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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41화 (41/228)

41 뜻밖의 결과

“머리가 아프군.”

이제까진 다른 형제를 따라다니기만 했었다. 그래서 무리를 이끈다는 것이 이렇게 머리 아픈 일인 줄 몰랐다.

날 이렇게 골치 아프게 만드는 문제는 바로 ‘선택’이다.

예전에는 내가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다른 대장을 따르기만 하면 됐다. 사냥하자고 하면 사냥하고, 싸우자고 하면 싸우고, 가자고 하면 가면 됐다. 그래서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행동하기만 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내가 다른 형제들의 움직임을 선택해야한다. 대신 선택해주는 형제는 더 이상 없다. 전부 내가 선택해야 한다. 다른 형제들은...

“이거 맛있다!”

“저쪽에 인간 갑옷 하나 있다. 그거 가지고 장인 형제한테 가면 좋은 장비 줄 거 같다.”

“싸우자!”

“그래! 싸우자!”

예전에 내가 했던 짓 그대로 하고 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바로바로 하면서 사는 것 말이다. 나도 저 틈에 끼어들어 막 싸우고 싶은데 아직 ‘선택’을 하지 못해서 그거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러지 못하니 너무 짜증난다.

퍽! 퍼퍽!

형제들이 주먹과 발로 서로 때리고 맞는 것을 보고 있으니 즐거워 보인다. 얼마 전이었다면 별 생각 없이 저기 끼어들어서 같이 싸웠을 거다. 내가 못하니 형제들도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일어난다.

우드록의 아들이자 대전사로서 실질적으로 부락을 관리했던 우드락이 형제들과 싸우던 나를 말리러 왔던 게 조금은 이해가 됐다.

아마 우드락도 수백의 형제와 매일 싸우는 날 보는 게 너무 부럽고 괴로워서 막으러 온 거였을 거다. 우드락. 이젠 형제의 마음을 이해한다. 다른 점은 난 마음 넓게 싸우도록 놔두지만 우드락은 마음 좁게 못 싸우게 했다는 거다.

다음에 만나면 우드락에게 명예로운 오크 전사로서 마음을 넓게 가지라고 조언해야겠다.

여하튼 지금 내가 골치아파하고 있는 것은 ‘다음엔 어디로 가야할까.’에 대한 선택이었다. 이곳에 계속 머물 수는 없다.

우리 오크가 살기 위해선 사냥감이 풍부해야한다. 사냥감이 풍부하기 위해선 울창한 숲이 필요하다. 숲은 생명이 탄생하는 곳. 우리 오크의 식량이 되는 짐승도 모두 숲이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부락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숲 근처에 자리 잡는다.

그런데 인간의 땅은 이상하다. 생명의 보고인 숲이 거의 없고 대부분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이상한 풀을 기르는 초원만 가득하다. 그 이상한 풀이 인간들의 식량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런 이상한 식물만 먹으니 비리비리 하고 힘을 못 쓰는 거 같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땅에 우리 오크가 정착할 수는 없다. 인간의 땅을 침범하는 것은 전쟁, 인간의 시체, 장비 등이 필요해질 때 만이다. 전투가 끝나면 식량이 부족할 때는 시체를, 그게 아니면 장인 형제에게 줄 장비를 챙겨서 돌아간다.

문제는 우리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거다. 그것 때문에 내가 ‘생각’이란 것을 하고 있고 말이다. 생각... 정말 머리 아프다. 차라리 굶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다.

처음엔 ‘우드록의 부락으로 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아는 부락 중 거의 500에 달하는 무리를 받아줄 수 있는 부락은 엠그엔과 우드록의 부락밖에 없는데 우드록이라면 실력도 뛰어나니 다른 형제들도 합류하는 것을 나쁘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싫었다. 한 번 무리의 최선두에 서보니 한 가지 고집이 생겨났다. 이 자리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다는 고집이. 돌격 중 모든 형제가 내 등을 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 전장의 가장 강한 적을 독점할 때의 온몸을 찌르르 울리는 쾌감.

난 그것들에 중독되었다. 우드록이라면 이번에 다시 축복을 받아 강해진 나보다도 충분히 더 강하다. 그런 강자와 함께 전장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최선두에 서는 역할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

‘내 부락을 만들고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락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예전엔 부락을 꾸리는 족장들이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은 격하게 이해한다.

물론 지금 당장 부락을 세우기는 무리다. 암컷과 장인 형제가 없으니까. 이번엔 엠그엔 부락을 나오며 따라오겠다고 했던 암컷과 장인 형제들을 그냥 데리고 올 것을...

그때는 전쟁을 할 생각만 가득해서 전투에 도움 안 되는 전력은 다시 엠그엔의 부락에 돌려보냈었다. 물론 후회하진 않는다. 명예로운 오크 전사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어제 독자적으로 터를 잡아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선택을 한 후 더 이상 생각을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 날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

그게 문제였다. 500의 형제들과 내가 지낼 숲은 꽤 안다. 3년간 쉬지 않고 떠돌았으니까. 사냥감이 풍족한 숲을 몇 곳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안쪽에 있다는 것이다. 전사에게 중요한 것은 식량이 아니다. 식량은 좀 부족해도 상관없다. 적,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적이 있는가. 그것이 부락 입지의 최고 중요한 조건이다.

그를 위해서 다른 부락도 계속 터를 옮겨가며 전투가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이번 엠그엔의 부락, 그러니까 전에는 캄스니의 부락이었던 곳도 드워프와 싸우기 위해서 지금의 자리로 터를 옮긴 것이다. 우드록의 부락도 인간과 싸우기 좋게 지금의 터에 자리 잡은 것일 테고 말이다.

그러니 나도 500의 형제들과 함께 싸울 수 있는 적이 있는 곳에 터를 잡아야 할 텐데 아는 곳이 없다. 드워프 부락이 있는 스미딘 산맥은 겨우 500의 형제들과 가서 터를 잡기엔 너무 드워프의 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인간은... 이번에 이겨서 전멸시켰고 말이다.

새로운 적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생각이 끝나지 않는다.

“크으..”

괴롭다. 생각하기 싫다.

....

......

........

“쿠워어어어어어억!”

답답한 마음에 고함을 질렀다. 지르고 나니 조금은 답답함이 사라졌다. 진짜 싫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왜 그러나 그락카르.”

“무슨 문제 있나?”

내가 갑자기 고함치자 형제들이 다가왔다. 그들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 혼자 생각하고 있지?’

왠지 억울하다. 좋은 장소를 골라서 좋은 적을 찾으면 나만 좋은 게 아니라 형제들도 같이 좋을 텐데 왜 나만 생각을 해야 하나.

“형제들. 지금부터 하던 일 그만두고 우리가 싸울만한 적당한 적이 있고 지내기에 충분한 숲이 있는 곳을 ‘생각’해라.”

다들 내 말을 듣고 이곳으로 모인다. 몇몇은 내 말을 못들은 형제들에게 가 내 말을 전달했다. 진작 이랬어야했다. 왜 나 혼자 생각했을까.

난... 그래. 지켜봐주자. 그래도 된다. 난 며칠 동안 혼자 많이 ‘생각’했으니까.

***

“북쪽 말인가. 형제?”

“그렇다. 그락카르.”

생각하라고 하기 무섭게 한 형제가 나와서 꽤 괜찮은 곳이 있다며 내게 말했다.

“북쪽엔 리자드맨의 땅이라고 들었는데.”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그건 더 먼 북쪽이다. 그보다 가까운 북쪽에 가면 수십 개의 부락이 있고 인간 땅, 오크 땅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이 형제의 말만 들으면 북쪽 지역은 어디를 가도 전쟁만 있는 최고의 땅이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형제는 왜 그런 곳에서 여기까지 왔나?”

나라면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않을 거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이라면 카록께서 축복을 내려주신 지역인 것이 틀림없다.

“캄스니의 외침을 듣고 왔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였다.

캄스니의 외침이라면 그럴 수 있다. 캄스니는 여기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해 있으니 그보다 먼 북쪽의 형제들에게도 ‘집결의 외침’이 들렸을 것이다. 그걸 들으면 아무리 축복 받은 땅이라고 해도 잠깐 벗어날 수 있다. 캄스니와의 전투는 최고였으니까.

“그리고 이번 전장에서 형제를 봤다. 북쪽에도 형제처럼 어린 나이에 강해진 형제 없다. 형제는 카록께서 주시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형제와 함께 하면 나도 카록의 눈에 띌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어린 게 아니다. 충분히 전사가 될 수 있는 나이다.”

“전사인 건 맞다. 하지만 어리다. 10살 밑 아닌가?”

“......”

얼굴에 흉터를 더 늘려야겠다. 어떻게 내가 아직 10살이 안 됐다는 걸 바로바로 알아채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 인간이 너무 많아서 싸우기 힘든 건 아닌가?”

“아니다. 그곳에서 대규모 전투는 거의 없다. 내가 겪었던 전투 대부분 우리 쪽 전사의 수가 1,000이 안 되었고 인간의 수도 3,000이 넘는 일이 거의 없다.”

최고다. 결정했다. 진작 이럴 걸 그랬다. 앞으로도 계속 다른 형제들한테 생각하라고 해야겠다.

“이동한다! 얼마나 이동해야할지 모르니 식량 위주로 챙겨라! 형제. 길잡이를 부탁한다.”

“알겠다. 형제.”

형제들이 일사불란하게 인간의 시체와 가축을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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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카록의 시야(1단계)

비텔의 귀(1단계)

불가사의한 힘

착취하는 손

군주의 위엄

스킬 목록 열람

교단스킬

세력 현황판

약속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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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뭐지. 분명 카록께서 주신 게 분명할 거라 가끔 확인하긴 하지만 뭔지 모르겠다.

맨 밑에 뭔가가 추가됐다. 이제까지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뭐가 추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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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스킬

약속의 무게 : 사용자는 전투 기여 포인트 100을 사용해 대상과 ‘약속’을 한다. 사용자는 약속의 ‘기한’과 어길시 받을 ‘벌칙’을 정할 수 있으며 ‘기한’의 길이와 ‘벌칙’의 종류에 따라 추가로 전투 기여 포인트를 사용한다. ‘약속’은 구두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기한’과 ‘벌칙’에 대해선 말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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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또 떴지만... 역시나 뭔지 모르겠다. 혹시나 해서 형제들에게 비슷하게 그려서 뭔지 아는 형제 있는지 물어봤지만 아는 형제가 아무도 없었다. 궁금하다.

그 외에도 변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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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락카르의 무리

우두머리 : 그락카르

무리 구성원 : 512명

전투 기여 포인트 :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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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것에도 저번과 다른 무언가가 밑에 추가됐다. 살짝 모양이 바뀐 것도 있고 말이다. 카록께서 아무 생각 없이 주셨을 리는 없는데...

“모르겠다. 카록께서 알아서 알려주시겠지.”

생각을 또 했더니. 머리가 또 아파온다. 그만해야겠다.

***

“얼마나 남았나. 형제.”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 며칠 더 가야한다. 그만 물어봐라.”

안내를 하는 형제가 살짝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해한다. 내가 너무 자주 물어봤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세상에 그런 땅이 있다니. 흥분된다.

왜 3년이나 떠돌아다녔으면서 그런 땅이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을까. 분명 그 땅에 간 형제들이 그곳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그런 걸 거다. 전부 그곳에만 머물러 있으니 밖으로 안 알려지지 않을 걸 거다.

나쁜 형제들 같으니. 그런 좋은 곳이 있으면 바깥에 알려서 많은 형제가 찾아올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나라면 밖의 형제들에게 알리...지는 않을 거 같군. 나도 밖으로 나오기 싫을 테니까.

쉬익. 퍽.

“그워!”

형제 중 하나가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인가 해서 봤더니 어깨에 볼트가 하나 박혀있었다. 인간이다.

쉬쉬쉬쉬쉬쉬쉬쉬쉬이익!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연이어 볼트와 화살이 공간을 격하고 우리에게 날아왔다. 형제들이 저마다 무기와 식량을 들어 방어했다,

탁. 타탁.

나도 내게 날아온 볼트 몇 개를 튕겨냈다.

“크흐..”

인간의 기습이다. 이곳으로 안내해준 형제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좋은 땅이다.

“크워어어어억! 선두는 나다!”

볼트와 화살이 날아오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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