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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90화 (90/228)

< 90 오크 vs 리자드맨 & 올림픽 열풍 >

내가 죽인 리자드맨이 몇이더라? 직접 죽인 것만 따져도 하루에 2~300은 죽였다. 하루를 몇 번 반복했지? 일단 가로 막는 놈들 몇 놈 죽이면서 생각해보자.

“끄라락!”

“콰로로!”

“구락!”

순식간에 셋을 쓰러뜨렸다. 그들은 내 걸음을 조금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리자드맨을 죽이는 건 정말 쉽다. 무기를 같은 장인이 만드는지 전부 똑같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개개인의 힘과 속도의 차는 있지만 무기의 움직임은 거의 비슷하다.

일단 찌르기는 제외해도 될 정도로 안 한다. 전부 베기로 바깥에서 공격해온다. 그렇기에 몸 중앙은 방어를 하지 않고 비워둬도 된다.

지금처럼 오른쪽 아래에서 위로 베며 올라오는 공격은 이렇게 팔꿈치로 밑면을 살짝 쳐주면,

가가각.

내 팔을 긁으며 타고 위로 올라간다. 긁는 정도는 괜찮다. 내 피부도 많이 단단해졌기에 긁는 정도로는 상처를 낼 수 없다. 어깨부분까지 왔을 때 어깨를 탁 튕겨서 머리 위 허공을 치게 만들면 리자드맨은 팔을 한껏 위로 올린 자세로 완전 무방비가 된다.

그때 툭 밀어서 거리를 벌린 후 도끼를 휘두르면,

“가럭!”

“구륵!”

이렇게 두 놈이 죽게 된다. 한 놈만 베려고 했는데 옆에 딱 죽기 좋게 서 있는 녀석이 있어서 함께 벴다.

가볍게 가로막는 리자드맨을 잡으며 돌파했다. 정말 쉽다.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도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리자드맨 정도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아까 하던 생각을 이어서 하면 내가 하루를 몇 번이나 반복했지? 모르겠다. 생각이 안 난다. 그러니까 가장 가까이 있던 리자드맨 부락을 300번쯤 불태웠고, 그 뒤에 있는 녀석들을 200번쯤이었던가. 대충 생각해보면 1,000이상의 형제들과 싸웠던 전투가 대략 2,000번쯤 되는 거 같다.

그 뒤엔,

“가라라라라라락!”

캉! 카캉!

생각이 다시 멈췄다. 제법 강한 놈이 나타났다. 제법 덩치가 크다. 이정도 힘과 속도면 1,000이상의 전사가 있는 부락의 대장정도 되는 것 같다. 내가 저번에 그런 리자드맨 대장을 어떻게 했더라...

퍽. 퍽. 푸확!

“가락!”

이렇게 가볍게 죽였지.

리자드맨 전사는 다 똑같다. 강하든 말든 똑같은 무기에 똑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니 강한 전사든 약한 전사든 내게는 그놈이 그놈이다. 우리 오크 전사들은 대부분 도끼를 사용하지만 도끼의 모양이 저마다 모두 다르다.

자루가 길고 짧은가, 날이 큰가 작은가, 양손도끼인가 한손도끼인가. 오크 전사의 도끼는 모두 모양이 다르다. 그리고 그 모양과 자신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전투법을 사용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한 오크와 여러 번 싸운다고 해서 다른 오크와 싸움을 쉽게 한다든가의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물론 리자드맨의 방식도 장점은 있다. 리자드맨이 오크에 비해 신체능력이 떨어짐에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아마도 뛰어난 무기술 덕분일 것이다. 아마도 강한 전사가 약한 전사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이겠지. 괜찮은 방법이다.

내가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다.

리자드맨의 잘못은 아니다. ‘오늘’을 수천 번 반복하면서 리자드맨과의 전투를 수천 번 반복한 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을 테니까. 내게는 리자드맨이라면 강한 전사든, 약한 전사든 똑같은 상대다.

푸학!

“구륵!”

푸훅!

“끄럭!”

이렇게 평등하게 똑같이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 아무리 강해도 한두 번 더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까 1,000이상의 형제들과 2,000번쯤 싸웠고. 그 후에 수를 죽여서 여기저기 싸우러 다닌 게... 역시 2,000번쯤인가. 그 후엔 캅카스가, 미흐로크와 단 셋이서만 싸우러 다닌 것이 1,500번쯤.

구웅. 퍽.

“쿠흑!”

갑자기 가해진 강력한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영문도 모른 채 날아간 건 아니다. 이 공격도 무엇인지 알고 있다. 수많은 ‘오늘’에서 수십 곳의 리자드맨을 찾아가 싸웠지만 단 한 곳에서만 경험했을 정도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로드. 리자드맨 최강자 로드다. 오크의 족장과 같은 위치에 있는 전사, 아니 전사는 아니고 리자드맨이다. 공처럼 둥근 몸을 한 채 허공에 떠다니며 보이지 않는 공격을 해왔었다. 로드는 싸움 방식이 전사들과 아예 달라서 정말 즐겁게 싸웠었다.

로드하고만 한 1,000번쯤 싸웠던가?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것도 결국엔 질렸었지만.

로드의 싸움 방식은 익숙해진다고 해서 쉽게 이길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어서 지금의 나라해도 제법 즐겁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크흐..”

기분 좋게 일어나며 고개를 돌려 날 공격한 로드를 봤다. 그리고 움직임을 멈췄다.

가각!

부욱!

리자드맨의 공격 몇 개가 무방비 상태인 내 몸을 가격했다. 몇 개는 살짝 긁은 상처만 남겼지만 하나는 강한 전사가 한 공격인지 제법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난 움직이지 않고 로드에게 시선을 향한 채 멈춰 있었다.

“왜 그러나! 형제!”

“정신차려라!”

캅카스가와 미흐로크가 내 곁으로 와 날 공격하려는 리자드맨들을 막았다.

“그놈이다.”

작게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 하는 거냐. 형제! 크게 말해라!”

전장은 시끄럽다. 함성, 비명,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기에 작게 말해선 바로 옆에 있어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다시 작게 중얼거렸다.

“그놈이다.”

“뭐라는 건지 들리지 않는다. 미흐로크. 형제는 들리나?”

“나도 안 들린다.”

“그놈이다.”

“크게 말해라. 그락카르!”

“그놈이다.”

이건 형제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내게 하는 말이다.

그놈이다. 하루를 수천 번 반복하면서도 절대 잊지 않았던 그놈이다.

미로크가 죽은 전투에서 리자드맨을 이끌고 있던 그놈.

미로크가 죽은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무기로 만들어 항상 지니고 다녔지만 너무도 오래 전이어서 분노는 전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아니었다.

가슴 속 깊이에서 터져 나오려는 이것은 분명 분노다. 오래되었기에 더욱 강하게 뭉쳐서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분노. 그것이 지금 이 순간,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터졌다.

***

분노한 그락카르는 정말 무섭다.

분노한 그락카르가 ‘성난 자의 외침’을 터뜨렸고, 그와 그의 형제들은 리자드맨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로드급 리자드맨들이 저번처럼 도망치려고 했지만 힘이 100% 더 강해진 그락카르, 캅카스가, 미흐로크를 따돌릴 순 없었다.

셋은 각각 하나의 리자드맨 로드를 맡아 쫓아갔다. 그리고 죽였다. 리자드맨 로드는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지만 그락카르는 익숙해보였다.

캅카스가와 미흐로크는 압도적인 힘을 가졌음에도 처음 겪는 전투 방식 때문에 약간은 고전한 것에 비해 그락카르는 공격을 당하면서도 공격 일변도로 방어막을 터뜨리고 그대로 양단해버렸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리자드맨 로드를 상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 ‘성난 자의 외침’ 이거 너무 사기스킬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신체능력 하나만 믿고 싸우는 오크들인데, 힘을 2배로 강하게 해준다. 일반 오크는 대전사급으로 강해지고, 대전사는 족장급으로 강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힘만 강해졌고 덩치는 여전히 작고, 피부는 물러서 약간의 손색은 있겠지만 힘만 따지면 충분히 한단계 올랐다.

대족장의 실력은 어떤지 몰라서 족장급이 대족장급으로 강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전투엔 오크 전사가 5,000 조금 넘게 참여했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5,000 전부가 ‘성난 자의 외침’으로 대전사급 무력을 갖췄다. 5,000의 대전사 무리라니. 혹시라도 그놈들이 한국에 떨어져서 공격해온다고 생각하면...

“으으..”

생각만 해도 무섭다. 감히 싸울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미사일 쏴야한다.

그나저나 그락카르가 비텔님을 모른다. 무조건 그 세계의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락카르는 모를 수도 있다. 지식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까. 그런데 주술사까지 모른다. 주술사는 제법 지식이 많은 것처럼 보이던데 말이야.

비텔님은 그 세계의 신이 아니시란 말인가? 혹시 정말 우리 세계의 신? 지금까지 안 알려져 있던? 그런 건가요. 비텔님?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다. 비텔님하고 연결되는 메신저가 있으면 좋겠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야.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네. 맹연씨도 잘 잤나요.”

“한상님 덕분에 잘 잤습니다.”

... 내가 뭘 해줬다고 내 덕에 잘 자.

빨리 일어나서 씻자. 오늘은 할 일이 많다. 집도 새로 구하고, 계약 중개권을 팔 경매장도 알아봐야 하고, 미친 듯이 쌓이고 있는 수 십 억의 헌금을 쓸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고아원을 짓고 싶으니까 일단 고아원 쪽으로 알아봐야지.

***

3주가 지났다.

3주간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면...

일단 그락카르의 상황부터,

3주전 리자드맨 로드가 이끌고 온 1만의 리자드맨 무리를 박살 낸 이후 조금씩 북쪽으로 터전을 옮겼다. 전투도 몇 번 더 치렀지만 대부분 소소했다. 그락카르의 부락과 대등한 전투를 할 만한 녀석들은 없었다.

그렇게 2주간 북진을 이어가던 그락카르는 1주일 전에 한 곳에 정착했다. 리자드맨 영역 깊숙이 들어간 위치였다. 미친 듯이 싸워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자리 선정이다. 좀 몸 좀 사렸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죽으면 나만 고생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주술사 노르쓰 우르드가 열심히 그락카르를 가르치고 있다. 그락카르는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노르쓰 우르드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그락카르를 교육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놓고 그렇다고 말하진 않지만 그냥 말하면 될 걸 일부러 풀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노르쓰 우르드가 그락카르를 찾아온 것이 그락카르를 좋은 대족장으로 키우기 위함인 것 같다.

잘 가르쳐서 안 죽는 놈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도 꽤 변화가 있었다.

일단 집을 옮겼다. 꽤 넓은 집이다. 화장실도 두 개 있어서 맹연과 같은 화장실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원룸 살 때 맹연때문에 화장실에서 대변보는 게 고역이었다. 소리 안 나게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던지, 냄새 나는 것도 무서워서 항상 대변 본 후엔 세수도 했다. 비누 냄새로 대변 냄새 사라지라고 말이다.

지금은 그런 것 신경 안 써도 돼서 좋다. 그 외에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밖에서 나는 소리다. 또 뭔가 터졌군. 거실로 나갔다. 맹연이 TV를 보고 있다.

“또 터졌어?”

“네! 또에요!”

맹연이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환호성만 안 질렀을 뿐이지 얘도 엄청 좋아하네. 아. 맹연이랑은 말 놓기로 했다. 조금 친해지기도 해서 말이다.

“이번엔 뭐야? 환호성이 큰 거 보면 인기 종목인가본데.”

“100m 달리기요. 우사인 볼트를 간발의 차로 이겼어요!”

우사인 볼트를 이겼다니. 좋아할만 하네. 우사인 볼트는 세계적인 슈퍼스타잖아. 그런 사람을 달리기 불모지인 한국인이 이겼는데 안 좋아할 수가 있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올림픽 열풍이 불고있었다.

“이걸로 금메달 38개째에요! 1등이라고요!”

냉정한 맹연이 저렇게 흥분할 정도로 말이다.

< 90 오크 vs 리자드맨 & 올림픽 열풍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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