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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83화 (83/228)

< 83 진실된 교주 >

“3,000번?”

일어남과 동시에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3,000번이나 죽었다고? 아니, 3,000번이 아니지. 3,000번을 오래 전이라고 했으니까.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죽었다는 거잖아. ... 도대체 나 몇 번이나 죽은 거야?

그리고 3,000번 넘게 반복했으면 말을 훨씬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그락카르 그 놈은 왜 한마디만 해주고 더 이상 말을 안 해준 거야?

이해할 수가 없군.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 예. 죄송합니다. 제가 깨웠나보네요.”

“아니에요. 저도 방금 깨서 일어나 있었어요.”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는데 그걸 듣고 맹연이 잠에서 깼다. 어제 결국 맹연을 집에 데려왔다. 도시에 들어온 후 5억쯤 주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무조건 죽는다고 살려달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데려왔다.

외국이라도 나가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미 시도해본 방법이라고 했다. 결과는... 공장으로 잡혀와 통나무가 될 운명에 처했던 걸 보면 뻔해서 안 물어봤다. 외국에 나간 사람을 어떻게 잡아서 데려온 거지?

아. 통나무가 뭔지도 알았다. 장기밀매용 시체를 말한다고 한다. 이미 죽은 사람도 아니고 산 사람을 죽여서 장기밀매를 하려고 하다니. 정말 흉악한 놈들이었어.

“아침은 언제 드시나요.”

“아침이요? 어.. 한 8시쯤?”

“지금 시간이... 잠깐 폰 좀 볼게요.”

“네.”

“6시 30분이네요. 시간이 되겠어요.”

맹연이 방바닥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나도 남자니까 내가 바닥에서 자고 맹연을 침대에서 재우려고 했는데 맹연이 한사코 거부했다. 결국 내가 침대에서 자기로 하고 대신 베개와 이불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거절당했지만 이번엔 내가 부득불 우겨서 베개와 이불은 쓰게 했다. 바닥에서 베개, 이불 없이 자는 게 얼마나 힘든데.

자던 곳에서 냉장고까지 몇 걸음 되지도 않는데 한번 휘청거렸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침대에서 자라니까.

“아침 직접 차리시려고요?”

“네. 냉장고 열어봐도 될까요?”

“열어도 되지만...”

맹연이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엔 배달음식 시켜먹고 남은 소스와 물, 음료수만 가득했다.

“냉동실에 만두 정도는 있지만 뭘 만들고 할 재료는 없어요. 밥은 항상 밖에서 사먹거든요.”

“그..런가요? 그럼 청소라도... 청소 도구가 어디 있죠?”

뭔가를 자꾸 하려고 한다. 가만있으면 불안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내가 집에서 쫓아낼까봐 무서워서 내게 어필하려고 그런 걸까.

어제 내 방이 좁아서 지내기 힘드니 바로 옆에 있는 모텔에서 자는 건 어떠냐고 물었었다. 그러니 가늘게 몸을 떨면서 내가 같이 간다면 가겠지만 혼자는 가기 싫다고 했다. 혼자 자는 게 너무 무섭다며 말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나도 비텔님을 만나기 전 그런 일을 당했다면 혼자 자는 게 무서웠을 것이다.

“그냥 좀 쉬세요. 아침은 이따가 도시락 사올 테니까 그거 먹고 점심에 옷 사러 나가서 제대로 된 거 먹죠.”

맹연은 지금 맨몸에 내가 준 티 하나만 걸치고 있다. 어제 저녁 늦게 집에 도착했기에 옷을 사러갈 틈이 없었다.

알몸의 아름다운 여성이 내 방에서 내 티 하나만 걸치고 있다. 충분히 야릇한 생각이 들 수 있는 모습이지만 어제 그 처절하게 학대당한 모습을 봤었기에 조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러난 팔다리에 멍 자국과 베이고, 까진 상처가 쉽게 눈에 띈다. 저러니 겁먹고 나한테 붙어있으려는 게 이해된다. 얼마나 무서울까.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장기를 적출당하고 있었을지도...

“그리고 나간 김에 둘이 살만한 집도 하나 구해야겠네요. 계속해서 이런 좁은 방에서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전 괜찮은데...”

“어차피 공돈도 생겼으니까요. 저 가방에 15억 들어 있잖아요. 이 기회에 좋은 집 하나 구해보죠. 뭐. 큰 집에 살아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

“네...”

어제는 그렇게 악에 바쳐서 말도 잘하고 사람도 패죽이고 그러더니 오늘은 왜 저리 기가 죽어있는지 모르겠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 비텔님을 믿게 하면 신체능력이 올라가니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혹시 비텔이란 이름 들어본 적 있어요?”

“비텔이요? ... 없는 거 같네요.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맹연이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모르는 이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비텔은 신의 이름이에요.”

“신..이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갑자기 신에 대해 말하니 의아한 마음이 들긴 하겠지.

“아직 이 세계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신이시죠. 믿기만 하면 몸이 건강해져요.”

“그런가요.”

대답은 하지만 완전히 믿는 거 같지는 않다. 나도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면 ‘이 인간 사이비교 사람이었어?’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속는 셈 치고 비텔님께 기도를 해보세요. 그럼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맹연이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너무 바로 하는데? 구해준 은인이 해보라고 하니까 그냥 시늉만 하는 건 아닐까?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연

기여부분 : 기도

아니구나. 제대로 비텔님께 기도했다.

“어?!”

맹연이 눈을 크게 뜨고 자기 몸을 살폈다. 무려 11%다. 갑자기 신체능력이 11% 더 강해지니까. 그로 인해 전신에 가득 충만한 힘을 느끼고 있겠지.

“그게 비텔님의 은총입니다.”

정확히는 내 스킬로 인한 결과지만 내 스킬은 비텔님에게서 온 거니까.

“진짜... 세상에 진짜 신이 계신 거예요?”

“네. 지금 느끼고 계시는 그 힘이 증거입니다.”

주르륵.

순간 맹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근데 왜... 왜 제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나요? 그렇게 간절하게 신을 찾았는데. 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그냥 조용히, 눈물이 점점 굵어지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

점심에 나가 맹연이 입을 옷과 이불, 필요한 생필품 등을 구매해서 저녁에 돌아왔다. 집은 못 구했다. 의외로 쇼핑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집에 물건을 놓고 마트로 가 장도 봐왔다. 맹연이 요리 잘한다며 음식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집 밥 먹을 수 있는 건가.

맹연이 요리하는 걸 지켜보다가 아침에 못다 한 생각이 이어졌다.

3,000번...

분명 그락카르가 그렇게 생각했다. 3,000번 보다 더 많이 반복했다고 말이다. 등골이 다시 서늘해졌다. 그렇게 오래 반복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까 쇼핑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었다.

‘혹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영원히 죽음을 반복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영원히 ‘오늘’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될까? 아니면 반복에도 한계가 있어서 일정 횟수가 되면 반복이 끝나고 영원히 죽게 되는 건 아닐까?

둘 중 뭐가 진실이든 상관없다. 둘 다 끔찍하니까.

‘절대 죽지 말아야 해.’

내가 한 생각이다. 그락카르가 죽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놈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이쪽 세계에서만큼은 죽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락카르에게 받은 힘이 있으니 그 힘을 바탕으로 전투능력을 더욱 향상시켜?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좋은 생각도 아니다. 이번에도 알았듯이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총이 나오면 끝이다. 그락카르처럼 강철이 비견될만한 피부라도 있으면 몰라도 평범한 인간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내가 총을 이겨낼 수는 없다.

그리고 수면제 같은 약물계열도 문제다. 그것들은 전투능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그러니 전투능력은 답이 될 수 없다.

그럼 전투능력을 빼고 내 강점은? 생각할 것도 없다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바로 비텔교. 내가 비텔교의 교주라는 거다.

만약 날 죽이려던 사람이 비텔교의 신도고 내가 교주란 걸 알게 되면? 감히 날 죽일 수 있을까? 신이 정말 있다는 걸 아는 자들이니 신벌도 두려워 할 텐데 말이다.

그 외에도 비텔교의 신도가 늘어나 세상 곳곳에 퍼진다면 미리 날 공격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공격을 받아도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세가 확장되면 새로운 적이 생기겠지만 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된다. 내가 비텔교의 신도이자 교주인 걸 모르는데 어떻게 공격해오겠어.

물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신도들의 도움도 받기 힘들 테니 언젠가 내가 교주임을 밝히긴 해야 할 거다. 대충 신도가 100만명정도 되면 밝힐까? 100만명이 나를 도와준다면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그런데 교세를 어떻게 확장하지? 음... 저번에 임시로 받았던 ‘비텔의 목소리’가 있으면 신도들에게 교세를 확장하라고 명령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일단 유나와 김진서가 성전을 짓는 데 도움을 줄까? 돈을 보태든 일을 도와주든 지금의 나라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다. 은근슬쩍 유나에게 포교를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도 하고 말이야.

지금 비텔교의 신도들은 맹연 한 명 빼고는 전부 유나 한 명에게서 퍼진 거다. 그러니 유나가 아는 신도들에게 말하면 비텔교 전체로 퍼뜨릴 수 있을 거다.

다소 방법이 귀찮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그렇게 하는 수밖에. 언젠간 ‘비텔의 목소리’ 스킬도 받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만 좀 고생하...

-비텔교 신도가 1만명에 도달했습니다.

벌써? 빠르다.

-비텔이 크게 기뻐합니다.

비텔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얻었습니다.

오오. 비텔의 목소리! 내일 유나 찾아갈 필요 없겠어.

전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킬 ‘비텔의 귀’의 단계가 상승해 2단계가 되었습니다.

1회용 스킬 ‘기적 - 비텔의 걱정’이 내일 이 시간까지 활성화됩니다.

좋다. 아주 좋다. 바로 단계가 오르거나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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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의 귀(2단계) :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신도의 기도를 들을 수 있다. 현재 2단계.

기적 - 비텔의 걱정 : 고위 교단 스킬. 모든 신도가 스킬 ‘폭발하는 업보’를 1번씩 쓸 수 있게 된다. 신도 1인당 50의 교단 기여 포인트가 소모된다. (폭발하는 업보 : 대상이 질병에 걸리는 저주를 건다. 질병은 쌓인 업보의 양에 따라 종류와 강도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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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신경이 ‘기적 - 비텔의 걱정’에 쏠렸다.

모든 신도가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거기에 스킬도 보통 스킬이 아니다. 상대가 질병에 걸리게 만드는 저주라니.

아직 실제로 해본 것이 아니니 그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질병이라곤 해도 그저 단순한 감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감기라고 해도 대단하다. 1만명의 신도가 있으니 단번에 1만명을 감기에 걸리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은 이정도지만 나중에 신도가 100만명이 된다면? 그리고 1,000만명이 된다면? 이 스킬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신도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말 ‘기적’이란 단어가 붙을만한 엄청난 스킬이다.

신도가 1만명이 되었다고 축복을 내려주시는 걸 보면 앞으로 신도를 더 늘리면 축복을 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저 기적이라는 스킬... 나중에 얻을 수 있겠지? 꼭 저걸 얻지는 못해도 비슷한 위력의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난 도대체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교세를 빨리 확장해야지. 바로 시작하자.

***

-그분의 말씀을 전한다!

1만명의 비텔교 신도가 하던 모든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 83 진실된 교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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