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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99화 (99/228)

< 99 대족장 >

“그락카르. 인사해라. 방금 도착한 형제다.”

캅카스가가 그보다 덩치가 조금 작은 형제 한 명을 데려왔다. 저 정도 덩치면 족장급인가? 대전사 중 가장 강한 축이거나 아직 족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만난 족장 중 가장 덩치가 작다.

“어서 와라. 형제. 강한 형제의 합류를 환영한다. 난 그락카르다.”

“반갑다. 그락카르. 난 쿠드학이라고 한다.”

쿠드학.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남쪽의 내가 5년간 살던 터전의 족장이라면 이름 정도는 알았을 텐데. 이 지역은 오르히의 부락밖에 가본 적이 없어서 다른 족장의 이름을 모른다.

“쿠드학은 자신의 부락 전부를 이끌고 합류했다. 총인원 2,000이다.”

캅카스가가 설명해줬다. 부락을 이끌고 왔다니. 잘 됐다. 부락 전체를 이끌고 왔다면 장인도 있을 테니까. 요즘 생각보다 훨씬 많은 형제들이 부락에 합류해서 지금의 작업속도론 리자드맨 대책을 완성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용맹한 전사들과 뛰어난 장인이 많이 합류했군. 잘 왔다. 형제.”

“큰 전투에 내가 빠질 수 없지.”

“캅카스가. 내 외침에 응해준 명예로운 전사 쿠드학과 그를 따라온 용맹한 형제, 자매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줘라.”

처음엔 이렇게 찾아온 형제들을 맞아 인사를 나누는 게 어색했지만 예전에 내가 캄스니를 만나러 갔을 때 그가 했던 행동을 겨우 떠올려서 따라했더니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쿠드학이 나가고 내 목소리가 안 들리겠다 싶어졌을 때,

“난감하군.”

본심을 이야기했다.

“식량 천막이 몇 개나 차 있지. 노르쓰 우르드?”

“12개다.”

“12개... 방금 쿠드학의 무리가 합류해서 지금 부락에 있는 인원이 19,000쯤이니 일주일을 버티기 힘들겠군.”

생각보다 내 외침에 응한 형제가 너무 많았다. 캄스니 때보다 조금만 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집결의 외침’을 사용했는데 벌써 전투가 가능한 형제의 수만 15,000에 달한다.

처음 ‘집결의 외침’을 사용할 때는 거듭된 전쟁으로 리자드맨 시체를 많이 확보해서 26개의 식량 천막을 가득 채워뒀었다. 그런데 ‘집결의 외침’을 사용하고 이제 10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12개만 남았다니.

문제는 앞으로 몇이나 더 모여들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물론 형제가 많이 모여드니 좋다. 그만큼 큰 규모의 전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족장으로서의 의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내 부락에 머무는 형제, 자매를 굶길 수 없다는 의무감. 이대로 가다간 위험하다.

“내일부턴 사냥조를 따로 편성해야겠다.”

“사냥을 나선다고 해도 문제다. 나도 한 번 나가봤는데 사냥감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리자드맨의 영역은 정말 이상하다.”

물 위에 집을 짓는 놈들인데 뭔들 안 이상할까.

“괜찮다. 내가 아는 리자드맨 부락이 몇 개 있다.”

더 큰 싸움을 위해 리자드맨 영역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뒤에 남겨뒀던 하루를 반복할 때 확인해뒀던 규모가 작은 리자드맨 부락들. 규모가 작아서 싸워봤자 재미도 없고, 카록께서도 신경 안 쓸 것 같아 놔뒀지만 식량 확보용으론 괜찮을 것 같다.

“미흐로크. 족장급, 대전사급 형제들을 불러라. 그들에게 맡길 일이 있다.”

내 외침에 응한 족장급 전사도 방금 온 쿠드학을 제외하고도 둘이나 더 있었다. 그들은 쿠드학처럼 부락 전체를 끌고 온 게 아니라 전사들만 이끌고 오긴 했지만 말이다. 곧 미흐로크가 그들을 천막 앞으로 데리고 왔다.

족장급 하나와 대전사급 열일곱이 모였다.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고 한다. 괜찮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정확히 이 방향으로 이틀가량 내려가면 1,200명가량이 사는 리자드맨 부락 하나가 있다. 전사의 수는 700쯤. 형제가 다른 형제 500을 데리고 가서 싸우고 전리품을 가져와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의 전사를 데려가면 리자드맨은 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보다 적은 수의 형제를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노르쓰 우르드 덕분에 확인한 능력 중 하나인 ‘군주의 위엄’은 내 형제들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해주니까.

그래도 200이나 차이나니 꽤 치열한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그게 더 좋다. 카록께서 좋아하실 테니까. 형제들이 죽으면... 어쩔 수 없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까지다. 그 후에 죽고 사는 건 각자의 몫이다.

“알겠다. 내게 맡겨라.”

“믿는다. 그쪽 형제 둘은 함께 다른 형제들 300을 이끌고 정확히 저쪽 방향으로 3일간 달린 후 주변을 뒤져봐라. 450정도 되는 리자드맨 전사들이 있을 것이다. 역시 싸우고 전리품을 가져와라.”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그렇게 하나하나 지시했더니 9군데나 되었다. 그곳으로 가는 형제들의 총 인원은 2,500. 여기 온 족장과 대전사들은 전부 빠짐없이 집어넣었다.

적보다 적은 수를 이끌고 전투를 하라고 말함에도 단 하나도 그걸 거부하지 않았다. 역시 용맹한 오크 전사답다.

“그런데 형제는 어떻게 그 많은 리자드맨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거냐.”

형제 중 하나가 물었다. 난 가만 있었다.

“몰랐나? 그락카르는 카록께 직접 전언을 받는 형제다. 그들의 위치도 카록께서 알려주셨을 것이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지.”

“그워어어. 대단하다.”

역시나 미흐로크가 나서서 대신 말한다. 진실을 말할 수도 없고, 거짓은 더욱 안 되는 이런 상황 때마다 미흐로크가 내 곁에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미흐로크가 나서는 걸 좋아한다는 게 내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들을 보내고 다시 천막으로 돌아왔다.

“수고했다. 그락카르.”

천막에는 노르쓰 우르드만이 있었다. 캅카스가와 미흐로크는 무력시위를 나가기 위해 식량확보를 위한 전투에 나서지 않는 형제들을 모으고 있었다.

“전투를 앞당겼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나.”

“전투개시일은 리자드맨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에겐 결정권이 없어.”

노르쓰 우르드의 말이 맞다. 물론 지금이라도 전투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아무 리자드맨 부락이나 침략해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1만 이상의 형제를 이끌고 그와 비슷한 전력의 적과 싸워야 하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

상대가 드워프나 인간이었다면 큰 부락을 포위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알아서 그들을 도우러 지원군이 오기에 싸우는 시기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비열한 리자드맨 놈들은 자신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지체하지 않고 마을을 버리고 달아나버리니 그게 불가능하다.

“리자드맨에 싸울 준비를 갖추고 우릴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 이러다가 형제, 자매들을 굶길 수도 있다.”

평생 걱정, 고민 없이 살아온 나인데. 날 이렇게 초조하게 하다니.

“족장으로서의 의무에 너무 집착하지마라. 오고 가는 것은 형제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거다. 네가 족장이 되기 전을 생각해봐라. 족장이 식량을 준다고 생각했나? 아니면 자유롭게 움직여서 사냥을 나갔었나.”

생각해보면 부락에 식량 천막이 부족하다 싶을 때, 사냥조에 합류해 함께 사냥하거나 내가 직접 사냥조를 모집해 식량을 구해오곤 했었다.

“굶는다고 해서 그걸 족장 탓이라 여기는 형제, 자매는 없다. 약한 형제와 암컷,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는 강자의 의무. 족장이 가장 강하기에 가장 큰 의무를 지기는 하지만 족장만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전사의 의무다.”

“... 그렇군.”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거군. 노르쓰 우르드는 항상 내게 깨달음을 준다. 가끔 짜증날 때가 있지만 좋은 형제다.

“그래도 족장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다는 건 좋은 일이다. 넌 좋은 대족장이 될 거다. 그락카르.”

“당연한 말을 하고 있구나. 형제.”

난 강하고 명예롭고 용맹한 전사다. 그런 내가 좋은 대족장이 될 거란 건 당연한 말이지.

“그리고 전투도 곧 시작될 거다.”

“곧?”

“10일?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 이미 확인 된 도망친 리자드맨 마을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그런 압박을 받고도 가만있을 리 없지. 하루빨리 우리를 처리하려 할 것이다. 적어도 10일안에 리자드맨들이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노르쓰 우르드가 10일이라고 했으니 그럴 것이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죽었어야 했다고 했던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틀린 말을 한 적이 없다.

10일... 그 정도면 기다릴 수 있다. 빨리 준비해라. 리자드맨. 뭘 어떻게 준비하든 내 미로크로 부숴주겠다.

***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거의 15,000쯤 될 거라 하더군.”

마넨이 말했다. 그 말의 대상은 원래 그의 밑에 있던 로드 둘과 그의 마을로 피난 온 다른 마을의 로드 다섯이었다.

“정확한 숫자가 아닌가?”

로드 중 하나가 물었다.

“정확하진 않다. 알다시피 오크들의 감각은 보통 뛰어난 게 아니니까. 가까이 갈 수가 없다. 그래도 거의 비슷할 거다.”

“빌어먹을. 정말 빠르게 늘어나는군. 그 대족장이 되기 위한 시험인가 뭔가를 할 때면 항상 이랬나?”

아직 대족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오크를 본 적이 없는 젊은 축에 속하는 로드가 물었다.

“아니. 이 정도는 아니다. 2번 직접 겪어보고 5번 들어봤는데 7번 모두 전사의 수는 15,000이하였다.”

“그런데 이번엔 왜 저렇게 많은 것이냐. 매일 1,000이상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20,000 이상이 되는 건 아닌가?”

“아마도 요즘 한 번에 많은 오크가 우리 영역으로 들어왔지 않나. 그래서 대족장이 되려는 오크의 부름에 응한 전사들이 많았겠지.”

“20,000이면 감당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마넨이 다스리는 마을의 전사 수만 12,000이다. 거기에 다섯의 로드가 합류하면서 데려온 전사까지 합치면 23,000에 달한다. 리자드맨과 오크는 거의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쪽이 더 강하다.

“차라리 잘 됐다.”

마넨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크들이 갑자기 우리 영역에 침략해오기 시작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미 다섯 마을이 합류했으니 주변의 다른 마을도 합류하라고 한 후에 대군을 모아서 우리 땅에 들어온 오크를 쓸어버리자.”

평소라면 식량 부족으로 엄두도 낼 수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오크의 땅을 공격하기 위해 식량을 비축하고 있었기에 당분간은 모든 전사를 전쟁에 동원해도 버틸 수 있다.

많은 수를 모아 각개격파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 자신들의 터전이기에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 전사의 집결도 쉽고, 식량의 소모도 적을 것이다.

“단번에 오크들을 쓸어버리고 그대로 오크 영역으로 진격한다.”

마넨이 결정했다.

일주일 후, 마넨의 부름에 응한 다섯의 로드가 추가로 합류했다.

“위험하다. 오크의 모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벌써 25,000을 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할 거냐. 마넨.”

새로 합류한 로드까지 합쳐 열셋의 로드가 마넨을 바라봤다.

“이젠 기다릴 수 없다. 이러다간 오크 무리가 한 곳에 뭉치겠어.”

다섯의 로드가 합류하면서 이곳에 모인 리자드맨 전사의 수는 37,000. 아직 20,000은 더 모을 수 있지만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간 오크 무리의 수가 그들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친다.”

마넨은 공격을 결정했다.

***

“어서 와라. 형제. 강한 형제의 합류를 환영한다. 난 그락카르다.”

“거대한 전투가 날 불렀다. 난 가프툭이다.”

“어서 와라. 형제. 강한 형제의 합류를 환영한다. 난 그락카르다.”

“소문난 강자 붉은 오크가 대족장이 되려고 한다는데 당연히 합류해야지. 난 사카학이다.”

요즘 매일 새로 온 형제와 몇 번을 인사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많다. 일주일 전에도 형제들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빠르다. 물어보니 내 외침을 듣자마자 출발했는데 리자드맨 영역이 익숙하지 않아 도착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이제 부락에 몇 명의 형제가 있는 거지?”

“30,000이다.”

노르쓰 우르다가 대답했다.

“........”

상상도 못했던 수다. 내가 평생 본 형제의 수보다 많을 거다.

“이 수의 형제를 감당할 전력이 리자드맨에게 있을까?”

3만이다. 나를 포함해 족장급 전사만 아홉이고, 대전사의 수는 70이 넘는다. 이걸 누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라. 리자드맨도 충분히 강하다.”

“정말 그럴까?”

노르쓰 우르드와 내가 아는 리자드맨이 다른 모양이다. 노르쓰 우르드는 리자드맨이 이 엄청난 전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내가 아는 리자드맨은 비열하기 그지 없어서 강한 적을 만나면 도망가기 바쁜데 말이다.

까락! 까락! 까락! 까락! 까락!

그때 사방을 울리는 거대한 리자드맨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것 봐라. 리자드맨이 싸울 준비가 됐다고 알려주지 않나.”

내가 아는 리자드맨이 오크 앞에서 저런 소리를 내는 경우는 한 가지다. 우리를 싸움터에 유인할 때.

< 99 대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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