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링크 더 오크-60화 (60/228)

< 60 비텔교의 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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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명령 - 파문 : 신도를 교단에서 영구히 추방할 수 있다. 1명당 교단 기여 포인트 10을 사용한다. 파문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사람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포괄적인 표현을 통해 범위를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텔의 목소리(1단계) : 교단 구성원에게 원하는 말을 전달한다. 신도 1명당 교단 기여 포인트 1을 사용한다. 한 번에 전달 가능한 말의 길이는 5초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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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스킬 목록 열람’을 사용해 확인한 방금 받은 임시 스킬의 능력이다.

비텔님이 주는 ‘임시 스킬’은 항상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라는 비텔님의 의도가 담겨있다. 파문과 전언이라... 비텔님이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감이 온다.

김해역의 파문 그리고 신도들에게 경고.

파문... 교단에서 영구히 추방한다니.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어쩌면 나도 파문 직전에 몰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김해역이 한 일과 내가 한 일은 비슷한 일이니까. 나는 ‘약속의 무게’를 최면이라 속여서 돈을 벌었고 김해역은 ‘헌금’을 초능력이라 속여서 돈과 명예를 얻으려 하고 있다.

정말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난 왜 파문당하지 않고 김해역은 파문 당하는 걸까. 내가 교주라서 어느 정도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은 허용해주는 걸까? 아니면 ‘약속의 무게’는 ‘스킬’이란 형태로 받아서 내 것이 된 능력이고 ‘헌금’은 신도 누구나 쉽게 헌금할 수 있도록 신께서 직접 힘을 발휘하고 있는 능력이라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비텔님께서 딱 선을 그어 정해주시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 ‘교주의 명령 – 파문’이란 스킬은 무겁다. 정말 많이 무겁다. 내 판단으로 누군가를 교단에서 추방해 적용받던 능력을 거둔다니. 몇 번을 말했지만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다른 이에게서 능력을 빼앗는다니. 비록 그들이 가진 능력이 신체능력 향상밖에 없어서 박탈감이 나보다는 덜할지라도 정말 책임이 무겁다. 무조건 내가 한 결정이 맞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더더욱.

하지만 그건 나중일이지. 지금의 파문 스킬은 ‘임시’로 내게 주어진 힘이니까. 지금 내가 김해역을 파문한다고 해도 내게 책임이 없다. 비텔님께서 시키신 일이니까. 지금의 난 비텔님의 도구일 뿐이다. 교주로서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여하튼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 뭔가 일을 함에 있어서 조심해야겠다. ‘약속의 무게’를 최면이라 속이는 것도 그만하도록 할까? 음... 이미 말해둔 것은 어쩔 수 없고, 더 이상 내 입으로 최면이란 단어를 말하는 건 그만둬야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보자.

어떻게 할까. 김해역만 파문?

그건 아닌 것 같다. 김해역이 표면에 드러나 있지만 그 혼자가 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죄 지은 자 모두를 벌해야 한다. 그래야 깔끔하다. 만약 김해역 혼자 한 일이라 할지라도 ‘김해역이 저지른 비텔님을 분노케 한 행위에 책임이 있는 모두’라고 범위를 지정하면...

아냐. 이건 아닌 거 같다. 책임이라고 하면 꼭 죄를 지은 자가 아닐지라도 포함될 수 있다. ‘김해역을 낳은 책임,’ 같은 거나, ‘김해역을 비텔교로 들인 책임’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으니까.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다.

그럼 책임을 죄로 바꿔서 ‘김해역이 저지른 비텔님을 분노케 한 행위에 직접적인 죄가 있는 모두.’라고 범위를 정하자. 그럼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이는 파문을 면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두를 적발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관여한 자는 그냥 넘어가주자.

좀 더 낮은 벌이 있으면 몰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게 파문뿐인데 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무조건 파문시키기엔 벌이 너무 무겁다.

그런데 김해역의 가족과 친척도 비텔교의 신도가 되었을까? 그렇다면 가족과 친척도... 아냐. 그들까지 벌하는 것은 너무 심해. 연좌제는 예전에 사라진 악습 아닌가. 그걸 내가 적용할 수는 없지.

대충 파문의 벌을 받을 대상의 범위는 정했고... 다음은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일단 시나리오를 작성해야겠다. ‘비텔의 목소리’라는 스킬도 주셨으니 뭔가 신도들에게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신을 대신해 말하는 첫 전언을 대충 나오는 대로 말할 순 없다. 명색이 종교인데 뭔가 엄숙하고 종교적인 말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딱하고 떠오르는 게 없다. 종교에 대한 경험은 유치원 때 교회 몇 번 나가본 게 전부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 신도들한테 신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니. 그것도 신께서 아무 말도 안 해줘서 나 혼자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앞이 깜깜하다.

그러니 즉흥적으로 말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야한다. 열심히 인터넷도 뒤지고 하면서 뭐라고 할지 대본을 만들어서 그 대본대로만 말해야 한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났다.

“이정도면...”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괜찮게 만들어진 것 같다. 처음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지.

준비는 대충 끝난 거 같고... 이제 실행하면 되겠군. 마음 같아선 오늘 김해역이 두 번째 시연을 한다는데 그 시연을 하는 중간에 파문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김해역의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김해역의 초능력이 신의 힘임을 밝히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다. 막아야 한다. 그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헌금’에 대해 설명하고 비텔교에 대해 밝히면 100% 종교 분쟁이 일어날 거다.

자기들끼리 치고 박으면 상관없는데 그 중심에 내가 있을 거 같아 무섭다.

비텔교가 퍼지는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말이야. 잠깐. 혹시 그걸 비텔님이 원하지 않을까? 그걸 막았다가 비텔님이 노하기라도 하면... 그런데 지금까지 포교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별말 안하셨는데 말이야.

비텔님! 혹시 제가 그들이 방송에 나오는 걸 막지 않는 것을 원하신다면 지금 뭔가 표현을 해주세요!

“.....”

없다. 허락해주신 거겠지. 그래. 내가 비텔교가 전파되는 걸 막겠다는 게 아니야. 다른 종교와의 분쟁을 최대한 줄이면서 부드럽게 평화적으로 전파되게 하려는 거야. 그리고 분쟁이 일어나면 정체가 숨겨져 있는 나보다는 신도들이 먼저 피해를 보잖아? 그걸 막으려는 거야. 제 맘 아시죠. 비텔님?

“......”

역시나 대답은 없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우선... ‘비텔의 목소리’ 먼저.

스킬 설명에 한 명당 교단 기여 포인트가 1 소모되고 한 번에 5초 이내의 말만 전달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지금 내가 신도가 몇 명이지? 내가 갖고 있는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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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77명

교단 기여 포인트 : 932

헌금 : 3,75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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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명. 뭔가 운이 엄청 좋을 것 같은 수네. 그런데 상당히 늘었다. 얼마 전에 58명이었는데 며칠 만에 19명이 늘었다. 누군가가 가족, 친척들에게 전파하기라도 한 걸까?

기여 포인트 꽤 있네. 저 정도면 포인트가 모자라진 않을 거다. 내가 장문의 말을 할 것도 아니고 스킬을 5~6번만 쓰면 될 텐데 뭐. 헌금으로 기여 포인트를 채우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아. 잠깐... 혹시 파문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1명당 포인트 10이 소모되니까 너무 많으면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 한 후에는 포인트가 모자랄 수도 있겠는데?

“.... 아우씨.”

김해역이 미워진다. 재빨리 은행으로 가 500만원을 인출해와 ‘헌금’했다.

-교단 기여 포인트 500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한상

기여부분 : 헌금

슬프다. 내 손에 들려있던 5만원권 100장이 사라졌다.

자. 발동해라. ‘비텔의 목소리’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합니다.

전달할 내용을 직접 말해주세요.

전달할 말을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거였군.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로. 억양에 신경 써서.

“신을 기만한 자, 신에게 버림받으리라!”

말을 한 후 혹시 몰라 침묵한 채 잠시 기다렸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했습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77이 차감되었습니다.

아우. 아깝다. 겨우 저 말하는데 포인트를 77이나 사용하다니. 자. 이어서 다시 ‘비텔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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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떡해요. 외삼촌. 비텔님이 화나셨나 봐요.”

“이런 젠장! 겨우 이 정도에 화내다니 신이란 존재가 너무 속이 좁잖아! 돈이나 밝히는 신이면서 헌금만 많이 해주면 되지 왜 이리 깐깐해?”

김해역은 당황하고 감우대는 화냈다.

“빌어먹을. 해역아. 돈 있는 거 있으면 빨리 다 꺼내!”

감우대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김해역은 감우대의 갑작스런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지갑의 돈을 꺼내 손에 올린 감우대가 ‘헌금’을 하는 모습을 보곤 ‘아.’하는 소리와 함께 급히 지갑의 전 재산을 꺼내 ‘헌금’했다.

“야! 밖에 있는 인간들 전부 빨리 들어와!”

감우대가 김해역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보냈던 스텝을 소리쳐 불렀다. 스텝들이 감우대의 급한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다들 지갑에 있는 돈 다 꺼내.”

“네?”

“빨리 꺼내봐! 나중에 줄 테니까.”

“아. 네.”

영문을 알 수 없고 내키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제작 중엔 왕이나 다름없는 PD의 말을 무시할 수 없던 스텝들은 천천히 지갑을 꺼내들었다.

“아. 좀.”

느릿한 스텝의 움직임에 성질 급한 감우대가 가까이 있는 스텝의 지갑을 빼앗아 직접 돈을 꺼냈다. 그가 돈을 쥐자마자 돈이 사라졌다.

“어? PD님도 초능력 쓰실 수 있네요?”

“닥치고 빨리 내놔.”

“저도. 저도 주세요.”

감우대와 김해역이 스텝들에게 돈을 재촉했다. 그때,

-김해역! 그리고 김해역과 함께 신을 기만한 자들을 파문한다!

“파문!”

“안 돼! 빨리! 빨리 돈 내놔!”

김해역은 놀라 주저앉았고, 감우대는 스텝들에게 달려들어 지갑을 뺏어 들고는 ‘헌금’을 연이어 했다.

***

-교단 기여 포인트 7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감우대

기여부분 : 헌금

-교단 기여 포인트 2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감우대

기여부분 : 헌금

-교단 기여 포인트 1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감우대

기여부분 : 헌금

감우대. 방금 전부터 김해역과 함께 미친 듯이 헌금하고 있는 이름이다. 특히 파문을 말한 후 김해역의 헌금은 멈춘데 반해 감우대의 헌금은 더 빨라졌다.

감우대, 당신도 김해역의 일에 관련되어 있군.

하지만 이제와 헌금해봐야 소용없어.

‘교주의 명령 – 파문’을 사용한다.

-스킬 ‘교주의 명령 – 파문’을 사용합니다.

‘대상’을 지정해주세요.

‘대상’은 김해역이 저지른 비텔님을 분노케 한 행위에 직접적인 죄가 있는 모두.

-스킬 ‘교주의 명령 – 파문’의 ‘대상’을 김해역이 저지른 비텔님을 분노케 한 행위에 직접적인 죄가 있는 모두로 지정합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20이 차감됩니다.

2명뿐이었구나. 다행이다.

***

“아.. 아아아.... 안 돼....”

김해역은 온몸 가득했던 힘이 한 번에 빠진 것을 느끼며 절망했다.

“시팔..”

감우대는 주저앉아 절망한 김해역을 보며 욕을 내뱉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

이제 파문 건은 해결 됐으니 다음 일을 할 시간이다.

‘비텔의 목소리’

-스킬 ‘비텔의 목소리’를 사용합니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합니다.

전달할 내용을 직접 말해주세요.

최대한 근엄하게,

“비텔께 인정받은 교주로서 신도들에게 그분의 말씀을 전한다.”

-교단 구성원에게 말을 전달했습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75가 차감되었습니다.

‘비텔의 목소리’를 연이어 사용했다.

“그분의 힘을 자신의 것이라 속이지 마라.”

“그분을 알리는 데 기계와 방송의 힘을 빌리지 마라.”

“그분을 알리고자 다른 신을 욕되게 하지 마라.”

“명심해라. 그분은 모든 것을 보고, 듣고, 행하신다.”

더 할 말이 넘치지만 여기서 그만했다. 오늘 ‘비텔의 목소리’만 일곱 번을 사용했다. 그로 인해 사용한 포인트가 500을 넘어간다. 아으. 얼마 되지도 않는 신도들에게 말 몇 마디 하는데 포인트를 거의 500이나 쓰다니. 나중에 신도가 몇 백, 몇 천 명이 되면 포인트 아까워서 한 마디도 못하겠네.

마지막에 전달한 ‘~마라’ 3종 세트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내 희망사항이다. 두 번째는 비텔교도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세 번째는 다른 종교와의 분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집어넣었다. 이 정도 해놓으면 그래도 문제가 급격히 커지는 건 막았겠지.

짧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위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결과다. 잘 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기다리는 거다.

시간이 흘렀다.

“신의 힘을 증명하겠다고 했던 애들은 해결.”

초능력이 아니라 신의 힘임을 증명하겠다고 했던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다행히도 내 전언을 듣고 멈춘 모양이다. 그리고 김해역이 나오기로 했던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후... 해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해역의 방송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이쪽도 제대로 막은 모양이다.

시원하다. 정말 오늘 하루 고민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그게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속에 쌓여있던 무언가가 찬물에 싹 씻겨간 느낌이다.

-교주의 일처리에 비텔이 만족합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비텔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다시 축복이다. ‘임시 스킬’을 가져가고 ‘스킬’을 내려주겠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을 생각하면 ‘임시 스킬’ 중 하나를 ‘스킬’로 바꿔주는 작업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두 스킬 전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파문과 전언. 둘 다 지금의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스킬이니까.

-임시스킬 ‘교주의 명령 – 파문’, ‘비텔의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래. 이제 둘 중 하나를 주던가, 둘 다 주겠지.

-스킬 ‘흩어지는 영혼’을 얻었습니다.

음? 흩어지는 영혼?

< 60 비텔교의 부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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