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다시 시작되는 반복 >
-정청원 2,000만원 입금했습니다.
입금 알림문자가 날아왔다. 돈은 정말 칼같이 주네.
그락카르가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계속 무기만 만들고 있으니 그락카르의 세계에 딱히 변화랄 게 있을 리 없지. 장인의 천막 밖은 전투를 나가고 오는 자들이 있었는데 꽤 소란스러웠지만 그락카르에게는 별일 없이 시간만 흘렀다.
나도 비슷하다. 평범했다 별 일 없이 계속 시간만 흘렀다. 달라진 점은 계약 중개의 단가가 올라갔다는 걸까? 일은 주에 2~3번 정도로 딱히 일하는 빈도수는 변화가 없는데 가격만 올라갔다.
‘당연한 거다. 1,000만원이 싼 거지. 이게 비싼 게 아냐. 그때는 시험 기간이니까 싼 거였고 지금은 점점 제 가격을 찾아가는 거지. 점점 비싸질 거야. 그리고 더 큰 계약을 찾아갈 거다. 넌 돈을 갈고리로, 아니 굴삭기로 퍼 모을 거다.’
정청원이 한 말이다. 더 비싸진다라... 얼마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세상이다. 1년간 죽어라 일하고도 아끼고 또 아껴야 1,000~2,000만원을 통장에 모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1주일에 몇 천 만원씩 버니...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진서
기여부분 : 기도
진서가 또 기도했군. 신도가 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인데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이유는 헌금이다. 헌금을 정말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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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891명
교단 기여 포인트 : 19,745
헌금 : 74,9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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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니 교단 기여 포인트와 헌금이 쌓이는 속도도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저 헌금 중 5분의 1정도가 진서란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예전의 돈 못 벌던 시절이라면 저 돈을 뽑아서 내가 썼겠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쓰지 못할 만큼의 돈이 통장에 쌓이고 있다. 그러니 헌금을 인출할 이유가 없어 헌금액이 쌓이고만 있다.
지금은 딱히 쓸 데가 없고, 나중에 돈이 많이 모이면 고아원 같은 거라도 하나 지을 생각이다.
예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성인이 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후 돌아가셨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혹시 ‘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기만을 빌면서 살아야 하는 생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생활. 끔찍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전부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하니 말이다.
잠깐 알아봤는데 대부분의 고아원은 재정이 부족해서 중학교 때까지만 아이들을 책임져주고 고등학교는 웬만하면 국비지원이 나오고 기숙사가 있는 직업학교 같은 곳에 보내는 것 같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돈이 없어 미래의 직업이 결정되는 것이다.
내가 그래야 했다면... 별로 좋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에 운전일을 할 때 돈 많은 부자들을 보면서 저들처럼 돈을 많이 벌면 큰 고아원을 지어서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고아원의 아이들이 부모가 있는 아이들 못지않은, 아니 부모가 없는 부분을 채울 만큼 더한 지원을 받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냥 상상만하는 꿈이기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당시로선 꿈도 꿀 수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테니까. 어디선가 봤는데 자녀 1명당 양육비용이 2~3억 정도 든다고 한다. 고아원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뽑고 똑같은 지원을 해주려고 하면, 더 들면 더 들었지 적게 들지는 않을 것이다.
시작할 때 몇 십억이 깨질 테고 유지하기 위해서 매달 몇 억, 몇 십억씩 쏟아 부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내가 그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000명도 안 되는 인원에게서 모이는 헌금이 저 정도다.
만약 신도가 몇 만 명이 된다면? 1만 명이 매주 만원씩만 헌금해도 1억이다. 한 달이면 4억. 신도가 1만 명만 되도 몇 십 명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작은 고아원 하나 정도는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하게 된다면 고아원 이름에 비텔님 이름은 꼭 집어넣어야지. 그분의 신도가 내는 돈으로 만드는 거니까.
-교단 기여 포인트 50,000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진서
기여부분 : 헌금
진서가 기도가 끝난 모양이다. 헌금을 했... 음? 교단 기여 포인트 5만? 내가 잘못 들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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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891명
교단 기여 포인트 : 69,745
헌금 : 574,9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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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정말 교단 기여 포인트가 5만 늘어나 있었고 헌금액도 5억이 늘어나 있었다.
진서 이 인간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그런데 진서라니. 문득 생각나서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예던 전략기획본부장 김진서’
2주 전에 고은형과의 계약 중개를 해준 이후로 만나지 않아 잊고 있던 이름 하나가 연결됐다. 그냥 진서라는 이름만 들을 땐 연결할 수가 없었는데 5억이나 헌금한 걸 보니 재벌2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음. 에이. 설마 아니겠지...라고 그냥 넘기기도 힘들다. 돈 쓰는 거 보면 평범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재벌이거나 재벌2세쯤은 되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면 김진서가 막강한 용의자 아닌가.
인터넷에 진서란 이름을 검색해봤다. 돈 많은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검색이 될 테니까.
김진서 이 양반밖에 없다. 그 외엔 돈이 그리 많을 거 같지 않은 직업들뿐이다. 정말 그 양반이 비텔교 신도인건가?
....
.....
.......
신경 끄자. 누가 비텔교 신도든 뭔 상관이야.
***
그락카르가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한상이 5억 헌금에 놀란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유나야. 손님 오셨다. 원장실 가봐.”
“네.”
‘아저씨가 또 오셨나?’
부모님이 왔다면 손님이라고 할리 없다. 그리고 부모님 외엔 찾아올 사람이 없으니 한상이 저번에 왔던 것처럼 또 찾아온 건가하고 유나가 생각했다.
‘그런데 왜 원장실이지?’
저번에 한상이 왔을 땐 휴게실에서 만났다. 한상이 찾아왔으면 단 둘이 있는 곳을 원하지, 원장실에서 만나자고 할 것 같진 않았다. 유나는 한상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원장실에 도착하니 그곳에 있는 손님은 생각했던 대로 한상이 아니었다.
“어서 오렴.”
원장이 과하게 환하게 웃으며 유나를 맞았다. 이상했다. 유나가 아는 원장은 잘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렇게 과장된 웃음은 학원을 꽤 오래 다닌 유나도 처음 봤다.
“김 본부장님. 저 아이가 본부장님께서 찾으시던 유나. 우리 학원의 자랑이에요. 이번에 나간 콩쿨에서도 우승했답니다. 유나야. 인사하렴.”
“네. 안녕하세요..”
유나는 누군지 모르고, 영문도 모르지만 일단 원장이 시키는 대로 인사했다.
“예던알지? 예던의 전략기획본부장님이신 김진서 본부장님이셔. 이번에 발레를 지원할 생각이신데 너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셨어.”
유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돈 많은 기업 사람이 와서 지원하겠다고 했고 원장은 자신을 불러 자신의 학원 학생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줘서 자신과 학원이 더 돋보이게 만들려는 것이다.
“원장님. 죄송한데 유나양이랑 둘이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네? 그건 좀... 원생은 학원에 있는 동안 강사의 동반 없이 외부인을 만나게 해선 안 돼서요.”
원래는 변태들이 원생들한테 헛짓거리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지만 지금은 자신 없이 유나와 김진서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서워서 그 규칙을 말한 것이다. 혹시라도 유나가 이상한 말을 해서 김진서가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 취소되면 안 되니까.
“유나양과 면접을 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예던은 지원하는 학생의 심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질문 내용엔 개인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기에 법적으로 외부인 앞에서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법은 없지만 김진서가 말하면 그게 법이다. 원장이 지금 당장 그 법이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없으니 김진서를 믿을 수밖에 없고, 나중에 찾아보고 그런 게 없다고 확신한다고 해도 김진서에게 감히 따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학원에 대한 지원은 이미 결정되었습니다. 학원이 훌륭하더군요. 유나양에게 개인 지원 유무에 관계없이 학원에 대한 지원은 곧 시작될 겁니다.”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원장이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학원에 대한 지원이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면 걱정할 게 없다.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나야. 잘해야 한다. 개인 지원을 받으면 앞으로 발레를 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거야.”
“네. 원장님.”
학원 지원에 대한 대답을 들었으니 유나가 개인 지원을 받든 말든 신경 안 쓰지만 그래도 좋은 원장 흉내를 내기 위해 유나에게 좋은 말 한 마디 해준 후 원장실 밖으로 나갔다.
“......”
“......”
원장이 나가고 원장실 안은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김진서였다.
“안녕하세요. 유나양.”
“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사실 거짓말을 좀 했어요. 유나양을 찾아온 건 발레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에요.”
“네? 그러면...”
“비텔교 때문에 찾아왔어요.”
순간적으로 유나는 고개를 돌려 원장실 문을 봤다. 문 앞에는 김진서와 함께 온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유나의 행동을 본 김진서가 문 앞의 남자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왜 문을 막고 있는 거지? 나가.”
김진서의 말에 남자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미안해요. 유나양. 절대 일부러 문을 막고 있던 게 아니에요. 그리고 유나양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찾아 온 것도 아니에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딱히 걱정하진 않았어요.”
유나가 태연히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비텔이 준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때까지 그랬듯 비텔이 구해줄 것이다.
사제가 된 이후로 유나는 신이 자신의 곁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걸 확신하니 세상 무서울 것 없었다. 신이 함께하는 데 무서울 것이 뭐가 있을까.
“하하. 역시 비텔님의 첫 번째 딸답군요. 하긴 비텔님께서 지켜주실 텐데 세상에 무서울 게 없죠. 그래도 미안해요. 대화 시작했을 때 바로 내보냈어야 했는데.”
“아니요. 괜찮아요.”
유나가 살짝 기분 좋게 대답했다. ‘비텔님의 첫 번째 딸’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아저씨가 첫 번째 아들이니, 내가 첫 번째 딸 맞지. 헤헤.’
비텔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 기뻤다. 김진서가 지갑을 꺼내 5만원권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5만원은 손바닥에 올리기 무섭게 사라졌다.
“본부장님도 비텔교의 신도군요.”
“네. 맞아요. 미안하지만 여기 오기 전에 유나양에 대해 여러 가지 조사를 했어요. 정확히는 유나님이 아닌 비텔교에 대한 조사죠. 전 이전에 비텔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 절대 비텔님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분의 존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텔교의 그 누구보다도 신실한 신도라 확신해요.”
“아니에요. 제가 더 신실해요.”
묘한 곳에 경쟁심을 불태우는 유나였다.
“하하. 네. 물론이죠. 그럼 유나양 다음으로 신실하다고 하죠.”
문득 한상이 생각난 유나였지만 그냥 넘겼다.
‘아저씨는 나보다 더 신실할 테니까.’
“저는 비텔교를 조사하면서 확신했어요. 유나양이 비텔님의 첫 번째 딸임을. 비텔교가 전파된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가니 그 끝이 유나양이었거든요.”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상이 있지만 한상은 아들이니까. 자신이 첫 번째 딸이 맞다. 그리고 한상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에 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역시 맞군요. 제가 찾아온 건 제가 무슨 일을 하려는데 그분의 첫 번째 딸인 유나양의 허락과 협조가 필요할 것 같아서예요.”
“제 허락과 협조요?”
“네. 비텔님과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는 유나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자신의 허락과 협조라.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뭔데요?”
“저는 그분의 성전을 짓고 싶습니다. 비텔님의 위대함을 신도들이 언제든 볼 수 있는 성전을요.”
< 73 다시 시작되는 반복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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