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반복과 변화
“어떻게?”
“계약서를 쓰시면 최면을 걸어서 지키지 않고 베길 수 없게 만들어드릴게요.”
아무 말이나 지껄이자. 최면술이든 뭐든 어차피 사라지고 다시 시작될 하룬데 뭔 상관이야.
“안 그래도 열 받는데 너까지 지금 나랑 장난 하냐?”
아저씨가 화를 냈다. 그래.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최면술로 계약을 지키게 만들어준다는 게 말이나 돼? 나 같아도 안 믿었을 거다.
“아저씨. 제가 이상한 소리 한 적 있나요? 믿어주세요.”
이 아저씨랑 나의 사이는 꽤 좋았다. 그래서 나선 거기도 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리 이 싸움이 짜증났어도,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나서지 않았을 거다.
“아니. 그래도 최면술을 한다는 게 말이 돼?”
“확실해요. 이미 한 번 써본 적 있거든요.”
최면술이 아니라 스킬이지만 쓰긴 썼지. 유나 발레 선생님한테.
“그리고 혹시 안 되면 제가 대신 돈 드릴게요.”
무슨 약속인들 못하겠어. 어차피 오늘과 이어지는 내일은 오지 않을 건데.
“됐어. 그런 거면 안한다. 돈을 저 양반한테 받아야지. 왜 너한테 받나.”
“그만큼 확실하다는 거죠. 한 번 해보세요. 정말 예전에 해봤고 진짜 통했다니까요?”
“그래. 계약서 써. 계약서면 믿어야지. 그거 안 지키면 가서 고소하면 되잖아. 내가 정말 이따 준다니까?”
가만있던 소장이 나서서 말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날 돕겠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계약서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딴 거 내가 지킬 거 같아? 네놈 똥줄 타라고 적어도 보름은 더 안 줄 거다. 그리고 혹시 줘야하더라도 쟤가 대신 돈 준다고 했으니 쟤한테 가서 받으라고 하면 되겠지.’
그래. 소장은 원래 저런 인간이다.
“애꿎은 어린애 끌어들이지 마소.”
“어리긴 무슨. 다 컸구만. 너 나이 몇이냐?”
“28이요.”
“28이면 예전이었으면 애가 셋이야. 그리고 최면술인가 뭔가 한다잖아. 그거 걸리면 무조건 해야 하는 거 아냐?”
“네. 맞아요. 안하면 배가 계속 아프거든요. 계약 내용을 지킬 때까지 계속 말이에요.”
벌칙을 복통으로 정할 생각이다. 복통... 진짜 보통 괴로운 게 아니거든.
“아저씨. 저 한 번만 믿어보세요. 진짜 돼요.”
“...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한 번 해보기는 하마. 그런데 안 되도 너한테 돈 받을 생각 없다. 돈은 저 인간한테 받아야 하는 거니까.”
“네.”
‘내가 받아서 주면 되지. 안 받기는 무슨. 남이 준다는 돈 안 받으면 바보지.’
소장 저 인간은 참... 나이도 많은 사람이 돈 악착같이 모아서 어디에 쓰려고 저러는 걸까.
“소장. 우리 애한테 돈 받을 생각하면 가만 안 둬?”
“알았어. 알았어. 걱정마.”
감독님이 소장한테 으름장을 놓았지만 소장은 여전히 ‘몰래 받으면 되지. 받고 모른 척 하거나.’등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 어떡해야 하냐?”
“간단해요.”
프린터에서 A4용지 하나를 가져왔다.
“여기에 소장님이 지켜야 할 사항을 적으세요.”
“지켜야 할 사항?”
“네. 돈 줘야 한다면서요. 그거 적으세요.”
“아. 그거?”
소장이 종이에 아저씨에게 30만원을 준다고 적었다. 글씨 정말 못쓰네. 하긴 나도 악필인데 남 욕할 처지가 아니구만.
“시간도 적으세요. 몇 시까지 준다고.”
“알았어. 그럼 7시로...”
“7시는 무슨 7시. 7시면 은행 문 다 닫았을 텐데. 4시로 적으소.”
“야. 그때 한창 바쁠 땐데 어떻게 하냐.”
“거봐. 돈 안 줄 생각이었잖아. 한상아. 하지말자. 저 인간 안준다.”
“아. 알았어. 4시까지 줄게. 그러면 되잖아.”
알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여전히 ‘3시쯤에 일 하나 받아 나가서 안 들어오면 되지.’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
“나는?”
“없어요. 그냥 여기에 소장님 사인을 하시고요. 여기에 아저씨 사인을 하세요. 어차피 주는 최면술이에요. 계약서는 그냥 형태만 갖추면 되요. 최면술을 강하게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요.”
아예 계약서를 쓸 필요도 없지만 최면술 쓴다고 했으니까. 비슷한 걸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둘 다 사인까지 마쳤다.
“정말 되는 거냐?”
“네. 걱정 마세요. 그럼 소장님. 지금부터 최면을 걸 겁니다. 그런데 하기 전에 경고할게요. 일단 최면을 한 번 걸면 중간에 멈추지 않아요. 만약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제가 이야기한 벌칙을 계속 겪게 되실 겁니다.”
“알았어. 알았어. 지킬 거니까. 그런 건 상관없어.”
대충대충 대답한다. 저러다 피 보지.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그대로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응.”
“여기 보세요.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최면에 들어갑니다.”
딱.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
“계약서에 있는 사항을 지킬 것을 저와 약속하시겠습니까?”
“알았어.”
“약속한다고 말해주세요. 자신이 직접 말함으로써 구속력이 더 강해지니까요.”
물론 그런 건 없다.
“알았어. 약속한다.”
-스킬 ‘약속의 무게’를 사용합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100이 차감되었습니다.
‘기한’과 ‘벌칙’을 결정해주세요.
기여 포인트가 아깝긴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돌아올 테니까. 100%돌아온다. 이게 사라질 거면 매일 아이들이 기도해서 쌓는 기여도도 계속 쌓였어야지. 돌아오면 항상 기여도는 제자리더만.
“최면의 기간은 24시간, 만약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그 시간동안 강한 복통을 느끼시게 됩니다. 동의하십니까?”
-임시스킬 ‘약속의 무게’ 제한 조건으로 ‘기한’ 24시간, ‘벌칙’ 강한 복통을 지정합니다.
추가로 교단 기여 포인트 6이 차감됩니다.
물론 소장의 동의 따위는 필요 없이 바로 기한과 벌칙이 정해졌다.
그런데 기여 포인트가 별로 안 나가네? 전에는 30 넘게 썼던 거 같은데. 두통과 복통의 차이가 그렇게 큰 건 아닐 거고, 기한이 길어지면 더 많이 먹는 건가?
“알았어. 동의할게.”
“그럼. 이제 손가락을 튕기면 최면이 마무리됩니다.”
딱.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끝났습니다.”
“끝이야?”
“이게 끝이라고? 아무 것도 안 한 거 같은데? 저 인간 봐봐. 멀쩡하잖아.”
소장과 아저씨 둘 다 의문을 드러냈다.
“원래 최면이란 게 그래요. 걸렸는데 걸린 줄 몰라요.”
“아니. 그래도...”
“4시까지만 기다려보세요. 그때 되면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것으로 둘의 싸움은 끝났다. 시끄럽던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적어도 4시까진 조용하겠지. 소파에 깊게 몸을 파묻고 쉬었다.
좋구나...
***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오후 4시가 됐고, 소장은 사무실에 없었다. 3시쯤 급한 물품 하나 가져다주고 온다고 나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아저씨가 막았지만 4시 안에 올 거고 오는 길에 은행까지 들렸다 온다는 데 막을 방법은 없지.
“신경 쓰지 마라. 그 인간 너 아니었어도 안 줬을 인간이다.”
대충 알겠다고 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만약 진짜 최면술이었다면 ‘혹시 안 걸렸나?’하는 마음에 불안해하겠지만 난 신이 준 능력을 사용했다. 걸리지 않을 수가 없지.
-창문너머엔 슬픈 비가 내리고.
4시에서 5분이 지난 시각, 감독님의 폰이 벨소리를 울렸다,
“이 인간 약속 안 지키고 어디 있어? 다 기다리고 있잖아. 뭐? 어. 있어. 그래? 알았어. 한상아. 전화 받아라. 소장이다.”
“그 인간 전화 왔소? 나한테 주소.”
“아저씨. 일단 제가 받아볼게요.”
“으음.. 알았다. 끊기 전에 바로 넘겨줘야 한다?”
“네.”
감독님한테 폰을 건네받았다.
“한상입니다.”
-야! 으윽. 이거 멈춰!
“뭘요?”
모른 척했다. 조금이라도 오래 아프라고.
-배 아픈 거! 멈추라고! 으으윽.
많이 아픈가보다. 혹시나 덜 아플까봐. 복통이란 단어 앞에 ‘강한’을 붙여줬는데 그 말대로
강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못 멈춰요. 그래서 최면 걸기 전에 경고 드렸잖아요. 일단 한 번 걸리면 몸 멈추니까 계약 꼭 지키라고.”
-야이씨! 그런 게 어디 있어! 빨리 멈추라고!
“진짜 배 아프데? 최면 걸린 거야?”
아저씨가 궁금해서 묻는다. 살짝 고개를 끄덕여줬다.
“허. 최면이 정말 되는 거였어?”
-알았어. 지금 당장 가서 줄 테니까. 일단 멈춰줘!
“안 된다니까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이익. 그럼 일단 니가 돈 줘! 내가 가서 바로 줄게!
점점 악을 쓰듯 언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래봐야 소용없지.
“직접 주시지 않으면 최면은 안 멈춰요. 계약서에는 소장님 이름이 적혀 있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와서 돈을 건네주는 게 복통을 멈출 제일 빠른 방법이에요.”
-으윽.
딸칵.
“음... 끊었네요.”
감독님에게 폰을 건넸다.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 내의 사람들이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최면술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대충 지어내서 대답해줬다. 내가 최면술에 대해 아는 게 있어야지.
한 10분 쯤 지났을까. 여전히 질문이 끝나지 않았을 때.
쾅!
사무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자. 여기! 돈 여기 있으니까! 빨리 복통 멈춰줘!”
소장이 달려와 내게 돈을 내밀며 말했다. 난 천천히 손을 들어 아저씨를 가리켰다.
“저한테 주시면 뭐해요. 아저씨한테 주셔야지. 그러면 알아서 멈출 거예요.”
“자! 빨리 받아!”
박력 있게 돈을 내미는 소장을 보며 아저씨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돈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아. 후우... 진짜 멈췄어. 와... 죽다 살았네.”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몸을 던지는 소장.
‘약속의 무게’의 결말은 나도 처음 본다. 약속을 지키면 저렇게 바로 벌칙을 끝내주는구나. 좀 적당히 더 괴롭혀도 되는 데 말이야.
“자. 이거 받아라.”
“음? 이게 뭐에요?”
“수수료. 네가 계약 중개인 해줬는데 당연히 수수료 줘야지.”
돈을 받은 아저씨가 내게 돈을 내밀었다. 5만원이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돈이잖아요.”
“빨리 받아. 당연한 대가야. 너 아니었으면 적어도 한 달은 못 받았을 걸?”
계속 권해서 얼떨결에 받아 들었다. 참 이상한 기분이다. 스킬을 이용해서 돈을 벌다니.
계약 중개인... 뭔가 어감도 좋은데? 뭔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평소와 다른 사건이 있었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꿈속에서 그락카르를 봤다. 생각해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역시나 먹히지 않고 또 심장이 부서지며 잠에서 깼다.
“후... 오늘은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오늘은 집에서 나가지 말자. 중간에 감독님한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고 폰을 껐다.
***
소장을 혼내준 이래 꽤 여러 날이 지났다.
“오늘은 여기서 잘까?”
낮 세시, 자연스럽게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오성호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자연스럽게 최고급 스위트룸으로 체크인 했다. 그래. 호텔은 낮부터 들어가서 즐겨야 제대로지. 호텔에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얼마 전부터 집에 안 들어갔다. 통장에 있는 돈 마음껏 쓰면서 잠은 최고급 호텔에서만 자고 밥도 최고급 음식점에서 온갖 종류 다 시키고 각각 맛만 보고 나오곤 했다.
하루 동안은 아무리 써도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통장에 돈을 꽤 모아뒀으니까. 그동안 일하며 모은 돈, 합의금으로 받은 돈 등, 전부 합쳐 1억 원에 근접한다. 나도 참 열심히 모았구나.
하긴... 돈을 안 쓰고 모으기만 했으니까. 철든 이후 일만 했으니까. 했던 일 대부분이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종류라서 돈 쓸 시간이 없었다. 덕분에 하루에 1억씩 쓸 수 있게 됐다. 언젠간 이 1억을 전부 써보는 게 목표다.
“로얄스위트룸 말씀이시죠? 1박에 300만원입니다.”
카운터 직원이 금액을 친절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줬다. 목소리는 친절하지만 ‘비싸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옷차림 보아하니 돈 별로 없어 보이는데.’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오기 전에 한도를 늘려놓은 카드로 쿨하게 일시불로 결제했다. 캬. 일시불이라니. 멋지다 나.
호텔이 비싸긴 하지만 일단 결제한 이후엔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역시 비싼 값을 한다. 내 28년 인생 중 이런 사치를 부려본 적 있을까? 하룻밤 자는 데 수백만 원이라니.
평시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지만 어차피 돌려받을 돈인데 뭐. 돈 쓰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한테 팁도 신사임당 그려진 거 한 장씩 주고, 비싼 룸서비스도 시켜먹고,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음료수도 당당하게 마셨다.
훗. 나 이런 남자다.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가 내 방만하다. 이제 잠에서 깨면 내 방의 좁은 침대 위에서 일어나겠지.
***
“점점 숲의 기운이 강해진다. 좋은 곳이다. 형제.”
“이 정돈 아직 약하다. 위로 더 가면 더 좋은 숲 있다. 그락카르.”
다시 그락카르가 죽은 ‘오늘’이 시작된다. 이게 몇 번째지? 10번 넘어간 후론 세지 않았었다. 그 후로 30번쯤 더 반복했던가? 모르겠네.
“정말 그곳에 가면 우리가 싸울만한 인간들이 있는 건가?”
“있다. 몇 번을 말하나. 그만 좀 물어봐라.”
그래. 그만 좀 물어봐라 임마. 니가 오늘 하루 정확히 6번 물어볼 거거든. 그러면 매일 반복해서 듣는 나는 그걸 몇 번 들었겠냐. 200번은 확실히 넘은 거 같다. 사람이 200번 똑같은 말을 들으면 얼마나 지겹겠어? 물론 그 대사만 지겨운 게 아니라 그 외의 모든 상황이 지겹지만 말이야.
그런데 역시나 오늘도 의식이 완전 뚜렷하네?
흠... 이건 내 착각일 수도 있는데 꿈을 반복하면 할수록 의식이 뚜렷해지는 것 같다. 처음엔 하룻밤 샌 사람처럼 몽롱했었는데 요즘은 정신이 또릿또릿 하거든. 물론 반복하다보니 익숙해져서 느끼는 착각일 수도 있다.
“크흐?”
“왜 그러나. 형제.”
매복의 낌새를 느끼는 장면까지 왔다. 이제 곧 싸움이 시작되고 3시간 정도 싸운 후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며 깨어나겠지. 제발 좀 익숙해졌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고 매일 똑같이 아프다.
“아니다.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계속 가자. 빨리 안내해라.”
하... 답답하다. 이 멍청한 오크 놈아! 기분이 이상한 게 아니라 저기 인간의 매복이 있다고. 인간의 매복! 이 새끼야.
“음?!”
그락카르가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반응이 다르다. 이 장면에서 그락카르가 저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확실하다. 난 ‘오늘’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으니까.
“그락카르. 왜 그러지?”
“어느 형제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형제.”
“말을 안했다고? 분명 ‘인간의 매복’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난 똑똑히 들었다.”
“인간의 매복이라고? 난 못 들었는데? 넌 들었나?”
“나도 못 들었다.”
다른 오크들이 아무 것도 못 들었다며 서로에게 확인하고 있을 때, 그락카르가 방금 전 매복의 기척을 느꼈던 곳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심장이 없이 의식만 남아있지만 기분 상 심장이 강하게 뛰는 것 같다. 긴장된다. 몇 십번을 변화 없이 반복하던 ‘오늘’이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인간이다!”
유심히 살피던 그락카르가 확신을 내렸는지 매복이 있음을 외쳐서 알렸다.
그래. 그거야. 저기에 매복이 있어!
“가자!”
아... 드디어... 드디어 그락카르가 움직였다. 가슴이 벅찼다. 이 변화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쿠워어어어어어억!”
그락카르의 고함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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