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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32화 (32/228)

32 헌금

당연히 인출! 주세요. 언능 주세요.

-헌금 잔액에 인출 수수료가 부족합니다.

인출 수수료 20%에 해당되는 헌금을 남기고 인출해야 합니다.

수수료... 언제부터 ATM기가 되신 겁니까. 비텔님.

20%면 4,000원인가. 지갑을 뒤졌다. 다행히도 천원짜리가 꽤 있었다.

4,000원 받아주세요. 비텔님. 더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혹시 몰라 지갑을 나한테서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 던져놓고 4,000원만 손에 든 채 기도했다. 기도와 동시에 돈이 사라졌다.

수금이 빠르시네요. 교단 기여 포인트가 올랐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만원 밑은 취급 안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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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5명

교단 기여 포인트 : 136

헌금 :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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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됐다. 그럼 2만원 뽑아주세요!

-헌금을 인출합니다.

목소리가 들려온 그 순간. 책받침처럼 쫙 펴서 내밀고 있던 내 손바닥 위에 만원짜리 2개가 나타났다.

“오오!”

진짜야! 진짜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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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5명

교단 기여 포인트 : 134

헌금 :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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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판을 보니 기여 포인트 2가 사라졌고, 헌금 잔액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수수료 칼 같네요. 비텔님.

그래. 신도 먹고 살아야지. 신은 믿음만 받고 사나? 돈이 있어야 밥도 먹고, 집세도 내고 할 거 아냐. ... 헛생각 그만하자.

손에 들린 만 원권 2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정말... 정말 되는구나.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하긴 진짜 신이라면 하지 못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이미 내가 스킬이란 힘을 얻은 것 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인데 헌금을 주고받는 것쯤이야.

만 원짜리 중 하나가 왠지 익숙한 모습이다. 내 지갑은 반으로 접는 지갑이라서 돈이 둥그렇게 곡선으로 반이 접히는데 그거랑 모양이 똑같다.

아. 그런 건가? 헌금한 돈을 그대로 나한테 주는 건가? 하긴 이계의 신인 비텔님이 한국돈을 가지고 있을 리 없지. 우리가 헌금한 거 그대로 가져갔다가 그대로 나한테 주는 것일 터다.

그럼 수수료는 안 가져가셔도 되잖습니까. 비텔님! 요즘 세상에 인출 수수료 20%가 웬 말이에요. 100년 전에도 이 정도는 아녔을 겁니다.

-교단 기여 포인트 2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민영

기여부분 : 헌금

2점이라. 교단 기여 포인트가 한 번에 2점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얼마를 헌금했기에 2점이 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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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5명

교단 기여 포인트 : 136

헌금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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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이구나. 얼굴 모르는 아이 민영아. 어린 아이가 무슨 돈이 있다고 헌금을 이렇게 열심히 하니. 혹시 유나 친구 아니니? 유나보다 나이 많아? 혹시 사회인이시면 더 헌금하셔도 됩니다.

연속 헌금이라니. 한 번 해보고 진짜 돈이 사라진 건가 해서 또 해본 건가? 그런데 실험해볼 거면 만원만 하면 되지 왜 2만원이나 하는 거냐. 너도 금수저구나.

4,000원을 가져와서 다시 인출을...은 그냥 놔두자. 2만원 뽑는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설마 누가 빼가겠어? 안 빼 갈 거죠. 비텔님? 믿습니다. 믿고 킵 할게요.

시동 걸고 집으로 향했다. 심장이 두큰두큰 한다. 두근두근이 아니라 두큰두큰이다. 그 정도로 막 뛰고 있다. 세상에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인생에 도움 되는 스킬 안 준다고 은근히 욕했던 거 정말 죄송합니다. 비텔님.

음. 불안하다. 정말 믿어요. 비텔님. 돈 빼 가시면 안 됩니다?

그 뒤에도 비텔님에게 계속해서 돈을 빼 가면 안 된다고 다짐받았다. 세상사 사람 속, 신 속은 모르는 거라서... 물론 대답은 없었기에 난 불안해졌다.

***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유나

기여부분 : 헌금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객님.

흠흠. 이게 아니지. 어린 애가 돈이 얼마나 있다고 이렇게 자꾸 헌금을 하는 거니. 적당히 하렴. 물론 나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거니까 유나한테 들릴 리 없겠지.

민영이란 아이가 처음 헌금을 한 이후로 5일이 지났다. 민영이가 친구들에게 알려줬는지 기존의 신도였던 유나, 민희, 이서, 선미도 헌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신도가 빠르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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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교

교주 : 한상

신도 : 27명

교단 기여 포인트 : 368

헌금 : 3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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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일만에 신도가 27명으로 늘고 헌금도 32만원이나 들어왔다. 들려오는 이름을 보면 전부 여자 이름인거로 봐선 유나 친구들 같은데 어린 애들이 돈이 얼마나 있다고 이렇게 헌금을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저게 전부 내 돈.. 아니. 전부는 아니고, 80%가 내 돈이라니. 애들 돈 뺏는 거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그 미안함이 상쇄되는 것은 ‘군주의 위엄’이 교단에도 적용 되는 걸 확인해서다.

-군주의 위엄 : 세력 형성 시 세력의 크기에 따라 군주와 구성원의 신체능력을 향상시켜준다.

현재 6% 향상 적용 중.

신도가 10명이 됨과 동시에 ‘5% 향상’이었던 것이 ‘6% 향상’으로 바뀌었다. ‘군주의 위엄’은 세력의 크기에 따라 적용되는 비율이 바뀌는 스킬이다. 신도가 늘어나면서 비율이 높아진 것을 보면 교단을 내 세력으로 보는 것이 분명하다. 신도가 된 사람들한테도 스킬이 적용되겠지.

즉, 신도들의 신체능력이 6% 향상되었다는 뜻. 그리고 이 스킬은 비텔님의 능력이 아니라 내 스킬이니까. 내가 헌금 80%나 먹는 게 어느 정도는 정당화 되지 않겠어?

생각해봐라. 무려 6%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100m를 10초에 달리던 사람이 9.4초에 달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정확하게 계산한다면 9.4초가 아니라 뭔가 막 복잡해지겠지만 우리 그렇게 복잡하게는 가지 말자.

유나는 발레를 하는 아이였으니까. 유나가 전도한 아이들도 발레에 관련된 아이들이 많겠지. 그렇다면 신체능력 6% 향상은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헌금 조금 하고 건강을 사는 거다. 요즘 건강식품이 엄청 비싸지. 그러니 난 당당하다. 헌금 받아도 돼! 그래도 너무 많은 헌금은 부답스럽다. 특히 아이들이면 더더욱. 지켜보고 너무 많이 한다 싶으면 유나를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향상되는 조건이 뭐지? 10명에 1% 늘었기에 10명마다 늘어나나 싶었는데 27명이 된 지금도 6%를 유지하고 있다.

“듣고 계세요? 설마 딴 생각 하시는 건 아니죠?”

“아. 네. 물론 듣고 있습니다.”

위험했다.

월요일인지라 그 주의 스케줄에 대해 선아연에게 듣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유나가 헌금했다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딴 생각을 해버렸다. 방금 뭐 말했는지 묻지 마라. 못 들었어. 묻지 마라. 묻지 마.

무섭다.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는 것이 막 퍼부을 거 같다.

“... 그럼. 수요일 스케줄로 넘어가죠. 이날은 아침에...”

휴. 다행히도 그냥 넘어갔다. 이 마녀와 이제 겨우 10일 정도 같이 일했는데 벌써 길들여진 것 같다. 마치 사육사에게 꼼짝 못하는 사자마냥... 음. 양심상 내가 사자는 아니지. 표범 정도로 해둘까. 여하튼 사육사에게 꼼짝 못하는 동물마냥 이 마녀에게 꼼짝 못하게 되어 버렸다.

고은형에게 성희롱 당하던 걸 잠깐이나마 구해준 그 날, 다음부터는 좀 부드러워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었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물론 조금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마녀는 조금 부드러워져도 마녀였다.

예전엔 그냥 사무실이나 길거리, 차안이든 장소를 불문하고 갈궜지만 이젠 카페에 가서 커피는 사주고 갈군다는 게 바뀐 점일까.

“오늘 저녁에 확인할 테니까. 그때까지 숙지해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또 외워야 한다.

고 전무님, 기 비서님. 그립습니다! 크흑. 고 전무랑 일할 때는 대충 그때그때 어디 가자하면 가면 됐는데 이젠 일주일치 스케줄을 달달 외워야 한다. 병장이 이등병한테 갑자기 ‘야. 오늘 암구어 뭐냐.’라고 묻듯이 선아연이 ‘가장 빠른 경로는 어떻게 되죠?’라고 물으면 경로를 술술 말해야 한다.

하긴... 이게 원래의 개인기사 대우이려나? 아니지. 앞에 ‘괜찮은’이 들어가야 할 거다. 일하는 게 좀 빡빡하긴 하지만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는 개인 기사들도 많으니까. 월급도 330만원 꼬박꼬박 주고 욕도 안하고 때리지도 않으니까. 꽤 괜찮은 직장인 건 확실하다.

다만 예전이 더 편했을 뿐. 크흑. 고 전무님!

***

“이 정도면 괜찮네요. 수고하셨어요. 이제 퇴근하셔도 돼요.”

“수고하셨습니다.”

마녀는 정말 확인했다.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대쪽 같은 인간이다. 안대쪽 같아도 될 텐데 말이야.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민희

기여부분 : 기도

그래. 내가 너희들 때문에 산다. 저녁기도 시작했구나. 열심히 하네.

절대 기도를 하고 나면 헌금도 낼 가능성이 높아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다. 그냥 열심히 비텔님을 섬기는 저 아이들의 신심이 기특해서 기분이 좋은 거다.

-교단 기여 포인트 1점 얻었습니다.

제공자 : 민희

기여부분 : 헌금

헤헤. 헉. 나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지며 웃음 상으로 바뀌었군. 흠흠. 정말 헌금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닐걸?

자. 집에 가자.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쉬자. 내일은 오늘보다는 편하겠지. 오늘은 1주일 스케줄 외우느라 힘들었고 내일은 외울 거 없으니까. 마녀도 날 괴롭힐 일이 없을 거다.

“아차!”

한참 집에 가던 중. 마녀가 준 프린터물을 차고에 놓고 온 게 생각나버렸다. 그냥 아예 생각나지 말지. 음... 그냥 무시하고 집에 갈까? 차고에 놨으니까 내일 아침에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

아냐. 혹시나 마녀한테 걸려봐. 30분 빨리 쉬려다가 3시간동안 갈굼당하는 수가 있다. 어차피 15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까. 빨리 가서 가져와야겠어.

그대로 차를 돌려 고 은서의 집으로 향했다.

안 걸렸겠지? 에이. 아무리 꼼꼼한 선아연이라고 해도 차고까지 살피진 않았겠지. 그리고 걸렸어도 괜찮잖아. 이렇게 다시 가지러 왔는데 설마 갈구겠어?

불안에 떨며 고 은서의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구해주세요. 제발 누군가 나타나서 나 좀 구해주세요.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머릿속을 울리는 강한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마녀?”

선아연이다.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말해버렸네. 조심하자. 마녀가 옆에 있었으면 위험했어.

그런데 살려달라니. 무슨 일이지? 강도라도 당한 건가? 일단 차를 멈췄다. 차타고 접근하면 들킬 테니까. 혹시 강도면 몰래 신고해야하는데 차타고 가다가 들키면 초조해진 강도가 급한 마음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천천히 조심스럽게 선아연의 마음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엔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저 안에서 선아연의 마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폈다.

강간인가? 어떤 남자가 선아연이라 생각되는 여자 위에 올라 타 옷을 벗기고 있었다. 선아연이 최대한 반항하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는지 조금씩 옷이 벗겨지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남자의 마음도 들려왔다.

‘흐흐. 드디어 따먹는구나. 그래. 울어라. 울어. 내가 이 차에 방음장치 하느라 얼마 들였는지 아냐? 얼마든지 울어도 돼.’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다. 얼마 전 지겹게 들었던 상스런 마음 소리. 고은형이다.

이 그락카르만도 못한 새끼. 살인마인 그락카르도 암컷이 싫다고 하면 강제로 덮치지 않건만.

난 순간적으로 열이 받아 바로 달려들...지는 않고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동영상 기능을 켰다.

... 증거는 찍어야지.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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