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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98화 (98/228)

< 98 대족장 >

“크후... 크후... 크후...”

“수고했다. 형제.”

“와서 쉬어라.”

‘집결의 외침’을 마치고 천막으로 돌아왔다. ‘집결의 외침’은 상당히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최대한 많은 형제를 모으기 위해서 체력이 다할 때까지 외쳤음에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래서 캄스니가 매일 조금씩만 ‘집결의 외침’을 사용했던 거군.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장인이 부족하다.”

미흐로크가 앞뒤 자르고 이야기했다. 설명이 더 필요해서 캅카스가를 바라봤다.

“노르쓰 우르드가 예전에 오르히와 함께 리자드맨과도 싸웠었다는군. 그때 썼던 대책을 말했는데 그 대책을 준비하기 위한 장인이 부족하다.”

“대책?”

“형제가 우리 부족에 처음 왔을 때, 나한테 왜들 갑옷을 꽁꽁 싸매고 있는지 물었었지 않나.”

그랬다. 그리고 인간의 전술에 대한 대비란 대답을 들었었지. 인간은 일단 기습을 시작해 활과 석궁을 이용해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후 전투를 시작했으니까. 대전사 이상의 전사라면 괜찮지만 그 이하의 전사들이 큰 피해를 입어서 갑옷을 중시했다고 했다.

“비슷한 거다.”

노르쓰 우르드가 말을 이었다.

“이곳은 리자드맨의 영역, 습지가 많다. 그리고 리자드맨은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려고 하지.”

맞다. 먼저 쳐들어오는 경우는 병력이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밖에 없다. 그 외엔 무조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에 자리 잡은 후 우리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니 우리가 싸울 장소는 얕은 물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깊으면 우리가 안 들어갈 거고, 땅에서 싸우면 불리할 테니. 그런 곳에서 싸우려 하겠지.”

이것 역시 맞다. 리자드맨과의 전투를 다시 떠올리면 대부분 얕은 물가에서 이루어졌었다.

“뭘 말하는지 알겠다. 물속에 몸을 숨기고 다가와 다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말하는 거였나?”

“바로 그거다.”

정면으로 싸우는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진 않았을 거다. 노르쓰 우르드면 몰라도 캅카스가와 미흐로크는 전사니까. 싸움은 전사들이 알아서 준비하는 거다. 우리가 대신 준비해줄 순 없다. 내가 쓰고 싶은 무기를 내 스스로 고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정당한 전투가 이루어지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은 나와 같은 강자들이 아직은 약한 다른 형제들을 위해 대신 준비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큰 어금니 멧돼지를 타고 드워프에게 돌진해 다른 전사들이 쇠구슬에 당하지 않고 드워프들과 싸울 수 있게 해줬던 것과 비슷한 거다.

다리에 부상을 입으면 전투력의 50% 이상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다리에 힘을 줘야 도끼를 강하게 휘두를 수 있는 거니까. 이제까지 리자드맨과 싸우면서 그런 식으로 부상을 당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형제들을 꽤 많이 봐왔다. 이건 실력과 관계없는 일이다. 흙탕물 속에서 마구 휘두르는 공격에 당하는 거니까.

그건 옳지 못하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고 죽는 것...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카록의 눈에 띌만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니까.

“대책은 인간 때와 비슷하다. 다리에 철갑을 두르게 해서 깊은 부상을 입는 것을 막는다. 어차피 리자드맨도 물속에서는 강한 공격을 해오지 못하니까.”

“괜찮군.”

다리에 철갑을 두르면 어느 정도는 방비가 될 것이다. 리자드맨이 아무리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해도 물속에서 휘두르는 무기는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으니까. 철갑정도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철갑을 뚫는다고 해도 철갑을 뚫는데 힘을 다한 공격은 형제들의 피부를 뚫을 수 없겠지. 그런데 왜 장인을... 아. 그렇군.

“다리에 두를 철갑을 만들 형제가 부족한 거군.”

“맞다. 자재는 충분하다. 우리는 꾸준히 전투를 해왔으니까. 전리품이 상당하지. 쌓여있는 리자드맨의 무기만 천막 두 개 분량은 될 거다. 그런데 그걸 다룰 장인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다. 장인은 부락을 이동하는 일이 적으니까. 대부분 그 부락에서 나서 그 부락의 장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신생 부락인 우리 부락에는 이번에 몇 개 부락이 흩어지면서 들어온 20 정도의 장인이 전부다. 그 정도 수로는 1만 이상의 형제들이 쓸 철갑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오르히 부락이나 근처 부락의 장인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안 된다. 다른 부락은 너무 떨어져 있어서 일정이 2주는 미뤄질 거다. 지금 우리 부락의 식량 사정으로는 1만 이상의 형제가 모였을 때 전투가 2주나 미뤄지면 버티기 힘들어진다.”

노르쓰 우르드의 의견에 반대하며 캅카스가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 주변은 리자드맨이 살기엔 좋은 곳이리 몰라도 오크가 살기엔 좋은 곳이 아니다.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식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약 7,000정도인 우리 부락도 꾸준한 리자드맨과의 전투로 식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연이은 리자드맨과의 전투로 꽤 많은 식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1만 이상의 형제가 모여들고, 2주나 전투 준비가 늦어진다면 사냥만으로는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리자드맨의 무기를 대충 다듬어서 끈으로 다리에 고정하는 것은 어떠냐.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미흐로크가 말했다. 괜찮은 생각이다. 엉성하고 빈틈이 많겠지만 리자드맨은 휘두르는 공격밖에 못하니 그 틈을 노리는 공격을 하지는 못할 거다. 휘두르는 걸 막기만 하면 되니 다리를 가릴 철판 3~4개를 끈으로 고정해두기만 해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한다고 해도 20의 장인으론 힘들 텐데.”

노르쓰 우르드가 말했다. 확실히 시간이 부족하지. 하지만 방법이 있다.

“전사들이 도우면 된다.”

“전사들이?”

“모르나? 예전에 미로크를 만들 때, 내가 장인을 도왔었다.”

“그건 알고 있다. 네 힘이 세서 그랬는지 도끼 두드리는 소리가 부락 전체를 덮었었다.”

“그때 장인이 말했다. 힘이 강한 전사가 도와주니 일하는 속도가 3~4배는 빨라졌다고.”

“호. 그랬었나?”

노르쓰 우르드가 놀라움을 표시했다. 몰랐었군. 그때 그 장인이 이후로 전사들과 작업하겠다고 해서 오르히 부락에선 그 방법이 널리 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니 전사들에게 장인을 도우라 시키면 일이 빠르게 진행 될 거다.”

“잘하면 장인의 자질이 있는 형제가 발견될 지도 모르겠군.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자.”

결정을 내리자마자 행동에 옮겼다. 장인들에게 다리를 가릴 철판 만드는 것을 부탁하고, 전사 형제들에게 그런 장인을 도울 것을 부탁했다. 전사는 망치를 들지 않는다며 거부한 형제들도 꽤 있었지만 충분한 수의 형제가 돕겠다고 나섰다.

“이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부락을 리자드맨 영역 깊숙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노르쓰 우르드가 말했다.

“부락을 옮긴다고? 형제들이 찾아오기 힘들지 않을까?”

“괜찮다. 조금씩 움직일 거니 충분히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형제가 ‘집결의 외침’을 사용하면 알아서들 방향을 잡고 찾아올 것이다.”

그렇긴 하겠군.

“그런데 왜 부락을 옮기지?”

“무력시위다.”

“무력시위?”

“형제가 ‘집결의 외침’으로 형제들을 모으고, 장인들과 그들을 돕는 전사들이 철판을 제작한다. 그 동안 캅카스가와 미흐로크가 다른 형제들을 이끌고 나서서 ‘우리가 이렇게 강하니 너희들도 뭉쳐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다.”

“그렇군. 귀찮은 방식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여기 지리를 잘 안다면 형제들을 모은 후 가장 수가 많은 리자드맨 부락에 가서 슬쩍 우리의 힘을 보여주면 되었을 거다.”

캄스니가 드워프 부락에 했던 것처럼 말이지.

“하지만 우린 이곳의 지리를 모른다. 어디에 리자드맨이 모여 있는지 모르지. 그렇기에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면서 우리가 이렇게 세니 뭉치라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해했다. 그런데 적이 충분한 전력이 되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지? 말했듯이 우린 여기 지리를 몰라 정찰을 할 수 없기에 적이 얼마나 모였는지 알 수 없을 텐데.”

“그건 리자드맨이 알려줄 것이다.”

리자드맨이 알려준다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노르쓰 우르드다.

***

거대한 공 같은 몸을 가진 리자드맨 로드 둘이 허공에 둥둥 뜬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를 받아줘서 고맙다. 마넨.”

“동포가 다른 종족에 침입에 어려움에 처했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최연장자 리자드맨 로드 마넨이 같은 리자드맨 로드 아아란을 보며 말했다. 아아란은 오크를 피해 마을을 버리고 마넨의 마을로 피난 왔다.

“그런데 네가 싸우지도 못하고 내 마을로 오다니. 상대가 대족장이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붉은 오크라도 있었나?”

아아란은 전사만 3,000이상인 마을의 로드였다. 그리고 아아란 스스로도 상당히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기에 오크 족장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그런 아아란이 싸우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자신의 마을로 피난 왔다는 것이 의아했다.

대족장이거나 붉은 오크가 있었다면 이해할 수 있다. 대족장은 대족장이고, 붉은 오크는 아직 대족장은 아니지만 1만의 전사를 이끌고 간 자킨을 이긴 오크니까.

“대족장이나 붉은 오크는 못 봤다. 내가 발견한 오크 무리는 족장급 오크가 최소 둘이었고, 오크 전사의 수가 5,000이상이었다.”

“족장급이 둘에 5,000의 전사라...”

아직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찰대를 보내도록 하지. 부락의 위치를 찾으면 자네가 전사들을 이끌고 가서 공격해라. 전사 4,000과 로드 하나를 지원해주겠다.”

마넨의 마을엔 전사의 수만 1만 2,000에 달했고 마넨 외의 로드도 둘이나 더 있었다. 리자드맨 로드가 오크 족장과의 상성에서 위에 있으니 로드 둘이면 족장 둘을 이길 수 있을 것이고, 아아란의 전사들에 4,000의 전사를 더해주면 7,000이 되니 오크들을 유인해서 유리한 지역에서 싸우면 압승할 수 있을 것이다.

“고맙다. 마넨.”

“고마워할 필요 없다. 외적의 침입에 동포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마넨은 아아란의 마을이 있던 곳으로 정찰대를 파견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로드가 마넨의 마을로 피난 왔다.

“달리트.”

“자주 보는군. 마넨.”

달리트는 전사의 수가 2,000이상인 마을의 로드다.

“너도 족장급 둘이 이끄는 5,000의 오크 전사를 보고 피난 온 것인가?”

“족장급 둘은 맞지만 전사의 수는 5,000이 아니었다. 7,000이었다.”

“7,000?”

며칠 사이에 2,000이 늘었다.

“부락에 남아 있던 전사를 더 끌고 나온 건가? 그런데 이상하군. 왜 7,000이지?”

“7,000이 뭐가 이상한가.”

“전에 아아란을 공격하기 위해 5,000의 전사가 나왔다고 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3,000을 치기 위한 5,000이었으니까. 마을에 전사가 아닌 동포까지 합치면 6,000은 있었을 테니 오크가 5,000의 전사를 이끌고 올 수도 있는 일이지.

그런데 달리트 네 마을의 총 인원이 몇이지?”

“4,500이다.”

“그래. 4,500. 그런데 7,000의 오크 전사가 모습을 보였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크는 언제나 비슷한 전력으로만 전투를 치를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넨의 설명에 달리트도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이상하군.”

하지만 딱히 원인을 말하진 못했다. 상대가 달리트 마을의 전력을 잘못 알았을 수도 있고, 달리트의 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을 공격하러 가던 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또 다른 로드가 마넨의 마을로 피난 왔다.

“족장급 둘에 전사 7,000?”

마넨이 앞뒤 자르고 물어봤다. 피난 온 로드가 고개를 저었다.

“족장급 둘에 전사 1만이었다.”

“그렇군. 이제 알겠어.”

마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온 로드의 마을은 전사의 수가 1,500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마을에 오크가 1만의 전사를 끌고 나타났다는 것과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전력이 늘어난다는 것. 이것들을 단서로 생각해볼 때 오크들이 그러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오크 족장 중 하나가 대족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

마넨이 풍부한 경험을 이용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냈다.

< 98 대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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