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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00화 (100/228)

< 100 대족장 >

“크흐..”

좋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는구나.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오랜만이다. ‘집결의 외침’으로 머릿속에서 울리는 외침이 아니라 직접 육성으로 고함을 지르는 것은 말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구워어어어어억!

구오오오오오오!

우워어어어어억!

그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오!

가아아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형제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저들도 알 것이다. ‘집결의 외침’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고함을 지르는 이유를 말이다.

“전투! 전투가 시작된다!”

“형제들! 모여라! 카록을 위한 축제가 시작됐다!”

형제들이 신나서 다른 형제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부락이 최근 상당히 커졌고, 밖에 나가 있는 형제도 있기에 전부 모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 기다릴 수 없다. 오랜 시간 기다려 드디어 전투가 찾아왔는데 그 전투를 눈앞에 두고 기다릴 수가 없다. 공터로 갔다. 이미 꽤 많은 형제들이 모여 있었다. 수시로 북쪽으로 옮기며 임시로 만든 부락이기에 공터가 그리 넓지는 않다. 그 부락에 형제들이 가득 차 있었다.

공터 주변의 천막들이 모여드는 형제들로 인해 부서졌다. 저 정도면 대략 절반은 모인 걸까?

그럼 싸움을 시작하기엔 부족함이 없군.

“형제들! 오래 기다렸다!”

크게 소리치자 형제들의 시선이 일순간 내게 집중됐다. 수만의 형제가 말하는 걸 멈추고 내게 집중하고 있다. 고양된다. 전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형제들의 눈빛에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난 더 기다리기 싫다. 가자.”

몸을 돌려 북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 없는 형제들은 알아서 쫓아오겠지. 수만의 형제들이 움직이면서 남기는 흔적은 적지 않을 테니까.

쿠오오오오오오!

가아아아아아악!

우워어어어어억!

크흐.. 그래. 형제들도 나처럼 기다린 거다. 형제들이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내 뒤를 따랐다. 임시로 만든 부락이기에 전투에 나서는 형제의 수를 제한하기 위한 문이나 벽이 없다. 아니, 임시로 만든 부락이 아니었어도 필요 없다. 이번 전투는 모든 형제를 위한 것이니까.

오랜만에 제한 없이 모든 형제가 전투에 나섰다.

***

“붉은 오크군.”

눈을 감은 채 뭔가에 집중하던 마넨이 말했다.

“또 그놈인가!”

“빌어먹을 오크 놈 같으니. 그놈 때문에 죽은 동포가 몇인지.”

마넨의 말에 로드들이 붉은 오크, 그락카르를 욕했다. 물론 그들은 그락카르를 보지 못했다. 그락카르는 너무 멀리 있었으니까.

“수는... 대략 2만 정도 된다.”

“멍청한 오크 놈들. 이렇게 바로 나오는 거 보면, 전력이 모이길 기다리지 않고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자들만 모여서 나오는 모양이다.”

“그대로 저 놈들만 왔으면 좋겠군. 두 번에 나눠서 싸우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전투에 미친 오크들이 늦었다고 안올리는 없으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부분이 합류할 거다.”

리자드맨들이 오크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곳은 마넨의 마을이었다. 리자드맨만 37,000이었고, 오크의 수는 적어도 25,000이 넘는다. 이 엄청난 전력의 전장이 될 만한 곳은 거의 없다. 물론 그냥 싸우기만 할 거라면 땅은 넓으니 어디서든 싸우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리자드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을 선호한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마넨의 마을이 딱 적당했다. 평소 2만의 리자드맨이 살 정도로 넓은 호숫가니까.

지금 그락카르의 부락이 있는 곳에서 마넨의 마을까지는 이틀거리. 그 시간이면 뒤쳐졌던 오크들도 대부분 합류할 것이다.

“우리가 나가서 흩어진 전력이 합류하기 전에 먼저 치는 건 어떤가. 거의 2배에 달하는 전력이다.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거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저번에 1만의 전사들이 붉은 오크가 이끄는 5,000의 오크를 쳤다가 역으로 당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군. 자킨 멍청한 녀석이 당했었지.”

“자킨이 붉은 오크의 능력이 발휘되면 오크들이 회복되고 두 배로 강해진다고 했다. 방심하면 안 된다. 우리와 비슷한 전력의 오크들과 싸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넨이 자신이 보는 것을 하나하나 말해주자. 다른 로드들이 서로 의견을 나눴다.

“빙빙 도는 것은 어떤가. 그러면서 다른 동포가 합류하길 기다리면...”

“안 된다. 저 오크들은 계속 북쪽으로 움직였는데도 전사들이 계속 늘어났다. 우리가 빙빙 돌면 우리도 전력이 늘어나겠지만 오크들도 전력이 늘어날 수 있다.”

“그것도 문제군.”

“정찰대가 죽었다.”

마넨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벌써?”

“붉은 오크가 홀로 달려와서 치더군.”

“그럼 차라리 죽이지 그랬나. 정찰대엔 마넨 당신의 전사가 셋은 있지 않았나?”

마넨의 능력 중 하나는 기생. 상대가 동의하면 자신의 몸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상대 몸에 집어넣어 상대를 조종할 수 있다. 숙주는 2배 이상 신체능력이 올라가고, 숙주가 얼마가 떨어져 있든 마넨은 숙주와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

“마넨의 전사 셋과 나머지 정찰대가 힘을 합친다면 족장급 하나는 이길 수 있을 텐데.”

“순식간에 당했다.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법을 알더군. 왜 동포가 붉은 오크에게 계속 당하는 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역시 대족장의 자리에 도전하는 오크다웠다. 강해.”

마넨은 봤다. 리자드맨들의 공격을 전부 흘리거나 피하고 도끼를 가볍게 휘둘러 죽이는 모습을.

“붉은 오크에게는 전사들을 붙이지 마라. 무조건 로드가 나서야 한다.”

“우리가 나서면 가볍지. 오크들은 접근만 못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쉬우면 붉은 오크에게 다른 로드가 당하지 않았겠지. 자킨 그 녀석이 건방지긴 해도 약하진 않았으니까. 둘이다. 붉은 오크와 싸울 때는 무조건 둘 이상이 힘을 합쳐라.”

“알았다.”

“그렇게 하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마넨의 당부에 다른 로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그들은 상대와 1:1로 싸우는 것은 관심 없다. 오로지 안전하게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에 둘이 힘을 합쳐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난 다음 정찰대에 접속하겠다.”

마넨이 다시 눈을 감고 다른 숙주와 감각을 공유했다.

***

“크라락! 형제! 날 떼어놓고 가려고 했나!”

캅카스가가 7,000의 형제와 함께 합류했다.

“나만 재미 보려고 했는데 들켰군.”

“크락? 재미 보려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인간이 쓰는 표현 중 하나를 썼다. 역시 꿈속의 다른 인간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는군.

“아무 것도 아니다. 당연히 형제가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형제를 빼놓고 전투를 할 순 없지.”“다행이군. 이것으로 대부분의 형제가 합류했다.”

노르쓰 우르드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일 것이다. 캅카스가는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 꽤 멀리 나가 있었다. 그런 그가 합류했을 정도니 너무 많아서 수를 셀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형제가 합류했을 것이다.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텐데 캅카스가가 합류하지 못했으면 문제가 됐을 거다.”

“곧 전투가 시작된다? 그걸 어떻게 아나.”

노르쓰 우르드가 곧 전투가 시작될 것을 확정짓듯 이야기했다. 노르쓰 우르다가 아무 생각 없이 말하진 않았을 거다. 그가 하는 말에는 항상 생각과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

“리자드맨들이 빙빙 돌지 않고 오로지 북쪽으로만 우릴 유인하고 있다.”

“그랬지.”

이틀 동안 쫓아왔다. 예전에 만났던 리자드맨들은 유인할 때는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우리를 지치게 만들었었는데 이번에 우릴 유인하는 리자드맨들은 한 방향으로만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우릴 바로 전장으로 유인하려는 걸 거다. 우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

그럴 거다. 리자드맨들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야만 싸웠으니까. 지금껏 나와 싸웠던 리자드맨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전부 틀렸었다. 머리에 내 미로크가 박혀 죽은 것이 그들이 틀렸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그런데 전투가 곧 시작된다는 건 어떻게 아는 거냐.”

“끝이니까.”

“끝?”

“곧 리자드맨의 영역이 끝난다. 그 위는 ‘죽지 않는 자’의 영역. 겁 많은 리자드맨이 그의 영역에 들어갔을 리가 없다.”

“죽지 않는 자라... 북쪽 끝에 있다는 괴물들을 이야기하는 거군.”

캅카스가가 노르쓰 우르드의 말을 받았다.

“그가 강한가? 감히 우리 영역에 침범해왔던 리자드맨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그가 아니라 그것들이다. ‘죽지 않는 자’의 영역엔 거대 괴물이 있으니까.”

“거대 괴물?”

“하나하나가 대족장과 맞먹는 힘을 가진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수백, 수천이 있지. 리자드맨이 그런 곳으로 절대 들어갈리 없다.”

“크흐?”

대족장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다니.

“확실한가? 오크도 아닌 괴물 따위가 대족장과 맞먹는 힘을 가진다고?”

“확신한다. 예전에 오르히와 함께 들어가 본 적이 있으니까.”

직접 가봤다니 확실하겠군. 대족장과 비슷한 힘을 가진 괴물이 수백, 수천이 있다니.

... 그곳에 가면 재밌...

“우린 못 간다.”

내 생각을 눈치 챘는지 노르쓰 우르다가 부정적인 말을 했다.

“왜 못가나. 용맹한 전사는 강한 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다 죽을 거다. 식량이 없으니까. 사냥감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죽지 않는 자’의 군세만 있다.”

“거대 괴물을 잡아먹으면 되잖나.”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있었으면 오르히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왔을 것 같은가?”

그렇군. 내가 오르히를 만난 것은 여기보다 더 남쪽. 그 오르히가 거대 괴물이라는 강적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내려온 것이다.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나와 오르히만이라면 몰라도 형제들과 암컷, 아이들까지 굶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인간과 싸울 수 있는 남쪽으로 내려왔지.”

“그런데 왜 인간인가. 리자드맨이 더 싸우기 좋지 않았나?”

“그때는 이곳에 리자드맨이 없었다.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머무르고 있었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죽지 않는 자’의 군세가 북쪽으로 물러갔고 10여년전부터 리자드맨이 이곳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지.”

얼마 되지 않았군.

“그러면 리자드맨들은...”

“도착했다.”

“도착?”

궁금한 것을 더 물어보려는데 노르쓰 우르드가 다른 말을 했다. 그리고 곧 나도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저곳이 리자드맨이 준비한 전장인 모양이군.”

리자드맨들의 기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 짜증난다. 족장은 부락에서 가장 강한자여야 하는데 노르쓰 우르드가 나보다 먼저 리자드맨의 기세를 느꼈다. 아직도 그가 나보다 강한 건가?

그럴 가능성이 있긴 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캄스니급의 강함을 느꼈었다. 지금의 나도 캄스니에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만 노르쓰 우르드는 그 사이에 그걸 뛰어넘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이번까지다. 이번 전투가 끝난 후 대족장이 된다면... 내가 진정 부락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될 수 있겠지.

“이번 전투엔 나도 참여한다.”

노르쓰 우르드가 말했다.

“환영한다.”

드디어 노르쓰 우르드의 힘을 볼 수 있겠군. 궁금했다. 저 작은 덩치로 어떻게 그런 강렬한 기세를 뿜어내는지 말이다.

< 100 대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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