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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65화 (65/228)

< 65 삼파전 >

인간 다섯이 온 몸을 풀과 나뭇가지로 치장한 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1열로 산속을 걷고 있다. 크름 성 소속의 4소초 7번 초소 초병들이다.

초소라 부르긴 하지만 따로 정해진 위치에 초소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 걸 만들었다간 바로 오크들에게 발각 될 것이다. 이렇게 잔뜩 위장한 채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숲속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오크가 보이길 바란다.

그것이 세 번째 길의 인간들이 오크를 정찰하는 방법이다.

가장 앞에서 걷던 초병이 멈추고 뒤를 보며 수신호를 했다.

‘앞에 숲이 끝났다.’라는 내용의 수신호였다. 그 수신호를 받은 초병장이 앞으로 나서 살폈다. 다음 숲까지 약 5m정도 허허벌판이다. 깊이 고민하던 초병장이 초병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돌아가자.’

엄폐물이 없는 부분은 약 5m. 겨우 5m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1~2초면 지나갈 수 있는 거리. 아주 잠깐 노출 될 뿐이다. 그것도 사방을 살펴도 오크는 없다. 그러니 더욱 잠깐 정도는 노출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초병장은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이 오크를 상대하는 인간의 마음가짐이다.

오크를 인간과 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의 눈은 매와 같고, 코는 개와 같고, 귀는 박쥐와 같다. 인간이 할 수 없다고 해서 오크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주 잠깐 1~2초 노출되는 정도로 인간은 절대 보지 못하겠지만 오크도 못 볼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오크를 상대할 땐 그런 것이 필요하다.

그것들이 초병이 산 밑에 울창하게 깔린 숲을 버리고 산 위의 숲으로만 돌아다니는 이유다. 같은 거리에서는 무조건 오크가 인간을 먼저 발견한다. 그렇기에 산 높이 올라 더 멀리 봐야한다. 그래야 오크에게 발각되기 전에 먼저 발견할 수 있다.

한참을 돌아서 숲이 이어진 곳을 발견해 건너간 후 다시 아까 전의 그곳으로 돌아왔다. 단 5m를 전진하기 위해 2시간을 돌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조심했기에 그들이 오크들의 땅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초병들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동했을 때 2번째에 있던 초병이 갑자기 몸을 숙이며 앉았고 그것을 보고 느낀 다른 초병들 모두가 몸을 숙인 채 그 초병을 주시했다. 그 초병이 빠르게 수화를 했다.

‘우측 오크 발견.’

모두가 오른쪽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초병들은 시야를 최소한으로 확보한 채 최대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오크를 살폈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오크 무리의 행렬은 한참동안 이어졌음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초병장이 속으로 욕했다. 지금까지 그가 센 것만 2,000. 오크의 이동은 두 가지 목적만을 가진다. 사냥감이 떨어져 부락을 옮기는 것과 전쟁을 위한 것. 부락을 옮길 때는 암컷과 덩치가 작은 장인이 함께 한다.

하지만 초병장은 오크 무리에서 암컷과 장인을 찾지 못했다. 그 말은 저 오크 무리의 이동이 전쟁을 위한 것이란 뜻. 이 근처에서 오크 무리와 전쟁을 할만한 세력은 자신들 인간밖에 없다.

‘3,000이라니. 작년에 있었던 그 전투 이래로 최대 규모의 전투가 펼쳐지겠군. 빌어먹을 전쟁광들 같으니. 또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죽어나갈지. 최대한 빨리 사령부에 알려야... 음?’

전략 사령부의 헤옴 남작에게 알리기 위해 초병 중 하나를 보내려는 순간, 초병장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오크 무리가 이동하는 경로 저 멀리 리자드맨이 있었다.

***

“그렇군. 자매의 말은 리자드맨의 피부가 돌처럼 단단하다는 거군.”

“맞다.”

이상한 것들이다. 피부가 돌처럼 단단하면 움직일 때마다 부서지고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그러나?

이동이 지속되며 자연스럽게 강한 형제가 앞으로 나서고 약한 형제가 뒤로 밀려났다. 하루가 지난 지금 완전히 정렬되었고 내 옆에는 쿠드릭과 데리고트 말고도 5명의 대전사 형제, 자매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강한 전사가 많이 따라와 줘서 기뻤지만 그들 중에 미로크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기쁘기 했다. 완벽한 암컷과 함께 하는 전투라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데 형제가 카록께 받은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크흐? 어떤 것을 말하는 거냐.”

“무리를 강하게 해주는 능력 말이다.”

그거군. 미로크가 뭘 이야기하는지 알겠다.

“비흐로크도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형제의 것이 2~3배는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대단하다. 힘이 넘친다.”

“그런가. 크흐. 크흐. 크흐.”

웃음이 나왔다. 미로크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 좋아졌다. 비흐로크의 3배라. 역시 카록께서는 날 좋아하신다.

“크흐?”

전방에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집중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분명 뭔가 있다. 등에 맨 양손도끼를 꺼내들었다.

내 모습에 대전사 형제, 자매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형제들도 무기를 꺼내들었다.

타탁!

조용히 달렸고 그 뒤를 다른 형제, 자매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느낌의 정체를 발견했다. 도마뱀이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종족, 리자드맨이었다.

“크워어어어억!”

혹시나 형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제하고 있었지만 적이란 것이 확인되었으니 마음껏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고함을 외쳤다.

“크리야아아악!”

살짝 가는 미로크의 고함도 들렸다. 크흐.. 더욱 신이 났다.

쿵!

땅을 박차고 높이 점프해 리자드맨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양손도끼를 휘둘렀다.

***

‘리자드맨 정찰대다.’

약 30정도 되는 리자드맨, 리자드맨은 저런 소수로 움직이지 않는다. 즉, 거대한 무리의 정찰대란 소리다.

리자드맨 정찰대를 발견했는지 오크들이 무기를 빼들고 달려들기 시작했고 수천의 오크에게 공격당한 리자드맨은 순식간에 도끼에 해체 당했다.

‘정찰대가 30이라... 2,000~3,000 정도 되겠는데? 그럼 설마 저 오크 무리가 전투를 걸려는 상대가...’

오크 무리는 슬슬 끝이 보였다. 초병장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오크 무리의 수는 약 3,000. 예상되는 리자드맨의 수와 눈앞의 오크 무리의 수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가능성 있다. 무조건 인간 쪽으로 공격해올 거라 생각했던 오크 무리인데 지금 이 순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휘하의 초병 중 가장 다리가 빠른 자를 불러 수화로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오크 3,000과 리자드맨 30 발견. 오크 무리에 따라 붙겠음.’

사견은 붙이지 않았다. 자신의 사견이 붙으면 사령부 장교들에게 편견만을 심어줄 뿐이다. 자신의 지시를 들은 초병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초병장은 조심스럽게 오크 무리를 뒤따랐다.

“오크 3,000이라..”

초병은 빠르게 달려 소초로 향했고 소초에서 대기 정이던 기마병이 초병이 가져온 정보를 가지고 크름 성의 전략 사령부로 달렸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 전 헤옴 남작은 초병의 정찰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2소초 3번 초소에서 들어온 리자드맨 3,000을 발견했다는 정찰 정보와 연결되는군요. 아무래도 리자드맨이 오크땅을 침범했고 오크가 리자드맨을 상대하기 위해 나선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게 맞을 거다.”

장교 중 하나가 말했고 헤옴 남작이 동의했다.

“누가 이길까?”

“리자드맨 아니겠습니까. 리자드맨은 날붙이에 강하니까요. 오크의 무기는 날붙이밖에 없지 않습니까.”

한 장교가 의견을 냈다.

리자드맨의 피부는 질기고 단단하다. 오크의 피부도 그렇지만 리자드맨에 비견할 바는 아니다. 거기에 피부에서 점액질이 나와 몸을 뒤덮는데 그렇게 되면 날이 있는 무기로 리자드맨을 베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된다.

그렇기에 첫 번째 길과 두 번째 길에서는 병사들의 주무기가 검이 아닌 둔기다.

“하지만 도끼는 날붙이라고 부르기엔 둔기에 더 가깝지요. 그리고 오크의 힘 또한 엄청나잖습니까. 오크의 힘이라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서 리자드맨의 가죽을 뚫어내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다른 장교가 반대 의견을 냈다.

“저번에 두 번째 길에서 온 정찰 보고에 의하면 리자드맨이 오크를...”

“그건 리자드맨의 수가 오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그 외의 정보에 의하면...”

너나할 것 없이 모든 장교가 토론에 참여했다. 하지만 의견은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평소에 웬만하면 비슷한 의견을 내는 장교들이지만 리자드맨과 오크의 싸움은 정보가 거의 없기에 예상만 할 뿐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답이 안 나오는군. 그럼 질문을 바꾸지. 두 무리의 전투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오크가 500마리 남기고 이길 것입니다.”

“저는 리자드맨이 200마리 남고 이긴다고 봅니다.”

“저 역시 리자드맨의 승리, 다만 500마리 이상은 남을 것이라 봅니다.”

“저는 오크의 승리라고 봅니다. 남은 인원은 100마리가 안 될 겁니다.”

장교들이 저마다의 예측을 내놨다. 그것들 전부를 들은 헤옴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이길지에 대한 예측은 전부 다르지만 이것 하나는 일치하는군. 누가 이기든 괴멸 직전의 상태일 거란 것.”

그랬다. 장교들은 대부분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치열한 승부 끝에 간신히 승리할 것을 예측했다.

“좋군. 왕국의 적이 서로 상잔한다니. 그 좋은 자리에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 ‘분노’를 보낸다.”

“‘분노’입니까?”

“그래. 기왕 할 것, 확실한 게 좋겠지.”

크름 성에는 특수 병과가 하나 있다.

분노대.

오크에 의해 가족을 잃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 부대는 페가수스 훈련생이 받는 훈련 중 기마 관련을 제외한 훈련을 똑같이 받는다.

페가수스 훈련생이 받는 훈련은 전 왕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병사만 모여들었음에도 훈련 중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힘들다.

그런 훈련을 일반 병사들이 똑같이 받으니 당연히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다. 그 부대에 들어간 3명 중 1명이 훈련 중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끊이지 않았다.

오크에 의해 가족을 잃은 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복수할 수 있는 힘을 원했으니까.

그런 훈련을 거친 자들이니 강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죽음을 이겨낸 그들은 대부분 양손검병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졌다. 그리고 걔 중에는 그럴 재능이 없었음에도 죽음의 훈련을 이겨낸 포상인지 ‘몰란의 축복’을 받은 자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축복을 받은 자가 1,000명의 대를 이끄는 대장의 위치에 있지만 분노대에서는 축복을 받은 자가 겨우 100명의 병사를 이끄는 부장의 위치에 있었다.

즉, 분노대 하나에는 대장 1명과 부대장 10명을 합해 총 11명의 몰란의 축복을 받은 자가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병사 하나하나가 양손검병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비교했을 때 분노대는 단독으로 2,000의 오크를 상대할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분노대와 분노대를 받쳐줄 타격대 둘을 함께 보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8타격대와 10타격대가 근처에 있으니 분노대에 합류하도록 명령하겠습니다.”

“덜고바트가 별로 좋아하지 않겠군. 덜고바트에게 확실히 전해라. 우리의 목표는 두 무리의 격돌 후 살아남은 잔당의 처리다. 반드시 지키라고 해라.”

헤옴 남작은 분노대가 오크 무리를 보고 무작정 달려들 것이 두려워 이번 임무가 잔당처리임을 주지시켰다. 만약 분노대가 크름 성에 있었다면 대장을 직접 불러 당부했을 것이다. 바깥에 나가있기에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

“마음에 안 드는군.”

분노대 대장 덜고바트는 헤옴 남작이 예상했던 그대로 명령서의 내용을 좋아하지 않았다.

“헤옴 남작께서 이번 작전은 잔당처리가 목적임을 명심하라 하셨습니다.”

“... 알았다.”

덜고바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3,000의 오크무리를 직접 상대해 친히 도륙내주고 싶었지만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8, 10타격대와 합류한 분노대는 전략 사령부가 예측한 예상 전투지점 근처에 미리 도착해 매복했다. 제법 떨어진 산 깊은 곳에 몸을 숨겼기에 아무리 감각이 뛰어난 오크라고 해도 발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하루 정도 기다렸을까. 리자드맨과 오크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예상 전투지점에서 꽤 떨어져있지만 높은 지대에 있는 분노대에게는 오크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분노대 모두가 오크 무리를 보자마자 흥분했다. 당연했다. 오크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죽음의 훈련을 이겨낸 자들이다. 오크 무리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을 정도의 약한 마음이었다면 그 훈련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겨라. 오크. 반드시 이겨라. 너희들은 내 손으로 직접 갈기갈기 찢어야 하니까.’

모든 분노대가 마음속으로 오크를 응원했다. 그들 모두가 오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크흐?”

한 오크가 그들의 마음소리를 들었다.

< 65 삼파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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