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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75화 (75/228)

< 75 다시 시작되는 반복 >

“그만! 그만 두들겨라!”

오크 장인이 그락카르의 망치질을 멈추게 했다. 그리곤 모루 위에 놓인 양손도끼에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살폈다.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고, 여기저기 작은 망치로 쳐보기도 하고, 혀로 핥아 맛을 보기도 했다.

“됐다. 완성됐다.”

“더 두들겨야 한다.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더 두들기면 망가질 거다. 집어넣을 재료 없이 두들기기만 하면 망가진다.”

장인이 말을 하며 천막을 둘러봤다. 천막 안 여기저기 쌓여있던 재료용 잡동사니들이 전부 사라졌다. 원래는 천막 안 재료의 반도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만들다보니 흥이나 전부 집어넣고 말았다.

“그러면 재료를 더 구해오겠다.”

“그만해라. 여기에 더 우겨넣는 건 아무리 형제가 도와준다고 해도 내 능력으로는 힘들다.”

그락카르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내가 장담한다. 이건 내 인생 최고의 무기다.”

“그런가?”

“확실하다. 오르히의 무기도 이에 비하면 약하다. 전사와 함께 무기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장인이 완성된 도끼를 집어 들었다. 들어간 재료가 너무 많다보니 무거워서 들기 위해 끙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고 최고의 무기다. 고맙다. 그락카르.”

장인이 그락카르에게 도끼를 건네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락카르도 똑같이 대꾸했다.

“내가 더 고맙다. 형제 아니었으면 절대 만들지 못했을 거다.”

“카하. 그러면 서로 고마운 거로 하자.”

장인은 진심으로 그락카르에게 고마워했다. 전사와 함께 무기를 만드는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그 효율이 정말 대단했다. 집어넣은 재료를 생각하면 3달은 걸렸어야 할 일을 1달 보름 만에 끝냈다. 기간을 반으로 줄인 거다. 거기에 완성된 무기의 강함도 들인 재료 그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앞으로 무기를 만들 때는 그 무기의 주인이 될 자도 도우라 해야겠다.”

자기도 모르게 오크 무기제작기술의 향상을 이룬 그락카르지만 그는 장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도끼만 살피고 있었다. 양손도끼는 미로크의 피가 들어가서인지 그락카르의 피부를 닮은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락카르는 검붉은 도끼에 매료되었다. 검붉은 색도 마음에 들었고, 적당히 무거운 것도 마음에 들었으며, 도끼 전체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마음에 들었다.

“좋다. 이제껏 살면서 본 그 어떤 무기보다도 마음에 든다.”

“당연히 그래야지. 오르히 부락 최고 장인인 내 인생 최고의 무기인데. 오크족 최고의 무기라고 해도 된다.”

“오크족 최고의 무기..”

왠지 어감이 마음에 들었다.

“오크족 최고의 무기. 오크족 최고의 암컷인 미로크를 재료로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이제 너의 이름은 미로크다.”

‘무기에 이름을 짓다니 특이한 형제군.’

장인이 그런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지극히 만족하고 있는 그락카르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락카르는 장인의 눈빛이 이상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양손도끼, 미로크를 자신의 등에 메었다.

“미로크. 이제 영원히 함께 한다.”

다음날, 그락카르가 제 1 공터 중앙에 섰다. 모든 오크가 그락카르를 주목했다.

이미 오르히의 부락에서 그락카르를 모르는 오크는 없었다. 그의 명성은 캅카스가와 결투를 해 이겼을 때 널리 퍼지기 시작해 인간과 리자드맨을 연이어 격파하고 돌아왔을 때 최고조에 달했었다.

“난 북쪽으로 간다. 북쪽으로 가 리자드맨을 죽이고 부락을 만들 거다. 따라올 형제가 있으면 따라와라.”

그락카르가 대충 이야기하곤 북쪽 부락 입구로 향했다. 마치 아무도 안 와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런 그락카르의 뒤에 오크들이 하나둘 따라붙기 시작했다.

“나도 간다. 형제.”

캅카스가가 붙었다.

“나 역시 따른다. 형제의 능력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더군.”

미흐로크 역시 따랐다.

그락카르와 함께 나섰다가 살아 돌아온 500여 오크에 의해 이미 부락 전체에 소문이 났다. 그냥 함께 걷기만 해도 강해지고, 어느 순간 2배 이상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말이다.

오크가 강한 오크를 따르고 싶어 하는 것은 치열한 전장에 나가 활약해서 카록의 눈에 띄고 싶기 때문이다. 그락카르는 강한 전사인데다가 함께 하는 형제들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즉, 더 크게 활약해서 카록의 눈에 띌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500여 오크 중 일곱이 새롭게 축복을 받았다. 2500여 오크가 죽었지만 오크들에게 사망자 수는 중요하지 않다.

거기에 남쪽에서부터 그락카르를 따라온 오크들에게서 그락카르가 카록의 전언을 직접 받는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런 소문 때문에 오르히 부락의 많은 오크들이 그락카르와 함께 전장에 나서길 원했다.

족장급 전사인 캅카스가와 미흐로크가 따라붙자 더욱 빠르게 오크들이 그락카르의 뒤에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락카르가 부락을 완전히 빠져나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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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락카르의 무리

우두머리 : 그락카르

무리 구성원 : 6,4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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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위엄 : 세력 형성 시 세력의 크기에 따라 군주와 구성원의 신체능력을 향상시켜준다.

현재 11% 향상 적용 중.

오르히 부락의 전사 40%가 그락카르를 뒤따르고 있었다.

***

-아치...

턱.

시계 알람을 끄며 일어났다.

‘오늘은 500놈쯤 죽였나.’

그락카르 이야기다. 그락카르가 부락을 떠나 북으로 향한지 보름.

그락카르는 지금 리자드맨 영역에 들어가 리자드맨과 전쟁 중이었다. 이미 부락도 하나 만들었다. 애초에 오크의 부락이란 것이 대충대충인 곳이라서 수천의 오크가 지낼 곳을 세우는 데 며칠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매일 이어지는 리자드맨과의 전쟁.

원래는 비슷한 규모의 적이 아니면 싸우지 않는 오크들이지만 정착을 하기위해서인지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 전부를 압도적인 병력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덕분에 리자드맨에 도착한지 단 열흘 만에 그락카르의 부락 근방은 리자드맨이 거의 사라져 보기 힘들어졌다.

“불안한데...”

지금 그락카르를 따르는 오크들이 엄청 많기는 하지만 지금 그락카르는 리자드맨의 땅에 침공한 상태다. 적어도 수만, 수십만의 리자드맨이 있을 텐데 5,000 겨우 넘는 병력으로 침공했으니 어찌 불안하지 않을까.

거기에 저번에 있었던 전투에서 느낀 건데 리자드맨은 참 교활하다. 인간이 보기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교활함이지만 단순한 오크들은 딱 넘어가기 좋은 교활함이란 게 문제다.

저번에는 죽기 직전에 그락카르가 ‘성난 자의 외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각성한 덕분에 살아났지만 이번엔 어찌 될는지...

얼마 안 가 또 반복을 시작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그냥 오크 땅에 머물면서 전투나 다닐 것이지 왜 적 땅에 들어가 정착을 시도하는 거야. 땅에 대한 욕심도 없으면서 말이야.

대충 씻고 공원에 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몇 달 공원에 다니다보니 안면이 익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 친해진 사람들은 아니다. 내게 그 정도 붙임성은 없었다. 그냥 공원에서 달렸더니 며칠에 한 명씩 아는 척 말을 걸어왔다.

‘무슨 운동하시나 봐요.’

‘진짜 잘 달리시네요.’

‘그렇게 달리려면 얼마나 운동해야 해요?’

전부 내 달리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역시 아침 공원에서는 달리기 잘하는 사람이 짱인 건가.

그 중에는 달릴 때 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었던 뒷모습 예쁜 여자들도 있었다. 아침에 운동 나올 때도 화장하는지 다들 꽤 예뻤다. 다행이다. 앞모습 보고 실망하지 않아서.

“하아. 하아. 전 힘들어서 이만 뛰어야겠네요.”

“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시고 나중에 밥 한 번 먹어요.”

“저야 좋죠. 제가 살 테니 시간만 잡으세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의례적인 ‘밥 먹자.’란 인사를 하고 헤어지...나 싶었는데,

“정말이죠?”

“네? 네.”

“그럼 번호 좀 알려주세요.”

번호 따였다. 내 인생 최초다. 여자한테 번호를 따이다니. 기분 좋게 몇 바퀴 더 돌고 집에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컴퓨터 전원을 올리고 인터넷을 켰다.

‘한국 체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 수립!’

‘곧 있을 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

눈에 띄는 기사들이 몇 개 있었다. 요즘 한국 최고 이슈 중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 체육계의 약진을 들 수 있다.

몇 달 사이에 연이어 수많은 종목에서 연이어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깨더니 세계 신기록까지 근접하고 있었다. 잘하던 종목은 더 잘하게 됐고 못하던 종목이 세계 수위권에 근접하는 상황.

사람들은 기적이니, 사기니 말이 많다. 대대적인 약물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기록 조작에 대한 내사가 들어갔다는 기사도 많다.

하지만 난 안다. 몇몇 가짜가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진짜 성적이 오른 걸 거다. 저 사람들 모두 비텔교 신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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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9,284명

교단 기여 포인트 : 925,398

헌금 : 1,254,89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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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단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성장했다. 저번에 유나가 나에게 성전 관련해서 상담한 이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유나가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성전 건설로 인해 뭔가 입소문 같은 것을 타기 시작했다든지.

덕분에 ‘군주의 위엄’ 효율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군주의 위엄 : 세력 형성 시 세력의 크기에 따라 군주와 구성원의 신체능력을 향상시켜준다.

현재 11% 향상 적용 중.

11%.

신도가 늘어나면서 ‘군주의 위엄’ 적용률을 계속 살폈다. 10명, 50명, 100명, 500명, 1,000명, 5,000명 단위로 1%씩 올라갔다. 그 결과 신도가 9,284명에 도달한 지금은 11%.

지금의 성장세라면 며칠 안에 10,000명을 넘어갈 테니 12%에 도달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11%의 신체능력 향상 효과를 받으면 엄청난 효율을 보이는데 운동선수들이 11%의 향상을 적용 받는다면... 아직도 세계 신기록을 못 깬 종목이 남아 있는 상황이 더 이상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갑자기 올라간 신체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적응하기만 하면 세계 신기록 쯤이야.

그런데 이거 문제 되지 않나? 약물 복용은 아니지만 일종의 도핑 비슷한 거 아닌가? 아직 관련 규정이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긴 하겠지만 말이야.

아직 비텔이란 이름으로 검색되는 것은 없다. 신도가 늘어나긴 했지만 입단속은 철저히 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아. 준비해야겠네.”

역시 인터넷 서핑은 시간이 금방 간다. 오늘 계약 중개 건이 하나 있는데 약속 시간이 거의 가까워졌다.

***

“괜찮겠어?”

“네. 괜찮습니다. 이 근처에서 점심 먹고 천천히 집에 가려고요.”

일 끝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걸 거절하고 홀로 시내에 나왔다. 어차피 집에 가봤자 할 것도 없는데 근처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 구경도 할 생각이었다.

-정청원 3,500만원 입금했습니다.

이 아저씨 입금은 칼 같다니까. 처음에 부정적이었던 인상과 달리 일은 정말 잘한다.

역시 시내, 사람들이 정말 많다. 활기가 넘치네. 쌍쌍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빨리 죽어라. 나약하고 지겨운 인간의 삶을 보느니 차라리 죽였던 리자드맨을 또 죽이겠다.

이거 그락카르의 목소리 같... 어... 어어?!

< 75 다시 시작되는 반복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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