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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14화 (114/228)

< 114 대족장이 된다는 건 >

전투가 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카록이 당신의 업적에 크게 기뻐합니다.

카록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블러드 오크 전사에서 블러드 오크 족장으로 승급했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를 얻었습니다.

붉은 안개가 나를 둘러쌌다. 다시 한 번 카록의 축복을 받았다.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형제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크후.. 크후.. 크후..”

화난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참자. 형제들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참으려하면 할수록 가슴속에서 불보다 뜨거운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그리고 결국 터졌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분노의 포효를 터뜨렸다. 온 몸 가득했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고 누가 작은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던 내장 쪽도 아픔이 가셨다. 거기에 더해 온 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빌어먹을 인간! 감히 내 전투를 방해해! 죽여 버리겠다!!!”

빌어먹을 인간 놈.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나와 싸우던 리자드맨 로드는 강자였다. 그것도 살면서 만났던 적 중 최고의 강자. 어쩌면 대족장인 오르히에 버금갈지도 모르는 강자 말이다.

그런 강자와 싸울 수 있다니.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가슴속엔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강자라면 싸우다 죽는다 해도 기쁘게 죽을 수 있었다. 대단한 강자와 싸우다 죽었다고 카록의 곁에 있는 형제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걸 방해해?

내 인생 최고의 적을 약하게 만들어?

“이 빌어먹을 인간 놈아!!!!”

쾅! 쾅! 쾅! 콰과과각!

마구잡이로 미로크를 휘둘러 주변을 두들겼다. 다가오던 형제들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왜 그러는 건가 형제! 설마 카록께 잡아먹힌 건가!”

캅카스가가 다가와 외치는 말에 우뚝 멈췄다. 내가 시험을 통과해 대족장이 되면서 카록의 목소리를 듣고 미친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신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약함의 증거다. 진정한 전사라면 절대 신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 그런 불명예스런 추측은 받고 싶지 않다.

“아니다. 형제. 카록의 목소리는 듣지도 못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인가.”

“그러게 말이다. 그 동안 애써서 쓸 수 있게 만들어놓은 ‘성난 자의 외침’을 전투 중도 아니고 전투 후에 사용할 정도로 말이다.”

노르쓰 우르드도 다가왔다. 그도 조금은 짜증난 표정이다. 눈치가 빠른 노르쓰 우르드이니 그도 자신의 싸움이 방해받았음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래서 화가 났을 것이다.

어떻게 말해야하지. 싸움을 방해받아서 그렇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까? 하지만 그러자면 내가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말해야 한다. 족장의 위치까지 오른 명예로운 전사인 내가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니.

나와 연결되어 있는 인간은 그나마 괜찮은 녀석이지만 대부분의 인간을 나약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형제들이 알게 된다면 거기에 지금까지 사용했던 능력 중 몇몇은 인간에게서 빌린 거란 걸 형제들이 알게 된다면... 내 명예에 흠이 갈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싫다.

“아니다. 미안하다. 잠깐 흥분했다.”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 나라도 흥분했을 것 같다. 덩치가 그렇게 커지다니. 거의 오르히에 근접한 것 같다. 형제.”

오르히에 근접해? 잠깐. 그러고 보니 캅카스가가 왠지 작아 보인다. 예전엔 눈높이가 딱 맞았었는데 지금은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 온몸에 넘치는 힘. 물론 방금 ‘성난 자의 외침’을 사용했기에 힘이 강해진 것도 있지만 예전에 ‘성난 자의 외침’이 발동했을 때에 비해 훨씬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렇군. 난 대족장이 된 거군.”

평범하게 축복을 받은 것이 아니다. 대족장이 된 것이다.

-제법 괜찮은 녀석이구나!

순간 머릿속에 울리는 통쾌한 목소리. 이건... 강렬하다. 강렬함이 내 머릿속을 태우는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해본 적 있다. 인간이 비텔이라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말이다.

카록. 카록께서 말을 걸어주셨다. 이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 인간이 했던 것을 따라 해보자.

“그냥 흥분한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

털썩.

내가 무릎 꿇자 노르쓰 우르드가 말하던 걸 멈췄다.

“왜 그러...”

내게 말을 걸며 다가오려는 캅카스가를 노르쓰 우르드가 제지했다. 노르쓰 우르드는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 것 같다.

-너를 보는 것은 즐겁다. 앞으로 더욱 강해져서 나를 즐겁게 해라!

다시 한 번 카록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강렬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느낌은... 엄청나다. 살면서 느꼈던 그 어떤 감정보다도 격앙된 강렬함이다. 그 어떤 강자와의 싸움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환희가 느껴졌다.

다음 목소리를 기다렸지만 더 이상 카록의 목소리가 들려오진 않았다. 끝난 모양이다. 아쉽다. 너무나도 아쉽다. 다시 카록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 목소리에서 나오는 강렬한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다.

또 이런 강렬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 카록을 즐겁게 한다면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록을 즐겁게 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 싸우는 거다. 당장 적을 찾아가자. 아니지. 이 근처에도 강자들이 많다. 바로 형제들. 그들과 싸운다면...

잠깐.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건 그 인간 놈이 신에게 잡아먹혔을 때 보였던 생각과 비슷하다. 지금 내가 신에게 잡아먹힌 건가?

“크워어어어어어어억! 아니다! 난 잡아먹히지 않았다! 난 다르다!”

크게 고함치며 일어나 머리를 강하게 두들겼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난 인간과 다르다. 명예로운 전사다. 신에게 잡아먹힌 전사는 불명예로 가득하다. 난 그렇게 될 수 없다.

깨어나라. 깨어나! 넌 광신도가 아니다. 넌...

“난 명예로운 전사 그락카르다!!”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내가 내 이름을 소리치자. 형제들이 다시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끄는 자’의 진정한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교단 스킬 ‘군주의 증명’을 얻었습니다.

전언이 들려왔다.

내 이상행동으로 잠깐 중지되었던 승리의 함성이 다시 이어지는 와중 난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을 정리했다. 아직도 카록의 목소리가 남긴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위험했다. 정말 신에게 잡아먹히기 직전까지 갔었다. 아니. 순간 잡아먹혔었다.

인간으로서 한 번 ‘신에게 잡아먹힌 자’를 경험했었기에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지 못했다면 완전히 잡아먹혀 소화되었을 것이다. 그 인간이... 도움 될 때도 있군.

잠시 후, 카록의 목소리가 남긴 여운을 완전히 떨쳐냈다. 눈을 떴다. 여전히 다른 형제들이 승리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캅카스가와 미흐로크, 노르쓰 우르드가 내 곁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가. 형제. 카록께 잡아먹혔나?”

노르쓰 우르드가 물었다. 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난 광신도가 아니라 명예로운 전사다. 형제.”

“역시 그락카르다.”

노르쓰 우르드가 기분 좋게 웃었다.

***

전장을 정리하고 오늘은 이곳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부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기긴 했지만 형제들도 많이 죽었다. 3만이었던 형제들의 수가 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대충 1만 3,000~1만 4,000쯤 되려나.

이 숫자로는 전리품을 전부 들고 가지 못한다. 그래서 우선 리자드맨 시체를 들고 가기로 했다. 부락에 갔다 올 때쯤이면 시체는 전부 썩어있을 거기에 먼저 가져가서 소비해야한다. 전투 준비를 하느라 갑자기 형제의 수가 늘어나서 부락에 식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말이다.

리자드맨이나 죽은 형제들의 장비는 나중에 와서 가져가도 된다. 그것들은 썩지 않으니까. 혹시 누군가가 가져가면 추적해서 다시 싸우면 된다. 대량의 장비이니 무조건 흔적을 남길 거다. 만약 다른 부락의 형제가 가져간 거면 괜찮다. 그들이 잘 쓰겠지.

“형제. 싸우자.”

미흐로크가 다가와 결투를 신청했다.

“크흐.. 좋다.”

바라던 바다. 나도 이 온몸에 넘치는 힘을 조금이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다. 나와 미흐로크가 결투를 한다고 하자 순식간에 형제들이 몰려들어 공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결투를 하니 예전에 오르히의 부락에서 했던 결투가 생각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쾅! 쾅!

내 주먹과 미흐로크의 주먹이 교차되었다. 미흐로크의 주먹. 꽤 아프긴 한데...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반대로 내 주먹에 맞은 미흐로크가 크게 뒤로 밀렸다. 그대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미흐로크가 뒤로 밀리며 몇 번 반격을 하긴 했지만 곧 일방적으로 내가 두들기는 형태가 됐다. 미흐로크가 기절해 결투가 끝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나와도 하자. 그락카르.”

캅카스가가 나섰다.

“좋다.”

아직 몸이 미지근하다. 결투를 했음에도 한 거 같지 않았다.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쾅! 쾅!

다시 캅카스가와 결투가 시작됐고... 결과는 비슷했다. 캅카스가는 미흐로크보다도 빨리 기절해 쓰러졌다.

“이게... 대족장의 힘인가.”

정말 엄청나게 강해졌다. 그저 한 번의 축복을 받은 것뿐인데 4~5번 축복을 연달아 받은 것처럼 강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더 세긴 했지만 그래도 몇 시간을 싸워야 겨우 이길 수 있었던 미흐로크와 캅카스가를 이렇게 쉽게 이기게 되다니.

“형제. 나와도 결투를 할 수 있나?”

다른 족장급 형제가 다가와 물었다.

“물론이다.”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 난 결투를 절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족하다. 이렇게 한 명씩 덤벼서는 절대 날 흥분시킬 수 없다.

“나와 싸워보고 싶은 형제가 더 있나!”

소리 질러 물었다. 여기저기서 대답이 들려왔고 성질 급한 형제는 나서서 내게 다가오는 자도 있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렇다면 모두 덤벼라!”

구워어어어어억!

구오오오오오오!

우워어어어어억!

그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오!

가아아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아!

모두 덤비라고 말하기 무섭게 형제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역시 형제들이다. 싸움은 거절하지 않는군.

“쿠워어어어어어억!”

날 향해 달려드는 수백의 형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퍼퍼퍽! 퍽! 퍽!

내가 한 방을 때릴 때 열이 넘는 주먹과 발이 내 몸에 박혔다. 상당한 충격이 느껴졌다. 뒤로 밀렸다.

코에서 뭔가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져 만졌더니 코피다. 방금 주먹 둘과 발 하나가 얼굴에 꽂혔는데 그 때문인 것 같다. 피를 보니 몸이 달아올랐다.

“크흐.. 그래. 이게 결투지.”

일방적인 싸움은 재미없다. 주고받는 것. 그것이 싸움의 묘미 아니겠는가. 다시 형제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신나게 싸웠다.

***

짹짹짹. 찌르르르르르.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해가 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난 분명 방금 전까지 달빛아래에서 형제들과 즐겁게 싸우고 있었는데.

“일어났나. 형제.”

노르쓰 우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난 방금 전까지 형제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아나. 형제.”

“쓰러질 때의 기억이 날아간 모양이군.”

“쓰러져?”

“카하카하. 그럼. 쓰러졌지. 아무리 대족장이라고 해도 여섯의 족장급 전사와 백이 넘는 대전사급 전사들, 그리고 거의 천에 달하는 형제들과 한 번에 싸우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노르쓰 우르드가 웃는 걸 처음 보는 거 같다.

“그렇군. 맞아서 기절한 거군. 그런데 대전사가 백이 넘어? 대전사가 그렇게 많았나?”

“이번에 축복을 많이 받았다. 전쟁의 규모가 컸으니까.”

“그렇군.”

“그래도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정확하진 않지만 네가 쓰러뜨린 형제의 수가 500은 되는 거 같으니까.”

“그런가?”

“저길 봐라.”

노르쓰 우르드가 한 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난장판으로 쓰러져 있는 형제들의 모습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형제의 대부분은 어제 형제의 주먹을 맞고 기절한 자들이다. 몇 명은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군.”

예전에도 우드록의 부락에서 수백의 형제들과 한 번에 싸운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평범한 형제만 있었고, 그마저도 최대로 많이 쓰러뜨린게 100인가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 족장급과 대전사급 다수가 포함된 무리를 상대로 500이나 쓰러뜨렸다니.

“크흐..”

기분 좋군. 싸움도 꽤 치열한 것이 즐거웠다. 오늘 저녁에 또 해야겠어.

“그나저나 형제. 글을 읽어줄 수 있겠나.”

“또 능력을 얻었나?”

“그렇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두개나! 역시 그락카르. 너는 카록께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지. 언제나 누구보다도 용맹하게 싸우니까.

< 114 대족장이 된다는 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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