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비텔교 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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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영혼 : 대상의 저주 방어를 흩트려 저주 스킬의 효율을 늘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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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방어를 흩트린다고?
.... 역시 비텔님은 그런 쪽이었구나. 이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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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카록의 시야(1단계)
비텔의 귀(1단계)
불가사의한 힘
착취하는 손
군주의 위엄
스킬 목록 열람
흩어지는 영혼
교단스킬
세력 현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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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스킬 중 비텔님께 받은 스킬은 ‘비텔의 귀’, ‘착취하는 손’, ‘스킬 목록 열람’, ‘세력 현황판’, ‘흩어지는 영혼’등이다.
그 중 ‘스킬 목록 열람’과 ‘세력 현황판’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스킬이니 빼고 생각했을 때. ‘비텔의 귀’는 상대의 욕망, 욕구가 가득한 속마음을 읽는 것, ‘착취하는 손’은 생물의 생기를 빼앗는 것, 그리고 이번에 받은 ‘흩어지는 영혼’은 저주의 능력을 강화해주는 스킬이다.
비텔님은 저주 능력을 주로 사용하는 신이셨군요. 유나의 암을 고쳐줄 때 치유스킬이 아닌 생기흡수 스킬을 줬을 때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긴 했었다.
그런데 저주 전문 교단이라니. ....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들은 교단이 가진 능력이라고 하면 당연히 치유능력이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능력을 주는 교단이라니.
,,, 뭐. 신도들이 뭐라 생각하든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비텔님이 그런 신인 걸 어쩌겠어. 난 만족하고 있는 걸.
***
처음이다. 나 혼자 수백의 형제와 싸운 적은 있어도 이렇게 모두가 서로의 적인 상태로 싸우는 것은 말이다. 어떻게 싸워야 할까. 오른쪽의 캅카스가를 공격하면 왼쪽의 비흐로크가 공격해올 것 같다.
순간적으로 둘의 합공을 받으면 보라색 빛으로 회복할 수 있는 충격 이상의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겠...
“크흐..”
내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 그냥 전사답게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싸우자,
누구에게 달려들까. 캅카스가는 이미 한 번 이겼고 비흐로크는 이겨 본 적 없다.
그러면 비흐로크지.
“크워어어어억!”
처음부터 보라색 빛을 손에 두른 채 비흐로크에게 덤벼들었다. 이기고 싶다. 이겨서 리자드맨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족장급 형제 다섯을 이겨서 내가 오르히 다음으로 가장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
쾅! 쾅!
비흐로크와 한 대씩 주고받았다. 역시 비흐로크의 주먹은 아프다. 주먹질만 따지면 다섯의 족장급 형제 중 가장 강한 것 같다.
쾅! 쾅! 쾅! 쾅! 쾅!
나와 비흐로크의 주먹질을 시작으로 다른 형제들도 싸움에 끼어들었다. 여기저기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주먹과 발에 맞고, 누군지 모를 형제를 때렸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오늘따라 뭔가 편하다. 형제들의 주먹과 발이 아프고 충격이 오는 것은 똑같은데 왠지 아픔이 금세 가시고 견디기가 더 쉬웠다.
그리고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는지 결투의 마지막에 서 있는 자는 나였다.
“크워어어억! 리자드맨과의 전쟁은 내가 이끈다!”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그락카르!
형제들이 내 이름을 연호했다.
***
잠에서 깨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일으켰다.
“이러다가 변태가 되는 건 아닐까?”
심각하다.
오늘 꿈에서 그락카르는 정말 신나게 맞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결투가 해질 무렵까지 이어졌고 그 시간동안 계속 때리고 맞고 한 것이다. 그 시간동안 내 인격이 살아있었다면 괴로워했겠지만 그락카르로서 그걸 겪었고 그락카르 이 미친놈은 당연히 좋아했다.
맞는 걸 좋아하다니. 이 변태 놈. 온 몸이 찢어지고 멍들고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크흐.. 크흐..’이러면서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문제는 맞고 때리고 하면서 느낀 희열을 나도 함께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의 잔재가 꿈에서 깨어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락카르가 죽고 나서 반복하는 ‘오늘’이 아닌 이상 나는 꿈에서 완전히 그락카르에 동화되어 그락카르처럼 생각하고 그락카르처럼 느끼고 그락카르처럼 생활한다.
꿈에서 깨어나면서 바로 그락카르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바로 인식하지만 그락카르로서 경험했던 것은 그대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것도 생생하게 말이다.
즉, 나는 내가 아닌 그락카르로서의 삶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점점 그락카르처럼 생각하고 그락카르처럼 행동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평생 주먹 한 번 휘둘러본 적 없는 내가 지난번에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때리지 않았던가.
저번에 덩치한테 따귀를 맞았을 때 기분 더러웠던 걸 생각하면 아직은 맞고 고통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지만...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무섭다.
진심이다. 농담 아니다.
젠장. 변태가 될 것 같다는 의심 때문에 공포를 느끼는 날이 올 줄이야.
그래도 오늘부터 며칠간은 평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락카르와 싸울 족장급 오크들이 모두 뻗어서 며칠은 쉬어야 할 거고, 아무리 그락카르라고 해도 오르히한테 덤비진 못할 테니까.
‘싸울 수만 있다면 져도, 죽어도 좋다!’라고 말하지만 그 놈은 승리를 상당히 좋아한다. 이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얻어터진 이상 더 강해졌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덤비지 않겠지.
그리고 3일 뒤에는 리자드맨과의 전투를 위해서 출병한다. 이동 중에는 굶기는 해도 싸우지는 않으니까. 적어도 일주일은 조용하겠지.
오늘은 씻고 유나가 있는 곳으로 가봐야겠다.
비텔교 전도의 시작은 유나니까. 혹시 파문당한 녀석들이 거슬러 오르고 올라 유나에게 도달해 괴롭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차피 며칠 동안 할 일도 없으니 가서 유나를 지켜보기로 했다.
택배 상하차도 그만뒀고, 낮에는 양손검을 연습할 곳도 없으니까. 소일거리 대신으로도 나쁘지 않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걱정할 필요 없을 테니까 학교 끝나고 발레 학원 갈 때쯤 해서 발레 학원 근처에 가 있어야겠다.
그 발레학원 저번에 갔을 때 느낀 건데 학원 내에 남자도 없고 들어갈 때 제지하는 사람도 없어서 누가 나쁜 의도 가지고 들어오면 막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저번에 유나를 처음 찾아갔을 때는 학교 등교할 때부터 감시했었는데 학교 주변에 마땅히 머무를 공간이 없어서 여중을 맴도는 변태로 찍힐까봐 얼마나 걱정했던지. 발레학원 주변엔 나름 상가가 많아서 머무를 공간이 많다. 카페나 식당을 번갈아 다니면 되겠지.
오전에 적당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유나 발레 학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 그러고 보니 ‘흩어지는 영혼’을 나보다 그락카르가 먼저 사용했다. 보통 그락카르는 비텔님이 준 스킬은 사용할 줄 몰라서 발견하고 쓰기까지 며칠은 걸렸는데 말이야. 이건 패시브 스킬 계열인 모양이다. 사용결과 ‘착취하는 힘’의 효율이 거의 2배는 늘어난 것 같다.
앞으로 티 안 나게 고자 만드는 게 더 쉬워지겠어. 그리고 앞으로 얻을 저주 스킬도 더욱 강화된 능력으로 쓸 수 있겠지. 상당히 좋은 스킬이다.
발레학원이 보이는 카페의 창가에 자리 잡았다. 시간대를 잘 잡았는지 10분 정도 기다리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한 학원차가 들어와 아이들을 쏟아냈다. 유나가 보인다. 표정이 밝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식당과 다른 카페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10시경이 되자 아이들이 학원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연습하는군. 정말 열심히 하네. 귀가도 학원에서 책임지는 모양이다. 모두 학원 차에 올랐다.
오늘은 아무 일 없었군.
바로 집으로 돌아가 쇠파이프를 들고 집 근처 산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아직 11시밖에 안 돼서인지 사람이 제법 있다. 무시하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가 양손검 연습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불빛이 오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내가 있는 건 알아도 뭘 하는지는 모를 거다. 그거면 충분하다.
다음 날 다시 유나의 발레 학원으로 갔다.
그락카르가 오늘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거라는 내 예상을 깨버렸다. 딱히 1:1로 싸울 상대가 없자 공터로 가 오크들에게 덤비라고 소리쳤다. 오크들이 그런 걸 피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순식간에 1:수백의 싸움이 벌어졌다.
역시나 엄청 얻어터지고 엄청 때렸다. 내 의식이 있고 말을 걸 수 있었다면 좀 그만 좀 싸우라고 잔소리 해 볼 텐데 말이야. 물론 잔소리한다고 들을 놈이 아니지만.
“혜미니는요. 오빠밖에 안 보여요.”
“아유. 우리 아기. 왜 이리 사랑스럽냐?”
카페 창가에 앉아 발레 학원을 지켜보다가 순간 날아차기를 할 뻔 했다. 내 엄청난 인내심이 아니었다면 위험했다. 저런 말투가 아직도 존재한다니. 3인칭 어법은 10년쯤 전에 멸종된 게 아니었던가.
아. 어제 오늘 카페에 앉아있으면서 알게 된 건데. ‘비텔의 귀’도 저주였던 모양이다. 원래 ‘비텔의 귀’는 가까이 가거나 강한 욕망, 욕구가 담긴 마음만 들을 수 있었는데,
‘아.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 같다. 이년은 왜 미친년처럼 말하는 거야? 그래도 참자. 1~2시간만 참으면 섹스 할 수 있으니까.’
‘아이씨. 이렇게 말하기 귀찮다. 그냥 대화 없이 섹스나 하면 좋을 텐데. 이 새끼는 남자새끼가 왜 이리 말이 많아?’
이렇게 꽤 멀리 떨어진 남녀의 마음도 엿들을 수 있게 됐다. 참 힘들게들 산다. 둘 다 섹스가 목적인 거 같은데 그걸 표현하지 못하니 멀리 돌아가는구나.
신경 끄고 다시 발레 학원에 집중했다. 그리고 저녁 8시 경.
‘비텔교. 다시 비텔교로 들어가야 해. 여기가 수연이 동생이 다니는 발레 학원인가? 수연이가 동생한테 비텔교를 전도 받았다고 했어. 수연이 동생이라면 처음 비텔교를 전도한 사람이 누군지 알 거야. 다시.. 다시 비텔님과 연결되어야 해.’
기다리던 녀석의 마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꽤 먼 거리에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흩어지는 영혼’으로 강력해진 ‘비텔의 귀’라고 해도 저 거리에서 마음을 들을 수는 없는데 들리는 걸 보면 강한 의지를 담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음... 김해역이다. 자세히 보니 초능력 시연 영상에서 봤던 김해역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나를 찾아왔는데 정말 올 줄이야.
자.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폰을 꺼내 발레 학원 입구에 들어가는 김해역의 사진을 찍은 후 112를 눌렀다. 거동이 수상한 자 신고는 112지.
적당히 수상한 남자가 발레 학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신고했다. 김해역이 어제 오늘 많이 힘들었는지 머리도 막 헝클어져있고 겉모습이 엉망이다. 대충 봐도 수상해 보이는지라 신고하기 편했다. 김해역의 사진까지 보내줬더니 바로 출동하겠다고 답이 왔다.
한 3분쯤 지났을까? 경찰차가 불빛을 반짝이며 도착했다.
캬. 대한민국 경찰 클래스. 신고 3분 만에 출동이라니. 이러니 우리가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잠시 후 김해역이 경찰에 끌려왔다.
“잠깐만요! 몇 가지 묻기만 하면 돼요! 하나만 알면 된다고요! 비텔님을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지만 물어보면 된다고요!!!”
거의 절규하듯 소리쳤다. 저 마음 이해된다. 나도 하루아침에 능력이 사라진다면...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넌 비텔님께서 직접 쫓아낸 거야. 절대 다시 비텔교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어. 그러니 유나를 괴롭히지 마라.
김해역이 경찰에 끌려가고 잠시 후 아이들이 나와 학원 차에 올라탔다. 아직 끝날 시간이 아니지만 김해역 때문에 일찍 마친 모양이다.
나도 퇴근하자.
집에 들려 쇠파이프를 가지고 산 위 운동장에 도착하니 10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냥 운동장 한가운데로 이동해 연습했다.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그냥 이상한 무술 연습하는 사람인 줄 알겠지.
다음 날, 다시 유나 발레 학원으로 향했다.
오늘도 그락카르가 미친 듯이 싸워댔다. 완전 부지런한 놈 같으니. 하루를 쉬질 않네. 그래도 내일이면 리자드맨과의 전투를 위해 출병할 테니 쌈질 못할 거다.
10시 30분. 저녁 늦도록 아무 일 없었다. 경찰에 한 번 잡혀가더니 포기한 걸까? 그런 거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잠깐... 잠깐이면 돼. 잠깐 유나란 아이를 데리고 가서 비텔님에 대해서만 묻고 답을 들은 뒤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돼. 별거 아니야. 그러면 다시 비텔님과 연결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다시 빠르게 달릴 수 있어.’
이건... 납치지? 분명 납치를 계획하는 거다. 이 새끼 정말 선을 넘었네. 그냥 비텔님에 대해 묻기만 하려는 거면 계속 경찰을 부르는 선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납치라니. 그냥 놔둬선 안 되겠다.
곧바로 카페를 나가 김해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61 비텔교 사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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