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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더 오크-1화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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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정신이 없다. 뿌연 시야가 지진이라도 난 듯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고 귀에는 정신 사납게 만드는 이명이 꽂힌다. 여긴 어디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크우..와와..와..

와아..아아..아..

멀리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귀에 꽂히는 이명 때문에 희미하게 들린다. 뭔가 고함소리 같은데... 내가 이런 고함소리 들릴만한 곳에 있었던가? 손을 올려 머리를 감쌌다. 머리를 꽉 잡으면 흔들리는 시야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싶어서...

“크윽!”

갑자기 오른 머리 쪽에서 고통이 엄습했다. 정신이 없어 느끼지 못하고 있던 아픔이 내가 머리의 통증이 손을 올려 만짐으로써 깨어난 것이다. 그래도 고통이 효과가 있었던지 약간은 정신이 맑아지고 주변이 어느 정도 분간이 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분간이 가기 시작한 눈에 비친 광경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과 녹색괴물의 전투. 수백의 인간과 오크가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녹색 괴물은.. 그러니까 저건 오크군.

.... 어라? 내가 저 괴물이 오크란 걸 어떻게 아는 거지? 음... 뭐 알만하니까 알겠지. 여하튼 오크는 제각각의 장비를 하고 있는데 반해 인간들의 장비는 동일한 검과 방패, 갑옷으로 통일성이 있었다. 그러니까 야만적인 오크 전사들과 인간 군인들의 싸움인거군.

그런데... 그런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난 분명 집에서... 어? 뭘 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집에 있긴 했었나? ...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

머리를 부여잡은 손이 질척거린다. 손을 내려 살피니 피가 잔뜩 묻어있다. 뭔가에 의해 머리를 가격당해 정신이 나간 모양인데...

“투석...에 당한 모양이군.”

피 묻은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다. 적의 무기 중 주먹 반만한 돌을 쏘아내는 것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양이군. 눈도 제법 보이고 있고 이명도 점점 줄어들며 주변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래봐야 이명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끄러운 소리들뿐이지만.

조금.. 조금만 쉬자.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실 돌아온다기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기억이 들어차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듯한 느낌이지만... 돌아오고 있는 게 맞겠지. 설마 없는 기억이 생겨나고 있는 거겠어?

“크후.. 그래. 그런 거군.”

내가 여기 있고 공격을 당한 것엔 전부 이유가 있었다. 나도 이곳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당사자였고 적이 기습 때 쏘아낸 투석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것이다. 정확히 내가 기억하는 것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머리에 충격이 느껴지는 순간까지지만 지금 내 상태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면 정확하겠지.

바닥에 떨어져있던 무기를 주워들었다. 기억을 잃어 잠시 잠들어있던 전투본능이 다시 일었다. 그래. 난 전사다. 강한 적을 이겨 영광을 쟁취하는 전사.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처음엔 잠깐 비틀거렸지만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며 전장을 향해 똑바로 걸었다. 걸음이 늘어갈 때마다 조금씩 힘이 더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달렸다. 몸에 힘이 돌아오니 절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크우워어어어어억!”

나는 전사, 적의 머리통을 도끼로 부수는 자랑스러운 오크족의 전사다!

***

“악!”

한상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허억. 허억.”

식은땀을 잔뜩 흘린 한상이 멍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방이다. 수백의 인간과 오크가 싸우는 초원이 아니었다.

“도대체...”

지금도 리얼한 감촉이 두 손바닥에 느껴졌다. 도끼를 잡고 인간의 머리를 쪼개던 그 감촉. 둔탁한 도끼날에 자르기보단 부수듯 반으로 갈라버리던 그 느낌. 꿈속에선 그 느낌에 희열을 느꼈지만 현실의 한상에겐 끔찍할 뿐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아우씨. 뭔 놈의 꿈이 이렇게 리얼해?”

침대 옆 탁상에 있는 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3시 4분. 기상시간인 7시가 되려면 아직 4시간이나 더 있어야 했다.

“.....”

당연히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지만 자신이 느꼈던 그 끔찍한 감촉을 떠올리자 쉽게 잠잘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잠시 고민했지만 한상은 결국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한상의 직업 특성상 중간에 졸리기라도 하면 큰일난다. 그래서 항상 출근 전에 7시간 이상 잠자고 가는 한상이다.

꿈이 너무 이상하긴 하지만 그 때문에 잠을 포기할 순 없었다.

한상은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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