 있지만 겨우 그거 알려주겠다고 교도소를 나오려고 한 건 아닐 테지.

비텔님께 뭔가를 배운 거다.

***

“비텔교의 전통 무술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김해역의 말을 들은 김진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진서는 김해역에게 교도소에서 나와 무엇을 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해역은,

‘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무기술? 아냐 손도 쓰는데... 그냥 전통 무술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신도들에게 비텔교 전통 무술을 가르칠 겁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요.’

라고 했다. 김진서는 당연히 이해가 안 됐다. 비텔교에 전통 무술이 있다니? 그럴 리가 없다.

“비텔교는 만들어진지 1년도 안 된 것 아닙니까?”

“비텔님의 세상은 이곳만이 아니니까요. 다른 세상에서 비텔님을 믿는 사람들의 전통 무술입니다.”

“아...”

김해역의 말을 들은 김진서가 놀람을 표시했다.

“역시 우주엔 지구에만 생명체가 사는 게 아니었군요. 다른 생명체도 있었어요.”

신에게 직접 축복을 받은 자가 한 말이다. 김진서는 거짓이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네. 있습니다. 그 세상엔 인간과 다른 종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학보다는 몸으로 싸우는 기술이 발전한 세계지요. 그곳에서 쓰는 무술... 아니 전투 기술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까요. 여하튼 그런 겁니다.”

“음. 괜찮네요. 비텔교 전통 무술이라니. 신도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김진서는 무술을 믿지 않았다. 전통 무술이라고 해봐야 최근 만들어진 종합 격투기에 전부 지지 않았던가. 김진서가 생각하기에 전통 무술은 일종의 문화였다. 한국의 태권도, 일본의 유도, 중국의 쿵푸 같은 것 말이다.

실전에서 쓰기엔 부족하지만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 무술이 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태권도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어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닙니다. 제가 하려는 건 결속력을 다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신도들이 힘을 갖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힘을요.”

‘예를 들어’를 말하며 김해역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힘을요.’가 김진서의 뒤에서 들려왔다. 김진서가 크게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어떻게...”

“제가 가르치려는 무술의 힘입니다.”

“아. 비텔님께 개인적으로 축복을 받은 분들은 한 가지 능력을 가진다고 하던데 혹시...”

“아닙니다. 제 힘은 다른 거죠. 이건 제가 가르치려는 것을 배우기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아. 그렇군요. 신께서 내려주신 무술이니...”

틀렸다. 비텔교의 전투 기술은 교인들이 직접 만들어낸 거다. 특별한 힘이 더해지지도 않았고 순수하게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이루어낸 움직임이었다. 그가 꿈속에서 2년 동안 배운 후에야 겨우 해낼 수 있었던 기술이기도 하다. 성전사가 아닌 일반 병사들이 배우던 기술.

하지만 김해역은 굳이 김진서의 오해를 고쳐주지 않았다. 신이 내려주신 무술이라면 더욱 열심히 배우려 할 테니까.

“그럼 가르침은 언제부터 내려주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교단의 사범 겸 전사단이 될 분들을 지원받아 뽑아야 합니다. 사범이자 전사단이 될 분들이기에 많은 것을 가르칠 것이고 아주 힘들 겁니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나선 분 중 신체능력이 강한 분이 필요해요. 그래야 훈련에 견딜 수 있어요.”

“그거라면 이미 훈련을 받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네. 교주님의 명령으로 교단을 지킬 자들을 뽑았습니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뽑았으며 특수부대원, 격투기 선수, 폭력배 등 전직이 다양한 자들로 50명 정도 됩니다. 지금 NSA 한국지부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지요.”

김진서의 말에 김해역이 감탄했다.

“역시 교주님이시군요. 제가 성전사가 되기 전부터 준비하고 계셨다니.”

“아. 그런 거였군요. 어쩐지 갑자기 사람들을 뽑으라고 하시더라니. 역시... 교주님께서는 이미 비텔님께 성전사님에 대한 언질을 받으셨나 봅니다.”

오해다. 한상은 그냥 정보기관이 자신을 쫓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 자신과 교단을 지킬 사람들을 뽑으라고 했던 것뿐이다.

“그분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군요.”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이제부터 김해역이 만들 ‘비텔의 방패’의 초기 단원이 될 자들이니까.

비텔의 방패

김해역이 꿈속에서 만났던 성전사들의 단체다. 100명의 구성원 전부가 성전사라는 초인이었던 엄청난 단체. 그 단체가 있었기에 엄청난 전력열세 속에서 이어진 파상공세를 오랜 기간 버텨낼 수 있었다. 결국 무너지긴 했지만...

‘이곳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비텔의 방패는 절대 뚫리지 않을 것이다.’

김해역은 확고히 다짐했다.

***

“오오. 정말 힘이 넘쳐.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글렘이 놀라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무기력하기만 했던 늙은 육체에 힘이 넘쳐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주사기를 박거나 뭔가를 먹이거나 해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건 이때까지 수없이 경험해봤으니까. 하지만 방금 자신이 한 거라곤 오늘 처음 들은 이름의 신에게 간단한 기도를 한 것뿐이었다.

“비텔교... 이런 종교가 어떻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종교라고 합니다.”

글렘에게 비텔교를 알려준 이드릭이 말했다.

“신기하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비텔교도들이 믿는 그대로 신의 능력... 같은 게 아닐까요?”

“멍청한 소리군. 세상에 신이란 없어. 신이 정말 있다면 난 벌써 죽어서 지옥에 있겠지.”

글렘의 말에 이드릭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동의했다. 만약 정말 신이 있다면 저 글렘이란 악마가 살아있어선 안 된다.

글렘 막스.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막후 권력자.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권력자들이 존재한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으며, 나서지 않고 어둠 속에서만 활동하기에 아무도 모르는 어둠의 권력자들.

글렘 막스가 그런 자 중 하나였다. 아니, 하나인 정도가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둠의 권력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돈과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둠의 권력자들 모두가 그렇듯이 좋은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않았다. 글렘의 심복으로서 글렘이 하는 일 모두를 봐온 이드릭이다. 그가 글렘의 곁에서 일을 한지 이제 20년 정도, 그동안 봐온 것만으로도 글렌은 이 세상에 드러나 있는 그 어떤 악인보다도 나쁜 놈이다.

‘그 악인의 일을 대신 해준 나도 악인이고...’

여하튼 이드릭은 글렘의 말대로 글렘과 자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신이 세상에 없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건 정말... 갖고 싶군. 그냥 믿기만 하는 것만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니. 직접 내게 어떤 힘을 행사하게 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강한 권력과 많은 돈을 가진 늙은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 강한 권력과 많은 돈을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건강과 젊음이다.

글렘은 77살이라는 나이에 비하면 놀랍도록 건강하지만 그가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젊음은 살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77살이라 그런가. 내게도 행운이 찾아왔군.”

그는 이 힘을 가지겠다고 마음먹었다.

< 118 비텔의 방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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