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마이클 미치는 급하게 실려 갔으나, 이미 흘린 피가 너무 많아 이송 도중에 사망했다. 그리고 마이클 미치를 죽인 투는 당장 독방으로 끌려갔다. 투가 다시 돌아올지, 아니면 이감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다.
응우옌은 마이클 미치가 죽자 겁을 먹었는지 당장 밀수를 멈췄고 그래서인지 킹은 응우옌을 딱히 건들지 않았다. 어린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동정심을 발휘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킹은 대마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자 기뻐했다. 킹은 담배를 물고는 즐겁게 말했다.
“역시, 좋은 공기를 마셔야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 거거든.”
담배를 피우면서 아주 지랄이었다. 나는 담배 냄새에 죽어나는 기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이는 낯으로 담배를 피우는 킹에게 물었다.
“근데, 그냥 응우옌을 그만두게 했으면 되잖아.”
킹은 담배를 문 채로 날 보더니, 담배를 입에서 뺐다. 나에게 담배 연기를 뿜을까 봐 긴장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연기를 뱉더니 입을 열었다.
“허니, 날 되게 대단하게 보나 봐.”
교도관 앤디가 사라진 게 누구 탓인지 모두가 알았는데 킹은 모른 척 굴었다. 나는 다른 식으로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그냥 응우옌을 다시 겁주든가 회유를 하면 되지 않아?”
킹이 한 모금 담배를 빨더니 다시 뱉었다. 담배는 싫었지만 참 피우는 모습이 더럽게 섹시하기는 했다. 킹은 새끼손가락 두 마디 정도 남은 담배를 벽에 비벼 끄고 다시 입을 열었다.
“허니, 한 번 말해서 못 알아 처먹는 놈에게 두 번 말해줄 만큼 친절하지 못해. 나는.”
킹은 교도관 앤디를 없애서 이미 한 번, 마이클 미치에게 그만 기어오르라는 경고를 확실하게 했었다. 그렇지만 마이클 미치는 들어먹지 않았지. 도리어, 킹의 영역을 침범했다. 킹은 제 영역을 침범하는 걸 무척 싫어했다. 내게 굴었던 것처럼. 킹은 화가 분명 났지만 여유를 갖고 마이클 미치를 처리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마이클 미치가 대마를 들여오기 전까지는.
마이클 미치는 참 재주 좋게도, 킹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보다 더 싫어하는 것을 킹의 앞에 갖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마이클 미치는 죽었지.
그리고 그건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고하는 경고였다. 한동안은 효력이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마이클 미치처럼 기억력이 짧아 멍청한 짓을 곧 벌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킹은, 여전히 계속 킹이겠지.
나는 담배 냄새가 잔뜩 묻은 킹의 입술을 말없이 받아들였고, 킹은 내 입술에 가볍게 쪽쪽 대더니 턱을 벌리게 해 혀를 깊게 집어넣었다. 담배 냄새 나는 두껍고 따뜻한 살덩이가 내 입 안을 헤집었다.
* * *
벌써 10월이었다. 6월에 입소했으니, 여기 있은 지 대강 4개월이 된 것이다. 마이클 미치가 죽은 지 두 달이 되었나, 석 달이 되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튼, 그 이후로 투는 독방에 오래 갇혀 있다가 이감되지 않고 돌아왔고 킹의 총애를 받았다. 물론 킹에게 최대 관심을 받는 건 나였다.
킹은 오늘도 정보 처리실에 딸린 작은 방에 커튼을 꼭꼭 치고 내게 달려들었다. 킹과 붙어먹은 지도 대강 3, 4개월이 되었고 이것도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나는 눈을 감고 내 입 안으로 들어오는 킹의 혀를 느꼈다. 골초였던 킹이 웬일인지 전보다 피우던 담배의 양이 줄어, 킹은 담배를 미친 듯이 피웠던 것 대신 박하사탕을 빨아댔다.
곧 서른을 바라보니, 슬슬 건강을 생각하는 건가 싶었지만 사탕도 딱히 건강에 좋지는 않을 텐데. 하여튼, 그래서 혀에는 담배보다 단 사탕 맛이 났다.
단 박하 향. 킹의 몸 껍데기에서도, 입 안에서도 민트 향이 났다. 킹은 마치 박하에 절여진 사람 같았다. 난 담배 냄새는 싫었고 민트 냄새는 좋아했으니 괜찮았다. 나는 혀를 깊게 킹의 입 안으로 박아 넣었다.
“음, 흐.”
내가 코로 신음을 흘리자, 킹이 내 얼굴을 더욱 단단하게 붙잡더니 제 높이에 맞춰 내 얼굴을 위로 끌어올렸다. 그 탓에 책상에 앉아 있던 나는 일어서서 킹의 키스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키스를 했던 사람들은 나보다 키가 작아 내가 고개를 숙이곤 했었는데 킹은 키가 너무 커서 나는 허리와 목을 위를 향해 꺾어야만 했다. 해를 쫓는 해바라기처럼.
그럼 킹이 태양인가? 킹은 태양은 아니었지만, 선 키스드 보이Sun Kissed Boy로는 적합했다. 물론 생김새만. 나는 킹의 구불거리는 머리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킹을 내 눈높이에 맞춰 아래로 밀었고, 킹은 순순히 밀려왔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킹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고 킹이 날 뒤로 밀었다. 등에 딱딱한 나무 책상이 닿았다. 킹은 책상에 팔을 대고 날 내려다보았다.
“허니는 날이 갈수록, 하아, 귀여워지네.”
킹이 내 코끝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킹의 희롱에도 이제 무척 익숙해져 나는 대답하지 않고 앙탈 부리듯 킹의 목에 팔을 감았고 킹은 가볍게 웃으며 내게 다시 입술을 내렸다. 다시 혀와 혀가 뒤섞이는 젖은 소리가 안을 울렸다. 자세를 편하게 고치려고 무릎을 조금 올리는데 불룩하게 부풀어 오는 킹의 바지춤에 닿아 킹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윽! 발정 난 거야?”
딱히 그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내 얼굴 옆에 기둥처럼 단단하게 세워진 킹의 팔에 입을 가볍게 맞춘 후 어두운 피부를 핥았다. 킹의 피부는 두껍고 건강했기에 핥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킹의 피부에 발린 페퍼민트 오일 때문인지 혀가 조금 아렸다. 그리고 킹이 점프 슈트 지퍼를 내리더니 그 안으로 손을 넣었다.
맨살에 걸쳐 입은 탓에, 지퍼를 내리자 바로 내 맨몸이 노출되었다. 킹은 찢을 듯 옷을 벌리고, 내 팔에서 옷을 벗겨내더니 바로 내 가슴으로 입술을 내렸다. 근육이 없는 편은 아니라, 가슴이 그냥 납작한 건 아니었는데 여성의 유방만큼 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킹은 그 얼마 없는 근육에 집착하며 문지르고 모아 주물러 댔다. 손으로 가슴을 끌어모으더니 볼록하게 튀어나온 살덩이에 달린 유두를 혀로 간질였다. 그리고 그곳을 입술로 흡입하며 빨았다.
“으, 흐으.”
처음에는 가슴을 빨길래 여자랑 자던 습관 때문인가 싶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빨리고 괴롭혀지다 보니 남자도 유두로 쾌감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굳이 알지 않아도 인생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살짝 시선을 내리자 내 가슴에 딱 붙어 있는 검정 곱슬머리가 보였다. 킹이 슬쩍 눈을 올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가 집중하지 않아 화가 났는지 가슴을 앞니로 깨물었다.
“으아, 아파.”
“허니, 이제 그냥 나를 남창 취급하는 거야?”
킹이 입술을 떼고 내 가슴에 턱을 갖다 댄 채 날 올려다봤다. 킹은 몸을 팔아도 그 분야에서 탑이 되긴 했겠지만 감히 킹을 남창 취급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는 킹을 달래기 위해 손을 내려 킹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킹이 눈을 감고 온순한 강아지처럼 내 손길을 느꼈다.
엄지로 킹의 볼을 쓰다듬다 점차 내려 입술을 문지르자 킹이 엄지 끝을 입술에 묻었다. 축축한 킹의 입 안과, 단단한 치아가 느껴졌다. 다른 이보다 조금 큰, 킹의 앞니를 엄지 끝으로 살살 문지르다가 킹이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엄지를 집어넣었다.
킹은 몸을 일으키더니, 여전히 내 엄지를 빠는 채로 제 볼에 닿아 있는 내 손등을 천천히, 그리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손등의 불거진 뼈 부분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지면 은근한 쾌감이 올라왔다. 그것도 물론 킹과의 섹스에서 알게 되었다. 킹은 머리를 움직이며 내 엄지 곳곳을 빨아댔다. 엄지에는 이렇다 할 성감대가 없었지만, 킹과의 섹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킹 같은 사람에게 성적 봉사를 받는 게 꽤 나쁘지 않았다. 아, 이게 남창 취급인가.
킹의 부푼 바지춤을 비비자 킹이 손가락과 함께 신음을 입 밖으로 뱉어내더니, 거칠게 제 옷을 벗었다. 킹의 몸은, 연보라색 싸구려 천에 감싸져 있기에는 너무 훌륭했다. 나는 발을 올려 킹의 단단하게 갈라진 복근에 갖다 댔다. 그리고 발끝을 세워 킹의 갈라진 근육 골을 따라갔다. 그러자 킹이 내 발목을 덥석 잡더니, 내 다리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아직 옷에 감싸진 제 바지춤과 내 엉덩이 사이를 거칠게 비볐다.
“씹, 하아. 이게, 하아.”
킹이 내 발목 안쪽을 핥으며 거칠게 중얼거렸다. 몇 겹의 천으로 막혀 있는데도 마치 킹의 좆이 내 엉덩이에 비벼지는 것 같았고 마찰열에 엉덩이 사이가 뜨거웠다. 너무 접힌 다리 근육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킹은 지금 잔뜩 흥분해 성이 난 상태였다. 킹이 못 참겠는지, 내 다리를 놓고 제 옷을 급하게 벗었다. 나는 킹의 속도에 맞춰 속옷까지 벗어 던졌고, 마찬가지로 맨몸이 된 킹이 다시 내게 입술을 붙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킹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는데, 그건 킹이 자주 몸에 바르는 페퍼민트 오일이었다. 킹은 날 일으켜 책상에 걸터앉게 하면서도 입술을 떼지 않고 키스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오일을 제 손에 붓더니 양손 가득 골고루 묻혔다. 젖은 손이 비벼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킹은 잔뜩 오일이 묻은 손을 내 등에 올렸다.
“흐으, 너무, 차가워!”
킹의 입술에 붙어있던 내 입술이 떼어지면서 나는 신음을 터트렸다. 페퍼민트 오일은 바르면 몸이 차가워졌는데, 내 피부에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그걸 흥건하게 내 피부에 바르니 얼음장 같은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킹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일에 젖은 손을 엉덩이까지 내렸다. 킹의 손이 닿는 곳마다 궤적을 그리듯 냉기가 흘러, 몸이 떨렸다.
“흐윽, 자기, 그거는, 내 피부에 너무, 윽!”
나는 킹에게 애교를 부리듯 킹의 턱 끝에 입을 맞췄지만 킹은 그걸 엉덩이 사이로 넣었다.
“윽!”
엉덩이가 엄청 단단하고 찬 얼음으로 비벼진 후에, 거기로 아주 찬 바람이 불어지는 것 같았다. 킹은 어느새 구멍 안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을 넣는 것만으로도 자극적인데 거기에 오일이 더해지니 죽을 것 같았다. 마치 구멍에 동상을 입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겁이 나 킹의 목에 팔을 둘러 킹의 몸만 꼭 끌어안았다. 그 탓에 엉덩이가 들려 킹은 더욱 수월하게 손가락을 깊게 집어넣어 구멍 안을 헤집었다.
“으응! 흑!”
해결될 수 없는 자극에 엉덩이만 달싹대자 킹은 다른 손으로 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이렇게 발정 나서야 어떻게 해, 허니.”
나는 화가 나서 킹의 피부를 마구 깨물고 할퀴었지만 킹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킹은 손가락을 한 번에 두 개나 더 넣더니 안을 헤집었다. 나는 킹의 어깨에 입을 박고 침만 흘려 댔다.
“씨, 윽! 아윽! 이, 하윽!”
나는 육성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겨우 눌러 삼키며 구멍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참으려 노력했다. 킹은 손가락을 한참 안에서 움직이다 이제 되었다 싶었는지 손가락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내 몸을 들어 올리고 뒤집어 본인이 책상에 앉더니 날 본인과 마주 보게 제 다리에 앉혔다.
나는 분노를 지우지 못한 눈으로 킹을 노려봤다. 킹은 강아지가 성을 내는 걸 보는 것처럼 그저 귀엽다는 듯 웃었다.
“우리 허니, 뭐가 그렇게 심통 났어. 응?”
개새끼. 킹은 오일이 묻은 손으로 내 볼을 꼬집었다. 볼에도 오일이 묻어 차가웠다. 킹은 그 손을 제 좆을 잡고는 흔들었다. 분명 저 오일이 저렇게 예민한 부위에 묻으면 더 자극적일 텐데, 킹은 너무 아무렇지 않았다. 내 뒷구멍은 차갑다 못해 불에 타는 기분이었다. 짜증 났다.
킹은 내 엉덩이 밑에 손을 넣더니, 날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제 몸과 가까이 붙이고는 제 좆과 내 구멍을 맞췄다. 그러면서 박지는 않고 내 볼에 입을 맞췄다.
“허니, 이대로 넣어도 돼?”
이제껏 제멋대로 굴어 놓고 이제 와서 배려하는 척은. 나는 킹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몸을 내렸다.
“하윽!”
좆이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킹의 것에 오일이 묻어 있는 탓에 겨우 가셨던 자극이 다시 더해져 죽을 것 같았다.
“아아, 안 너무 좋아…….”
킹은 유순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내 허리를 잡아 제 맘대로 들어 올리더니 내리꽂으며 박아 댔다.
“하윽! 윽! 아아!”
손가락으로 닿지 않았던 곳에 킹의 것이 들어와 오일을 묻혔다. 연약한 내벽에는 페퍼민트 오일도, 킹의 좆도 과한 자극 그 자체였다. 나는 죽을 것 같아 우는 소리를 내며 킹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흑, 흐윽, 하아, 으윽.”
“하아, 허니, 울어?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 응?”
킹은 열심히 좆을 내 안쪽에서 맘대로 휘둘러 댔다. 킹은 요 몇 달 동안 나와 섹스를 하며 지나치게 나에게 익숙해졌다. 그래서 킹의 것은 내가 느끼는 부분만 정확하고 집요하게 찔러 눌러 댔다.
“하윽, 흐윽. 응! 흐윽, 씨…….”
진짜 딱 죽을 거 같아 신음을 흘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킹은 키스를 하며 그것도 방해했다. 나는 고개를 마구 돌리며 킹의 입술을 피했지만 킹은 집요하게도 입술을 쫓아왔다. 결국 지친 내가 포기를 하자 킹은 제멋대로 내 입 안을 헤집었다. 제 좆으로 내 구멍을 쑤셔 대는 것처럼.
“하아, 아아, 하아. 귀엽기는.”
“흐윽, 흑! 으응…….”
킹은 한참 내 입 안을 혀로 괴롭히더니 떼어내고는 허리 짓에만 집중했다. 킹이 강하게 박아 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다. 킹과 섹스를 하고 난 후에 킹의 섹스가 얼마나 거칠고 힘든지 잊어, 도발하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 킹의 섹스에서 쾌락을 느끼지 않는 건 분명 아니었다. 근데 너무 과했고 킹은 너무 끈질겼다.
그 쾌감의 조각만 늘 기억에 남아 늘 멍청하게 킹을 유혹하는 짓을 저질렀다. 킹과 섹스를 하고 나면 자위는 시시했다. 그렇지만 난 평범하고 시시한 삶을 살고 싶었고 그게 엄마가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극 그 자체인 것이 지금 내 구멍을 박아 대고 있는데 시시함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니, 사고 자체가 불가능했지.
점차 익숙해져 자극에 조금 둔화되자, 나는 쾌감만을 쫓아 움직였다. 킹을 따라 엉덩이를 흔들었고 킹이 내 몸을 잡고 날 도왔다. 킹과 나는 말없이 서로 쾌감을 쫓아 움직였다. 킹은 지금 자세에선 힘을 제대로 쓰기 힘들었는지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날 책상에 뒤집혀 눕히더니, 내 엉덩이 뒤에 서서 다시 좆을 박아 넣었다.
“흐윽!”
아까까지 담고 있던 것인데, 크기가 너무 커 다시금 구멍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킹은 무시하고 허리를 세차게 움직였다.
쿵!
“하윽!”
킹의 힘에 책상이 움직이는 소리인지, 내 몸 안에 킹이 제 것을 쑤셔 넣는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울음에 가까운 내 신음에도, 오히려 킹은 내 팔을 붙들더니 더 세게 박아 댔다.
쿵!
쿵!
쿵!
“흐윽, 으윽, 아윽! 아응…….”
킹이 연속해서 내 성감대를 때려 박자 좆에서 물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킹과의 섹스에서 나는 구멍으로 느끼는 걸 지나치게 배워버렸고 좆을 만지지 않아도 뒤로 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허니는, 하아, 밑으로도 울고 위로도 울고, 이렇게 눈물이 많으면 어떻게 해. 평생 돌봐 줘야겠네, 응?”
이따위로 사람 돌봐 주면 넌 감옥행이야. 이미 감옥에 있는 놈이었지만. 나는 킹의 말을 무시하고 책상에 양팔을 짚고 몸을 조금 일으켜 엉덩이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킹이 아무리 섹스를 잘한다 해도 독심술은 못 했기에 내가 움직이는 게 쾌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흐읏! 아윽! 윽!”
킹도 내 움직임에 맞춰 움직여,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 정액으로 적시고 말았다. 힘이 빠져 책상에 볼을 대고 누워 거친 숨만 쏟아내는데 킹은 아직 단단한 물건을 내 안에 담고 있었다. 나는 오르가슴 후에 연속적으로 느껴지는 쾌감에 괴로워하며 도리질을 쳤고 내 손등 뼈가 하얗게 불거질 때 즈음, 킹이 내 안에서 사정했다.
“하아, 허니. 우유 맛있어? 응?”
나는 힘없는 팔로 개소리를 하는 킹의 목을 낚아채 입술을 박아 입을 막았다. 킹이 내 입술을 쪽쪽 빨아대면서 은근슬쩍 좆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킹은 휴지를 가져다가 내 다리 사이를 닦아 냈다. 나는 그냥 책상에 엎드려 누워 그 손길을 잠자코 받았고 대강 축축한 게 사라지자 옷을 집어 입었다. 킹은 나보다 먼저 옷을 다 입더니 내 턱을 잡고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우리 허니는 나날이 귀여워져서 어쩌지.”
섹스를 한 직후라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킹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내 뺨, 이마, 턱에 차례로 입을 맞추더니 의자에 앉아 내가 옷을 입는 걸 지켜보았다. 나는 멀리 날아간 옷을 줍기 위해 일어났고 킹은 날 따라 의자를 돌려 내가 지퍼를 잠그는 것까지 다 본 후에야 노트북을 켰다. 나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의자를 그 옆으로 끌어온 후 앉아서 책을 펼쳤다. 책은 외국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흥미가 갔다기보다 가장 길어서 읽을거리가 많았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킹은 평소처럼 숫자가 가득한 페이지를 켰다. 그러고는 섹스할 때 변태처럼 굴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킹은 내가 지켜보는 걸 알고 눈을 찡긋댔다.
“왜, 너무 잘생겼어?”
잘생긴 건 맞긴 해서 대강 고개를 끄덕이자 킹이 귀엽다며 내 볼에 다시 입을 맞추고 앞니로 살짝 내 입술을 씹었다. 킹이 지금 하는 취미 생활은 취미 생활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 오갔다. 그렇지만 킹은 진짜 재밌어하는 것 같았고 그렇다면 취미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책을 읽다 말고 화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도 담배 팔 때처럼 제멋대로 손님 받아?”
킹은 화면에 눈을 떼지 않고 답했다.
“음, 누구 돈인지 알기 어려워. 상대도 날 모르고. 물론 알아내려면 알아낼 수 있어서, 의뢰를 받고 난 후에 알아내지.”
“그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비싸게 받아?”
턱을 괴고 킹을 따라 화면을 바라봤다.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련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최근에 생긴 것이라 오래된 책만 가득한 도서관에는 관련 자료가 없었다.
“허니는 날 아주 망나니로 아는구나?”
킹이 날 바라보며 물었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킹은 한참 어린아이한테 하듯 내 머리를 헝클었다.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맡기는 건데, 나도 취미를 계속하려면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겠어? 난 제법 훌륭한 사업자고, 그 사람들은 모두 날 무척이나 믿지.”
“어쨌든 장난을 치려면 칠 수 있다는 거네.”
킹은 그렇다는 뜻인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킹은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들고 온 책은 제법 두꺼웠지만, 어린이용 책이라 활자가 커 금방 읽어버렸다. 나는 턱을 괴고 킹이 일하는 걸 지켜보다가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잠이 들고 말았다. 뺨을 간질이는 감각에 깨어나고 나서야 내가 잠들었다는 걸 알아챘다. 실눈을 뜨자 킹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내 볼을 손끝으로 가볍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킹은 내가 일어난 걸 알아챘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아기 같아.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먹고 자는 것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밖에도 나가고 책도 읽고……. 주로 하는 게 먹고 자는 거긴 하지만 원래 인간이라면 하는 거였다. 킹은 내 턱선을 검지로 따라 올라갔다.
“살을 좀 찌우면, 진짜 아가인 줄 알고 보육원에 보낼지도 몰라. 그치?”
키가 184cm인 아가도 있던가. 나는 킹이 데리고 다니는 투와 제이제이보다 조금 크거나 엇비슷했다. 킹은 저러다 날 입양까지 하려 들 기세였다.
“살찐 것도 귀엽긴 하겠지만, 허니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안 되겠다. 지금도 너무 어려 보여서 박을 때마다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나는 딱 나이대같이 생긴 외모였고 동안인 건 오히려 킹이었다. 그리고 죄책감이 느껴지는 놈이 그렇게 행동할 리 없었다. 갑자기 양심적인 척이다.
“우리 아가. 그래도 스물은 넘게 먹고 아주 장해.”
킹이 내 광대를 검지로 살짝살짝 긁으며 말했다. 킹은 날 아주 마냥 어리고 귀여운 애 취급하고 있었다. 뭐, 조금 자존심이 상해도 킹이 날 그렇게 얕보는 건 내게 이로운 일이었다.
* * *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팠다. 심지어 엎드려서 잔 탓인지 목이 뻐근하기도 했다. 나는 소파에 앉아 킹의 일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는 걸 기다렸다. 킹은 일할 때만은 아주 진지해서 담배를 파는 일이 킹에게 얼마나 하찮은 장난 거리에 불과한지 알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킹은 그 소리에 화면에서 눈을 떼고 허공에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일을 하려 했다. 그렇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날 보고는 노트북을 덮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니, 가자.”
킹은 안기라는 듯 한쪽 팔을 벌렸고 나는 익숙하게 킹의 옆에 서서 킹에게 몸을 맡겼다.
식당은 늘 그랬던 것처럼 분주했고 킹은 늘 그랬던 것처럼 제일 앞에 가 섰다. 그리고 내게 먼저 식판을 내밀었고 나는 먼저 서서 배식을 받았다. 오늘은 이것저것 건더기가 들어간 죽과 프루트칵테일이었다. 나는 탁자에 가 앉아 파인애플을 먼저 집어먹었다. 맛있긴 했지만 설탕물에 절여져 과하게 달았다.
“맛있는 생과일 먹고 싶어.”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킹은 죽을 한 입 떠먹어 삼키고 물을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뭐 먹고 싶은데?”
“음, 생파인애플이랑, 말랑한 복숭아랑 단 멜론이랑 귤이랑…….”
먹고 싶은 걸 생각하니 끝도 없었다. 나는 이 세상 과일을 다 나열하며 말했고 킹은 작게 웃고는 잘생긴 얼굴로 말했다.
“안에 잔뜩 싸지른 게 벌써 몇 개월이니 임신할 때가 되긴 했지?”
얼굴이 아까웠다.
* * *
한 번 생각하니 물꼬 튼 것처럼 나는 끊임없이 과일 생각을 했다. 홍징은 과일이 싸고 유독 맛있었는데 여기 안까지 나눠줄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가끔 과일이 나올 때는 있었다. 그렇지만 물맛이 많이 나 밍밍했고 대체로 흡족하지 않았다. 팔지 못하는 과일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유독 먹고 싶은 멜론과 파인애플은 손질이 귀찮아 대량으로 음식을 배급하는 이런 곳에 알맞지 않았다. 나는 급한 대로 매점에 가 과일 맛이 나는 온갖 제품, 주스와 젤리, 과자 따위를 사 와 먹었지만 그래도 생과일 그대로의 과즙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파인애플 주스를 두 캔째 마시자 킹은 내 배를 문지르며 또 헛소리를 했다. 나는 무시했고 킹도 이제 재미없는지 말린 망고 봉지를 까 주었다. 물론 말린 망고는 생망고처럼 만족스러운 맛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먹고 싶어?”
킹은 내 말린 망고를 하나 입에 물고 질겅대며 물었다. 몇 없는 거였는데! 그래도 교도소 안에서 파는 것이었으니 킹이 사줄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먹고 싶어. 자기.”
나는 술과 담배도 들여오는 킹을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래도 몸 정이라는 게 있다면 사과 한 알이라도 들여오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설탕이 묻은 손을 킹이 내게 내밀었고 나는 냅다 물어, 그게 과일이라는 듯 맛있게 빨고 핥았다. 이렇게 봉사하는데, 양심이 있으면 줘야지! 그렇지만 킹에게 양심이 있을까?
“우리 허니, 과일 먹고 살찌면 보육원에서 데려갈 텐데. 어쩌지?”
킹이 제 손가락을 빠는 내 혀를 좋다는 듯 느끼면서 헛소리를 했다. 나는 손톱과 살 사이를 혀로 문지르고 말했다.
“나 살찌면, 자기는 싫어?”
킹은 마저 빨라는 듯 손가락을 내 입에 넣었고 나는 말없이 계속 빨고 핥았다.
“허니는 살이 쪄도 귀엽겠지. 그래도 잘 숨기고 다니면, 못 데려갈 거야. 그치?”
나는 킹의 손가락을 문 채 고개를 끄덕거렸고 킹은 엄지를 내밀어 손가락 끝으로 내 뺨을 살살 긁었다.
“우리 허니 먹여 살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네.”
과일 그거 얼마나 한다고, 엄청 유세였다. 그렇지만, 여기선 유세가 맞았으니까 나는 킹의 바지춤으로 손을 옮겼고 킹은 내 머리에 손을 넣어 헤집었다.
킹의 ‘바나나’를 한참 물고 빨고 나서야 나는 킹에게서 풀려 날 수 있었다. 킹의 것은 너무 커서 턱이 아팠다. 말린 과일과 젤리가 몇 봉지 더 있었지만 씹어 먹기엔 턱 상태가 안 좋았다. 킹은 후희를 즐기며 기분 좋게 풀린 얼굴로 내 아래턱 뼈를 검지로 따라 훑었다. 간지러웠다.
“허니네 엄마는 임신했을 때 과일을 많이 먹었대? 그래서 과일을 좋아하나?”
엄마는 날 임신했을 때, 살아서도 화나게 하고, 죽고 나서도 빡치게 했던 아빠 때문에 술을 먹고 싶어 했다. 그래도 술은 먹을 수 없으니 무알코올 칵테일이나 술안주로 먹는 음식만 엄청 먹어 댔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태어날 아이가 좀 걱정됐는데 내가 멀쩡히 태어나서 다행이라고도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고 킹은 손가락으로 내 목을 훑었다.
“그때, 사과를 안 드셔서, 여기가 이렇게 매끈한가?”
킹이 목젖이 두드러지지 않은 내 목을 간질였다. 내 목은 엄마를 닮았고 엄마가 사과를 매일 먹었다 치더라도, 목젖은 납작했을 것이다. 킹은 손가락을 쇄골로 내려, 뼈 때문에 도드라진 부분을 쓰다듬었다.
“내 엄마는 대마를 밥 먹듯, 피워 댔다는데, 그래도 난 잘생기게 태어났지 뭐야. 하마터면 미남 아들 낳는 비법으로 알려져서, 임산부들이 다 같이 대마를 피웠을지 몰라.”
킹은 잘생기긴 했는데 멀쩡하지는 않았다. 그 비법이 알려진다고 해도 다들 따라 하진 않을 게 분명했다.
“아빠는?”
나는 쇄골 옴폭한 부분을 문지르는 킹의 손가락을 느끼며 입술을 움직였다. 킹은 손가락을 반대 쇄골로 옮기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사기꾼. 내 엄마가 젊을 적 유독 예뻤는데 유명해지게 만들어주겠다고 해놓고, 괴롭히고 도망친 놈이었다지? 아마.”
“그럼, 새엄마는?”
나는 내 가슴으로 내려가는 킹의 손가락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완다 미나콤의 이야기를 내 입 밖으로 꺼내 묻게 되다니. 들려오는 뉴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는 이야기들이 있을 뿐, 그런 거물에게 일부러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 뉴스들이 과하게 많아, 과하게 알고 있기는 했지만.
‘새엄마’라는 단어에 킹이 손가락을 멈추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웃긴지 웃느라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꾹꾹 눌렀다.
“새엄마? 하하, 허니. 완다가 그 말을 들었으면 불같이 화를 냈을 거야. 완다는 호적만 빌려주는 거지, 본인은 절대 아이가 없는 거고 넌 내 아들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어.”
킹은 아직도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간헐적으로 킹의 입술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킹의 손가락이 지퍼를 내리고 가슴 밑을 간질이는 걸 느꼈는데, 킹이 불쑥 입을 열었다.
“완다는 내 엄마의 처녀적 애인이야. 내가 엄마보다 아빠를 닮았다고, 완다는 날 싫어하지. 그렇지만 종종 나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고 완전히 날 내치지는 못하고 제 것을 나눠주고 날 가르치고 기른, 아둔한 사람이야.”
완다 미나콤을 ‘아둔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는 홍징, 아니, 전 세계에서 킹뿐일 것이다. 킹의 손가락은 이제 내 속옷 바로 위, 복부에서 놀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는 아빠를 더 닮았어?”
“전혀. 내 엄마는 키가 허니랑 비슷했지. 내 키도 엄마한테 물려받은 거야. 사진만 봐도 난 엄마 판박이인걸. 엄마가 날 데리고 다닐 때면 내가 길을 잃어도 금방 부모를 찾을 수 있겠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엄마가 대마를 피워 댔고, 그 대마 냄새를 끔찍이 싫어했다는 킹의 말에, 킹과 엄마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또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허니는 엄마를 좋아해?”
킹은 내 속옷 밴드에 손가락을 슬금슬금 넣으며 입으로는 다른 얘기를 했다. 나는 이런 짓을 하며 엄마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몸을 조금 뒤로 물리자 킹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응. 엄마는 날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늘 내게 최선이려고 했으니까……. 자기는?”
킹은 손가락을 이번에는 내 무릎에 올려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그러고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몸에서 늘 풍기는 대마 냄새는 끔찍이도 싫었고 늘 무기력에 젖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정을 갖고 있는 거겠지? 그렇지만, 죽은 이에게 굳이 큰 감정을 품어 봤자 뭐 하겠어? 내 엄마한테 열렬한 사람은 완다면 충분해.”
* * *
킹과 나는 그날 섹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킹은 하루 종일 날 만지작거리며 괴롭혔다. 내가 과일이었다면 멍이 나고 다 물러져 못 먹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이고, 멀쩡하게 킹에게 안겨 과일 맛이 나는 젤리를 질겅댔다.
생과즙이 들어갔다는 젤리는, 과즙 함유량을 보면 1%도 되지 않아 내가 더 과일에 가까울 것 같았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킹의 가슴에 등을 댄 채로 킹에게 안겨 침대에 앉아 계속 젤리를 먹자 킹이 내 턱을 잡고 제 쪽으로 돌려 꺾었다. 킹의 얼굴이 보였다. 킹은 웃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웃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돌려진 목 근육이 아팠기 때문에.
“자기, 나 아파.”
고통을 호소해도, 킹은 오히려 내 머리를 당겼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내 입술을 핥았다. 입술이 잔뜩 축축해졌다.
“젤리 먹다가 입술도 젤리가 된 거야? 입술이 엄청 달아.”
킹은 내가 젤리를 씹어 먹던 것처럼 내 입술을 씹고 핥았다. 송곳니에 내 입술 안쪽이 스쳤고 앞니로 내 아랫입술을 씹어 댔다. 내 입술이 젤리면 벌써 찢겨 나갔을 정도의 힘이었다.
“아! 아프단 말이야.”
“미안해. 너무 달아서 젤리인 줄 알았지 뭐야.”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전혀 안 미안한 표정인 킹은 송곳니로 물던 입술을 그제야 놓아주었다. 입술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상처가 났나? 그렇지만 거울이 없어 잘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더 젤리나 먹고 싶은데, 아직 킹은 내 얼굴을 놓아주지 않았다.
“놔줘,”
“싫어.”
킹은 다시 제 입을 내 입술에 갖다 붙이더니, 내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혀 가운데 옴폭한 부분을 킹의 혀가 문질러 올라갔다. 내 목젖에 닿을 듯 목구멍에 가까워진 혀가 내 입천장 울퉁불퉁한 부분을 문질렀다. 더 깊어졌으면 깊어졌지, 킹은 키스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목이 아팠기에 그냥 내가 몸을 돌렸다. 킹은 집요해서 한참은 입술을 갖고 놀게 해야만 날 놔줄 것이다.
젤리 봉지를 놓고 킹의 얼굴에 손을 올려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그러자 코가 맞물려 입술이 더욱 깊게 붙었고 킹이 숨처럼, 웃음을 약하게 내 입 안으로 담아 넣었다. 입 안이 살짝 간지러웠다. 킹이 내 입술을 제 입술로 덮어 물더니 내 치아를 혀로 훑었다. 치아에 아직 붙어 있던 젤리 조각이 킹의 혀 때문에 떨어졌다. 킹과 한참 입술을 물고 빨자 입 안에선 젤리의 단맛이 사라졌고, 페퍼민트 냄새가 단 인공 과일 향을 덮었다.
나는 킹의 말캉하고 연약한 입 안의 옆 벽을 문질렀다. 그러나 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제 혀로 내 혀를 끌어다 제 혀에 갖다 대게 했다. 나는 킹이 원하는 대로 킹의 혀를 괴롭혀줬다. 킹의 혀 아래를 문지르고 미뢰가 가득한 킹의 혓바닥과 내 혓바닥을 비볐다. 내 혀에 닿은 킹의 혀에선 아무 맛이 나지 않아 신기하다는 허튼 생각을 할 때쯤, 킹이 혀를 빼더니 입술에 가볍게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난 과일 대신 허니만 먹으면 될 거 같아.”
그렇지만 난 과일을 꼭 먹어야 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이제는 내 볼을 핥아 올리는 킹의 행동을 내버려 두었다. 킹이 과일을 먹든, 날 먹든, 내 것만 제대로 가져다주면 됐다.
그날, 킹은 하루 종일 내 몸과 제 몸이 한 몸인 것처럼 날 끌어안고 있었다. 제 침대에 날 안고 잠까지 같이 잘 기세라, 점호가 끝난 후 내 침대로 홀랑 도망가 누워 잔 덕에 좁은 침대에서 혼자 잘 수 있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은 후(오늘은 국에 밥이 들어간 음식이었는데, 국은 밍밍하고 하얬고, 밥은 설익어 대체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익힌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보 처리실로 향했다. 나는 킹 덕분인지 때문인지, 일을 하지 않았기에 늘 책을 들고 가야 했다. 처음엔 한 권으로 충분했지만, 점차 읽는 속도가 붙어 여러 권을 가져가야만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읽는 여덟 권짜리의 오래된 서양 판타지 소설 중 3권과 4권을 챙겼다. 그 서양 판타지 책은 드래곤과 엘프, 몬스터들이 나오는 점 말고 다른 양산형 판타지 소설과 다를 게 없는, 길기만 한 시리즈였다. 어느 출판사가 돈이 넘쳐 나 이딴 걸 출판했을까.
그래도 찍어내니 나 같은 애가 읽고 있기는 하네. 책에 등장하는 모든 드래곤이 기후 변화 때문에 죽는 걸로 1권이 끝났는데 그 난장판을 어떻게 해결할지 좀 궁금하기는 했다. 하여튼, 옆구리에 그 책 두 권을 끼고 걷는데 킹이 내 옆구리에서 책을 빼앗아 가버렸다.
“내가 들 수 있어.”
킹의 손에서 다시 책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천장에 바로 닿게 책을 올리고 몸으로 막아 가져올 수가 없었다. 마약이나 팔지 말고 스포츠를 했어도 대성했을 텐데. 참 쓸데없이 신체 능력을 낭비했다.
“허니, 손목 상해.”
손목 굵기만 따지자면 킹이나 나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킹은 고집이 무척 강했고 킹이랑 실랑이를 벌일 바에는 킹에게 책을 맡기는 게 나았다. 킹은 나에게서 빼앗은 책을 대강 훑어보면서 말했다.
“아가라서 이런 옛날얘기가 좋아?”
“그게 긴 것 중에 제일 읽을 만해 보였어.”
드래곤이 갑작스러운 추위로 죽었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도서관에 다른 긴 책도 있기는 했는데, 난쟁이가 혁명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혁명엔 흥미가 가긴 했지만, 키가 1m인 난쟁이냐, 키가 5m인 드래곤이냐 하면 5m 쪽이 나았다.
킹이 다시 책을 덮었다. 다행이었다. 2권에 드래곤이 3일 만에 부활해 늑대 인간이 되는 내용이 나왔을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내가 읽는 걸 들키면 좀 창피하지 않은가. 킹은 내가 허튼 내용의 책을 생각하는 걸 모르고, 내게 눈을 찡긋대며 내 코끝을 검지와 중지 사이로 꼬집었다.
“이러다가 다독상도 받겠네, 응?”
다독상을 받은 적이 있기는 했다. 초등학생 때 두 번, 중고등학생 때 한 번. 그렇지만 그냥 종이 상장만 주고 별 이점은 없었다. 그리고 만약 그 다독상에 내가 읽은 책 리스트가 올라간다면 아예 안 받는 게 좋았다.
“그걸 누가 주는데?”
킹이 뭐, 하늘이 파랗고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하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 말고 여기서 허니한테 뭘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없었다.
* * *
정보 처리실 안, 작은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킹이 커튼을 쳤다. 그리고 책상에 내 책 두 권을 올려 두고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나를 불렀다.
“여기 앉아 봐.”
킹은 제 무릎을 가리켰지만 킹과 내 무게를 모두 견디기엔 의자는 너무 연약해 보였다. 그래서 그냥 책상에 앉아 신발을 벗고 킹의 무릎 위로 발을 올려 뒀다. 그러자 킹은 “어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엉덩이나 발이나. 킹이 내 발등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훑고는 책상 아래로 손을 뻗어 종이 가방 하나를 꺼냈다.
“그게 뭐야, 자기?”
아무런 로고가 없는 종이 가방의 정체가 궁금한 동시에 기대되어 묻자 킹이 입술 끝을 올려 웃었다.
“궁금해?”
“응.”
“볼에 뽀뽀해 봐.”
섹스도 했는데 볼에 뽀뽀야. 어렵지 않게 쪽!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과하게 뽀뽀를 하자 킹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아, 허니. 재미있게 해봐,”
뽀뽀를 뭐 어떻게 재미있게 하라는 말인가. 킹의 얼굴을 양손으로 덥석 잡고 왼쪽 볼과 오른쪽 볼에 연달아 쪽, 쪽 입을 맞추자 킹은 입술을 삐죽댔다.
“뭐, 오늘은 봐줄게.”
“그래서 뭔데?”
조르며 묻는 내 말에 킹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종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로 올려 내 옆에 두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일회용 통에 담긴 손질된 파인애플과 멜론이었다. 재밌는 뽀뽀가 뭔지 오늘부터 연구할 마음이 들었다. 티 나게 기뻐하자 킹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좋아, 이게 좋아?”
네가 가져온 그거. 내가 곧 먹을 그거. 그렇지만 입은 내 뇌보다 더 요망했다.
“당연히 자기지!”
킹은 딱히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고분고분하게 구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먹으라는 듯 턱으로 과일을 가리켰다. 종이 가방을 털어봤지만 킹이 꺼낸 과일뿐이었다.
“포크는 없어?”
“손이 있잖아.”
그건 그렇지……. 파인애플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들어 올려 촉촉하게 드러난 과육을 맨손으로 집었다. 치아에 파인애플 과육이 닿아 입 안으로 생과즙이 들어오자 정말, 근 1년 중 가장 황홀했다. 어금니로 씹어 먹는데, 파인애플을 들고 있는 손 아래로 즙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슬쩍 쳐다보고 대강 혀로 훑어 닦았는데 킹이 팔을 빼앗아 가더니 내가 핥은 부분을 똑같이 핥았다.
“음, 맛있네.”
킹은 과즙 한 방울도 먹은 것 같지 않았는데 그렇게 중얼댔다. 그러고는 내 손으로 혀를 올려 손금 사이를 파고든 과즙을 핥았다. 파인애플을 한 입 더 먹으려고 손을 움직이자 킹의 얼굴도 따라왔고, 내가 파인애플을 물 때는 킹의 코가 맞닿을 정도였다.
그리고 킹은 내가 파인애플을 어금니로 씹기 전에 입술을 내 입으로 옮겨 붙였다. 파인애플은 킹과 내 혀에 눌려 즙을 쏟아냈고 조금 남은 과육을 씹기도 전에 킹이 제 입으로 빼앗아 가 우물댔다.
“잘 골라왔네.”
하여튼 한 번도 날 가만 놔두는 일이 없었다.
* * *
나는 점심도 패스하고 파인애플과 멜론을 미친 듯이 먹어 댔다. 바깥이면 이렇게 많이 먹어 대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여기는 냉장고도 없었고 나는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을 못 먹은 지 대강 반년은 되었으니 미칠 만했다.
킹은 책상에 앉아 플라스틱 통에 고여 있는 파인애플 과즙을 마시는 내 허벅지 안쪽을 음흉하게 문지르며 노트북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 숫자가 가득 떠 있는 페이지에서 평소처럼 돈을 갖고 놀더니, 굳은 목소리를 흘렸다.
“씨발.”
무슨 일인가 싶어 노트북을 바라보자 그곳엔 기사가 떠 있었다.
[골든 디거의 총수 휴 사토, 탈세 혐의로 구속]
골든 디거는 카지노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호텔 회사로,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마코토 사토가 돈을 잔뜩 끌어다 홍징에 호텔을 세운 것이 그 시작이었다. 카지노는 홍징에서 합법이었지만 그 안에서 행해지는 온갖 일들은 모두 불법이었다.
골든 디거는 다양(大洋)이 본거지였지만, 최근 하이투로 사업을 진출하려 하다 그 과정에서 다위와 예리한 마찰을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는데, 킹과 정말 사이가 안 좋은 듯했다.
휴 사토는 킹과 달리 과시욕이 있어 제 얼굴을 여기저기 알리고 다녔고, 준 셀럽과 다름없었는데 그러기 전에 회사 이름부터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들었다. 골든 디거라니. 투숙하기엔 너무 천박한 이름이다.
하여튼, 그 휴 사토가 킹과 같은 죄목으로 구속된 것이었다. 킹처럼 누명일지(무고한 이는 절대 아니지만.) 아니면 진짜 탈세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싫은 놈이 구속되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내 허벅지를 잡는 힘이 점차 강해져 그 손 위에 손을 올려 두자 킹이 그제야 힘을 풀었다.
“아, 미안해, 허니.”
“휴 사토면 자기 라이벌 아니야?”
킹의 손등을 살살 문지르며 물었는데 킹이 다시 내 허벅지를 강하게 쥐더니 코웃음을 터트렸다.
“라이벌? 내가 저딴 새끼랑?”
뭐, 휴 사토는 온갖 명품을 휘감고 잡지에 실렸지만 죄수복을 입은 킹보다는 못생기긴 했다.
“자기 발끝에도 못 미치는 저 새끼가 구속되면 좋은 거 아냐?”
엎드려 절하듯 킹을 달래자 킹은 그것 갖고도 기분이 나아졌는지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리고 킹은 사과하듯 내 허벅지를 손바닥 전체로 문지르며 말했다.
“저 새끼가 어느 교도소 갈 거 같아?”
“모르지, 아직 구속인데.”
“아니, 저 새끼는 분명 여기에 와. 분명히.”
이름이 킹이더니 본인이 정말 판사 위에 있는 왕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킹 말대로 된다면, 상당히 피곤해지겠지만 킹이 피곤해지는 건 나에게 나쁜 얘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