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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43화 (43/228)

43 뜻밖의 결과

울프람의 ‘네 번째 길’은 완벽한 특화 전력으로 전투 피해를 최소화했다면 ‘세 번째 길’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기습을 가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방식의 일환으로 두 개의 타격대가 그락카르의 무리를 기습했다.

전력으로만 따지면 하나의 타격대는 500의 오크 무리와 비슷하다. 즉, 객관적으로 보면 두 배의 전력이 그락카르의 무리를 공격해온 것이다. 그것도 매복, 기습으로 말이다.

사실 이것도 적은 수로 공격한 편이다. 헤옴 남작은 가능했다면 세 개의 타격대를 보냈을 것이다. 전력차가 클수록 이쪽의 피해가 줄어드니 말이다.

물론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이미 두 배의 전력이다. 만약 대등한 전력인 하나의 타격대가 왔다면 이길지 질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긴다고 해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배의 전력이 왔다. 무조건 이길 수 있다.

‘무조건 이길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피해를 줄이며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게 두 타격대를 지휘하는 장교 모두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세 번째 길’에 있는 모든 지휘관의 목표는 ‘적은 피해로 적을 격퇴’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시작은 그락카르였다.

쾅!

“크억?!”

그락카르의 무력을 명령서의 예상에서 최대로 잡은 3급이라 가정하고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양손도끼를 방어한 17타격대장이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며 옆으로 날아갔다.

애초에 3.5급 이상 오크의 공격을 인간이 정면으로 막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17타격대장도 양손검을 기울여서 적당히 흘려내며 막으려 했는데 양손도끼에 담긴 힘이 그가 생각한 한도를 아득히 초과한게 문제였다. 검이 공격을 흘리기 위한 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밀리면서 충격을 있는 그대로 전부 받아버린 것이다.

22타격대장과 20명의 양손검병이 17타격대장이 날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무 예상 밖의 상황이라 보는 것 말고 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17타격대장이 그락카르의 공격을 가볍게 흘리며 잡아두고 남은 인원이 일제히 공격해 들어가 치명상을 입히는 장면만을 상상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이전까지의 전쟁에서는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었다.

그런데 그들이 상상하고 있던 장면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자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락카르는 그들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허벅지에 매여 있는 한손도끼를 꺼내 들었다. 팔을 뒤로 잔뜩 당겼고 도끼자루를 잡은 오른팔의 근육이 크게 팽창했다.

“도끼투척!”

누군가 봤는지 짧게 소리쳐 경고했다. 그리고 경고와 동시에 한손도끼가 17타격대장을 향해 날아갔다.

훙훙훙.

도끼가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갔다.

그락카르에게나 한손도끼지 인간은 두 손으로 들기도 벅찰 크기의 도끼는 엎어져 있는 17타격대장에게 정확하게 날아갔다.

“큭.”

17타격대장은 엎어져 있었기에 도끼가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경고를 들었을 때 충격 받아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던졌다.

쿠가각.

간발의 차로 도끼가 방금 전 17타격대장이 있던 땅에 박혀들었다. 그 모습을 주시하던 22타격대장과 양손검병들은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락카르는 빗나간 도끼에 아쉬워하지 않고 곧바로 시선을 돌려 적을 살폈다. 적 모두의 시선이 17타격대장에게 향해 있었다. 그 틈을 그락카르는 놓치지 않았다.

“크우어억!”

그락카르는 가장 바깥쪽에 있던 인간에게 쇄도해 양손도끼를 휘둘렀다. 양손검병이 황급히 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뿌드득.

“크어억!”

하지만 당연하게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몰란의 축복을 받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17타격대장이 제대로 준비해서 막았는데도 방어에 성공하지 못하고 날아갔을 정도의 공격이다.

급히 자세가 무너진 상태로 그락카르의 공격을 막은 양손검병은 검을 들고 있는 양팔의 뼈가 전부 박살이 났고, 검이 그대로 양손도끼에 밀려 몸에 박혀들었다.

터텅.

양손검병은 도끼에 의해 가해진 충격에 그대로 휙 돌며 땅에 처박혔다. 양손검이 막아준 덕에 도끼에 가격 당하진 않았지만 가해진 어마어마한 충격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양 팔뼈가 부러졌고 덕분에 전력에서 완벽하게 이탈했다.

그락카르는 다시 도끼를 들어 내리치려했다. 전력이탈 시킨 것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히 목숨을 끊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 차린 다른 인간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4자루의 양손검이 순간적으로 그락카르를 향해 날아왔다.

그대로 도끼를 내려치면 양손검병의 목숨을 끊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4자루의 검에 의해 부상을 입을 상황. 아직 수많은 적이 남아있는데 하나 죽이겠다고 부상을 자처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22타격대장과 19명의 양손검병이 그락카르를 향해 검을 들어 올린 채 경계했다. 20개의 양손검이 자신을 겨누니 그락카르도 섣불리 공격해 들어갈 수 없었다.

“크윽. 힘은 확실히 거의 2.5급에 근접한다! 조심해!”

겨우 추스르고 몸을 일으킨 17타격대장이 소리쳤다. 그의 말을 들은 모두가 더욱 검을 내밀며 그락카르를 경계했다.

“2.5급으로 등급 상향 조정한다. 전부 정신 바짝 차리도록!”

네!

22타격대장이 잠시 고민한 후 그락카르의 등급을 조정했다.

2.5급의 오크라면 1,500~2,000에 달하는 무리를 이끌 수 있는 무력 등급이다. 그러니 22타격대장은 눈앞의 오크는 2.5급까지는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겨우 500마리만 이끌고 있을 리 없으니까.

그래도 그는 2.5급으로 조정해 부하들에게 말했다. 약하다고 방심하는 것보다는 강하다고 생각하며 조심해서 싸우는 것이 훨씬 피해를 줄일 테니까.

17타격대장은 천천히 걸어 뒤로 빠졌다. 좀 더 휴식을 취해 충격을 해소한 후 합류할 생각이었다.

22타격대장과 양손검병들은 4명씩 뭉쳐 그락카르를 압박해 들어갔다. 그들은 어떻게 싸우든 무조건 이길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잘못 싸우면 진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

그런 그들에게서 그락카르는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새롭게 각오한 그들의 기세는 강렬했다. 분명 똑같은 자들인데도 그락카르가 보기에 방금 전보다 두 배는 더 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크흐..”

그것이 그락카르를 즐겁게 했다.

“크워어어억!”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그락카르는 20개의 양손검 사이로 뛰어들었다.

***

17, 22타격대장과 20명의 양손검병은 그락카르의 전력을 낮게 봤기에 1명의 양손검병이 전력이탈 당하고 17타격대장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해야 할 충격을 받은 후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상대의 전력을 착각했기에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은 채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상황이 다른 전장에서도 벌어졌다.

타격대 1,980명과 오크 511이 붙은 전장.

오크들은 언덕위에서 진영을 갖추고 있는 인간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런 그들에게 100명의 석궁병과 200명의 궁병이 쉬지 않고 사격했다. 쉼없이 볼트와 화살이 날아왔지만 부상을 입은 오크는 있어도 죽은 오크는 없이 모두가 타격대가 자리 잡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

하나도 죽지 않은 것이 의외긴 하지만 공격이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세 번째 길’은 주공격으로 석궁을 사용하는 울프람의 ‘네 번째 길’과 다르게 죽이는 것보다 부상을 입혀 전력을 약화시키는 견제용으로 사용한다. 주공이 검병이기 때문이다. 양손검병으로 막고 석궁, 활로 부상을 입히면 검병이 마무리.

그래서 타격대 전체를 따졌을 때, 위력이 강하지만 장전에 시간이 걸려 연사가 느린 석궁병 보다는 약하지만 충분히 부상을 입힐 수 있고 연사도 가능한 활을 쓰는 궁병의 수가 더 많다.

타격대가 있는 곳에 도달한 오크들은 당연하게도 가장 강한 양손검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까지는 인간들의 생각대로 되었다.

오크들은 언덕을 오르며 많은 수가 볼트와 화살에 맞아 작거나 큰 부상을 입은 채 양손검병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280명의 양손검병이 검병 400명의 보조를 받아 오크들을 잡아두고 있는 동안 남은 1,000명의 검병이 오크를 포위할 것이고 그때 일제히 공격해 섬멸할 것이다.

항상 쓰는 전략이고 항상 먹히는 전략이다.

양손검병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을 보며 검병들은 하나같이 ‘이겼다.’라고 생각하며 오크들을 포위하기 위해 움직였다.

양손검병들도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을 보며 검병과 똑같이 ‘이겼다’라고 생각했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중하며 검병이 공격해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 양손검병이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오크의 공격을 보며 양손검을 들어 막았다.

텅.

“윽.”

가볍게 막아낼 것이라 생각했던 오크의 공격에 밀려 양손검이 갑옷에 부딪혔다. 그래도 갑옷덕분에 별 피해 없이 막아내기는 했지만 팔목이 시큰했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양손검병은 자신이 잘못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이어 공격해오는 오크의 공격을 잔뜩 힘을 줘 막았다.

“으윽.”

이번엔 온몸에 힘을 주며 조심했기에 검이 갑옷에 부딪히는 불상사를 막을 순 있었지만 몸 자체가 뒤로 밀려났다. 그는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게 아냐. 이 오크가 확실히 덩치보다 강해.’

양손검병은 눈앞의 오크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함을 깨달았다. 분명 덩치를 보며 자신이 1:1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막은 것인데 자신보다 더 강했다. 이대로는 검병들이 포위할 때까지 버티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이 무슨...”

그리고 놀랐다. 자신만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동료 대부분이 밀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만한 동료는 없었고 오히려 그들도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었다.

양손검병은 그래도 사정이 나았다.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남았던 400명의 검병이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들은 양손검병처럼 상대 오크의 전력을 오판했다. 양손검병은 실력으로 버텨냈지만 검병은 버텨낼 실력이 없었던 것이다.

검병이 무너지자 오히려 양손검병들이 오크들에게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1,000명의 검병을 지휘하는 장교들이 포위를 포기하고 바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진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공격명령에 진영이 빠르게 무너졌고 오크가 좋아하는 난전이 시작되었다.

더 이상 승리를 확신하는 병사는 없었다.

그리고 3시간이 흘렀다.

“크흐.. 좋은 싸움이었다.”

그락카르가 웃으며 만족했다. 진심으로 즐거웠으며 부족하지 않은 전투였다. 그의...

“마지막 싸움으로서 나쁘지 않았다. 크흐..”

웃고 있는 그락카르의 얼굴, 피투성이였고 베이고 찔린 상처 여럿이 생겨나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는 수백의 작은 상처와 수십의 큰 상처가 나 있었고 양손검도 여러 개 박혀 있었다. 그것들 대부분이 치명상이었고 하나는 심장에 박혀있기까지 했다. 원래는 즉사했어야 할 상황이지만 그락카르는 엄청난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물론 버티기만 할 뿐이었다. 이정도로 치명상을 입고 검까지 박힌 상태에서는 아무리 그락카르라고 해도 움직이긴 힘들었다.

“이름 알려줄 수 있겠나. 인간 전사여.”

그락카르가 자신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은 17타격대장의 이름을 물었다. 그가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락카르가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충격을 해소하고 싸움에 합류한 순간부터 밀리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락카르는 그를 진정한 전사라고 생각했다.

“지랄 말고 죽어라. 괴물.”

하지만 17타격대장은 그락카르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락카르에게 22타격대장과 열셋의 양손검병이 죽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몸 성한 자가 없었다. 17타격대장 본인도 이번에 복귀하면 두세 달은 요양해야 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고 거의 그럴 뻔 했던 괴물이 웃으며 이름을 묻는다고 알려주고 싶겠는가.

“크흐.. 그런가. 그거 아쉽군. 카록께 가서 형제들에게 날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좀 닥치고 죽어!”

심장에 검이 박혔는데도 죽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가는 그락카르의 모습에 질린 17타격대장이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며 검을 비틀었다.

“크훅.”

그락카르가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 서서히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바로 앞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이정도면... 크흐.. 카록께 부끄럽지 않은 싸움이었다.”

쿵.

무거운 그락카르의 몸이 뒤로 넘어가 땅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

“헉!”

한상이 잠에서 깨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그락카르가 겪은 죽음을 그도 똑같이 그대로 겪었다. 그락카르는 기분 좋게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한상에게 죽음은 끔찍하기만 했다.

한상이 손을 들어 가슴을 부여잡았다.

“으으.”

죽을 때 느꼈던 고통은 끔찍했다. 특히 심장에 검이 박힐 때 느낀 고통은... 아직도 심장이 지끈지끈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죽은 거야?”

한상은 당황스러움과 의문이 가득한 질문을 내뱉었다. 물론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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