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 리 2-Chapter. 1 (7/21)

로터스 리 2

로터스 리

2

파인애플덤플링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1

도서관에서 찾은 책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 보려는데, 평소에는 닫혀 있던 쇠창살 문이 열리더니 의료진으로 보이는 사람 몇과 환자수송용 바퀴 달린 침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한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재소자 하나를 실었다. 재소자는 입에 거품을 문 채 신음 소리를 잔뜩 흘리고 있었고 의료진들은 급하게 그를 싣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 꼴을 보고 있던 교도관들은 그 재소자의 방에 들어가 플라스틱병을 하나 들고 나왔다. 그건 손 소독제였다. 저기에도 물론 알코올이 있기는 했지만 절대 음용 목적이 아닌 건 자명했다. 저 미친 인간이 결국 그걸 들이마신 모양이었다.

술도 담배도, 마약도 관심 없는 내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술과 담배, 마약을 하는 것도 몸을 망치는 행위인데 그걸 못한다고, 죽을지도 모르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가 있을까. 그 재소자가 돌아온 뒤, 그 재소자에게서 기분을 캐물은 자들은 잠시 정신이 나가고 어질했다는 후기에 다른 알코올이 있는 약품을 마셨다가 또다시 병원 신세를 졌고, 어떤 이들은 찻잎을, 나뭇잎을 말려 말아 피웠다. 그렇지만 모두 그들에게 그렇다 할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그러기를 몇 주, 점차 몇 재소자들이 차분해져 갔는데 그건 교도소에서 실시한 금연 프로그램 따위 때문이 아니었고, 교도소에서 준 몇 알 안 되는 알약 때문도 아니었다. 그 미친 짓 속에서 그들을 만족시킬 다른 구멍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것은 킹의 심기를 매우 거스를 일이었기에 무척 은밀했어야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만족감에 신이 난 그들은 금세 들통나는 수밖에 없었다. 불이 난 집에서 새어 나오는 유독 가스처럼 퍼져 금방 킹의 코 밑으로도 흘러 들어갔다.

킹은 담배를 아주 제한적으로 팔았다. 그렇지만 킹이 팔지 않았던 물건들이 교도소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양은 킹이 풀었던 양에 비해 엄청났고 가격 또한 무척 낮았다. 담배는 순식간에 퍼졌고 재소자들은 나름 킹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으나 풍기는 담배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킹은 제 손까지 온 담배 실물을 보고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건 킹이 파는 담배보다 값싸고 질이 낮은 것이었지만, 그것이라도 고팠던 재소자들에게는 충분하다 못해 값진 것이었다. 킹은 그 담배를 손가락에서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제이제이.”

“응?”

제이제이는 갑작스러운 킹의 부름에 당황했다가 킹이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내밀자 눈치 빠르게 불을 붙여주었다.

탁!

라이터에서 담배로 불이 옮겨붙고 금세 흰 막대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킹은 입술에 물어 그 담배를 깊게 들이마신 후 눈을 감고 음미하더니 한참 남은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발로 비벼 끈 후 그 위로 침을 몇 번 뱉고 입을 손으로 거칠게 비볐다.

“아, 존나 맛없네. 퉤! 팔려면 제대로 된 걸 팔아야지.”

희었던 담배가 킹의 발밑에서 구겨지고 부서져 더러워졌다. 킹은 그러자 만족스럽듯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딴 게 내 물건이랑 섞이는 꼴은 못 보겠네. 웬만큼은 해야지, 웬만큼은.”

입가를 매만지며 입술을 비틀어 웃던 킹이 날 보고는 손짓했다. 나는 개를 부르는 듯한 그 손짓을 거부하지 못한 채 따라가 킹의 옆에 섰고 킹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우리 허니 맛난 거 사 먹이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이거 참. 사업이 쉽지 않아. 그치?”

난 내 어깨를 감싼 킹의 손을 잡고 순진한 척 웃었다.

“아냐, 자기. 난 그런 거 상관없어.”

킹의 검지를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며 말하자 킹이 웃고는 내 볼에 입을 맞췄다. 질 나쁜 담배 냄새가 볼에 머물다가 사라졌고 나는 킹에게 안 보이게 고개를 돌린 후 입술을 꼭 다물고 입꼬리를 내렸다.

투는 아직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킹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갑자기 소리치듯 말했다.

“킹!”

킹은 귀가 아프다는 듯 눈을 찡그렸고, 투는 그런 킹의 태도에 입을 다물었다가 킹이 말을 계속해 보라고 손을 흔들자 입을 열었다.

“그, 마이클 미치 짓인 것 같아.”

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옆에 있던 제이제이가 무슨 말을 하냐는 투로 반박했다.

“그 새끼, 끈 떨어진 지가 언젠데.”

“아냐! 그 새끼, 빵 만들면서 교도관들 귀찮게 군다니까? 그 새끼가 어디 그렇게 열심히 빵 만들 놈이야?”

“회개라도 했나 보지. 하느님, 아버지! 제가 만든 이 빵을 받아주시옵소서! 제가 아버지의 육체를 만들었나이다!”

킹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투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물론 그 태도에 킹의 서늘한 눈빛을 받고 깨갱 했지만.

“아, 아니. 진짜로! 그 응우옌 있지? 유독 마이클 미치를 자주 부른다니까?”

“응우옌이?”

응우옌은 교도관 중에 그나마 좀 사람답다 싶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제이제이가 되물었다. 투는 맞다는 듯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고 제이제이가 혼잣말로 중얼댔다.

“마이클 미치한테 좆 박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솔직히 그 새끼 얼굴 보면 좆이 서겠어? 그럼…….”

잠자코 제이제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잠시 생각했던 킹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응우옌이 재작년에 결혼을 했다지, 아마? 5살 정도 되는 아들이 있는 여자랑 말야. 지금쯤이면 한 일고여덟 살 정도는 됐겠어. 남의 집 아들이었대도, 일단 제 자식이 된 이상 제 아들을 최고로 키워주는 게 부모 도리 아니겠어?”

킹이 내 귀를 주물거리며 말하자, 제이제이는 신난 듯 킹의 말을 받았다.

“맞아, 맞아. 그러면 또 돈도 엄청 들 테지.”

“그래. 투, 이 일은 마무리까지 네게 맡길 테니 잘 알아와 봐. 부탁해.”

킹은 그렇게 말하며 투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날 끌고 갔다. 힐끗 뒤를 보자 투는 몇 달간 자신을 괄시하던 킹이 그제야 자신을 인정하자 신이 난 것 같았다. 나라면 차라리 들고일어날 텐데 저 들은 지나치게 충성심이 강했거나 또는 킹이 지나치게 강했다.

* * *

킹은 날 끌고 도서관 근처 있는 빨간 문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문이 제대로 닫히기도 전에 입술을 맞부딪혀왔다. 나는 겨우 문을 끌어당겨 닫은 후 킹을 방 안쪽으로 밀었다. 방은 두 사람이 나란히 누우면 꽉 차는 창고 같은 공간이었다. 킹이 벽에 등을 기대섰고 내가 그 킹의 앞에 딱 붙은 모양새였다.

재소자들이 금단 현상에 미쳐갈 동안, 킹은 나와의 섹스에 미쳐가는 듯 굴었다. 눈만 마주치면 내게 박으려 성화였고 그 섹스에서 나는 착실히 자위 이상의 쾌감을 느끼는 법을 배워 나갔다. 킹이 첫 섹스에서 한 번만, 내 밖에서 사정했던 것은 그래도 나름 배려를 한 것이었다. 나는 킹의 요청을 대부분 들어주려 했지만 킹은 너무 컸고 내가 한참 어린데도 내 체력엔 버거웠다. 킹의 맘을 거스르지 않게 잘 거절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했다.

킹은 입술만으론 부족했는지 목으로 미끄러지더니 내 옷을 벗겨냈다. 킹의 요청, 아니, 명령대로 나는 점프 슈트 안에 민소매조차 입을 수 없었다. 킹은 점프 슈트를 벗기자 곧바로 나오는 맨살에 만족스러운지 웃고는 쇄골의 옴폭한 부분을 혀로 핥고 비볐다. 그리고 손을 내 옷 안에 집어넣어 내 엉덩이를 꽉 잡고 문지르는 중이었다.

“흐, 하윽!”

“벌써부터 좋아? 이제껏 혼자 뒷구멍 쑤셨어? 응?”

맨날 아기처럼 어려 보인다면서도, 진짜 한참 어린 사람한테 못하는 말이 없었다. 킹은 입술을 내리곤 내 한쪽 유두를 물고 빨았다. 첫 섹스에서 킹이 유두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그는 그 후로 집요하게 내 유두를 괴롭혔다. 삽입하지 않고 빨아대기만 할 때도 많았다. 나는 얌전히 킹에게 가슴을 내맡긴 채 신음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킹은 유두의 튀어나온 부분을 혀끝으로 튕기듯 가지고 놀다 이내, 앞니로 살짝 씹더니 쪽쪽 빨아들였다.

“하아, 잠깐만, 자기, 왜 거기만. 흑!”

양쪽도 아니고 한쪽만 가지고 노는 킹 때문에 괴로워 몸을 비틀었지만, 킹은 집요하게 따라와 다시 입술을 붙였다. 나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인 킹에게 화가 나 손으로 킹의 좆을 꾹 눌렀다. 그러자 킹이 입술을 떼어내고 숨을 내 가슴에 퍼트렸다.

“하아! 허니, 삐졌어? 앙탈 부리네. 근데 그런 것도 귀여워.”

“적당히 하고, 차라리 박아줘. 응?”

빨리 끝내고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엉덩이를 흔들며 재촉하자 킹은 작게 욕을 내뱉었고 나는 킹의 손가락을 가져가 중지부터 빨았다. 중지의 짧은 손톱부터 혀를 대고, 손톱과 살 사이를 핥은 후 입술로 물어 점차 깊게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그러자 킹은 안달이 났는지 검지까지 내 입에 넣어 구멍에 쑤셔 박듯 내 입 안을 쑤셨다.

“윽! 흐윽!”

나는 킹에게 입 안을 내맡긴 채 손가락으로 쑤셔졌다. 킹은 손가락이 제법 젖었다 싶었는지, 마른 손으로 내 옷을 조급하게 벗겨내고 속옷까지 밀어 내린 후,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중지를 구멍에 급하게 박아 넣었다.

“잠, 잠시만, 아!”

마른 구멍에 침으로만 젖은 손가락이 들어오자 벅차 힘들었다. 나는 킹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이마를 댄 후 가쁜 숨만 뱉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킹은 말없이 내 구멍을 쑤시는 데에만 집중했다. 중지를 넣고 앞뒤로 몇 번 움직여 보더니 됐다 싶었는지 차례로 검지를 넣었다. 그렇지만, 내 구멍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킹에게 천천히 해달라는 뜻으로 매달렸으나 킹은 듣지 않았고 화가 나 킹의 어깨를 강하게 물었다.

“윽! 허니는 왜 이렇게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해. 어?”

킹은 내 예상보다 더 변태여서 강한 힘으로 물려 놓고 흥분해 헉헉댔다. 킹은 잔뜩 발정이 나서 검지까지 강하게 쑤셔 박았다.

“악, 하악, 응, 윽!”

“허니, 뒤 너무 조여. 진짜, 씹, 존나. 하아.”

너무 조이면 좀 천천히 해주든가 킹은 약지까지 밑에 집어넣어 쑤셔 댔다. 나는 붙들 곳이 필요해 킹의 목을 감싸고 강하게 안았다. 목을 조르려는 맘도 있었는데도 킹은 기도도 강철인지 그저 흥분해 헉헉대는 숨으로 내 뒷구멍만 가지고 놀았다.

“흐윽, 흑!”

“하아, 하아.”

킹과 나의 숨소리, 신음 소리가 방 안을 채우는데 킹은 손가락을 내 뒤에서 뽑아냈다. 이대로 삽입할 모양인 듯했다. 나는 아직 힘들 것 같아 킹에게 애원 담긴 애교를 부리며 킹의 턱에 입을 맞췄다.

“아직, 아직 좀 무리인 거 같아. 자기 거, 나한테 너무 커. 응? 조금만, 더.”

“아까는 박아달래 놓고, 허니는 박으면 좋다고 달라붙으면서 맨날 엄살 부려. 그것도 귀여워.”

씨발. 킹은 내 애원을 그저 앙탈로 취급하고는 내 몸을 들어 올리더니 제 좆 끝과 내 구멍을 맞췄다. 나는 진심으로 겁이 나서 주먹을 쥐고 제법 강하게 킹의 어깨를 후려 때렸는데 킹은 안마를 받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짜증 났다. 그리고 체념해 숨을 고르려는데,

“하윽!”

갑자기 킹의 좆이 내 구멍을 가르고 안으로 들어왔다.

“말은, 말은 해주고 넣어야지!”

나는 숨이 막혀 헉헉대며 외쳤으나 킹은 들어 먹지 않았다. 뒤가 움찔거리며 킹이 낮게 신음을 흘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뒤에 힘을 풀고 들어오는 침입자를 반기려 애썼지만, 커도 너무 컸다. 최근 킹과 떡치는 게 일상이었으나, 도무지 그 크기에는 익숙해지질 않았다. 나는 숨을 참고 킹이 들어오는 걸 참아냈고 드디어, 킹의 좆이 다 들어 와 엉덩이가 킹의 허벅지에 닿았다.

“하, 흑! 진짜, 씹…….”

개새끼.

입 바깥으로 욕을 뱉을 뻔하다가 속으로 겨우 삼켜 넣었다. 안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아 킹도 좁아 힘들었는지, 킹도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아직 벅찼지만, 킹에게 주도권을 뺏겨 제멋대로 대해지는 것보다 내가 움직이는 게 나아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렸다.

“하윽…….”

킹의 큰 좆이 구멍에서 조금 빠져나왔고 내가 다시 내려앉아 아까처럼 완전히 먹혀들어 갔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움직이려는데, 이 개새끼가 내 허리를 잡더니 제멋대로 내 몸을 들어 쾅쾅 박아 댔다.

“악! 하윽! 윽! 잠깐, 윽, 아악!”

“하아, 씨발, 하아, 하아.”

킹의 것이 제멋대로 내 안을 휘저었다. 이곳저곳을 쑤시던 좆은 이내, 익숙한 길로 제 것을 파고들었다. 그곳은 내가 가장 쾌감을 느끼는 곳이자, 가장 내가 못 견디는 곳이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짧게 숨을 뱉어 내는데, 킹이 입술을 붙여 입을 막았다. 열심히 도리질을 치며 거부했으나 킹에게 턱이 붙들려 결국 잡아먹힐 듯한 키스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킹은 내 입술을 침으로 젖게 온통 핥더니 그 안으로 입술을 집어넣어 아래처럼 폭력적으로 내 입 안을 쑤셨다.

아래만 박아대든가 위만 하든가 둘 다 하며 못살게 구는 이놈은 진짜 씹새끼였다. 씹새끼는 씹새끼답게, 아주 열심히 위아래로 씹질을 해댔다. 아래에서 쳐 올라오는 쾌감도 힘든데 입 안을 쑤시는 혀에 견딜 수 없어 킹의 가슴에 양손을 대자, 그 탓에 좆을 몸 안에 넣은 채로 뒤로 밀려 눕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킹은 내 무릎 뒤쪽에 손을 넣어 내 다리를 접더니 더 편한 자세로 제 욕구를 풀었다.

킹이 망치질을 하듯 제 좆을 내 구멍에 박아 댔다.

“하악, 흑! 아아! 아윽! 윽!”

무언가를 붙들고 싶었지만 앞에 있는 킹을 잡기 싫어 바닥에 팔을 늘어트리고 허공을 헤맸다. 그렇지만 킹은 내 팔을 들어 제 등을 감싸게 했고 나는 번번이 바닥으로 다시 손을 떨어트렸지만 킹은 집요하게 다시 제 등 위로 내 팔을 올렸다. 결국 포기한 나는 킹의 등에 팔을 올려 감싼 후 킹의 삽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킹의 섹스는 무척 거칠고 원초적이어서, 킹은 내가 느끼는 곳만 세게 박아 댔다. 뒤로 쾌감을 느끼기는 해도 뒤로 가 본 적은 없어 나는 분출되지 못한 쾌감에 잔뜩 힘들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좁은 방 안에서 킹이 세차게 박아 대니 내 정수리가 문에 닿았고, 문에 박아 아픈 것도 문제지만 문이 열릴까 두려웠다. 킹이 내 정수리를 제 손으로 감싸 쿠션을 만들어주었지만 그래도 문은 충격을 받아 열릴 수 있었다.

“일으, 흑! 일으켜줘. 하아.”

“하아, 싫어.”

킹은 내가 그러는 이유를 알면서도 떼를 쓰며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킹의 마음에 들게 아양을 떨어야만 했다. 나는 뒤를 조이며 내 머리 옆, 바닥에 댄 킹의 팔에 입술을 대고 살짝 물어 핥았다.

“제발, 하아, 응?”

그러자 킹은 마음에 들었는지, 내 등에 손을 넣고 날 일으켜 앉혔다.

“아흑!”

그러자 삽입이 더욱 깊어져 신음을 내뱉었고 킹은 손을 내려 내 유두를 꼬집고 간질이며 괴롭혔다. 그리고 이제껏 키워왔던 힘을, 쓸데없이 내 구멍에 박아대는 것에 썼다. 더 깊어진 삽입에 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킹의 몸을 안았고 킹은 한쪽 손으로 내 등을 감싸 안정적으로 받치더니, 한쪽 손으론 내 좆을 잡고 흔들었다.

“윽, 흑!”

오늘 처음 느낀 앞쪽 쾌감에 참지 못하고, 뒤에 좆을 담고 있는 걸 잊은 채 쾌감을 쫓아 엉덩이를 흔들었고 그 탓에 앞과 뒤가 감전된 듯 찌릿거렸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이내 사정해 버렸고 사정하며 뒤를 강하게 조이자 킹도 내 안에서 사정하고 말았다.

안에 미지근한 액체가 퍼져 나가는 게 느껴졌고 찝찝했다. 발기가 풀린 킹의 좆은 아직도 커서, 킹은 제가 정액을 뿌린 내 안에서 천천히 좆을 움직이며 후희를 즐겼다. 그리고 힘이 풀려 킹에게 기대어 있던 내가 무의식적으로 뒤를 조이자 킹은 욕을 짧게 내뱉고 다시 날 눕혔다. 그렇게 그 좁은 곳에서 한참 동안 킹과 붙어먹던 나는 식사 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엉덩이가 아리고 축축했다. 닦을 것도 없어 대강 속옷만 끌어 입은 상태라 기분이 더러운데, 킹은 기분이 아주 상쾌해 보였다. 킹은 그런 내게 미안하긴 한 건지, 내 뺨에 입술을 맞추고 애교를 부리는 듯 굴었지만 그렇다고 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귀찮게 구는 킹을 잠자코 받아내며 걷는데, 저 멀리 오랜만에 보이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화살코와 뚱보 등 원래 제 무리였던 이들과 함께 있는 마이클 미치였다. 마이클 미치는 오랜만에 당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역시나 보기 추했다.

마이클 미치는 나와 킹이 걸어가는 걸 목격하고는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킹이 더 강해지는 건 별로였지만 마이클 미치가 꼴 보기 싫어, 킹이 얼른 저놈을 처리했음 싶었다. 킹을 슬쩍 올려 보자 킹은 마이클 미치 따위 보지 못했다는 얼굴로 내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나는 내 머리칼을 간질이는 킹의 손길을 느끼며 꼴 보기 싫은 얼굴이 보이지 않게 눈을 감았다.

***

내 염원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미치는 전처럼 재수 없게 교도소를 헤집고 다녔다. 킹에게 담배를 사러 오는 자들은 없어졌고 모두들 마이클 미치에게 붙여 아양을 떨어댔다. 킹이 워낙 가진 힘 자체가 강해 킹을 무시하진 못했지만, 킹의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들지는 않았다. 킹도 그런 걸 바란 적이 없기도 했지만.

킹은 아침 식사 후, 바깥에 나와 담배를 태우는 중이었고 나는 역시나 옆에서 간접흡연을 당하는 중이었으며 투는 의기양양하게 킹 옆에 서서 말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조사해 보니까, 응우옌 아들이 최근에 큰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고! 그게 의료 보험도 안 되는 치료가 잔뜩 있어서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것 같더라. 그런데 응우옌이 그렇다고 약을 들여오기엔 너무 꽉 막혔고 그래서 대신 담배라도 들여오는 것 같더라고.”

킹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아 투의 얼굴로 내뱉으며 물었다.

“어디로?”

투는 킹이 내뱉는 담배 연기에 순간적으로 눈을 감으려다, 초인적인 힘으로 눈을 떠 연기를 고대로 받아냈다. 그러고는 기침을 억지로 참더니 꽉 막힌 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큽, 그 빵 만들 때 쓰는 버터랑 같은 걸 들여와서 바꿔치기한다고 들었어.”

“뭐, 허술하네.”

킹은 담배를 다시 빨며 내 목을 문질렀다. 나는 킹이 내 쪽으로 담배 연기를 뱉질 않길 바라며 킹의 팔목에 얼굴을 갖다 댄 후 비볐다. 그러자 킹은 잘했다는 듯 내 뺨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투는 킹의 관심이 내게로 다시 쏟아지자, 예전처럼 무시당할까 불안했는지 조급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교도소 인간들이 생각해도 응우옌은 너무 꽉 막혔으니까 감히 그런 일을 할 거라 생각 못 한 거지.”

투의 다급함에도 킹은 투가 아닌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엄지로 내 광대를 가볍게 쓸며 담배를 빨아들이더니 뱉을 때는 고갤 돌려 투의 쪽으로 뱉었다. 그나마 조금 날 생각하게 되긴 했나 싶었다. 투는 이번엔 참지 못하고 눈을 감고 킹이 내뱉는 담배 연기를 막았다. 킹은 투의 웃긴 얼굴을 보고 피식 웃더니 투의 손에 한참 남은 담배를 쥐여 주었다.

“수고했어. 그건 상이야. 피워도 돼.”

투는 전에 있던 일이 생각났는지, 손에 담밸 쥐여 줄 때는 움찔하며 놀라더니, 킹이 ‘선물’이라는 말을 하자 잔뜩 기꺼워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킹은 입 안을 혀로 가볍게 쓸며 제이제이를 바라봤다.

“제이제이, 요즘 조금 실망인걸.”

“……분발할게.”

“그래.”

제이제이는 잔뜩 굳은 얼굴로 말없이 서 있다가 입을 열었고 킹은 웃지 않고 제이제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킹의 팔에 붙들려 있던 나는 당연하게도 킹이 가는 곳으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킹은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더니 무얼 찾는지 모르겠지만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고는 검정 모자와 검정 바지, 남색 셔츠를 입은 교도관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나는 나보다 다리가 긴 킹의 보폭 넓은 걸음을 따라가기 위해 발을 재게 놀려야 했다. 킹이 다가간 교도관은, 아까까지 킹과 투가 이야기하던 응우옌이었다. 킹은 응우옌에게 다가가 그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교도관님. 요즘 피곤하시겠어요.”

애매하고 수상한 킹의 말에 응우옌은 잔뜩 얼굴을 굳히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미나콤, 그게 무슨 말이지?”

킹은 과하게 긴장한 응우옌이 웃기다는 듯 웃더니 답했다.

“결혼한 지 아직 3년도 안 됐고, 좀 큰 아이도 생겼다는데, 거기에 여기 일까지 더하면, 어우, 안 피곤하고 배겨요?”

응우옌은 갑작스러운 킹의 물음에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지만, 어쨌든 자신이 생각한 주제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듯 조금 경계를 풀었다. 그리고 응우옌은 킹의 말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지만, 킹은 제멋대로 말을 늘여 놓았다.

“특히, 요즘 아이가 아프다면서요? 돈이 많이 필요하다던데……. 아무리 피붙이가 아니어도 자식은 자식이잖아요, 얼마나 맘이 쓰이겠어요? 이 일이 공무원이라 안정적이기는 해도 돈을 많이 주는 건 아니고……. 근데 아이가 1인실에 있다면서요? 평소 저축을 많이 해뒀나 보네.”

킹이 말을 하자 응우옌의 표정이 썩어갔다. 응우옌은 단전 깊은 곳에서 화가 솟아나는 듯했지만, 킹이라 아무 말 못 하고 꾹 참고 있는 듯했다. 킹을 슬쩍 보자 킹은 잔뜩 신나 있었다. 응우옌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기자, 응우옌의 얼굴은 잔뜩 빨개졌다, 파래졌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고 있었다. 응우옌은 잔뜩 욕을 내뱉고 싶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아 침을 삼키더니, 겨우 차분한 목소리를 내서 말했다.

“재소자, 왜 그렇게 내 사생활에 관심이 많지?”

“같이 여기서 지내는 처지에, 알아 가면 좋죠. 뭐. 제가 또 아픈 아이만 보면 마음이 너무 여려지고 또 너무 아파서 막 돕고 싶고 그러거든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기부 많이 하는 거 알죠? 도둑놈들 많은 나라에 세금 내는 것보다야, 그렇게 아픈 아이 돕는 일에 기부하는 게 낫지. 허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킹은 능청스럽고 짜증 나는 어투로 말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나를 끌어들였다. 나는 “어? 어. 기부… 많이 하면 좋지…….”라며 멍청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킹은 내 코끝을 손가락으로 톡 치고는 어깨에 팔을 둘러 응우옌을 다시 바라봤다.

“어쨌든, 아이가 쾌차하길 바랄게요. 그럼, 가자. 허니.”

킹은 응우옌에게 해사하게 웃어준 후 등을 돌려 날 끌고 갔다. 킹의 표정은 무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 * *

“다들 손들고 나가 있어!”

장갑을 낀 교도관들이 갑자기 방으로 들이닥쳤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침대에 던진 후 손을 들어 교도관들의 몸수색을 받았다. 교도관들은 저번보다 대강 몸수색을 했는데 킹에겐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었다. 목소리만 컸지, 킹과 내가 쓰는 방은 대강 뒤지고 나간 교도관들은 다른 방에 들러 똑같이 외쳤다.

문가에 서서 옆방을 수색하는 걸 지켜보는데, 들어갔다 나온 교도관의 손엔 구겨진 담배 몇 갑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방도, 옆옆방에서도 어김없이 담배가 나왔다. 그날 교도관들이 찾은 담배는 대강 몇 보루는 되어 보이는 양이었다. 말이 없는 응우옌을 제외한 교도관들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나 많이 담배가 들어왔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은 잠시 킹을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킹이 제멋대로 장사하는 걸 그들도 아는지 금방 다시 시선을 돌렸다.

교도관들이 몇만 빼고 다시 사라지자 마이클 미치는 제 고객들이 잔뜩 담배를 털리는 바람에 자신이 드러날 수 있는 위험에도 그 수색을 기꺼워했다.

“저거, 뺏긴 만큼 또 사러 오겠다, 그치, 마이클?”

마이클 미치의 옆에 있던 화살 코가 마이클 미치의 기분을 돋워 주려는 듯 말했고 마이클 미치는 킹을 바라보며 더러운 입 안을 드러내었다.

“푸흐흐흐, 그렇지. 어떤 새끼는 키만 크고 겁쟁이라, 팔 수 없는 걸 난 저만큼 판 거라고! 또 저만큼을 팔겠지!”

킹은 말없이 더러운 웃음을 터트리는 마이클 미치를 바라봤고 마이클 미치는 눈치도 없이, 그게 킹의 굴복이라 생각하고 더욱 크게 웃었다.

마이클 미치의 말대로라면, 응우옌은 킹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담배 밀수를 멈추지 않은 것이었다. 그만큼 돈이 필요했나 싶었다. 수색 때 빼앗긴 양은 그저 드러난 양일 뿐, 물건을 숨기는 것에 천재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선,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양의 담배가 있을지 몰랐다.

응우옌은 계속되는 밀수의 성공에 대담해졌는지, 급기야는 대마초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킹은 마이클 미치가 팔아 대는 담배는 화가 나도 눈에 띄게 짜증을 내지 않았지만 대마초엔 얼굴을 찌푸렸다. 킹은 약팔이 주제에 대마초 냄새를 끔찍이 싫어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약의 냄새를 잘 몰라 뭐가 대마의 냄새라고 이렇다 하게 꼬집을 수는 없었지만, 담배 냄새와 다르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킹은 걷다 짜증 나는 냄새가 나는 놈의 멱살을 잡았고, 그놈을 패다가 그때, 이 안으로 대마초가 들어왔고 더 많은 놈들이 그 끔찍한 냄새를 풍기고 다닐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킹은 대마 냄새가 진짜 너무 역겨운지,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킹은 평소 담배를 피우던 외진 곳에 나를 옆에 끼고, 제이제이 없이 투만 불렀다. 투는 제이제이가 없다는 것에 긴장을 하다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마음을 가다듬는 게 눈에 보였다. 킹은 아직도 굳은 얼굴을 풀지 못하고 말했다.

“투, 마이클 미치 새끼 일은 내가 마무리까지 네게 맡긴다고 했지?”

“으, 응!”

“그 새끼가 내 영역인 담배도 모자라, 이제 씹스러운 대마초까지 들여왔네? 내가 여기서까지 그 대마 냄새를 맡아야겠어? 당장 코를 없애고 싶은 심정이야!”

킹은 보기 드물게 격한 반응으로 소리쳤다. 투는 그 반응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지!”

“그치? 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그럼, 네가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할 거라 믿을게.”

투의 대답에 그제야 킹은 온화하게 웃었다. 투는 킹을 따라 웃으려다가 말고 멍청하게 물었다.

“어, 어떻게?”

투의 바보 같은 질문에 킹은 도로 얼굴을 굳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투, 내가 생각도 해줘야 해? 그 정도 머리는 갖고 있잖아.”

“알겠어…! 그럼, 내가 알아서 잘 마무리할게!”

투는 또 킹의 타박을 들을까 봐 킹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저 멀리 뛰어갔다. 나는 그 꼴을 보고 있다가 킹에게 눈을 돌려 물었다.

“자기. 쟤는 저렇게 멍청한데, 왜 주변에 두고 있어?”

킹은 내 물음에, 내 뺨에 한 손을 올리고 내 볼을 갖고 놀며 답했다.

“멍청하니까.”

나는 멍하니 킹의 손에 얼굴을 내맡기고 다시 물었다.

“그게 도움이 돼?”

킹은 이젠 양손으로 내 볼을 갖고 놀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아직 젖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킹의 볼은 푹 꺼져 있어 내 얼굴에 비해서는 살이 없었다. 그런 걸로 따지면 나는 아직 젖살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얼굴에 아기처럼 살이 많이 붙어있는 건 아니었는데 킹은 그걸 재밌다는 듯 갖고 놀았고 나는 킹에게 볼이 당겨져 우스운 꼴로 질문을 또 던졌다.

“쟤, 투는 뭐로 들어온 거야?”

“투? 사람 찔러서.”

“아아.”

킹은 내 볼을 위로 들어 올리고 꾹꾹 눌렀고 이제는 조금 아파와 도리질을 쳤다. 손이 너무 집요하게 따라와 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그제야 킹은 내 얼굴에서 손을 놓았다. 그리고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실내로 끌고 갔다.

대마 냄새는 교도소 온갖 곳에 아직도 진동해서, 킹은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온몸에 치덕치덕 페퍼민트 오일을 발랐다. 그 탓에 바깥엔 대마 냄새가, 방 안에 페퍼민트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코 안이 시원하다 못해 화해지는 걸 느꼈지만, 바깥에 나갈 수 없었다. 이곳에 킹이 있었기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대단히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할 게 없었고 내 앞에 마침 저번에 빌려온 책이 있었다. 처음엔 지루했지만, 그래도 읽다 보니 빠져들어 집중해 읽는데 킹이 팔을 덥석 잡아 와 놀라 소릴 지르며 책을 던졌다.

“악!”

책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킹은 내 외침에 더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라? 허니, 죄지었어?”

“아니, 책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잡으니까!”

나는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억울해 답했다. 킹은 내가 떨어트린 책을 주워 내 책상에 올려 두고 나를 안더니 자신의 침대로 눕혔다. 킹의 침대는 내 것보다 넓기는 했지만 그래도 킹과 내가 누워 있기엔 좁아 딱 붙어있어야 했다. 킹은 벽 쪽에 등을 기대고, 나는 그런 킹에게 떨어지지 않게 매달려 좁은 침대에 딱 붙어 누웠다. 킹은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가 슬금슬금 엉덩이로 손을 내려 주물렀고, 나는 킹의 가슴에 코를 박고 강한 페퍼민트 냄새를 맡는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발랐고 분명 피부에 자극적일 텐데도, 킹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페퍼민트 냄새가 강하다 보니 혀에도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는 킹의 가슴에서 코를 떼어내고 킹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기는, 대마 냄새가 왜 그렇게 싫어?”

킹은 내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올리고는, 내 머리를 눌러 다시 제 품에 박게 했다. 나는 다시 킹의 가슴에 코를 박고 화한 페퍼민트 오일 냄새가 내 코에 들어오는 걸 맡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힘을 줘, 내 머리를 누른 킹의 손을 밀었다. 그리고 다시 킹을 올려다봤다.

“왜 싫냐니까?”

킹은 한숨을 작게 쉬더니 날 내려다봤다. 킹의 긴 속눈썹 때문에 길게 그림자가 생겼다. 킹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잘생기기는 잘생겼다.

“허니는 궁금한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어. 응?”

킹이 아이에게 이야기하듯 내게 물었다. 궁금한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딱히 많지는 않은데.”

웅얼거리듯 말하자 킹이 작게 웃더니 내 귀에 손을 올리고 귀를 주물렀다. 킹은 내 귀를 만지는 걸 좋아하는지 습관처럼 만졌다. 그 바람에 연골이 접히고 움직였다. 킹은 안으로 말린 모양인 귓바퀴를 뒤집어 펴며 물었다.

“그럼, 나한테만 특별히 궁금해 해주는 거야?”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대답을 해줄 거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는 척했다. 그러자 킹이 이번엔 연골이 없는 말캉한 귓불을 꾹꾹 눌렀다.

“예전에 살던 곳에 대마 냄새가 진동했거든. 특히 엄마.”

예전 살던 곳이면 하이투를 말하는지 필리핀을 말하는지, 또 엄마라면 완다 미나콤을 말하는지, 친엄마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묻는다는 않은 척 굴며 다시 물었다.

“엄마, 누구?”

“친엄마.”

“아아.”

필리핀에서 있었던 일이 맞나 보다. 킹의 친엄마 얘기는 처음 들었다. 정확히 태어난 때를 모른다고 해서 천애 고아일 줄 알았는데 엄마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랑 같이 살면서 아이가 태어난 시기도 알려주지 않은 정도면 상당히 무심한 사람인 듯했다. 아이 앞에서 대마를 피웠다면 더욱더.

킹의 친엄마가 킹과 똑같이 생겼으면 분명, 대단한 미인이겠구나 싶었다. 우리 엄마도 엄청 이뻤는데. 킹이 귀를 만지던 손을 턱으로 옮겨, 턱 밑에 손을 넣고 날 올려다보게 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올렸고, 킹과 내 눈이 마주쳤다.

“허니네 엄마는 무슨 냄새가 났어?”

엄마. 엄마는 무슨 냄새가 났던가. 일하고 돌아온 엄마는 잔뜩 지쳐, 겨드랑이에선 땀 냄새가 났고, 손에서는 비누로도 지우지 못한 아로마 오일 냄새가 났다. 그리고 머리에선 말린 허브와 따뜻한 습기 냄새가 났다.

“우리 엄마는, 음……. 욕실 냄새.”

난 그걸 욕실 냄새라고 불렀다. 엄마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날 씻겨줄 때 나던 냄새와 비슷했다.

“욕실 냄새가 뭔데? 듣기에 좋은 냄새는 아닌 것 같아.”

킹은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조금 울컥해 반박했다.

“아냐, 좋았어. 우리 엄마는 좋은 냄새 났어.”

“어떤 냄새였는데?”

“비누랑 바디워시 냄새. 엄마는 바디워시를 향기 별로 바꿔 쓰는 걸 좋아했는데, 라벤더 향을 좋아했어. 아, 생장미 향도. 근데 생장미 향이 나는 제품은 값이 비싸서 주로 과일 향이 나는 값싸고 양 많은 걸 사 오셨지.”

“그래서 허니한테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나?”

킹이 내 손목을 가져가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나는 여기 와서 싸구려 과일 향이 나는 제품은커녕, 제대로 거품도 나지 않는 비누로만 몸을 씻었다. 특별한 냄새가 날 리 없었다.

“냄새는 자기가 더 나잖아. 페퍼민트 냄새.”

나는 진동하는 페퍼민트 냄새를 가리켰다.

“난 더운 게 싫은데 더운 나라에 태어나고 사니까 어쩔 수 없어. 이거라도 바르는 수밖에.”

킹은 몸의 열이 유독 많기는 했다. 섹스할 때 닿은 살갗도 이제껏 만나왔던 사람보다 온도가 한참 높은 것 같았다. 킹은 내 머리로 손을 옮겨, 내 머리칼을 간질이며 물었다.

“또 어떤 냄새를 좋아해?”

“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딱히 내 취향을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향수에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몰라도 향수에도 관심 없었다. 킹은 내 머리를 제 손가락에 꼬아, 본인 머리처럼 뱅글뱅글 말았다. 그렇지만, 내 머리는 금방 다시 매끈하게 돌아왔다.

“내 냄새는 좋다며.”

“자기 냄새가 아니라 페퍼민트 향을 말한 거야.”

나는 뻔뻔한 킹의 등을 검지로 찔렀다. 단단한 근육이 조금 패었다가 손을 떼니 탄력 좋게 금방 돌아왔다.

“내 몸에 나는 냄새가 그거잖아.”

지금 킹의 몸에 강하게 풍겨오는 냄새가 페퍼민트 냄새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킹의 냄새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기는 담배를 많이 피우잖아.”

“허니가 정 그렇다면, 박하 향 들어간 걸로 바꿀까?”

그거나 저거나. 나는 대답 하지 않고 그냥 킹의 가슴에 코를 박고 눈을 감았다. 킹은 아직까지 내 머리를 만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불쑥 다시 킹이 입을 열었다.

“허니 닮았으면, 허니네 어머니도 미인이셨겠어.”

나는 고개를 다시 들고 눈을 떠 킹을 바라봤다. 그러자 킹은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나는 킹의 얼굴을 뜯어보며 답했다.

“그랬지.”

킹은 내 눈 아래를 엄지로 쓸었다. 그래서 나는 하마터면 내가 눈물을 흘린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내 눈 밑은 여전히 건조했다.

“돌아가셨어?”

나는 킹의 손에서 얼굴을 떼어내고, 킹의 가슴에 다시 얼굴을 박고 중얼거리며 답했다.

“아니, 바깥에 있어. 잘 지내고 계실 거야.”

그랬으면 좋았겠지.

***

아무리 대마 냄새가 싫어 방에 스스로를 감금한다 해도 밥은 먹어야 했다. 킹은 날 이끌고, 검지로 코를 틀어막은 채 식당으로 향했다. 코를 킁킁 대봤지만 킹이 싫어하는 그 대마 냄새가 잘 맡아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투가 없이 제이제이만 킹을 따랐다.

킹도 나도 투가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대강 예의상 투가 어디 갔냐고 제이제이에게 물었고 제이제이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킹은 평소처럼 새치기를 했지만, 앞에 서 있던 놈이 눈을 찡그렸다.

“불만 있어?”

제이제이가 강하게 그놈을 몰아붙이자 그놈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킹은 그 꼴이 우스운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놈은 비켜서 놓고도 은근하게 제이제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곳 인간들은 정말 그 누구보다 권력의 향방을 잘 알았고, 권력을 따라 벌떼같이 붙었다. 그렇지만, 킹을 무시하는 듯한 처사는 멍청한 짓이었다.

대강 오늘은 뭐가 나오나 배식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뒤를 바라보니, 식당 입구에서 마이클 미치가 기세등등한 얼굴로 들어오고 있었다. 화살코와 뚱보, 그리고 익숙한 몇몇을 제외한 더 많은 놈들이 마이클 미치의 곁에 있었다.

마이클 미치도 참 속이 없었다. 나 같으면 전에 떨어져 갔던 놈들은 그냥 팽인데. 내가 맡은 이상한 냄새는 마이클 미치 무리에게서 나오고 있었는데 저게 킹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대마 냄새인 듯했다. 킹만큼 질색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코가 즐겁지는 않았다.

마이클 미치는 킹과 나를 발견하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왔다. 발걸음이 어찌나 세차고 강한지 식당이 내려앉을 것 같았다. 킹은 말없이 마이클 미치를 흘낏 보고는 코를 틀어막았다. 마이클 미치가 다가올수록 대마 냄새가 더욱 강해졌으니까. 마이클 미치가 킹의 지척에 다가와 듣기 싫은 목소리를 냈다.

“오랜만이네, 킹 미나콤.”

킹은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이클 미치가 역겨워서 그러는 것 같았지만 마이클 미치는 킹이 꼬리를 내렸다고 생각하는지 깔깔댔다.

“푸하하! 천하의 킹 미나콤이 지금! 기가 죽은 거야? 푸하하!”

킹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식당으로 투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투는 평소보다 표정이 결연했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였는데 주머니가 불룩했다.

“예쁜아, 킹 좆이 그렇게 좋디? 그러면 얼른 잘라 가야겠다. 좆 주인은 이제 쓸모가 없을 테니까.”

마이클 미치는 이제 나를 바라봤다. 좀 참고 있었는데 마이클 미치의 입 냄새까지 더해지니 참기 힘들어 나도 소매로 코를 눌러 막았다. 숨이 막혀 답답하기는 했지만 좀 살 것 같았다.

투는 어느새 근처로 왔고 제이제이가 투를 끌었다.

“투, 여기.”

투가 끼자 마이클 미치는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저 좆만 한 놈으로 머릿수 하나 늘었다고 너네가 좀 나아질 것 같아?”

킹은 마이클 미치 무리를 무시하고 몸을 돌렸고 마이클 미치는 다시 킹을 잔뜩 귀찮게 할 생각인지 킹의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투가 마이클 미치 복부에 길고 뾰족한 무언가를 꽂아 넣었으니까.

“크윽!”

마이클 미치는 돼지 멱따는 소릴 내며 크게 비명을 질렀고, 투는 흉기를 뽑아낸 후에 다시 마이클 미치의 큰 배에 꽂아 넣었다. 그 흉기는 플라스틱 수저들을 녹이고 붙이고 녹이고 붙여 갈아 만든 핸드메이드 플라스틱 칼이었다.

“윽!”

마이클 미치의 옆에 있던 놈들은 자신도 찔릴까 봐 투를 말리지 못했고 킹은 코를 막던 손을 내리고 그걸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투는 다시 칼을 뽑아내더니 마이클 미치의 목에 박아 넣었다. 마이클 미치의 배에 난 구멍과 목에 난 상처에서 꿀렁꿀렁 피가 나오고 있었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마이클 미치 주변에 사람이 많았던 탓에 일찍이 알아채지 못한 교도관들이 그제야 큰 발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그리고 돌아가는 꼴을 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교도관 일도 참 못 해먹을 일이구나 싶었다.

“빨리 앰뷸런스 불러!”

교도관 하나가 소리쳤고, 교도관 하나는 무전기에 대고 “식당, 칼에 찔린 부상자 발생했습니다. 상태 위급합니다.”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킹은 마이클 미치가 꺽꺽대는 걸 보다가 시선을 떼어냈다. 그리고 식판을 들고 내게 내밀었고 나는 식판을 받아 킹보다 앞에 서서 배식을 받았다. 오늘은 길고 찰기 없는 쌀에 초록색 커리, 평소보다 상태가 좋은 생채소였다. 먹을 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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