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씨발, 킹 미나콤!”
사흘 전 들었던 시끄러운 외침이 오늘 똑같이 들려왔다. 그때처럼 식당이었다. 마이클 미치는 피가 묻어나올 것처럼 빨간 얼굴로 나와 킹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쿵쿵대며 걸어왔다. 옆에 붙어 다니던 화살코와 뚱보는 보이질 않았다. 말릴 사람이 없던 마이클 미치는 결국 테이블 위에 있던 식판들을 내던져 버렸다.
쿠당탕!
식판과 음식물 찌꺼기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킹은 잠자코 탁자에 앉아 있었다. 음식물은 다행히도 킹을 향해 튀지는 않았다. 마이클 미치는 식판이 없어져 이제는 빈 식탁 위에 두 발로 올라섰다. 그리고 죽일 듯 킹에게 몸을 내 던지며 소리쳤다.
“씨발, 앤드류, 앤디! 어디 있어!”
교도관 앤디와 마이클 미치가 붙어먹는 사이는 아닐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마이클 미치가 저렇게나 애타게 교도관을 부르는 이유는, 마이클 미치와 사업과 관련된 것이겠지. 대체, 또 무슨 일이지.
킹은 가볍게 마이클 미치의 몸을 피했고 마이클 미치는 바닥에 몸을 처박았다. 쾅, 퍽 하는 아프고 큰 소리가 났다. 그러나 마이클 미치는 너무 화가 나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지 벌떡 일어나 다시 킹에게 달려들었다. 식당을 지키고 서 있던 교도관들이 마이클 미치를 막아섰다.
“미치! 진정해! 또 독방 가고 싶어?”
독방이란 얘기에 마이클 미치가 분노를 가라앉혔다. 독방은 역시 소문만큼 무시무시한 곳인 듯했다. 그렇지만 마이클 미치는 아직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화가 너무 넘쳐 벅차 보였다. 킹은 마이클 미치의 양팔을 잡고 선 교도관들에게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왜, 휴가가 필요해 보이는데 보내지그래?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보이네.”
킹이 킹이 아니었다면 이미 맞아서 죽었을 말투였다. 마이클 미치는 다시 킹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교도관들은 이제 좋게 말하기도 지쳤는지 삼단봉을 펼쳐 마이클 미치의 몸에 휘둘렀다.
“윽!”
마이클 미치의 몸은 맥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그대로 교도관들에게 끌려 멀어졌다. 나는 킹에게 다가가 킹의 귀에 가까이 입을 대고 속삭였다.
“대체, 무슨 일이야?”
킹이 고개를 내려 나를 흘깃 보았다. 킹의 얼굴에는 웃음과 여유가 걸려 있었다. 킹이 입술을 올리며 말했다.
“그냥. 내가 어디까지 봐줄 수 있나 선을 그은 거지.”
내 목소리와 달리 킹의 목소리는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컸고 나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마이클 미치가 다시 날뛴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마이클 미치의 물건을 들여오던 교도관 앤디가 갑작스레 퇴직서를 냈고 마이클 미치의 룸 메이트는 킹의 끄나풀인 투가 되었으며, 마이클 미치가 담당하던 노동이 청소에서 제과 제빵으로 바뀌었다. 마이클 미치가 끈이 떨어지자 마이클 미치의 옆에 붙어 다니던 화살코와 뚱보 등 모두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킹은 마이클 미치에게 청소보단 제과 제빵이 출소 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다행인 일이라며 자신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척 말했다. 그렇지만 그게 개소리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교도소 내에는 킹을 견제할 사람이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킹이 봐주고 있었으니 견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됐지만, 킹이 홀로 세력을 가진 이가 되었다. 이제 킹은 이곳의 왕이었고 나는 왕의 승은을 입어야만 하는 후궁이었다.
엿 같게도, 왕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후궁은 쓸모가 없었고 얕잡아 보이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킹이 나에게 더 이상 흥미를 갖지 않는다면, 날 어떻게든 추행하고 덮치려는 인간들이 더 늘게 분명했다.
못생기고 냄새나고 심지어 힘도 없는 놈들에게 굴려질 바에는 킹과 섹스를 하는 게 백번 나았다. 어쨌든 킹은 보기 좋았고 담배 냄새 말고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았으며 힘이 있었다. 섹스를 즐기지 않지만, 그래도 킹은 섹스를 제법 할 것 같았다. 예전에 잤던 놈보다 못하기도 어렵겠지만, 이름이 킹이니까 이름값은 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힘없는 빚쟁이였고, 킹과 잔다고 내가 크게 손해 볼 건 없었다.
* * *
오늘도 컴퓨터 화면을 들여보며 데이터를 분류해내고 있는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이이이이이.
정해진 시간이 아님에도 사이렌이 울렸다가 맺어지지 않고 끝났다. 다들 뭔가 싶어 고개를 드는데, 이어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 되나? 뭐가 이렇게 어려워? 아, 아. 아, 돼? 돼? 알았어.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는데 그동안 들은 적 없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이어 말을 했다.
-큼, 아, 아. 내루 교도소의 소장, 조셉 블랙입니다. 그 태풍 예상 경로를 보니, 지금 우리 홍징 쪽으로 큰 태풍이 상륙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름이 뭐랬지? 뭐, 뭐? 똑바로 얘기해봐. 뭐? 몰라, 하여튼! 유례없이 큰 태풍이라고 하니! 모두들! 동요하지 말고! 조심하도록! 이상!
그러고 방송이 끝났다. 교도소장은 교도소에 있는 날이 없는 날보다 더 적어 교도소장의 목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유례없이 큰 태풍이라는 이야기에 재소자들이 딴생각에 빠지자 교도관이 봉으로 벽을 두드리며 외쳤다.
“재소자! 일해!”
호통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나도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태풍이라. 엄마와 살 적에 태풍 때문에 지하실에 물이 차 다 퍼냈던 걸 생각하면 태풍은 끔찍했다. 그때 유리창도 온통 깨져서 돈도 제법 깨졌었지. 그 이후로 비가 세차게 내리기라도 하면 유리창이 깨질까 불안했다. 태풍은 싫었다.
일이 끝나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비가 우수수 쏟아졌다. 실내라 젖지 않았지만 벽을 때리는 빗소리가 상당했다. 주변이 갑자기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번개였다. 그리고 큰 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쿠쾅쾅쿠쾅쾅!
천둥은 엄청난 굉음을 내고 사라졌는데 이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라 놀라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킹이 물었다.
“허니는 애라 천둥 번개 같은 것도 무서워해?”
“아니, 그냥 놀라서…….”
나는 다시 숟가락을 집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킹은 내가 하는 말을 변명으로만 받아들였는지 내 등에 큰 손을 올리고 토닥거렸다. 천둥이 무서운 것도 아니었고 킹이 날 달래는 것도 장난이었지만 등에 닿은 오른손이 크고 따뜻해 나쁘지 않았다.
빗소리와 천둥소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눈을 감고 잠에 막 빠져들 찰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눈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하늘이 화를 내듯 엄청난 굉음을 쏟아냈는데 무시무시했다.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은 분명 유리로 가로막혀 있었지만, 빗줄기는 마치 유리를 뚫고 들어올 것 같았다. 다시 밝은 빛이 번쩍거렸다. 나는 빛에 홀린 불나방처럼 일어나 창에 가까이 섰다.
손바닥을 유리에 올렸다. 차가웠던 유리가 손의 체온 때문에 조금 미지근해졌고, 김이 서려 있어 손가락이 닿은 부분만 닦여 투명해졌다. 손바닥으로 김을 닦아 내자 비가 내리는 바깥이 확실히 보였고 어찌나 세게 유리창을 때리는지 분명해졌다. 마치 총알 같았다. 그리고 다시 천둥이 울렸다.
쿠콰콰쾅!
유리에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나는 유리에서 손을 떼어내고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대로 계속 서서 창을 지켜보았다. 이런 비는 매년 내렸지만, 교도소 안에서 폭우를 목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그런데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바라보니 킹이 어느새 일어나 손가락 끝으로 내 손바닥 안을 살짝 건드리고 있었다.
“비 처음 봐?”
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침대에 앉았다. 방은 깜깜했지만, 번개가 번쩍거려 킹의 얼굴이 잠깐잠깐 드러났다. 강한 빛이 킹의 입체적인 얼굴을 강하게 비추자 킹의 얼굴 반쪽이 그림자에 뒤덮여 사라진 것 같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깜깜함 속에서 킹을 찾아내었고 나는 킹의 눈을 보고 말을 않고 서 있었다. 대개 누군가가 이럴 때 사람들은 같이 말을 하지 않거나 심각해졌지만 킹은 아니었다. 킹은 피식 웃었고 다시 입을 열었다.
“허니, 무서워? 안아 줘?”
킹은 그러고는 팔을 벌렸다. 몸이 큰 킹이 팔을 벌리자 드러난 품이 무척 커다랬다. 나같이 키가 큰 남자도 다 품을 수 있을 듯했다. 킹에게 그럴 맘이 없다고 해도, 이건 내게 좋은 기회였고 나는 거절하지 않고 킹의 침대로 가 앉았다.
“응. 무서워, 안아 줘.”
빗소리와 천둥소리가 커 내 목소리는 묻혔다고 생각했다. 다시 입을 열려고 했을 찰나 킹이 사냥감을 낚아채듯 얼굴을 양손으로 쥐어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킹의 손은 무척 컸다. 킹이 내 뺨을 붙들자 내 얼굴은 킹의 손에 먹힌 것처럼 감싸졌다. 그리고 입으로도 내 얼굴을 먹고 있었다. 킹은 내 고개를 살짝 비튼 후 내 볼을 치아로 물고 핥았다. 아프진 않았다. 그러나 볼이 축축했고, 치아 자국이 났을 게 분명했다.
킹의 앞니가 내 광대를 살살 긁었고 송곳니가 내 연약하고 말랑한 볼을 짓눌렀다. 차라리 키스가 나았기에 고개를 돌려 벌어진 킹의 입술에 내 입을 붙였다. 킹의 코와 내 코가 닿아 고개를 꺾고 입을 벌려 혀를 킹의 입 안으로 넣었다.
킹은 내 볼을 빨았던 것처럼 내 혀를 빨고 치아로 씹었다. 다른 이보다 크고 단단한 킹의 앞니가 내 혀를 끝부터 씹어 올라왔다. 나는 혀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킹의 치아에 내맡겨야만 했다. 난 킹의 턱을 손으로 붙들어 치아가 살짝 벌어지게 해 혀를 빼내었다.
그리고 킹의 이가 다시 내 혀를 낚아채기 전에, 킹의 입술과 내 입술을 붙이고 킹의 입 안으로 혀를 넣었다. 치아 사이에 넣었다가는 다시 물릴 것 같아 입 안 옆 벽을 혀로 파고들었다. 그곳을 문지르자 감질났는지 킹은 입 안 중심으로 내 혀를 몰아가더니 제 혀로 내 혀를 감고 문질렀다. 킹의 혀는 몸처럼 크고 두꺼워 벌어진 턱이 조금 아파 와 과장스럽게 아프다는 신음을 흘렸다.
“흐으…….”
그렇지만 역효과를 냈다. 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고 내가 그런 킹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있던 상태였는데, 킹이 내 몸을 들더니 침대로 나를 눕혔다. 갑자기 시야가 뒤집혀 천장이 보였고 킹의 얼굴이 보였다. 천장을 등진 킹의 얼굴은 더욱 어두웠고 그래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빛이 다시 번쩍하며 안을 잠시 밝히자 킹의 얼굴이 잠시 드러났는데, 킹을 잘못 건든 것 아닐까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킹은 후회할 틈도 주지 않고 다시 얼굴을 내려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맞붙였다. 킹도 사람인지라 입술은 부드럽고 말캉해서,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느낌은 괜찮았다. 그러나 킹은 이내 입을 벌리고 제 입 안 단단하고 뾰족한 부분으로 날 건드렸다. 내 아랫입술을 앞니로 질겅질겅 물었다. 입술이 뜯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이상한 불안감이 들었고 나는 킹의 주의를 옮기기 위해 혀를 내밀어 킹의 코 아래를 문질렀다.
킹이 나에게서 얼굴을 새끼손가락만큼 떼어내고 내 코에 제 코를 닿게 하며 내게 물었다.
“처음이라며.”
“처음이 아니면, 싫어?”
“그럴 리가.”
손을 내려 킹의 사타구니에 갖다 대 힘을 줘 눌렀다. 킹의 것은 컸지만, 평소에도 이렇게 클 수는 없다. 이건 분명히 발기한 것이다. 맨살을 만지는 쪽이 더 효과적이겠지만, 킹과 내가 입은 옷은 점프 슈트여서 위부터 벗겨 내려가야 했다.
그래도 킹에게는 통했는지 킹은 내 귀 바로 근처에서 신음을 흘리더니 입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킹을 도와 킹의 팔 한쪽을 벗겼고 킹의 윗옷 부분이 벗겨지자 나는 킹의 드러난 상체를 문질렀다. 잘 보이지 않아도 단단하고 근육이 대단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사이 킹은 아래를 벗고 있었다.
킹이 속옷만 남은 상태가 되었고 킹은 내 몸을 들어 앉혔다. 그러자 속옷만 입은 킹의 아랫배에 내가 앉은 자세가 되었고 킹은 그대로 내 옷을 벗겼다. 나는 점프 슈트 안에 티셔츠를 하나 입고 그 안에 민소매를 입었는데, 킹은 벗기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론 덜 입고 다녀.”
나는 민소매를 벗어내느라 대답하지 못했고, 킹은 내 속옷에 손을 대 밑으로 내렸다. 다리를 편 상태가 아니라 다리에 속옷이 걸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엉덩이와 좆이 드러날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나는 벗은 옷을 대강 바닥에 던졌고 킹은 몸을 일으켜 내 목과 어깨 사이에 입을 박았다.
킹은 거길 혀로 열심히 핥아냈고 나는 한쪽 손으로 킹의 등을 더듬었다. 킹의 등에 깊게 파인 골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내려가다가 앞으로 손을 돌려, 아직 속옷을 입고 있는 킹의 좆에 손을 올렸다.
보지 않아도 젖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킹의 걸 잡았는데, 이름값을 하는 크기였다. 킹의 좆을 속옷 바깥으로 빼내고 젖은 귀두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자 킹이 내 살갗에 신음을 흘렸다.
“크으……. 무섭다는 애치고 너무 대담하잖아, 허니.”
킹이 내 목에서 얼굴을 떼어내고 내 귀로 옮기더니 내 머리를 헤집으며 말했다. 나는 귀두 아래 옴폭한 부분을 문지르며 말했다.
“자기가 안아 줘서 안 무서워.”
킹이 내 귓구멍에 피식, 하는 웃음을 담아 넣었다. 그리고 내 엉덩이로 손을 내리더니 그 사이를 손가락으로 파고들었다. 자기 전에 씻었지만, 그 사이는 말라 있었고 킹의 손 또한 건조했다. 예전에 남자와 삽입 섹스를 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남의 좆을 내 몸 안에 담고 있는 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잤던 남자의 것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킹의 것은 달랐고 저걸 그대로 내 안에 쑤셔 넣었다가는 병원 신세였다. 안을 충분히 적시고 쑤셔, 풀어야 했다.
킹도 그걸 알긴 했는지 손을 뻗어 무언가를 집었다. 보니, 바세린이었는데 킹이 그걸 듬뿍 떠선 내 엉덩이 사이에 발랐다. 미끈거리는, 불쾌한 촉감이 느껴졌다. 나도 바세린을 손가락으로 떠 킹의 좆에 발라 문질렀고 그러자 킹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윽, 허니는 두 번 무서우면 큰일 나겠어.”
킹이 내 구멍 안에 손가락을 갑자기 쑤셔 넣으며 말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침입에 손을 멈추고 킹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으, 하……. 어떡해, 난 원체 겁이 많아서 자기가 맨날 옆에 있어 줘야겠네.”
내가 애교 부리듯 말하자 킹이 제 무릎에 앉아 있던 내 몸을 뒤로 밀어 침대로 눕혔고 내 아래로 다시 손가락을 넣고는 앞뒤로 움직여 쑤시기 시작했다. 킹의 손가락은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보다 크고 두꺼웠고 마디가 울퉁불퉁했다. 이렇다 할 아픔도 쾌감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간질거렸다. 나는 킹의 목에 팔을 두르고 신음을 흘렸다.
“으, 응…….”
킹은 내 신음을 제 몸 안으로 담아 넣고 싶다는 듯 내 입술에 입을 맞붙이고 키스를 했다. 나는 킹의 입술 안으로 제대로 맺혀지지 못한 소리를 흘리다 숨이 막혀 헐떡댔다. 킹은 어느새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 내 구멍 안을 쑤시다가 손가락을 벌리는 등 제 맘대로 굴고 있었다.
“이제는, 하, 진짜 무서운 것처럼 꼭 안겨 있네. 아기같이.”
킹이 한 손으론 내 구멍을 괴롭히면서 나머지 손으로 내 이마를 쓸어 넘기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킹은 아기랑 떡치는 파렴치한이었다. 나는 한쪽 손을 내려 킹의 좆을 잡아 흔들었고 그러자 킹이 작게 “씹…….” 하는 욕을 내뱉더니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내 구멍을 마구 쑤셔 댔다.
“윽, 아. 아!”
이렇게나 거칠게 구멍이 쑤셔져 본 적은 처음이었다. 아픈 건 아니었는데 신음과 숨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빗겨 이제껏 내 입을 막고 있던 킹의 입을 피해 숨구멍을 낸 다음 숨을 내뱉었다.
킹은 내 입을 따라오려고 했지만 섹스하다 숨이 막혀 죽고 싶지 않았던 나는 또다시 피했고 킹은 내 턱에 입을 맞추더니 목과 쇄골까지 내려가다 내 가슴에서 입술을 멈췄다. 물론, 내 구멍을 쑤시던 손을 멈추지 않으면서. 킹은 이제껏 키워온 힘을 내 구멍을 쑤시는 데 다 쓰겠다는 듯 강하게 쑤셔 댔다. 뭔가 간질거리는 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잠, 잠깐만……. 윽, 하아.”
내 만류에도 킹은 손을 멈추지 않으면서 내 왼쪽 유두를 빨아댔다. 어금니로 살짝 씹더니 입으로 빨아들여 핥았다. 유두도 간지러웠다. 이제껏 했던 섹스 중에 가장 자위와 달랐다. 그래서 불안하고 싫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무를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킹을 건드려 버렸고 1년 넘게 남은 내 수감 생활 동안 킹과 계속 이런 짓을 해야 했으니까. 차라리 박는 게 나았다. 나는 킹의 등에 손을 올리고 다급하게 말했다.
“자기, 하. 그냥, 그냥 넣어줘.”
“아냐, 허니가 무섭다는데, 잘 달래 줘야지.”
그렇지만 킹은 내 가슴에 입술을 올려놓고 중얼대며 그대로 손가락으로만 내 구멍을 쑤셔 댔다. 태풍이 무서운 게 아니라 킹이 더 무서웠다.
나는 아직까지 내 구멍을 쑤셔 대는 킹의 손가락에, 킹의 두꺼운 팔을 잡고 애원했다.
“윽, 하아. 아냐, 이제, 으, 안 무서워. 자기, 응?”
“여기는 무섭다고 떨어 대는데?”
킹은 그제야 손가락을 뽑고 움찔대는 내 구멍을 더듬으며 말했다. 씨발. 박으라면 좀 박지, 말이 많았다. 킹의 좆에 손을 갖다 대기엔 멀었고 나는 발끝을 세워 킹의 무릎 안쪽을 간질였다.
“아냐, 기대해서 그런 거야, 자기, 응? 제발.”
아양 떨며 애원하자 그제야 킹이 몸을 일으켰다.
“허니, 너무 밝히네.”
“응, 그러니까 제발…….”
킹이 그제야 내 청을 들어주려는지 제 좆을 두어 번 만져 흔들더니 내 다리 사이로 가 앉았다. 그리고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내 다리를 들어 올리고 바세린을 더 떠서는 귀두에 문질러 펴더니 내 구멍에 가 맞췄다. 나는 긴장되었지만, 너무 조일까 봐 최대한 몸에서 힘을 뺐다.
“하으…….”
킹의 좆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인 귀두가 내 구멍을 가르고 들어오고 있었다. 킹이 손가락으로 괴롭혔다고 한들 킹의 것은 워낙 크고 두꺼웠다.
“허니, 윽……. 힘 빼 봐. 이러다 끊어지겠어.”
어느새 내 아래에 힘이 들어갔는지 킹은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고 멈췄다. 그리고 내 옆구리로 손을 올려 옆구리를 위아래로 비볐다. 나는 킹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아무 말 없이 끌어당겼다. 킹은 “하아…….” 하고 숨을 내뱉더니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 흑.”
킹의 귀두가 겨우 들어왔다. 고작 대가리만 들어왔는데도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대로 멈추고 싶었지만 킹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제 좆을 내 몸 안으로 집어넣었다.
“허니, 처음 맞나 봐? 씹, 존나 조여.”
킹 정도 되는 좆을 몸 안에 넣게 되면 누구든 조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숨이 막혀와 그저 킹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헉헉댔다.
“흐윽, 흑.”
“허니, 울어? 아직도 무서워, 응?”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지 눈가가 축축해졌는데 킹은 아이를 달래는 듯 말하면서도 내 안으로 더 깊게 좆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허니는 천둥 번개도 무서워하고 눈물도 많고 이래서야 어떻게 살겠어, 응?”
킹이 내 뺨에 손바닥을 올리고 엄지로 내 눈물을 훔치면서도 좆은 박아 댔다. 말캉한 살이 엉덩이에 닿는 것이 고환 같았는데 제 긴 좆을 내 몸 안으로 다 쑤셔 넣은 모양이었다.
“잠깐만, 움직이지 마. 응? 자기, 잠깐만. 나, 흐윽!”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킹의 것이 내 안을 무자비하게 쑤셔 댈까 봐 킹의 손바닥에 뺨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지만 킹은 거기서 더 꼴렸는지 몸을 뒤로 빼 좆을 뽑아내더니 안으로 푹! 쑤셔 넣었다.
“씹, 하.”
“흐윽! 아아! 흑.”
킹의 것이 내 내벽을 쾅! 하고 두드렸다. 아팠지만 동시에 벼락을 맞은 듯 찌릿했다. 내 좆에서 뭔가 나오는 게 느껴졌다. 킹은 탄력받은 듯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며 쾅쾅 박아 댔다.
“하아, 로터스, 씹. 존나. 하, 씨발.”
“흐윽! 흑, 제발, 으아!”
전에 했던 섹스와는 달랐다. 전엔 그저 내 밑에 뭔가를 집어넣었구나, 하는 이물감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온갖 감각이 밀려들었다. 킹이 박으며 내 무릎 아래를 간질이자 오금이 저려왔다.
“자기, 응? 제, 제발. 좀만, 천천히!”
나는 내 허벅다리를 잡은 킹의 손에 손깍지를 꼈다. 그리고 킹의 손을 내 입가로 끌어 올려 킹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애원했다. 그렇지만 킹은 모른 척 굴었다.
“왜? 제발 더 박아 달라고? 허니는 너무 밝혀.”
그러고는 제 손가락을 내 입 안으로 넣어 내 혀를 누르며 괴롭히고는 몸을 뒤로 빼더니 다시 쾅쾅 박아 댔다.
“으응! 흐! 흐, 흑.”
애매한 짜릿함이었던 것이, 킹이 계속해서 내 안에서 움직이자 구체적인 쾌감으로 다가왔다. 남자도 뒤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거짓이 아닌 걸 알게 되었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없었다. 너무 과했다. 견딜 수 없어 뒤를 움찔대자 박아 대는 킹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허니, 어? 이렇게 밝혀서야, 씹, 다른 새끼들은 여기 채워주지도 못하겠네, 응? 구멍이 좋다고 달라붙는데, 씹, 딴 놈 좆은 한 세 개나 먹어야 이럴 거 아냐. 어?”
아까는 너무 조여 처음인 거 같다고 해놓고 이제는 안 그렇다고 지랄이었다. 그렇지만 난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응, 응! 흑! 그니까, 제발! 응! 하!”
나는 킹이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마구 빌었다. 뒤를 박는 것만으로도 죽겠는데 킹은 내 좆에 손을 올리고 문질러 댔다.
“아, 아! 하지, 하지 마. 제발! 흐윽!”
“왜? 그냥, 하아, 박히는 게 좋아? 어?”
“응, 응! 그냥, 흐윽!”
킹은 내 좆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귀두가 걸릴 만큼만 내 구멍에서 제 좆을 빼내더니 뿌리까지 단번에 쿵! 박았다.
“하악! 윽!”
난 킹에게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붙잡았지만 킹은 그저 계속해서 쿵! 쿵! 박았다. 안이 울렸다.
“윽!”
몸이 부서질 듯 견디기 힘들었고 숨이 턱턱 막혀오는데 킹이 내 구멍에서 제 좆을 완전히 빼냈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덕분에 살았다며, 신께 빌고 싶었다. 그렇지만 킹은 아직 가지 않았고 제 좆을, 반쯤 선 내 것과 함께 잡고 문질렀다. 쾌감이 몰려왔지만, 안을 박아오던 것보단 나아 킹의 손길을 잠자코 받는데 내 것에 미지근한 액체가 쏟아졌다. 킹이 사정한 것이었다.
“씹, 하아, 하아.”
제 욕구를 채운 킹이 멈출 줄 알았는데, 킹은 쏟아진 제 정액으로 축축해진 내 걸 흔들었다.
“아, 윽! 흑!”
나는 킹의 손목을 양손으로 붙잡고 신음을 흘리다 이내 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킹의 손이 내 정액으로 젖었을 걸 생각하면 달갑지 않았다.
신음이 가득하던 방이 조용해졌고 그제야 들리지 않던 천둥소리와 빗소리가 들렸다. 아직 비는 멎지 않아 세차게 유리창을 때리고 있었다. 난 침대에 천장을 향한 채 누워 그걸 가만히 듣고 있었고, 킹은 내 몸에 제 몸을 올리고 내 뺨과 옆 목에 입을 맞추는 중이었다.
벗고 나서도 느꼈지만 킹의 몸은 무척이나 컸다. 헐렁한 점프 슈트에 가려져 그의 몸을 과소평가했었다. 가려진 것 없이 드러난 그의 몸은 대단했다. 몸통이 두껍고 커 큰 나무 같았다. 그리고 문신이 있을 거란 괜한 편견이 있었지만, 몸 어느 곳에도 문신은 없었고 흉터마저 없었다.
킹의 몸 중에 그나마 가늘어, 킹의 몸 크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게 한 킹의 목 뒤에 손을 올리고 킹의 입맞춤을 받다가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은 잔뜩 물에 젖어 온통 불분명했다. 킹은 내 귀에 입을 맞추며 나를 따라 창문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나 봐?”
나는 손을 올려 킹의 곱슬머리로 손을 넣었다. 킹의 곱슬머리는 억세지 않고 부드러웠고 강아지 같았다. 곱슬머리 강아지면 푸들인가? 그렇지만 푸들은 킹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몸이 크고 머리가 똑똑한 스탠다드 푸들이라면 킹과 어울릴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뭐든, 킹과 반려견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고 나는 푸들을 머릿속에서 지워 내며 답했다.
“아니, 좋아하지 않아.”
“근데 왜 거기만 봐.”
킹이 내 귀를 살짝 깨물었다. 나는 천장으로 시선을 돌려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여기 와서 보는 첫 비라.”
킹은 내 귓바퀴에 혀를 미끄러트리고 내 귀 안으로 제 목소리를 담아 넣었다.
“나는 여기 온 이튿날 비가 내렸어. 내가 홍징에 온 날에도 비가 내렸는데, 그때가 생각났지.”
킹의 목소리는 무척 부드럽고 나긋해, 외모와 어우러져 여유롭고 순진한 청년의 것 같았다. 그리고 킹의 목소리는 킹의 외모처럼, 킹의 실제 나이보다 어리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내 귀에 박혀오는 목소리는, 다정한 척 나를 꾀어내고 괴롭히는 못된 자의 것이다. 귀 안에 흘러들어 온 목소리는 뇌로 들어오기 전에 내가 세운 단호한 벽에 막혀 흩어졌다. 나는 킹의 뒷목에 손을 올리고 피아노를 치듯 가볍게 두드리며 킹의 것처럼 목소리를 냈다.
“원래 어디에 있었는데?”
“필리핀.”
필리핀에 살던 남자아이가 어떻게 킹 미나콤이 되었을까. 완다 미나콤의 숨겨진 아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완다 미나콤은 여자를 여럿 갈아치우는, 레즈비언이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적은 없어도 모두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홍징은 동성 결혼 법제화 이슈가 긍정적으로 이야기되는 나라였는데 그건 완다 미나콤의 엄청난 로비 덕도 있었다.
나는 레즈비언 마약상이 어쩌다 필리핀 남자아이를 데려다 키워 제힘을 나눠주게 된 것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고 킹의 귀 뒤를 엄지로 쓸었다. 킹의 귀는 말랑했고 귀 뒤는 뼈와 가까워 단단했지만 이대로 찔러 넣으면 킹이라 할지라도 금방 죽을 수 있었다. 이렇게 킹도 연약한 부분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가 사람처럼 보여 너무 생경한 기분이었다. 사람이 맞다는 걸 알지만, 그냥 너무 낯설었다. 양손을 모두 킹의 등에 올려 어릴 적 배운 노래를 치며 말했다.
“내가 어릴 적에 태풍이 왔었거든. 그 태풍 있잖아, 십여 년 전에 왔던 태풍 ‘물고기’. 그때 그렇게 크게 올 줄 몰랐고 나는 어렸고, 엄마랑 아빠는 바쁘니까 아무것도 대비를 못 했거든. 그날 집에 혼자 있는데 태풍이 유리창을 모두 깨고 간 거야. 나는 집에 혼자 있고 유리창은 다 깨지고 그래서 엄청 무서웠는데.”
그 노래는 ‘즐거운 나의 집’이었고 우리 집의 벨 소리였다. 말하면서 그 음을 따라 부르지 않게 조심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작은집 내 집뿐이리.
이제 내게 집이라 불릴 곳이 있을까? 집이 현재 살 곳이라면 내 집은 이곳이었고 나는 여기서 쉴 수 없다. 엄마와 살았던 때, 그곳이 내 평생 집이라 칭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겠지. 그 공간은 아직 남아 있다. 그 공간은 아직도 내 소유다.
그러나 그저 공간에 불과한 그곳을 ‘집’이라 칭할 수 있을까. 엄마가 없어진 이후로 나는 어쩌면 ‘집’을 찾아가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킹의 등을 가볍게 치던 손이 멈추자 킹이 내 귓바퀴를 따라 엄지로 꾹꾹 눌러 내 신경을 돌렸다. 엄마가 어릴 적, 귀는 몸 모든 곳과 통해 있다며 귀를 만져주던 게 생각이 났다. 물론 킹의 손길은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전문적이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태풍이 무서워?”
무서운 걸까?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무서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무서운 게 아니겠지. 그래서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킹의 손이 잠깐 떨어져 나갔다가 금세 다시 귀로 붙었다.
“무서운 건 아닌데, 그때가 생각나서 불안하기는 해.”
“그게 무서운 거잖아. 이젠 컸으니까 집에 잘 있으면 돼. 그리고, 내가 있잖아?”
킹이 달래듯 내게 말했다. 킹은 날 이렇게 어린아이 대하듯 굴었다. 나는 킹보다 대강 10살이 어렸기 때문에 킹보다 어리기는 했다. 그러나 킹과 떡칠 정도로는 컸다. 그리고 킹의 외모를 보자면 나와 그다지 나이 차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킹의 눈을 보았다. 킹의 눈은 짙고 깊었고 날 보고 있었는데 그것에 굳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 킹의 몸을 밀어 일어났다.
“이제 치워야 해.”
킹은 옆으로 침대에 누워 내가 세면대에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 내는 걸 보다가 내가 그걸 자신에게 내밀자 순순히 받아 제 몸을 닦았다. 킹의 몸은 커서 수건을 몇 번이나 다시 적셔야만 했다.
* * *
위이이이이잉!
아, 씨발…….
울리는 기상 사이렌에 이불을 끌어당겨 귀를 막았다. 그러나 이불을 끌어 내리고 내 몸을 일으키는 힘에 내맡겨져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허니, 일어나야지.”
날 일으킨 사람은 분명 킹이었지만 나는 너무 졸려 그 품에 다시 고개를 박고 칭얼댔다.
“딱 5분만 더…….”
“하하, 왜 간밤에 아기가 됐어. 더 커야겠네.”
킹이 내 얼굴을 제 양손으로 잡아 들어 올리고 엄지로 내 눈 밑아래를 쓸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비척비척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일어나 세면대로 걸어갔다. 엉덩이가 쓰리고 허리가 쑤셨다. 그렇지만 킹은 멀쩡했고, 그래서 좀 짜증이 났다. 어젯밤에 그냥 도발하지 말고 잘 걸, 그러면 잠도 더 자고 이렇게 쑤시지 않을 텐데.
세면대에 물을 틀어 놓고 그냥 기대 눈을 감고 있는데 물에 젖은 큰 손이 내 얼굴을 비볐다.
“윽!”
“정신 차려.”
“알았어. 자기, 내가, 내가 할게! 악!”
킹의 손을 잡고 말렸지만 킹은 제 손으로 내 얼굴을 거칠게 세수시키고는 치약을 짠 칫솔까지 집어 내 입에 물려 줬다. 나는 킹이 양치도 해준다고 할까 봐 얼른 칫솔을 잡고 입 안에서 움직였다. 킹의 거친 세수 때문에 정신이 돌아온 나는 킹을 힐끔 쳐다봤다. 평소와 같은 것 같기도 했는데, 굳이 날 깨워 세수까지 시킨 것은 평소 안 하던 것이다. 섹스에 큰 의미를 둘 인간 같지는 않은데 어제 섹스가 너무 흡족한 나머지 날 챙기는 건 아닐까 싶었다. 킹의 의도는 몰라도 내게는 지금 나쁘지 않았다.
식사를 하러 왔는데 킹은 아예 밥까지 먹여줄 기세였다. 그래서 나는 킹에게 수저를 뺏기지 않게 유의해야 했다. 오늘은 밥에 중국식 검은 양념이 올라온 덮밥이었다. 맛이 훌륭하진 않았지만, 어제 힘을 많이 쓴 탓에 배고파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입구로 마이클 미치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마이클 미치는 평소와 달리 혼자였고, 센 척하며 제 몸을 부풀리고 있었지만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조차 안 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마이클 미치가 킹을 노려보는 게 보였으나 킹은 그쪽을 보고 있지 않아 불행히도 나만 목격할 수 있었다. 마이클 미치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이클 미치와 눈이 마주치자 기분이 더러워졌고 나는 마이클 미치의 화를 돋우기 위해 킹의 쪽으로 몸을 붙였다. 마이클 미치는 표정을 잔뜩 구기더니, 혹여 킹이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릴까 봐 푹 머리를 숙였다. 꼴이 우스웠다.
킹은 내가 제 쪽으로 몸을 붙이자 팔을 들어 날 더 끌어당겼다. 그리고 내 귀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어제 힘들었지? 오랜만이라 자제가 안 됐네. 허니가 어찌나 섹시하던지.”
물론 속삭였다는 건 킹의 기준이었고, 그 근처 있던 사람들은 모두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였다. 나는 부끄러운 척 고개를 숙이며 킹의 품 안으로 들어갔고 킹은 내 등을 토닥였다. 웩. 아양 떠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 * *
언제나처럼 킹에게 어깨를 내맡긴 채, 정보 처리실로 향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난 부실한 책걸상에, 킹은 방 안에 들어갔겠지만, 웬일인지 킹은 나도 방으로 데려갔다. 킹은 여유로운 척 들어가 문을 닫고 커튼까지 치더니 곧바로 입술을 부딪쳐왔다.
“으, 하!”
내 등 뒤에는 유리가 있었고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쿵쿵대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킹의 혀가 내 입 안을 거칠게 쑤셔 턱이 잔뜩 벌어져, 내 턱으로 침이 흐르기 직전이었다. 이런 꼴을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아니 오히려 나을지 모른다.) 내가 이제껏 받아왔던 공중도덕에 대한 가르침이 때아니게 솟아나, 몸을 돌린 후 킹의 멱살을 잡고 방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킹은 나보다 키와 덩치가 더 컸기에 내가 킹에게 잡아 먹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처음엔 내 끌어당김이었으나 어느새 킹이 날 끌어당기고 있었다. 킹은 날 책상으로 몰아가더니 날 책상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탔다. 이러면서 그전까지 섹스는커녕 키스를 어떻게 안 했던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하아, 하아. 자기, 조금만 천천히. 응?”
약한 척하며 킹에게 애원했다. 더 빨라도 괜찮았지만, 킹에게 앙탈을 부리는 것이었고 킹은 내 말을 들어 주긴커녕 더 거칠게 입을 맞출 게 분명했다. 그리고 킹은 내 예상대로 곧바로 몸을 내렸다. 킹이 고개를 꺾고 내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더니 내 입술을 혀로 벌리고 턱을 맞대어 치아 사이를 벌어지게 한 후, 제 혀를 내 입 안에 넣었다.
팔을 들어 킹의 등을 감싸 안자 팔 안 가득 킹의 몸이 들어찼다. 킹이 내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어내서 끝났나 싶었는데, 킹은 입술을 옮겨 내 뺨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내 얼굴 온 곳에 입을 맞췄다. 뺨, 광대, 입술, 턱에 입술을 맞추다가 얼굴에서 내 몸 곳곳까지 맞출 지경이라 나는 킹의 뺨을 손으로 감싸 킹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자기, 일해야지. 응?”
내가 킹의 뺨을 엄지로 가볍게 쓸며 말하자 킹은 가볍게 욕을 삼키더니 내 몸에서 일어났다. 중요한 할 일이 있는 듯했다. 방 안에 다른 의자는 없어 나는 책상 한쪽에 걸터앉았고 킹은 푹신한 의자에 앉더니 내 옆에 노트북을 올려 두고 전원을 켰다. 킹의 노트북은 대강 15인치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화면도 내가 이제껏 썼던 전자 기기보다 깔끔하고 선명했다.
킹의 노트북은 내가 쓰던 것과 달리 IT 기업에서 만든 프로그램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 프로그램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킹은 인터넷 창을 켰다. 오랜만에 보는 인터넷이었다. 그리고 어떤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온통 숫자뿐이었다. 나는 킹의 귀에 손을 올려 문지르며 넌지시 물었다.
“자기는 무슨 일 하는 거야?”
킹이 내 손을 제 손으로 감싸고 내 손을 제 입으로 가져가 손바닥에 가볍게 입술을 맞춘 후 내 손에서 입술을 움직였다.
“궁금해?”
“아니, 자기는 밖에서도 여기서도 중요한 일만 하니까 안 알려줘도 괜찮아.”
나는 오리발을 내밀며 손가락으로 킹의 뺨을 더듬었다. 킹은 내가 만지는 게 흡족한지 살짝 웃더니, 내 검지 끝을 살짝 빨고 말했다.
“암호 화폐라고 알아?”
“아, 그 투자 비슷한 거?”
예전에 일할 때, 그곳에 있던 중년 남자가 암호 화폐의 가치가 급상한다며 잔뜩 샀다가 피를 본 걸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었다. 그거 말고 딱히 아는 것은 없었다.
“뭐, 투자를 할 수도 있기는 하지.”
“그럼 자기는 뭐 하는데?”
킹이 내 손가락 사이를 핥는 걸 지켜보며 살짝 묻자 킹은 손가락에서 혀를 떼어내지 않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
“그냥 남들 일 도와주는 거지. 곤란한 물건을 곤란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곤란한 걸 곤란하지 않게? 돈세탁이라는 말인가? 난 세탁할 더러운 돈도 없는데 이 세상엔 돈세탁소가 필요한 놈들이 많은가보다. 부럽게.
나는 손바닥을 핥고 있는 킹의 혀를 느끼다, 손바닥을 움찔거렸다. 그러자 킹은 혀가 간질여졌는지 가볍게 웃었다.
“자기 회사 일이면 중요한 거 아냐? 그렇게 말해줘도 돼?”
“그냥 취미라 상관없어.”
킹은 내 손바닥에서 입술을 가볍게 쪽 맞추는 것으로 내 손을 다 갖고 놀았는지, 내 손을 놓고 컴퓨터에 집중했다. 내게 중요한 걸 알려주는 듯싶다가도, 결국 내게 알려줄 수는 있는 정도의 일이라는 얘기였다. 그래도 그전까지 알려주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알려주는 걸 보면 나는 킹의 바운더리 안에 전보다는 깊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킹은 오랫동안 집중해서 일을 했고 나는 그런 킹을 방해할 수 없어 혼자 앉아 있었다. 책이라도 들고 올 걸 그랬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책상에 앉아 불안정한 자세로 졸고 있었다. 내가 그걸 알아챈 건, 뒤로 넘어가려는 몸을 킹이 낚아채 잡아준 후였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고 킹은 의자에서 일어나 내 등을 감싸 안아 잡은 상태였다.
“어제 너무 고생시켰나 보네.”
킹은 날 안더니 있는지 몰랐던 소파에 가 날 눕혔다. 나는 이제껏 어딜 가든 키가 큰 편에 속했었지만, 킹의 앞에서는 아니었다. 킹은 내 몸 정도는 우습다는 듯 가볍게 날 들었다.
소파는 낡아 먼지 냄새가 났고 중간중간 천이 뜯겨 있었다. 그러나 맨바닥보다는 나았고 킹의 페퍼민트 냄새가 먼지 냄새를 덮어 주었다. 킹은 내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려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속삭였다.
“저기 있을 테니까 자고 있어. 악몽 꾸면 부르고, 알았지?”
한 다섯 살 아이한테나 할 말이었지만 나는 감겨오는 눈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냥 잠에 빠져들었다. 너무 피곤했다.
눈을 뜨니 깜깜했다. 이 방은 바깥으로 통하는 창이 없어 불을 켜야만 안을 밝힐 수 있는데, 커튼을 친 채로 불까지 끈 모양이었다. 유일하게 빛이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킹이 아직까지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면 자세가 삐뚤어질 만도 한데, 킹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정석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지금이 몇 시지. 오전에 잠이 들었는데, 몇 시간이나 잤는지 모르겠다. 소파가 바닥보다는 낫다 해도, 내 키보다 짧았고 자기에 최적화되지는 않아서 몸이 조금 쑤셨다. 어제 한 섹스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았다. 오래된 소파에서 삐걱이는 스프링 소리가 났지만 킹은 상당히 집중한 모양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한참 킹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궁금해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킹에게로 고개를 숙이자, 킹의 목에서 페퍼민트 냄새가 났다. 잠기운이 남아, 애교 부리듯 허리를 숙여 킹의 어깨에 턱을 걸쳤다. 킹은 조금 놀랐는지 몸을 잠깐 움찔했다가 제 어깨에 걸친 내 얼굴을 손을 들어 문질렀다.
“깼어?”
“응, 지금 몇 시야?”
잠기운이 아직 완전히 달아나지도 않았고, 컴퓨터 화면이 눈이 부셔 눈을 감고 웅얼댔다. 킹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5시 5분 전.”
몇 시에 잠든 지 정확히 몰라도, 대강 5, 6시간은 잔 거였다. 그러니 몸이 쑤시지.
“나 그렇게 오래 잔 거야?”
“허니, 걱정 마. 아기처럼 쌔근쌔근 자더라고.”
딱히 그걸 걱정한 건 아니었는데. 킹의 몸에서 내 몸을 떼어내고 벽으로 다가가 불을 켰고 방 안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나는 분명하게 드러난 킹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배고파.”
너무 결연하게 말했는지 킹이 웃기다는 듯 작게 웃고는 턱을 괴어 날 바라봤다.
“하루 종일 자고 일어나면 밥 먹고. 허니, 완전히 아기잖아.”
나는 킹에게 다시 다가가 킹의 뒷목에 손가락을 가볍게 올려 쓸었다.
“자기는 아기랑 떡쳐?”
킹은 그런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껴, 내 손등에 입술을 올리고는 말했다.
“진짜 아기 아니니까 다른 우유 먹여주잖아. 맛있다고 더 달라고 앙앙 울어댔으면서.”
변태 새끼.
내가 속으로 욕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킹은 내 손등에 마구 입을 맞추고 앞니로 긁고 씹고 갖고 놀며 난리였다.
* * *
킹은 아주 부지런하게도, 틈틈이 제 일을 했다. 담배를 파는 일 말이다. 많은 이들이 킹을 찾아왔지만 킹은 아무에게나 팔지 않았다. 사실, 담배를 파는 일도 킹에게는 또 다른 취미에 불과했으니까.
킹은 대중없이 자기 마음에 따라 담배를 팔았다. 한 개비를 우표 20장에 사겠다는 자 대신 우표 5장에 사겠다는 자에게 담배를 팔 정도로 제멋대로이기에 다들 킹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수밖에 없었다. 마약이나 다른 것들을 들여오던 마이클 미치의 줄이 끊겨 빌 수 있는 곳은 킹 쪽뿐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자라 하더라도 킹의 마음에 들면 가끔 다른 물건을 팔아 줄 때도 있었으니까.
킹은 제 손을 통하지 않고 담배가 팔리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내게 화를 냈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는데, 담배를 킹에게서 샀다 하더라도 킹의 허락 없이 남에게 주거나 팔 수 없었다. 킹은 제멋대로인 폭군 장사치였으나 킹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난 오늘도 못된 장사꾼 킹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간접흡연을 잔뜩 하며 서 있는 중이었다. 그 옆으로는 투와 제이제이가 킹을 지키듯 서 있었고 빌빌거리며 킹에게 물건 하나를 사겠다며 온 놈이 건너편에 서 있었다. 놈은 키가 훌쩍 컸는데도 담배 하나 사겠다고 허리를 납작하게 숙여 킹에게 비는 중이었다.
머리털이 적어 두피가 드러난 정수리가 보였다. 그 꼴이 보고 싶지 않았고, 또한 담배 연기에 코가 아프고 눈이 매워, 그나마 페퍼민트 냄새가 강하게 나는 킹의 뒷목에 코를 박고 눈을 감았다.
“담배 못 피운 지가 너무 오래됐어……. 세 개비, 아니, 두 개비만이라도 팔아줘, 어?”
“글쎄, 어떻게 하지? 허니는 어떻게 생각해?”
킹은 내 어깨를 문지르고 주무르면서 물었다. 내게 결정을 넘기는 게 피곤했다. 빌고 있는 놈을 슬쩍 보니 놈은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냥 들어가 쉬고 싶었다. 얼른 이 상황을 끝내고파 다시 킹에게 코를 박고 웅얼대며 말했다.
“저렇게 비는데 한 개비만이라도 팔아 주는 게 어때?”
“허니는 왜 이렇게 착해?”
킹이 내 귀 뒤를 쓸어 문질렀다. 킹의 손바닥이 내 뺨 전체를 뜨겁게 감쌌고 나는 내 귀에 올린 킹의 손바닥의 도톰한 부분을 검지 끝으로 가볍게 비빈 후 꾹 눌렀다. 말캉하고 연약한 근육이 손가락 끝에 밀려 들어갔다. 그러자 킹은 내 볼을 톡톡 두 번 제 손바닥으로 치더니, 자기 앞에 빌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우리 허니가 착한 건 착한 거고, 난 안 되겠는데?”
그럴 거면 왜 물어봤는데.
킹은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 담배를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앞에 있는 놈은 그 담배 연기라도 들이마셔야겠다는 듯 열심히 코를 킁킁댔지만 금방 제이제이에 의해 쫓겨났다. 킹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남은 담배를 벽에 비벼 끄고는, 제 어깨에 볼을 박고 있는 내 볼에 손을 끼워 내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키스했다.
역한 담배 냄새가 느껴져서 숨을 멈추자 킹은 허락할 수 없다는 듯 내 입을 벌리고 그 안으로 혀를 쑤셔 넣었다. 결국 나는 숨이 막혀와 코를 다시 열 수밖에 없었고 진한 니코틴 냄새가 폐로 들어왔다. 담배 향이 섞인 킹의 혀는 입 옆 벽을 문지르고 내 혀 옴폭한 부분을 문지르더니 가볍게 입을 맞춘 후에야 떨어져 나갔다.
“허니, 아파?”
킹은 이제껏 담배 냄새를 실컷 맡게 해놓고 이제야 걱정된다는 듯 물어왔다. 나는 아직 내 뺨에 닿은 킹의 손바닥에 애교부리듯 뺨을 비볐다.
“자기가 담배 피웠잖아. 나 코 아파.”
“그럼 나 담배 끊을까?”
네 맘대로 해, 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나는 최대한 돌려 말하려고 노력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지.”
“허니는 말 참 귀엽게 해. 이쁘게.”
그리고 킹은 내 뺨에 입을 쪽쪽 맞추더니 담배를 한 개비 더 꺼내 피웠다. 역시 개새끼였다.
여럿이 킹을 찾아왔지만, 그날 킹은 딱 한 개비만을 팔았다. 킹에게 물량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킹은 담배를 낭비하듯 피워 댔으니까. 그냥 제 맘에 들지 않아 그런 것이었다. 바깥에서도 장사를 저따위로 하진 않겠지? 그랬다가는 금방 망할 게 분명했으니까. 애초에 더럽고 복잡한 제 성격을 취미 생활로 푸는 모양이었다. 킹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알차게 피워 벽에 비벼 끈 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제이제이에게 건넸다.
“제이제이.”
작은 병이었는데 제이제이는 주인에게 새 장난감을 받은 개처럼 웃으며 힘차게 답했다.
“어? 킹, 고마워!”
제이제이가 들고 있던 것은 작은 미니어처 보드카였다. 도수가 제법 높아 물에 타 먹으면 꽤 오래 먹을 수 있어 보였다. 병을 꺼낸 킹의 주머니는 홀쭉해져 있었고 투는 자신의 것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킹은 투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않았다.
킹은 볼이 불룩해지게 입 안을 혀로 훑으며 내 볼을 엄지로 눌렀다.
“허니는 아직 젖살이 안 빠졌나 봐?”
킹이 나머지 손을 들어 다른 볼도 꾹꾹 눌렀다. 볼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거슬렸고, 나는 입 안에서 혀로 손가락을 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끝을 길게 늘이며 웅얼거리듯 답했다.
“스물 지난 지가 언제인데…….”
킹이 양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 내 양 볼을 가볍게 잡아당기더니, 고개를 숙여 내 옆 목에 코를 박았다. 그러자 텁텁한 담배 냄새가 섞인 페퍼민트 향이 코 안으로 훅 들어왔다.
“왜 그래도 아직 풋내가 나지?”
킹이 내 목에 코를 박고 킁킁댔다. 나는 킹의 몸에서 느껴지는 담배 냄새 중에 페퍼민트 냄새를 찾아 집중하려고 애썼다.
“내가 무슨 풀이야?”
나는 킹의 콧김이 닿아 간질거리는 목이 신경 쓰였다. 그렇지만 긁기엔 킹이 아직 얼굴을 박고 있었고, 그래서 차라리 킹이 거길 물어줬으면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킹은 계속해서 약한 바람을 내뱉으며 피부를 간질였다.
“맞잖아. 연꽃.”
킹이 간지러운 부분을 혀로 핥았고 축축해졌을 뿐 간지러움은 해소되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러면 자기는 뭔데?”
나는 도저히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어 킹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선 떼어냈다. 그리고 한 손을 떼어내 목을 긁었다. 그제야 시원했다.
“나는 아주 깨끗한 연못?”
그렇게 말하고 킹은 자신이 생각해도 웃기다는 듯 웃었다. 킹은 연못보단, 늪이었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고 빠져나오려 발악할수록 빠져들어 죽을 수 있는 늪. 나는 거기서 겨우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고 숨을 쉬는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뿌리를 살찌우고 금방 깨끗한 물로 옮겨 갈 것이다.
* * *
몸에 화학물질을 집어넣지 않고는 못 살겠다는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금단에 샴푸라도 들이켤 기세였다. 물론 그러다가 죽든 말든. 그건 킹도 나도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몇 놈들은 술이라도 마셔보겠다고 식사로 나오는 과일과 빵 등을 모아 술을 만들었다. 그 술을 몇 번 직접 보았는데 그냥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둔 것 같았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듣기로, 그 맛은 끔찍해 몇 번 들이켜기도 힘들어 제대로 취할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마이클 미치의 물건들은 가격이 양아치이기는 해도, 마이클 미치는 돈만 있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팔았다. 그렇지만 킹은 물건을 아주 제 맘대로 팔았다. 그래서 평소 마이클 미치에게 담배를 제외한 물건을 사다 담배가 정 급해지면 킹을 찾았지만, 이제 마이클 미치는 마약은커녕 칫솔 하나 들여올 수 없었다.
오랜만에 취하지 않은 재소자들은 예민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들을 서로를 도발하고 때렸고 서로를 강간하려고 했다. 나는 혹여 그것에 휘말려 들까 봐 킹에게서 최대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자기는 왜 그렇게 물건을 안 파는 거야?”
킹의 팔을 꼭 잡고 은근슬쩍 물었다. 킹은, 주변이 저렇게 날뛰는데도 일부러인지 풀풀 담배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 그 냄새가 어찌나 강한지 평소 몸에서 가장 강하게 나던 페퍼민트 냄새가 덮일 지경이었다. 담배 냄새가 묻은 킹의 손이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음, 그냥?”
역시 성격이 영 좋지 않았다. 나는 킹의 몸에 묻은 담배 냄새를 어떻게든 들이마셔 보겠다는 남자들을 무시하며 조용히 킹의 뒤를 따랐다. 킹을 향해 코를 킁킁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거친 필체로 그린 흉한 지옥도 같았고 내가 붙들 수 있는 동아줄은 킹뿐이었다. 나는 킹의 팔을 더욱 꽉 잡고 킹의 어깨로 고개를 박았고 킹은 만족스럽다는 듯 내 등을 토닥였다.
약과 담배 등 화학물질의 갈증을 폭력으로 해소하던 재소자들의 상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자 서로를 때려 대던 이들도 점차 지쳐갔고 교도관들의 강경한 태도도 줄어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다시 화학물질을 탐닉하기 위해 숨겨진 약을 찾아 교도소를 쑤시고 다녔고, 이미 다 털릴 대로 털린 교도소엔 가루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확실한 공급처인 킹을 찾았지만 역시나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재소자들은 아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제 몸을 혹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