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부흥 >
김해역을 파문했던 그날 이후로 매일 20~50명씩 신도가 늘고 있다. 파문을 시행한 그 날 20명 늘어나더니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어제 50명 정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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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248명
교단 기여 포인트 : 2,852
헌금 : 21,86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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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1명 더 늘었다. 이 속도면 오늘은 60명 채울지도...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진서
기여부분 : 기도
-교단 기여 포인트 10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진서
기여부분 : 헌금
들어옴과 동시에 저렇게 기도, 헌금 콤보를 넣는다. 요즘 대부분 저런다. 덕분에 헌금도 엄청나게 쌓였고 교단 기여 포인트도 제법 모았다.
분명 그날 방송이나 인터넷에 비텔님에 대한 언급은 나가지 않았었다. 그러니 당연히 신도들을 제외하곤 비텔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비텔’이란 단어를 검색하고 있기까지 하니까.
신도만이 비텔님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새롭게 신도가 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즉, 지금 신도가 되는 사람들 전부가 기존 신도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방송과 기계를 사용하지 말고 전도하라고 했던 말이 문제가 된 거 같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방송과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도해도 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동안 전도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긴가민가했던 신도들에게 전도해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 느낌이랄까.
‘비텔의 목소리’가 남아있으면 그런 뜻 아니었다고 말이라도 해볼 수... 는 없지. 암. 비텔님을 알리기 위해 신도들이 노력하는데 내가 어떻게 막겠어. 비텔님. 절대 막으려고 생각 안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돼요.
***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래.”
유나를 지켜보러 온 김에 전화해서 학원 앞 카페로 불러냈다.
“그런데 아저씨 왜 답문자 안 해줘요?”
“.....”
“제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요.”
이틀사이에 유나에게세 온 문자만 수십 개다. 처음 몇 개는 대충이라도 답해줬지만 나중에는 귀찮아서 답장 안 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몇 개 있었고 말이야. 비텔님을 어떻게 만나게 됐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겠어. 나도 모르는데 말이야.
“비텔님께 축복 받은 후에 몸은 괜찮아?”
화제전환 할 겸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넘나 좋아요. 더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넘나... 채팅용어인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들을 줄이야. 중학생이랑 대화하는 게 갑자기 실감난다.
“그 후로 비텔님께서 말씀하신 거 있어?”
“아뇨. 그때 이후로 없어요. 다시 말 걸어주셨으면 해서 열심히 기도했는데 부족한가 봐요. 비텔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데...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나도 그 황홀한 경험 해보고 싶다. 왜 나한텐 목소리를 안 들려주시는 걸까. 나도 기도나 해볼까? 그러면 비텔님이 말 걸어주실까?
“그 뒤에 찾아오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없지?”
“네. 없어요.”
다행이다. 김해역 말고 1명 더 파문당해서 그 사람도 유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나보다. 김해역만큼 비텔교에 빠져들지 않았었나보네.
“음... 그런데 그때 비텔님께서 뭔가 힘을 주셨지 않아?”
망설이며 힘들게 말했다. 물어보기 난감한 질문이다. 나도 누군가 내 능력에 대해 물어보면 묻는 이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알아야 한다. 내가 언제까지 유나를 지켜주고 있을 순 없으니까. 분명 그때 비텔님께서 유나의 안전을 걱정하시고 축복을 내려주셨다. 그러면 뭔가 몸을 지킬 능력을 주시지 않았을까.
“아. 주셨어요. 이거에요.”
지직.
손가락 끝에서 보라색의 전기 비슷한 것이 지지직거리며 튀고 있었다.
힘들게 물어본 내가 무안할 정도로 유나는 쉽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살짝 놀라서 주변을 살폈다. 이쪽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일부러 구석에 앉은 보람이 있네. 그래도 혹시 몰라 유나를 완전 구석자리에 옮겨 앉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 몸으로 가렸다.
“잘 모르겠는데 이걸 맞는 사람은 마비되는 거 같아요. 사람한테 써 본적은 없는데 그럴 거 같더라고요.”
써본 적 없는데 그럴 것 같다라... 설마 자기 느낌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비텔님께서 능력을 주면서 어떤 능력인지에 대한 기억? 느낌? 뭐 그런 걸 넣어주신 거겠지.
유나에게 왼팔을 내밀었다.
“나한테 써봐라.”
“네? 에이. 어떻게 그래요. 이거 꽤 강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에요. 사람한테 쓰면 정말 오랫동안 못 움직일 거예요.”
위력이 강하면 더 좋지. 유나 걱정을 할 필요 없어지니까.
“괜찮으니까 써봐라. 비텔님께서 주신 힘이다. 내가 그분의 힘에 당할 것 같으냐. 그분께서 날 지켜주실 거다.”
“아. 그런가요?”
아니. 안 그래. 나도 똑같아. 그냥 내 몸을 믿는 거다. 그락카르에게 받은 이 튼튼한 육체라면 평범한 사람을 마비시키는 정도의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비텔님께서 나한테 주신 능력을 보면 그렇게 센 능력은 아닐 거라는 믿음!
처음 ‘착취하는 손’을 받았을 때는 작은 식물도 완전히 생기를 뺏기 위해선 오래 걸렸으니까.
“자. 해봐라. 어느 정도 위력인지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네. 알았어요.”
자신 있어 하는 내 모습에 안심했는지 유나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지직!
“크흡!”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프다. 아프고, 아프고 더럽게 아프다.
“괜찮으세요?”
“아. 그럼. 물론이지.”
고통에 찡그려진 눈을 억지로 뜨며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정말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아팠다.
유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다고 했지만 실은 전혀 안 괜찮다. 아주 잠깐 당한 것뿐인데 내밀었던 왼팔이 완전 마비됐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악을 쓰고 있는데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괜찮은 능력이네. 이 정도면 앞으로 네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괜찮은 척 하려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서 오른팔로 커피를 들어 여유롭게 마셨다. 왼팔은 탁자위에 축 늘어져 있다.
“팔이 안 움직이시는 거 같...”
“발레 대표로 콩쿨 나가기로 했다면서.”
유나가 왼팔이 미동도 없이 탁자위에 늘어져 있는 것이 이상한지 괜찮냐고 물었다. 당연히 안 괜찮지만 그대로 말할 순 없지.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정말 괜찮으세요? 눈가가 파르르 떨렸는데요.”
하지만 안 먹혔다. 눈치 빠른 것 같으니.
“괜찮아. 살짝 마비되긴 했지만. 봐. 손가락 움직이잖아.”
정말 필사적인 노력으로 손가락 끝을 겨우 움직여낼 수 있었다. 그래. 사람은 의지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거야.
“금방 풀릴 거야. 말했잖니. 비텔님의 힘은 내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아.. 다행이네요.”
근데 강하다. 아주 잠깐 당한 것뿐인데 충분히 각오를 하고 맞았음에도 고통에 신음을 흘릴 정도고, 내가 왼팔이 마비되어 아예 안 움직일 정도다. 그걸 평범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맞으면...
“사람한테 쓸 때는 조심해야겠다. 친구들한테는 절대 사용하지 말고, 너를 해치려고 하는 사람한테만 써야 한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손끝으로만 뿜어낼 수 있니?”
“아뇨. 마음먹은 곳 어디로든 가능해요.”
지직. 지직. 지직. 지직. 지직.
내게 보여주려는 건지 온 몸 곳곳에서 보라색 전기가 뿜어졌다.
... 비텔님. 나도 저거 주면 안 됩니까. 저런 강력한 능력이 있는데 왜 난 안줍니까. 정말 남녀 차별인가요? 크흑. 갖고 싶다. 저 능력.
여하튼 비텔님이 남녀차별을 하는지, 안하는지와는 별개로 이제 유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저 정도면 나도 위험하겠어. 물론 맨손으로 싸울 때의 이야기다. 무기를 들면 뭐... 전기가 날 마비시키기 전에 유나를 그냥 똭!
... 나쁜 상상을 했네.
유나에게 요즘도 전도를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이미 예전에 가족과 친구들 전부를 전도해서 더 이상 전도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전도 할까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했다.
유나가 아니면 유나가 전도한 가족이나 친구들이 요즘 전도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하긴... 유나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도했듯이 그 사람들도 자기 친한 사람들에게 전도하고 있겠지. 당연하다.
헌금을 하면 돈이 사라지는 기적을 보여주고 믿기만 하면 몸이 건강해지는데 권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은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신체능력이 강화되는 거지만 몸에 힘이 넘치니 건강해진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 어쩌면 면역력 이런 것도 신체능력에 포함되어서 진짜로 건강해지는 건 아닐까?
적당히 30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몸조심하고, 혹시 주변에 수상한 사람 없는지 항상 살펴보고, 길거리 혼자 돌아다니지 마라.”
“꼭 우리 아빠랑 같은 말을 하시네요.”
유나 아버지면 내가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이지 않을까. 유나가 다시 발레 학원에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당분간 유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저 정도 능력이면 뭐... 건강한 성인 남자 50명이 달려들어도 안 될 거 같네.
그리고 김해역에 대해서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이미 다시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훈방되었음에도 다시 찾아왔고 이번엔 흉기까지 들고 있었다. 내 영상도 상당한 증거가 되어서 구속되었다고 한다.
미성년자 약취 미수라는 죄목이던가? 여하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지라 제법 크게 다룬다고 한다.
그런데 참... 고은형이었으면 약취 미수인가 뭔가 하기 전에 변호사가 와서 알아서 다 처리하고 없던 일로 만들어버릴 텐데 말이야. 강간도 ‘서로 즐기던 중 살짝 흥분해서 일어난 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피해자인 선아연이 처벌 의지가 있었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처벌 받았겠지만 자기가 일하는 회사의 오너 집안 아들을 끝까지 처벌하긴 힘들었겠지.
역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나도 돈 많이 벌어야지.
그나저나 고은형 고자 된 건 나았으려나? 살짝 찾아가서 여전히 거시기 잘못 놀리고 있으면 완전히 고자를 만들어 줄까나?
집에 돌아와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 꿇고 두 손 모았다.
‘비텔님. 이렇게 정식으로 기도드리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비텔님께 기도드렸다. 내가 이렇게 직접 기도하는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딱히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늘 유나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동안 교주란 놈이 기도도 안하고 많이 섭섭하셨죠? 죄송합니다. 제가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랬어요. 제가 갑자기 기도하니까 좀 이상하시죠? 그러니까 오늘 유나를 만나고 제가 그 동안 비텔님께서 베풀어주신 것에 비해 너무나 무심했음을 깨달아서 그러는 겁니다. 앞으로 자주 기도드릴게요.. 음... 으음..... 절대 유나처럼 좋은 능력을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사심은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비텔님.
< 64 부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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