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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4화 (14/228)

14 격돌

내 5년생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관이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전투가 일기 직전 수천 병력의 대치.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르는 함성에 대기가 찌르르 울렸다. 그 울림은 나에게도 전해져 흥분에 떨게 만들었다.

“양손검병이 많다. 아버지. 강한 형제들을 양손검병이 있는 곳으로 배치하고 나머지를.”

“우드락.”

우드록이 우드락의 말을 끊었다. 우드락이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우드록을 바라봤다.

“전투는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이대로는 형제들의 피해가.”

“쯧. 우드락.”

우드록이 다시 우드락의 말을 끊었다.

“넌 생각이 너무 많다. 네 말의 요점은 강한 형제를 강한 적과 싸우게 하고 약한 형제를 약한 적과 싸우게 하자는 것 아니냐.”

“그렇다.”

“케흐.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래서 더 강해지지 못하는 거다. 그락카르.”

“왜 부르나. 우드록.”

“너는 어디로 돌격할 셈이냐.”

“저쪽.”

양손검병이 모인 곳, 그 중에서도 중앙선두를 가리켰다.

“왜지?”

“강하니까.”

그곳엔 강대한 영혼을 가진 자가 있었다. 틀림없이 저 중 가장 강한 자일 터. 강자와의 싸움은 언제나 설레고 바라는 바다.

“들었냐. 우드록? 가서 형제들에게 말해봐라. 너희들은 약하니까 약한 상대를 찾아 덤비라고.”

“.....”

“누가 그 말을 들을까. 희생을 줄이기 위한 전략? 그런 건 인간이나 쓰는 것이다. 오크는 오크다. 부서질 줄 알아도 강한 것에 몸을 던지는 것이 바로 오크. 넌 어떠냐. 내가 양손검병이 아닌 일반검병을 상대하라고 하면 말을 들을 거냐?”

“... 아니. 무조건 양손검병이다.”

“케흐흐. 그래. 그게 오크다. 생각을 줄여라. 우드락. 그러면 위대한 오크 전사가 될 수 있을터이니.”

우드록의 말에 동감한다. 이곳으로 우드록 3부자와 함께 하루동안 이동했다. 그 하루동안 한 말의 70%는 우드락이 했다. 우드락의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현명하구나. 우드락. 하지만 오크답지 않아.’

전투는 깊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저 눈앞에 있는 것을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수다보면 내가 죽든 적이 죽든 끝이 나는 것이 전투니까.

“준비된 것 같구나.”

우드록이 형제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다. 형제들의 기세를 오를대로 올라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럼 가자. 형제들이여.”

돌격뿐이다.

“구워어어어어어어억!”

천지를 울리는 우드록의 고함과 함께 우리는 적을 향해 달렸다.

***

“크군. 2급인가?”

울프람이 선두에서 달려오는 우드록을 보며 말했다.

“2급에는 못 미치는 듯싶군요. 2급에서 3급 사이인 것 같습니다.”

“2.5급 족장이라... 내 인생에서 5번째 안에 드는 사냥감이 될 것 같구나.”

오크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강함을 나눌 때 대족장, 족장, 대전사 세 가지만으로 나눈다. 그에 반해 인간들은 오크를 인간답게 세분화하여 분류한다. 그 분류법에 따르면 우드록은 2.5급, 우드룩, 우드락은 4급, 그락카르는 4.5급 정도 될 것이다.

“수는 1,000이 조금 넘는데 2.5급 족장에 4급의 대전사 셋이라... 운이 좋군. 1년 정도 뒤에 만났다면 골치 아파질 뻔했어.”

오크는 강자 밑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2.5급 1명과 4급 2명, 4.5급 1명이라면 보통 1,500~2,000의 일반오크가 모여든다. 즉, 이대로 시간이 흘렀다면 울프람이 상대해야 할 적은 1,200이 아니라 2,000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00의 오크라면 아무리 오크 학살자라 불리는 울프람이라도 2,500의 병력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양손검병 앞으로.”

“네. 양손검병 앞으로!”

잠깐 우드록 등에 대하여 평가하던 울프람이 부관에게 명령 했고 부관을 통해 병사들에게 울프람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검병, 석궁병 양익으로.”

“검병, 석궁병 양익으로!”

“난 양손검병과 함께 나선다. 검병과 석궁병은 네게 맡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물론입니다. 맡겨주십시오.”

부관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오크를 상대하는 건 참 편해. 매번 같은 전략을 써도 매번 효과적으로 먹히니까.”

“무식한 놈들이잖습니까. 인간의 지식을 따라올 순 없지요.”

오크는 몇이 있든, 수백이 있든, 수천이 있든 똑같다. 가장 강해보이는 자가 모여 있는 곳으로 돌격해온다.

울프람의 부대에서 가장 강한 부대는 당연하게도 양손검병. 애초에 그 강함은 겉으로 티가 나지만 울프람은 더욱 화려하게 자신의 양손검병을 무장시켰다. 그렇게 해서 얻는 효과는 오크들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전원 몰려오게 하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을 이쪽이 원하는 대로 강제한다는 것. 그것은 이쪽이 원하는 전장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울프람의 전장은 이곳이고, 방식은 양손검병이 오크의 돌격을 막아서는 동안 검병과 석궁병이 양익에서 오크를 포위 공격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울프람이 수십 년 오크를 상대하며 짜낸 전략이고 거의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먹혔다. 전략이 100% 먹힌다는 것은 병사들을 그 전략에 맞춰 특화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어차피 울프람이 있는 ‘사마르랜드로 오는 네 번째 길.’에서 대규모 침공해오는 적은 오크 하나. 울프람은 자신 있게 자신의 부대를 오크 특화 부대로 만들었다. 덕분에 하나의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 병사 셋이 죽어야한다는 상식을 깨고 적은 수의 부대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오크를 격퇴해왔다.

그 특화의 결과 중 하나가 500명의 양손검병이다. 하나하나가 일반오크 하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는 정예검병. 포란 왕국은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병사를 100명 단위로 묶는다. 그리고 군사교육집단 ‘트리세인’을 졸업한 간부가 100명의 부대를 이끈다.

울프람의 양손검병은 500명이고 그에 맞춰 부대장의 수도 다섯이었다. 울프람 휘하 25명의 부대장 중 최고. ‘트리세인’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자격을 갖췄기에 양손검병대의 부대장이 될 수 있었다.

“1, 2부대장은 나와 함께 족장을 상대한다.”

“네!”

“네!”

“3, 4, 5부대장은 대전사를 하나씩 맡아라.”

“네!”

“네!”

“네!”

울프람은 자신의 부대를 철저하게 훈련했고 자신의 명령에 ‘네.’외의 대답은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이 틀린 명령을 할 리 없다는 자신감의 결과였다. 실제로 지금껏 그가 살아있다는 것이 그 자신감은 틀린 것이 아니란 걸 증명했다.

지시를 마친 울프람이 땅에 거꾸로 박아두었던 양손검을 뽑아들었다. 다른 양손검병이 쓰는 것에 비해 1.5배는 더 큰 듯한 거대한 검. 울프람은 그것을 한 손으로 들어 머리 높이 올렸다가 강하게 내려 앞을 가리켰다.

동시에 양손검병 부대는 오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울프람은 양손검병들보다 더욱 빨랐다. 그는 돌출되듯 튀어나와 우드록을 향해 달렸고 그 뒤를 1, 2부대장이 바짝 붙었다. 곧 우드록과 울프람 둘은 격돌했다.

쾅!

울프람의 양손검과 우드록의 한손도끼가 부딪히며 폭발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울프람과 우드록의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그만큼 둘의 공격에 실린 힘이 엄청났다.

하지만 우드록의 무기는 한손도끼 두 개. 다른 손의 한손도끼가 울프람을 횡으로 가르려했다. 그럼에도 울프람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양손검과 붙어있는 한손도끼를 밀어내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는 자신의 허리를 양분하기 위해 날아오는 한손도끼가 자신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1, 2부대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양손검을 서로 포개 우드록의 공격을 막아냈다.

우드록은 순간 깨달았다. 이들 셋은 강적이다.

“케흐흐흐.”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

나도 저들과 싸우고 싶다.

우드록이 휘두르는 쌍도끼를 막아낸 세 명의 인간. 분명 저들은 인간 중 가장 강한 자들일 것이다. 저 사이에 끼어들어 저들과 싸우고 싶다. 하지만...

만약 내가 저 싸움에 끼어든다면 전사로서 실격이다. 우드록이 정말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우드록의 입장이고 누군가가 내 싸움에 끼어든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수천의 인간이 있다. 우드록과 싸우는 자들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에 준하는 자들은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인간과 눈이 마주쳤다. 선두에서 달려오는 것을 보면 강자가 틀림없다.

넌 내꺼다.

혹시나 우드락이나 우드룩에게 뺏길까 무서워 다리에 힘을 줘 더욱 속력을 냈다.

“1분대! 나를 따라라! 나머지 분대! 자율전투를 한다!”

목표로 찍은 인간이 소리쳤고 그의 뒤에서 달리던 인간들이 10명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자신의 키와 비슷한 양손검을 다루는 11명의 강한 인간. 무기가 낯익다. 그래. 작년에 싸웠던 인간 병사의 대장이 저런 양손검을 썼었다. 그 자에게 형제 셋이 목숨을 잃었었지.

저들 모두가 그자만큼 강하다면... 전신을 찌르르 울리는 이 느낌. 죽음이다. 죽음이 가까이 있음이 느껴졌다.

“크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죽음이 느껴짐과 동시에 온몸을 휘감는 이 긴장감. 이런 강한 긴장감은 내겐 쾌락과 같다.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만큼 억울한 것은 없다. 카록께서 비웃을 일이다. 양손도끼를 강하게 그러잡고 눈앞의 11명의 적에게 집중했다. 내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최선을 다해 싸운다면 죽는다 해도 상관없다.

“크워어어어어!”

카록께서 지켜볼 가치가 있는 전투를 하겠다.

가장 선두에 선 자를 향해 강하게 양손도끼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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