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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1화 (11/228)

11 스킬-비텔의귀

왜 들리는 거지? 이번 전투는 일방적이었던지라 카록께서 흥미로워할만한 것이 없었는데 말이야. 축복을 받았다는 전언도 없었고.

거듭 생각해봤지만 분명 카록께 얻은 것은 아니다. 카록께서 주신 거라면 전언과 함께 내려주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스스로 깨우친 능력인 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다. 난 이런 능력을 원한 적 없으니까. 능력은 강한 염원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다. 형제들의 마음을 엿듣는 능력 따위 난 원한 적 없다. 내가 원한 것은 단 하나. 강해지는 것이다. 강해지고 강해져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카록께 다가가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 하나다.

그러면 도대체 이 능력은 왜 생긴 걸까.

...

.....

모르겠네. 그냥 신경 끄자.

“케흐. 제법 하더군. 형제.”

‘부수고 싶다. 부수고 싶어.’

“우드록...”

그의 마음이 어떤 형제보다도 강하고 크게 들려왔다. 날 부수고 싶어 한다. 단순히 강자와 싸우고 싶어 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마음이 있는 걸까. 이런. 방금 신경 끄자고 해놓고 또 신경 쓰고 있군. 어차피 덤비면 맞싸우면 되는 것. 우드록과 같은 강자와 싸우다 죽는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카록께 갈 수 있지.

“배는 채웠나?”

우드록은 인간하나를 통째로 한 손에 든 채 뜯어 먹고 있었다. 덩치가 저만하니 저런 짓도 할 수 있군. 우드록은 나조차도 올려봐야 할 정도로 컸다.

“먹었다.”

“케흐흐. 식사 속도가 빠르군.”

이미 전투 중 배를 채웠다. 내가 죽인 모든 인간을 한 입씩 베어 먹은 덕분에 배가 가득 찬지 오래다. 병사는 100명밖에 없었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제법 많은 수가 있었으니까. 최선두에서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50이 넘는 인간을 죽일 수 있었고 그들을 먹어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무슨 용무지?”

괜히 왔을 리는 없다.

“이동 시 내 옆에서 움직여라. 강한 전사는 언제나 앞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의 말은 이제 당당하게 무리를 이끌라는 거다. 이번 전투에서 은근히 움직여 선두에서 돌격하긴 했지만 그건 선두로서 인정받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억지로 끼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러지 말고 자기 옆에서 당당하게 선두로서 움직이라는 제안.

내가 1,000이 넘는 형제들을 이끈다니.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물론 최선두에서 모든 무리를 이끄는 것은 우드록일 것이고 나도 그의 등을 보며 달려야 하겠지만 다른 형제 중에는 내 등을 보고 걷고 달리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영광을 거절 할 순 없지.

“알겠다.”

자리를 옮겨 우드록과 대전사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우리는 널려 있는 인간의 시체로 푸짐하게 식사하며 이틀 동안 머물렀다. 그리고 3일째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마을이었던 폐허를 떠났다. 다른 인간의 마을을 찾아서.

***

울프람 우란.

그는 사마르랜드에서 태어나 올해 46살이 된 위대한 성전사다.

포란 왕국 8개주 중 하나인 사마르랜드는 이종족의 침략을 막아내는 동남부 최전방 지역으로서 4개의 전장을 갖고 있다.

각 전장은 리자드맨을 주로 상대하는 ‘사마르랜드로 오는 첫 번째 길.’과 ‘사마르랜드로 오는 두 번째 길.’, 오크를 주로 상대하는 ‘사마르랜드로 오는 세 번째 길.’과 ‘사마르랜드로 오는 네 번째 길.’로 나누어졌다. 울프람은 그 중 가장 북쪽에서 ‘사마르랜드로 오는 첫 번째 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 도시 들로이카에서 14살에 일반 검병으로서 전장에 발을 들이밀었다.

사마르랜드로 오는 첫 번째 길.’의 주적이 리자드맨임에도 울프람은 첫 전장에서 오크를 상대로 싸워야 했다. 검병대 100명과 오크 20의 싸움. 보통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선 일반병 3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울프람이 속한 검병대는 그날 정확히 60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그 사상자 중 하나에 울프람 또한 속해 있었다. 배와 정강이를 오크의 도끼에 의해 베인 울프람은 상처가 별로 깊지는 않았지만 감염으로 인한 2차 질병으로 2달간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기어 나온 울프람은 오크에 대한 강한 증오를 가졌다. 그렇기에 전장에서 공을 세워 19살의 나이에 포란 왕국 군사교육집단 ‘트리세인’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영광스런 ‘페가수스 나이트’ 과정에 지원할 자격이 됨에도 ‘대 오크 지휘관’ 과정을 선택했다.

22살에 트리세인을 졸업한 울프람은 ‘사마르랜드로 오는 세 번째 길.’에 배정되어 정예부대인 양손검병 한 부대를 이끌게 되었다.

그는 오크를 상대로 8년간 묵혀온 분노를 터뜨렸고 연전연승하며 오크를 학살해 나갔다. 그러던 중 31살의 나이에 주신 몰몬의 축복을 받아 성전사가 되었고 덕분에 사마르랜드의 지배자 사마르 백작의 가신이 될 수 있었다.

사마르 백작의 가신이 된 울프람은 1,000명 이상 규모의 부대를 이끌며 세 번째 길과 네 번째 길을 종횡하며 활약했고 공을 세운 끝에 40살이 되는 해 사마르 백장에게서 네 번째 길에 속한 장원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장원을 받았다함은 더 이상 평민이 아니라 귀족이 되었다는 뜻이다. 울프람은 사마르 백작에게서 우란이라는 성을 하사받았고 장원은 우란 장원이 되었다.

장원을 얻은 울프람은 장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 편 증오스런 오크를 상대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울프람은 별명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오크 학살자’

오크 학살자 울프람. 스스로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하는 별명이었다.

“오크 놈들은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구나.”

우란 장원 앞 평야. 그 한가운데에 선 울프람이 오크의 멍청함을 비웃었다.

“또 다른 오크 무리가 죽음을 찾아 내 땅에 들어왔구나.”

약 1,200마리 정도 되는 오크가 자신의 땅을 침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울프람이다. 그는 그것을 전혀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우란장원을 맡은 지 6년. 오크의 침략은 끝이 없었고 그 중에는 1,000이 넘어가는 대규모 침공도 수차례 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는 적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후퇴를 모르는 오크이기에 모든 오크가 그와 그의 군세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고 그 수가 5천을 넘어갔다.

“정말!”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멍청한 놈들이 아니더냐!!”

와아아아아아아아!

그의 뒤에서 평야를 울리는 크디큰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엔 2,500의 병사가 도열해있었다.

“가자. 멍청한 오크들에게 네 번째 길은 막힌 길이란 걸 깨닫게 해주자.”

울프람 우란과 2,500의 병사가 오크를 요격하기 위해 출정했다.

***

“케흐흐...”

“왜 갑자기 웃는 거냐. 아버지.”

“케흐. 그런 게 있다.”

우드록은 우드락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난 그가 왜 웃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음 속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저쪽에 강한 적이 있다. 즐겁구나. 어서 싸우고 싶다.’

우드록은 어떤 기세를 느낀 것이다. 강한 적의 기세를 말이다. 나도 우드록이 기세를 느낀 곳을 노려보며 뭔가를 느껴보려 노력했지만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만이 아니라 우드락과 우드룩도 못 느낀 듯 하지만...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드룩은 이름을 모르던 대전사의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 역시 우드록의 아들이며 우드락보다 나이가 많다고 한다.

“저 쪽으로 간다.”

우드록이 방향을 바꾸며 속도도 올렸다. 방금 그가 기세를 느꼈던 곳이다.

‘빨리 만나고 싶구나. 날 즐겁게 해다오.’

나도 같은 마음이다. 우드록이 느낀 강한 기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만나고 싶다. 이 전의 전투는 너무 쉬웠기에 갈증이 전혀 가시지 않았거든.

***

“뒤져라.”

간절하게 빌었다. 그 우드록이란 놈이 느낀 강한 기세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 끝에 5천 명쯤 되는 병사가 있으면 좋겠다. 아무리 인간이 오크에 비해 약하다고 해도 5천 명이면 못 이기지 않겠어? 아냐... 불안해. 우드록 3부자랑 그락카르 놈이 너무 괴물이야. 그래. 쓰는 김에 팍팍 써서 1만 명쯤 있으면 좋겠다. 그 놈들이 아무리 괴물이라도 1만 명을 상대할 순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여기는... 잠에서 깸과 동시에 그락카르 죽으라고 저주만 해서 아직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그리고 살핀 결과 여긴 병실이다. 그것도 1인실. 그래. 피를 그렇게 흘렸는데 당연히 병원에 실려 왔겠지.

머리를 만져보니 붕대가 감겨 있었고 왼손은 깁스를 하고 있었다. 머리랑 왼 팔뚝에 쇠몽둥이 몇 대 맞았으니까. 깁스를 보니 좀 불안하다. 혹시 부러진 건가? 그러면 운전을 못하는데? 운전을 못하면 일을 못 나가고, 일을 못 나가면 잘릴 위험이... 에이. 설마 자기 지키며 싸웠는데 자르겠어?

어?! 잠깐... 갑자기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다. 급히 병실을 살폈다. 상당히 좋아 보인다.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1인실이 아니라 내 오피스텔만한 제법 넓은 1인실이다. 즉... 더럽게 비싸 보인다.

여기 보험은 돼? 설마 나 기절한 사이에 보험 안 되는 완전 비싼 병실에 박아둔 거 아냐? 그리고 나 기절한 지 며칠이나 지났지? 혹시 막 한 달 지나있고 그런 거 아냐? 아냐. 그건 아닐 거야. 그랬으면 그락카르도 한 달 동안 봤겠지. 이번엔 한 3일 봤나? 그럼 나도 입원한지 3일 정도 됐겠지.

당장 간호사 불러서 병실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빌자. 제발 보험이 되길... 보험이 안 되면 입원비 50만원 이하이길...

인터넷에서 보면 비싼 1인실은 하루에 100만원 넘어간다고 하던데 설마 여기가 그런데는 아니겠지? 그러면 운다. 정말.

끼익.

간호사를 부르기 위해 간호사 호출버튼을 찾던 중 누군가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 일어나셨군요. 한상씨.”

“누구...신지.”

“전 간병인 이천호라고 합니다.”

“간병인....”

크흑. 간병인까지 썼어? 간병인은 분명 환자가 고용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럼 간병인 고용비까지 나갈 거 아냐. 된장. 도대체 돈이 얼마나 깨지는 거야.

“이거 빨리 고영찬씨께 연락드려야겠네요.”

고영찬?

“고 상무님께요?”

“상무님이신가요? 높은 분이시네. 그분이 저 고용하면서 환자분 일어나시면 연락 달라고 하셨거든요.”

오. 아주 아주 중요한 말을 들었다. 저 간병인은 고 상무가 고용한 거구나. 그래. 자기 지키겠다고 싸웠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그럼 여기 병실비 같은 것도 고 상무가 내주겠지?

.....

.......

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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