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67화 (67/228)

< 67 삼파전 >

‘일반적인 오크가 아니야. 전체적으로 다른 오크들보다 더 강하다.’

‘나약한 인간 같지 않군. 하나하나가 우리 형제들 못지않게 강해.’

양측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오크는 당연하게도 개개의 무력 대결로는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 인간 오크의 전사자 비율이 3:1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분노대는 개개인이 일반적인 오크보다 뛰어나다. 거기에 인간 특유의 조직력까지 더해지기에 항상 같은 수의 오크를 압도했다.

그런데 분노대는 오크를 압도하지 못했고 오크도 분노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막상막하. 양측 모두에게 생소한 경험이었다.

“호각을 불어! 타격대에게 서두르라고 전해!”

삐리리리리리릭!

생각보다 오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한 분노대 부대장 중 하나가 타격대에게 서두르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 당장은 백중세지만 수에서 밀린다. 점점 오크가 밀려올 테고 인간이 포위해야할 오크에게 오히려 인간이 포위당할 수 있다.

원래는 포위당해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상대가 예상외로 너무 강하다. 호각을 불라고 명령내린 부대장의 마음에 불안함이 싹트기 시작했다.

‘강하다.’

‘강하다.’

덜고바트와 그락카르. 한차례 충돌한 둘이 동시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같았던 둘의 생각은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위험하다.’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다.’

카캉! 카카카캉!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락카르의 도끼와 그걸 막아내는 덜고바트의 양손검이 부딪힐 때마다 굉음을 일으켰다.

덜고바트는 손목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함에 위기감을 느꼈다. 최소 2.5급이다. 족장급 중 상위권에 속하는 무력으로 그 자신보다 높다. 이런 오크를 혼자서 막으려면 장군급이 오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피크리언! 후르벌!”

혼자 막는 것은 힘들다 판단한 덜고바트가 분노대의 부대장 둘을 불렀다. 근처에서 다른 오크를 상대하며 대기하고 있던 둘은 자신들의 상대를 떼어내고 급히 덜고바트에게 달려왔다.

“크흐.. 그래야지.”

자신의 공격을 막던 자가 다른 이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그락카르가 좋아했다. 지금 상대하는 이자도 제법 강하긴 하지만 그래봐야 저번에 남쪽에서 만났던 인간 대장(울프람)보다 약했다.

이미 울프람과 브라가트를 동시에 상대해 이겼던 그락카르다. 그때보다 더욱 강력해진 지금 겨우 덜고바트 하나로 만족할 리 없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핏. 파팍!

두 부대장이 덜고바트에게 합류하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그락카르가 반대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작은 상처 두 개도 얻었다.

“크흐.. 좋다.”

그락카르는 만족했다. 상처가 생기니 이제 좀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고바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는 흥이 나지 않아 대충 싸웠는데 밀리며 상처를 입으니 오히려 흥이 올랐다.

보라색 빛이 손에서부터 피어올라 양손도끼 전체를 뒤덮었다.

“빌어먹을! 감각 강화가 아닌 모양입니다.”

피크리언이 말했다. 보통 축복을 받으면 신체능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개중 극히 일부만이 신의 능력을 받는다. 극히 일부만 하나 겨우 받는 능력을 오크가 두 개나 받았을리 없다고 생각한 피크리언은 그락카르의 능력이 감각 강화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락카르가 감각 강화일 것이라 믿고 청력 강화일 경우를 대비해 낮고 작은 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었는데 그게 헛수고가 됐다. 아니, 헛수고인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빛을 발하는 능력은 보통 전투력을 대폭 올려준다.

그렇지 않아도 위협적인 그락카르가 더더욱 위협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왜 보라색이지? 카록의 능력은 붉은 색일 텐데...’

이상하다는 생각인 든 덜고바트였지만 더 이상 생각을 잇지는 못했다. 그락카르의 위력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으니까.

캉!

“크흑!?”

그락카르의 공격을 막아낸 덜고바트는 순간적으로 힘이 쑥 빠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악했다. 살면서 처음 당해보는 능력이었다.

‘상대를 약화하는 저주계열? 하지만 저주계열은 북쪽의 죽지 않는 것들이나 쓰는 능력인데? 아니면 그 저주받을 신의 사도들이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 아니야. 그럴 리 없지.’

오크는 카록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광신도다. 그런 오크가 다른 신을, 특히 그 저주받을 신을 믿을 리 없다. 덜고바트는 이 전투가 끝나고 사령부로 돌아가 새로운 오크의 능력에 대해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피하거나 흘려라! 약화 혹은 흡수계열 능력이다!”

다른 두 부대장에게 경고했다. 한 번에 빼앗기는 힘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것이 싸우며 수십, 수백 번 공방을 겨루며 축적되면 빼앗긴 힘이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패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무기를 부딪쳐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생기자 셋은 다시 그락카르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여유 있는 부대장은 여기로 와라!”

결국 덜고바트는 부대장급으로 지원군을 더 부르기로 했다.

‘저런 유형은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 최대한의 전력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부대장 둘이 더 달려와 합류했다. 그러자 다시 그락카르가 밀리기 시작했다.

촤. 촤악. 퍼퍽. 푹.

그락카르의 몸에 상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락카르라고 해도 축복을 받은 자 다섯은 무리였다. 하지만..

“크흐..”

그락카르는 물론 좋아했다.

“크워어어억!”

갑자기 그락카르가 고함과 함께 양손도끼를 덜고바트에게 던졌다.

후후훙!

도끼가 바람을 찢으며 덜고바트를 향해 날아왔다. 부대장 둘이 합류해 덜고바트와 함께 양손도끼를 막았다.

쾅!

굉음과 함께 도끼를 막은 셋 모두가 땅에 흔적을 남기며 뒤로 밀려났다. 검을 잡은 손이 저릿하긴 했지만 부상 없이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그락카르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의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길 바라면서 던진 것이 아니었으니까.

턱. 턱.

그저 양 허벅지에 매달려 있는 쌍도끼를 집어 들기 위한 시간을 벌기위해 던졌던 것이다. 다섯의 강자를 상대하다보니 양손도끼 하나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힘들었기에 무기를 바꿨다.

“크워억!”

그락카르가 쌍도끼를 들고 다섯의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다섯의 인간과 그락카르가 더욱 빠르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락카르의 쌍도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났다. 애초에 별다른 무기술 없이 본능만으로 무기를 다루는 오크이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핏!

아까보다 공방이 더욱 빨라졌지만 쌍도끼를 뚫어내고 그락카르의 몸에 도달하는 공격은 훨씬 줄어들었다. 조금씩 상처를 입기는 하고 있지만 오크에게 있어 적당한 상처는 전투를 더욱 즐기는 요소 중 하나, 행동에 제약을 줄 정도의 상처만 아니라면 오크의 전투력을 더욱 끌어올려줄 뿐이다.

“크흐.. 좋구나!”

그것은 그락카르도 마찬가지. 그의 흥이 극한까지 치달았고 ‘불가사의한 힘’이 최대 효율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막상막하로 치열하게 진행되는 ‘그락카르vs덜고바트 외 부대장 네 명’의 싸움처럼 분노대와 오크 무리의 싸움 역시 치열했다. 하지만 오크 무리가 조금씩 분노대를 포위하자 분노대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부대장급의 싸움도 오크측에 유리했다.

그락카르에게 덜고바트와 부대장 넷이 달라붙자 그락카르가 이끄는 무리의 대전사 일곱이 날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남은 부대장 여섯이 대전사를 하나씩 맡고 5명의 분노대 대원이 남은 1명의 대전사를 맡을 생각이었다.

다른 오크들과 싸울 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락카르의 스킬 ‘군주의 위엄’에 영향을 받는 대전사들은 다른 대전사들과 달랐다.

분노대 부대장과의 1:1은 당연하다는 듯 압도했고 5명의 분노대 대원을 상대하는 대전사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게 균열의 시작이었다. 대전사를 상대하고 있는 이들이 밀리자 그들을 돕기 위해 분노대 대원들이 움직였고 그러자 안 그래도 포위당하면서 밀리던 분노대가 더욱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분노대의 호각소리를 듣고 빠르게 기동한 8, 10 타격대가 양쪽에서 오크를 공격해 온 것이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1,500의 오크가 양쪽으로 갈라졌다.

1,500의 오크와 싸우게 된 2,000의 타격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1개 타격대는 500의 오크와 동전력이라 평가 받으니까. 단순전력을 비교해도 2,000의 타격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기에 지금 여기 있는 오크들은 오르히 대부락에 있는 만이 넘는 전사 중 선착순을 성공해낸 자들, 다른 오크 무리에 비해 강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거기에 그락카르의 ‘군주의 위엄’에 의해 신체능력이 강해지기까지 한 상태.

타격대 2,000이 아니라 4,000이 있어도 막기 힘들 정도의 전력이었다.

타격대도 나름 양손검병을 앞에 세우고 검병으로 양 옆에서 치는 전략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건 양손검병이 버텨줄 때나 쓸 만한 전략이다.

양손검병보다 훨씬 강한 분노대 대원과 1:1이 가능한 오크들을 상대로 양손검병이 버텨낼 수 있을 리 없다. 축복을 받은 타격대장이 양손검병 중앙에서 오크들의 돌격을 막아내려 노력했지만 그의 손은 하나였고 오크는 수백이었다.

양손검병은 결국 오크의 돌격에 뚫렸고 양손검병이 뚫리자 타격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타격대는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 반나절 동안 자신들에게 온 오크들을 잡아뒀다. 그러면 분노대가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으니까.

그리고 그 믿음은 배신당했다.

1,500의 오크를 타격대가 빼와 상대하고 있으니 분노대 오크들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타격대를 상대하러 간 1,500의 오크는 애초에 분노대의 싸움에 끼지 못해 외곽을 돌고 있던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분노대를 몰아붙이고 있던 1,500의 오크는 그대로 남아 여전히 분노대를 몰아붙였다.

애초에 비슷하거나 인간 측이 높을 거라 생각했던 전력이 알고 보니 오크 측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그락카르의 ‘군주의 위엄’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분노대는 타격대처럼 급격히 무너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들 개개인이 강했기에 여전히 진형을 굳건히 지켰고 덕분에 천천히 조금씩 무너졌다.

중간에 덜고바트가 분노대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대장 셋을 분노대에 보냈다. 버티기만 하는 것이라면 자신과 부대장 1명이면 충분할 것이란 판단 하에 한 행동이었지만... 완벽하게 잘못된 판단이었다.

단 둘이서 그락카르를 상대하게 되니 피하거나 흘려서 공격을 막기가 힘들어졌다. 무기의 부딪힘이 많아지자 덜고바트와 부대장의 체력이 급격하게 빠졌고 타격대가 완전히 무너질 때쯤 덜고바트와 1명의 부대장도 무너졌다.

그 둘의 목을 취한 그락카르가 분노대에 달려들었다. 분노대의 그 누구도 그락카르를 막지 못했다. 그락카르 하나에 의해 분노대의 진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그 무너진 진형으로 오크들이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타격대를 막 전멸시킨 오크들도 합류했다.

분노대는 오크들에게 포위당한 채 난전을 벌여야했다.

평범한 병사들이라면 포기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하지만 분노대는 그 이름답게 투지를 보여 끝까지 싸웠고 해가 완전히 저물고 달이 높게 차오를 때까지 버텨냈다.

단순히 오래 버티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하나의 오크라도 더 길동무로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은 그들은 실제로 오크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그렇게 마지막 한 명까지 처절하게 싸운 분노대가 완전히 쓰러졌을 때,

크워어어어어억!

크리야아아아악!

키아아아아아아!

구워어어어어어!

오크들이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두 명의 오크가 새로이 축복을 받기까지 했기에 더욱 축제분위기였다.

“이제 형제들을 보내주자.”

한바탕 승리를 자축한 후 그락카르가 말했다. 오크들은 죽은 형제들을 카록의 곁으로 보내는 의식으로서 죽은 오크의 몸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피해가 상당했다. 오크 무리의 수는 2,000으로 줄어있었고 대전사 하나가 전사했다. 분노대가 목숨을 바쳐 이뤄낸 전과였다.

한창 죽은 오크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있을 때,

“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고요한 밤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리자드맨이겠지?’

잠에서 깬 한상이 잠에서 깨기 직전에 들었던 처음 들어보는 괴상한 소리의 주인공에 대해 생각해봤다.

‘리자드맨 맞겠지. 인간이나 오크는 그런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한상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죽진 않겠지.’

다시 그 끝을 알 수 없는 반복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불안함이 더 강해졌다.

‘설마...’

< 67 삼파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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