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나는 하루 종일 속옷에 예리하게 간 삽 손잡이를 끼운 채 킹과 마이클 미치, 판을 피해 다녔다. 진짜 여기 들어온 날 중에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 킹에게 붙으려 했는데 킹은 갑자기 내게 화를 냈고 마이클 미치는 역시 역겨워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판은 말할 것도 없었다.
판에게 붙는다 해도 판이 날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었다. 판이 가진 것은 겨우 교도관이라는 알량한 권위였다. 그 권위는 교도소 안쪽 깊이에선 발휘할 수 없다. 날 지켜 줄 사람은 교도관이 아닌 이 안에 있고 같이 생활하는 재소자여야 했다. 판은 그저 내가 귀찮으면 조금 손을 써 날 독방으로 보내거나 이감시킬 수 있다
좆같았다. 일주일, 아니, 하루 만에 살이 찌는 방법이라도 있을까? 마요네즈랑 마가린 둘 다 사서 방에 돌아가 퍼먹을까? 아니, 내가 단시간에 살이 찐다고 해도, 내가 겪는 위협이 끝이 날까? 강간은 피해도 오히려 폭력의 위험은 이어질지 몰랐다.
아, 골 아파. 그냥 죽을까.
일주일에 한 번 재소자들이 모여 종교 행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이다. 교도소 내에 종교 신자들은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가 제일 많았다.
교도소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하나로 묶으려고 했는데 두 집단의 반발이 거셌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합치지 않는다면 불교가 제일 그 수가 많았기 때문에 불교가 종교 행사가 치러지는 넓은 공간을 대체로 차지했었다.
사실 그들 중 제대로 된 신자들은 적었다. 그들은 그저 무언가를 믿고 그것을 근거로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고 싶은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종교 행사가 이뤄지는 그 넓은 공간에서 놀고먹고 싶은 것이겠지.
교도소 측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 불교파들에게, 그것을 지적했다. 그러자 그제야 불교파는 향을 피워 두고 불경을 틀거나 卍자를 그려 벽 곳곳에 붙여 두었다. 그림을 좀 그릴 줄 아는 사람이 있는지 탱화도 그려 벽에 붙여 둬 절 분위기를 냈지만, 그들은 그 공간을 뺏기고 말았다.
卍자 대신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를 그려 벽에 붙여 둔 것이었다. 갑자기 그곳은 부처에서 히틀러를 섬기는 공간이 되어버렸고, 그것은 다인종 국가였던 홍징에선 상당히 예민한 사항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멍청한 방향 감각 때문에 공간을 쓸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리고 천주교와 개신교가 그곳을 번갈아 차지했고 그래서 불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무척이나 미워하며 몸소 부처의 가르침에 반했다.
오늘은 천주교가 공간을 차지하는 날이었는데 근처 성당에서 온 봉사자들이 간식거리(교도소 측에서는 반대했지만, 성당 측에선 이건 그리스도의 육체인 성체라고, 어떻게 감히 이걸 단지 간식거리로만 볼 수가 있냐고, 재소자들이 이 성체를 통해 그리스도로 변화할 기회를 지금 박탈하는 거냐고 우겨 교도소 측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성체가 아니었다. 초콜릿이 들어가는 그리스도의 몸도 있을까.)를 나눠줘 인기가 많았다.
가끔 예수의 기적을 행한다며 물컵에 와인을 따라 주기도 했다. (그 성당이 제대로 된 성당인지 의심스러웠다.)이곳에서 제대로 된 술을 마시는 것은 금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매번 그곳은 문전성시였다.
가 볼까 했지만 역시 나는 종교적인 분위기가 불편했다. 절이면 모를까 특히 유일신을 섬기고 숭배하는 분위기는 더욱 꺼려졌다. 그리고 혹시 킹이 있을지 몰랐다. 킹이 그곳에 있다면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가장 많은 간식을 먹고 있겠지.
킹에게 몰려 섬뜩한 말을 들은 게 바로 어제였다. 다시 킹과 마주치기 싫었다. 킹이 내게 흥미를 조금 가졌을지라도, 킹이 어제 내게 협박하듯 군 이후로 그건 무효였다. 나는 내 힘으로 마이클 미치와 판에게서 내 몸을 지켜야 했다.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였다. 자신이 없었다.
그냥 사고를 치고 독방에 가면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강간과 강간을 피해 셀프 감금 고문으로 도망치는 건 영 아니었다. 그냥 미친 척 굴어 볼까? 그러면 정신 병동으로 격리될지 몰랐다. 근데, 거기에도 마이클 미치와 판 같은 놈들이 없을까? 오히려 날 탐하는 건 그쪽이 더 쉬울지 몰랐다.
대체 쉬운 게 없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간식에 홀려 종교 행사로 향했고 그 공간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적었다. 나는 그래서, 샤워를 하기로 생각했다. 평소처럼 길게 기다려 서 있지도, 날 추행하려 드는 인간도 거의 없을 이때를 빼면 내가 맘 편하게 몸을 씻을 수 있을 때는 없었다. 더러운 이곳 인간들을 제대로 씻지도 않고 간식을 빨리 받겠다며 앞다퉈 뛰어갔기에 뜨거운 물도 아직 넉넉할 것이다.
예상대로 샤워실에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편한 맘으로 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살짝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머리를 물로 푹 적신 후 샴푸를 평소보다 많이 짜 머리에 비볐다. 샴푸 거품이 잔뜩 나와 머리를 덮었고 평소보다 꼼꼼히 머리를 감았다.
몸까지 씻고 나니, 킹과 마이클 미치, 판 때문에 복잡하고 더러웠던 기분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욕조에 몸까지 담그고 나면 기분이 완전히 회복될지 몰랐지만, 여기에 욕조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나는 속옷을 입은 후 옷으로 잘 덮어 숨겨 둔 삽을 속옷 밴드에 꽂아 두었다. 다행히 그동안 아무 일이 없었지만, 혹시 몰라 나는 항상 삽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출소 날까지 지니고 다니면 좋을 텐데,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고 갖고 다닐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며 방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방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한참 생각해보아도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몸 안에 집어넣는 건 꺼려졌고, 그렇게 숨긴다고 해도 위급한 상황에 그걸 꺼내 쓸 수 있을까? 우스꽝스럽다 못해 효율적이지 못했다. 벽에 이걸 넣을 만한 구멍을 뚫어 숨긴다 해도, 필요할 때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들고 다니는 게 좋았다. 갑자기 몸수색을 당한다 해도, 강간보다야 낫겠지.
계속해서 부정적이고 어려운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려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오늘은 청소일도 없었고 저번에 빌려온 책은 다 읽었다. 앉아 있다고 해도 할 게 없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죽일 책을 하나 빌려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 되면 성경이라도 빌려 와야지, 성경은 글씨가 작고 글이 많으니 읽을거리는 많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저번에 빌려왔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혹여 킹을 만났던 빨간 문을 지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남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공감 능력 탓에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 힘들기는 했다. 그렇지만 다행히 나는 눈치는 제법 있었고 사람들은 일관적인 태도를 정해진 패턴대로 보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외양을 관찰하고 정해진 프로세스로 반응하면 됐었다. 그렇지만 킹은 달랐다.
킹은 나랑 떡 치고 싶은 것처럼 굴다가 그냥 먹기 직전 사냥감을 갖고 노는 포식자처럼 굴기도 했고 그냥 날 괴롭히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만약 괴롭힘이 맞다면 그건 확실히 성공했다. 나는 지금 킹 때문에 상당히 괴로웠다. 마이클 미치랑 있을 때보다도.
차라리 마이클 미치나 판처럼 대놓고 역겹게 껄떡거리는 편이 나았다. 아니, 낫다는 거지 좋다는 건 아니었다. 다 좆같았다. 아, 킹은 설마 나랑 떡도 치고 싶고 날 지배도 하고 싶고 날 괴롭히고 싶기도 한 건가? 그럼 킹은 천인공노할 변태 새끼였다. 젠장. 킹이랑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킹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짜증 났다. 그래서 강한 힘으로 도서관 문을 열었으나 도로 강한 힘으로 닫았다. 안에 킹이 있었다.
그냥 가서 기도나 좀 하고 CCM 부르면서 춤이나 추지. 왜 여기에 있냐는 말인가. 차라리 벽 무늬나 가만히 보고 있을까 싶어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문이 등 뒤에서 벌컥 열렸다. 씹. 페퍼민트 냄새가 나지 않아도 내 등 뒤에 있는 게 킹인 건 잘 알 수 있었다. 킹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릴리.”
꽃 이름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 것 보니 치매는 안 걸리겠다. 아니, 자기 전에 생각하는 거 아냐? 그리고 릴리는 너무, 상당히 사랑스러운 명칭이었다. 내가 나를 부르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그렇지만 여긴 킹과 나뿐이었다.) 킹이 내 어깨를 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릴리. 광합성 해? 사람이 인사를 하잖아?”
사람 이름을 똑바로 부르지도 않으면서 인사 강요는 엄청 했다. 나는 등을 돌렸다. 킹과 내가 지나치게 가까워 가슴팍이 맞붙을 정도라 나는 한 걸음 뒤로 간 다음 억지로 웃었다.
“안녕, 킹.”
나는 이대로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킹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킹은 문에 몸을 기대 팔짱을 끼고 날 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제 일로 겁먹은 거야?”
안 먹었다고 하기엔 그러면 킹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고 먹었다고 하기엔 또 심기를 거스를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묵비권이 최고였다. 나는, 입을 다물고 턱을 몸 안쪽으로 조금 당겨 가련해 보이는 척 굴었다. 킹의 낮은 목소리가 내 숙인 머리로 쏟아졌다.
“정말. 릴리, 너 참 겁이 많구나? 알았어, 앞으로는 더 좋게좋게 말해줄게.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무슨 말을 하겠어?”
어제 누가 좋게 말했다는 말인가. 아, 뭐 안 때리긴 했지. 그렇지만, 때리는 것만 괴롭힘이면 언어폭력이라는 말은 왜 있겠어. 그런 걸 몰라서 교도소 온 거겠지 뭐. 내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자, 킹 혼자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나는 릴리, 너 같이 어리고 여린 애는 처음이라 도무지 모르겠네. 알았어, 내가 용서해 줄게. 그러니까 고개 들어봐.”
용서? 그런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이대로 킹의 말을 흘리다가는 킹이 또다시 화를 낼까 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 내려다보는 킹과 눈이 마주쳤다. 킹은 홍채가 너무 분명해서 렌즈를 낀 것 같았다. 그런 킹의 눈이 빛을 등진 채 내 눈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았다.
“킹, 고마워……. 나는 이만 가 볼게.”
나는 책이 방패라도 되는 것처럼, 책을 앞으로 들어 내 몸을 가린 뒤 조용히 말했다. 그렇지만 킹이 도서관 안을 손짓했다.
“책 읽으러 온 거 아냐?”
“그렇지……. 그런데, 방해될까 봐.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들어와.”
돌려 거절을 했지만 킹은 들어먹지 않고 제멋대로 이미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고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뒤를 따랐다.
킹은 문을 열기 전에 앉아 있던 의자에 가 앉았다. 저번에 봤던 비쩍 마른 남자는 없었고 이 안엔 킹뿐이었다. 킹은 4인용 탁자를 혼자 차지한 상태였다. 나는 책을 대강 북 카트에 올려 뒀다. 정리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북 카트는 북 카트이니까. 북 카트엔 책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거기 쌓인 책들은 섹슈얼한 내용으로 유명한 ‘채털리 부인의 연인’ 따위였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논란이 있던 책인 걸 알았던 것 같지는 않고 이곳에 있는 책 중 섹스가 나온 게 없나 뒤지다 얻어걸린 듯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건 ‘플레이보이’겠지만, 여기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책장으로 다가갔는데 역시나 저번처럼 배치가 엉망이었다. 대강 아무거나 들고 가려 했는데 킹이 훈수를 뒀다.
“그거 재미없어.”
나는 들어 올리려던 책에서 손을 떼어내고 등을 돌렸다. 킹이 읽던 책을 내려 두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굳이 나 신경 쓰지 말고 읽던 책이나 읽지. 그렇지만 그건 그냥 내 속마음이었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러자 킹이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그리고 바로 옆 책에 손을 올렸지만, 또 킹이 참견을 했다.
“그것도 재미없던데.”
나랑 뭐 하자는 거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후로도 킹은 내가 무슨 책에 손을 대기만 해도 다 재미없다며 내게 훈수를 뒀다. 그런 책이 한 스무 권에 달하자 나는 짜증이 났다. 후. 나는 숨을 크게 내뱉고 등을 돌려 킹을 바라봤다.
물론 째려보지 않았다. 최대한, 부드럽게 킹을 바라봤고 킹은 ‘뭐가?’ 하는 표정으로 내 시선을 맞받아쳤다. 어제는 사람 가둬 놓고 팰 듯이 굴더니 오늘은 또 저랬다. 짜증 나고 헷갈렸다. 나는 말이 강하게 나오려다가 꾹 참고 겨우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여기 있는 책 다 읽어 본 거야?”
“그럼.”
“진짜?”
소장 도서가 적다고 해도 여기는 도서관이었고 일반 서재보다 훨씬 많은 책을 보관하고 있었다. 내가 반문하자 킹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릴리, 너 진짜 사람 말 못 믿네. 그리고 내가 저번에 알려 줬잖아. 말 두 번 하는 거 싫다고.”
“아, 그랬지……. 그럼 지금 읽는 책은?”
책을 턱 끝으로 가리켜 묻자 킹은 그 책을 들어 올려 말했다.
“또 읽는 거지.”
그래서 킹이 읽는 책의 제목을 볼 수 있었는데, 킹이 읽는 책은 ‘카마수트라’였다. 그 책은 이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 가장 너덜너덜하고 낡아 있었다. 킹이 아녀도 많은 사람이 사랑한 책 중 하나겠지. 내가 책 표지를 말없이 보고 있자 킹이 말을 덧붙였다.
“여기 있는 책 중에 가장 유용해. 릴리도 읽을래? 써먹으면 좋잖아?”
그렇게 말한 킹이 음흉하게 웃었다. 킹은 그저 내게 장난을 거는 것같이 보이기도 했고 나에게 노골적으로 플러팅을 거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은 킹이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명백한 추근거림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킹이었고, 킹이었기에 헷갈렸다.
“아니야, 괜찮아. 재미있게 읽어.”
“아쉽네.”
나는 고개를 돌려 거절로 답하고 그냥 도서관을 나온 후 방에 돌아가 보려고 했으나 판과 마주쳤다. 대부분이 종교 행사를 간 터라 그 외엔 재소자가 적어 여기 있는 판은 좀 한가한 듯했다. 복도에는 판과 나뿐이었다. 왠지 불안해졌다. 나는 대강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판이 날 붙들었다.
“리 재소자. 잠시만 따라와.”
뭔 꿍꿍이지, 불안했으나 나는 재소자였고 교도관의 명령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 잠자코 판의 뒤를 따르자 판은 작은 창고 안에 나를 먼저 밀어 넣더니 문을 잠갔다. 역시나. 허리 쪽에 손을 올리니 모종삽의 손잡이가 만져졌다.
하지만 판은 아직 아무 짓을 하지 않았고, 내가 깨진 플라스틱 모종삽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걸 교도관이 알게 되면 나는 벌을 받을 게 분명했다. 판은 내게 몸수색이나 조사를 하려고 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고하면 오히려 판은 교도관으로서 점수를 얻는 거지. 나는 허리에 갖다 댄 손을 다시 내렸다. 하.
판은 날 구석에 몰아넣고 내가 선 벽에 손을 댔다. 판과 나는 마주 보는 자세가 되었는데 판이 나보다 한참 키가 작아 나는 고개를 많이 꺾어 내려봐야만 했다. 판은 더러운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씨발. 진짜 생긴 대로 노네. 이대로 밀어낼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판은 짜증 나게도 교도관이었다. 교도관한테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재소자에 불과한 내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몰아갈 수도 있다. 진짜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 손이 올라오려고 했지만 나는 겨우 꾹 참았다.
“교도관님. 이건 아니지 않나요?”
나는 판에게 이성을 찾으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판의 눈은 이미 풀려 있었고 판의 이성은 이미 교도소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판은 벽에 댔던 손도 내려 급하게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판의 속옷이 벌써 볼록해져 있었다. 천으로 덮여 있어도 상당히 부실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씨발.
“여기 데려오신 건 그냥 시킬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테니까 저 보내주시는 게 어때요?”
눈이 벌게진 판에게 차분하게 말했지만, 판은 손을 들어 내 뺨을 후려쳤다. 손은 작았지만, 그래도 교도관이라고 힘은 제법 강했다. 볼이 뜨거웠고 귀가 먹먹했다. 아 진짜 살기 싫다.
내가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판이 내 옷의 지퍼를 내렸다. 점프 슈트였기 때문에 판이 원하는 더러운 짓을 하기 위해선 위에서부터 내려야만 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판의 손을 붙들었다. 판의 양손은 내 한 손으로 잡혔고 그 덕에 잔뜩 성이 난 판은 무릎으로 강하게 내 배를 차올렸다.
“윽!”
상당히 강한 힘으로 찼는지 배를 제대로 맞았다. 속이 꼬이는 기분이었고 침과 눈물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누워 배를 붙들었다. 맞는 건 정말 너무 싫었다. 아픈 건 정말 싫다. 너무 싫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아팠다. 싫다. 윽, 싫어. 바닥을 기어 다니는데 판이 지껄이는 헛소리가 들렸다.
“마이클 미치랑, 씹, 킹이 너랑 붙어먹는다며, 씨발. 구멍 다 늘어나기 전에 나도 한번 박아야겠어. 내가 제일 먼저였는데, 씹.”
마이클 미치와도, 킹과도 붙어먹은 적도 없었고 둘과 붙어먹는다고 해도, 킹은 몰라도 내 구멍이 늘어날 만큼 마이클 미치 게 큰 것도 아니었다. 오류투성이 문장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판에게 배를 맞아 침을 토해 낼 뿐 아무런 지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침과 눈물을 흘리는데도 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옷을 벗겼다. 점프 슈트라 위에서부터 벗겨내야만 했고 나는 상체를 마구 흔들어 방해했다. 그러자 판은 다시 내 뺨을 한 손으로 후려쳤다.
“씨발! 가만히 있어! 범죄자 새끼가, 씨발.”
지금 범죄를 저지르는 게 누구인데. 나는 두 번 맞은 볼이 얼얼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판은 재빠르게 상체 부분을 다 벗겨냈다. 그리고 내 허벅다리를 강하게 쥐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나는 손을 움직였다. 판이 내 상체 옷을 다 벗겨내어 나는 재빠르게 속옷 밴드에 꽂아 뒀던 깨진 플라스틱 모종삽을 꺼냈다. 그리고 제대로 보지도 않고 곧바로 휘둘러 판의 몸에 꽂았다.
“악! 이, 미친 새끼가!”
삽은 운이 좋지 않게도(판에게 말고 내게 말이다.) 판의 안구에 꽤 크게 상처를 내버렸다. 판의 안구에 제대로 박혀 들어간 것이었다. 판의 안구는 삽에 꽂히고 으깨져 이상한 액체를 눈구멍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저건 분명 눈물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눈물 중 저런 붉고 점도 있는 액체는 없었다. 저 눈은 어떻게 복구 수술도 안 될 것 같은데. 아, 씨발. 좆됐다. 뇌를 건든 건 아니겠지? 그러면 진짜 좆되는 거였다. 독방에 가는 건 물론 형량이 더 늘지도 몰랐다. 아니, 또 다른 재판을 받겠지, 교도관 살인 미수 및 상해죄로.
모종삽은 뽑히지 않고 그대로 박혀 있는 탓에 내게 피는 튀지 않았는데 판의 눈에선 피가 줄줄 흘렀다. 말 그대로 피눈물이었다. 판은 비명을 마구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악! 씨발, 내 눈, 악!”
교도관에게 강간당할 뻔하긴 했으나 그건 증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재소자인 내가 소지가 금지된 무기로 교도관에게 중상을 입힌 것은 증명이 되었다. 또 재판받으면 이 교도소가 아닌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로 이감될 게 분명했다. 거기는 이곳보다 더 위험했다. 나는 그곳에 버려지고 한 시간 만에 뒤가 다 찢어진 시체로 발견될지 모른다.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나는 일단 소매를 끌어당겨 판의 눈에 박혀 있던 모종삽 손잡이에 묻은 내 지문을 닦아 냈다.
“악! 으악! 이, 미친, 악!”
판의 눈에 꽂혀 있어 수월하지 않았다. 더욱이 판은 지금 나뒹굴며 아주 난리를 치고 있었다. 판은 내게 주먹으로 배를 한 번 맞은 후에야 겨우 가만히 있었다. 판이 아팠는지 마구 소리를 질렀지만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열심히 닦아 냈다.
“읍! 읍!”
판이 막힌 숨소리를 냈지만, 비명보다는 소리가 작았다. 열심히 닦아 내니 판의 눈에 박힌 손잡이 각도가 약간 달라진 것 같긴 한데 이정도면 제법 닦였을 것 같았다. 그리고 판이 풀어헤친 판의 바지를 벗겨 판의 입에 재갈처럼 물려 입을 틀어막고, 판의 손을 가죽 벨트로 묶어 벽 선반의 철제봉에 고정했다.
그러는 도중 손잡이를 살짝 쳐 버렸지만 뽑히지도 않았고 뇌도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며 내게 피가 튄 것도 아니니 괜찮았다. 비명도 이제 나지 않고 지문도 닦았고 판도 가만히 붙들었지만, 엄마가 보여줬던 프로그램을 보면 이 안에 내 DNA가 가득했고 판이 날 이곳으로 끌고 가는 CCTV 영상이 분명 있을 테니 나는….
“아, 좆됐어!”
화가 나 소리쳤다. 될 대로 돼라. 이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판의 배를 발로 찼다. 내가 맞은 것보다 더 강하게.
“큽!”
판은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어 보였지만 바지 천 때문에 막힌 숨소리만 냈다. 아, 이걸 어쩌지. 초조했다. 젠장.
“씨발, 그니까 왜 사람을 강간하려고 해, 이 미친놈아. 이럴 거면 그냥 심장에 찌를 걸 그랬나.”
판의 다리를 밟은 채 중얼거리자, 발아래 몸이 움찔댔다. 이제라도 죽여서 어떻게 수습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근데 죽이면 시체는? 소각장에 버리면 되지 않을까?
아. 아냐, 엄마가 죄짓고 살지 말라고 그랬잖아. 엄마가 내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죄짓고 살지 말기. 그렇지만 나는 이미 죄를 지었는걸. 아냐, 이제껏 내가 고의로 저지른 건 없었다. 그나마 내가 의도했던 것은 판을 때린 것뿐이었고 판은 날 강간하려 했으니 정당방위였다. 묶어 놓고 때리기는 했지만 강간범에게 그 정도는 죄가 아니다. 그냥, 세상의 심판인 거지. 엄마도 이해해줄 만한 일이었다.
판을 죽여 없애지도 않고, 판이 갑자기 까딱 돌아 자기 자신이 자해했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이 일이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형량이 늘어 이 끔찍한 감옥에 1분도 더 있기 싫었고 여기보다 더 역겨운 곳으로 밀려나기도 싫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교도소장도 아니다. 아니,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해결해 주겠어? 이곳에 온 이후로 교도소장의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면 내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는? 그 변호사는 내가 이곳에 온 것으로 실력이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 아니, 법적으로 이 문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면 불법적인 곳에서 최고인 사람을 찾아가야 했다.
“아.”
내가 벌떡 일어나자 판이 몸을 꿈틀거렸다. 또 때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으나, 나는 더 이상 더러운 판의 몸에 손을 대기 싫었다. 그렇지만 이곳을 나가기 전에 해결 봐야 할 게 있었다. 나는 묶여 있는 판에게 작고 부드러우나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나가거나 소리 질러서 사람들 오게 만들기만 해봐. 나 이제 뵈는 거 없어. 니 한쪽 눈 남겨줬을 때 고마운 줄 알고, 알아서 조용히 있어. 너 여기 묶여 있는 거 다른 놈들이 알면은, 교도관 뒷구멍에 어떻게 한번 해보고 싶은 놈들보고 박아 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야. 걔네들, 너네 존나 싫어하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한테 최대로 모욕 주는 방법엔 정말 천재 같더라고. 너도 그건 알 거야. 그러니 조용히 있어. 알았지?”
판의 눈에 꽂혀 있는 손잡이를 살짝 건드리니 판은 아팠는지 약하게 도리질을 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간하는 새끼들은 또 강간당하는 걸 무서워했다. 버러지 같은 새끼들.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 처먹겠지. 나는 조용히 판이 있는 곳의 문을 닫았다. 판이 읍읍 대는 소리와 거칠게 내뱉는 숨소리가 문에 가로막혀 들리지 않았다.
적은 양이지만 옷에 묻어 있는 피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렇지만 내 손이 비누도 아니고 그 정도로 지워질 리 없었다. 나는 유리창에 얼굴을 비춰봤다. 얼굴에 묻은 피와 먼지를 조금 닦아 내고 머리를 매만지니 볼만했다.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판이 죽어 더 귀찮아지기 전에, 누가 판을 발견하기 전에 이 일을 해결 봐야만 했고 그 일을 해결해 줄 사람은 킹밖에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도서관에 금방 다시 도착했고 나는 문을 열기 전에 목을 가다듬었다. 킹에게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여야만 했다.
킹이 내게 가진 관심이 무엇인지 아직도 헷갈렸지만, 나는 도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안 되면 무릎이라도 꿇고 어떻게 빌어 보는 수밖에. 그게 통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킹이 나를 지배하고 군림하고 싶다면 꽤 만족스러워할지 몰랐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다행히도 안에는 킹이 아직 있었다. 킹은 내게 등지고 있었으나 문이 열리자 나를 향해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지 평소처럼 웃음이 걸려 있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릴리, 다시 안녕. 역시 나랑 같이 이거 공부하고 싶은 거지?”
킹은 손에 들고 있는 카마수트라를 들어 올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킹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킹은 당황스러워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 피하던 내가 다가가는 걸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내 몸쪽으로 시선을 내렸고 내 옷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 적은 양이었고 내 피가 아닌 건 킹도 알 수 있었다.
“오. 릴리, 너 고새를 못 참고 사고 쳤구나?”
마치, 소파를 물어뜯은 말썽꾸러기 강아지를 혼내야 하지만 귀여워 그러기 힘들어하는 것같이 말했다. 말썽을 만들기는 했지만 킹은 내 주인이 아니었고 나는 강아지가 아니었다. 킹은 굳은 내 표정에도 혼자 여유작작한 미소가 걸린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킹에게 굳은 얼굴로 답했다.
“맞아, 나 사고 쳤어. 아주 큰 사고.”
“흠, 누구인데? 마이클 미치? 판?”
킹은 놀라지도 않고 다시 물었다. 킹도 저 새끼들이 날 강간하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기는 했나 보다. 그러면서 사람을 더 힘들게 괴롭히고 성격이 진짜 나쁜 놈이었다.
“판.”
“판이라. 찌른 거야? 교도관을 찌르다니, 생각보다 당차구나, 릴리.”
킹은 마치 괴롭히는 사람을 문 강아지에게 말하듯 굴었다. 마치 내가 이름이 릴리인 강아지 같았다. 킹은 계속 여유 있다는 듯 굴었지만, 나는 지금 여유가 없었고 너무 조급했다. 다급했지만,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조심하며 말했다.
“그거, 같이 공부하고 싶어? 나랑.”
킹이 들고 있는 책을 턱 끝으로 가리키자, 그가 보고 있던 괴상한 섹스 체위가 그려진 페이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킹이 어제 무시무시한 얼굴로 날 몰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러나 나는 이제 도망갈 곳이 없었다. 씨발, 될 대로 돼라.
킹이 피식 웃었다. 킹은 일부러 책을 넓게 펴 페이지를 펼쳤다. 엉켜 있는 몸이 보였다.
“어떻게? 공부도 여러 방법이 있잖아?”
나는 그새 누군가 판을 발견해서 킹조차 수습할 수 없이 상황이 재빠르게 돌아갈까 두려웠다. 문을 힐끗 쳐다봐 지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해 놓고도 그랬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벌컥 소리 지르듯 말을 내뱉었다.
“나랑 떡치고 싶냐고,”
“오, 릴리.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킹이 나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봤다. 담백한 시선은 아니었다. 분명히, 킹은 내게 꼴렸다. 그렇지만, 그러면서 화나게 다른 말이나 하고 아닌 척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다시 문을 바라봤다. 열린 문틈 사이로 지나는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판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이곳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다행인 일이었고 판이 죽어 판조차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건 불행인 일이었다. 경고를 알아 처먹은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젠장. 판이 뒈져 있다면 형량이 느는 건 순식간이다.
다행히 홍징은 사형이 금지된 나라였지만, 무기 징역이나 10년이 넘는 형을 선고받으면 내게는 사형이나 다름없었다. 고개를 숙여 킹의 코끝에 내 코를 갖다 대니, 킹의 미지근하고 말랑한 피부가 닿았다. 킹은 내가 갑자기 다가갔음에도 당황하지 않은 표정으로 재밌다는 듯 웃었다.
“킹. 나랑 이 책, 몸으로 공부하고 싶어?”
내가 내려다보는 탓에 킹의 긴 속눈썹이 아래를 향한 게 보였다. 킹의 속눈썹과 내 속눈썹은 얽힐 듯 가까웠고 떨리는 내 것과 달리 킹의 것은 떨림 하나 보이지 않아 밀랍인형 같았다. 나만 초조하고 조급해 화가 났다. 그리고 킹은 내 화를 돋워 주었다.
“어딜 찔렀는데?”
킹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 왔다. 내가 눈썹을 찡그리고 “뭐?” 하고 묻자 킹이 다시 제대로 물었다.
“판의 어딜 찔렀냐고.”
“…눈.”
“아아, 찌르기 좋은 곳이긴 하지. 눈은 운동해도 근육을 만들 수 없으니까. 똑똑하네.”
아, 진짜!
급해 죽겠는데 딴소리였다. 나는 허리를 조금 폈다. 킹의 얼굴과 내 얼굴이 맞닿아 더해졌던 온기가 줄어들었고 내게 남은 시간도 그랬다. 나는 짜증 나고 역겨운 마이클 미치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이클 미치가 이 일을 덮을 만큼 힘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뭐라도 필요했다.
“킹, 나 시간 없어. 빨리 결정해. 너 아니면 딴 놈한테 가야 하니까.”
그러자 킹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킹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걸렸다. 킹을 찾아온 게 확률 적은 도박이라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꽤 좋은 수였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딴 놈 누구? 마이클 미치? 걔는 좆 작아서 릴리, 너 만족 못 시켜줘. 판 눈을 찌른 것보다 더 깊이 찔러야 할 거야. 릴리, 너는 딱 봐도 느끼는 곳이 좀 깊이 있을 것 같거든. 근데 그게 마이클 미치 좆으로 닿겠어? 베개라도 뜯어서 말아 밑에 쑤셔 넣어야 할걸? 그게 그 새끼 좆보다는 낫겠지만, 너 같이 밝히는 애를 솜 따위가 어떻게 채워 주겠어?”
킹이 내 허리에 손을 가볍게 올렸다. 허리에 온기가 더해졌다. 됐다. 나는 아까처럼 고개를 숙여 킹과 눈을 가까이 맞춘 후 물었다.
“킹, 나도 마이클 미치는 싫어……. 마이클 미치는, 너무 끔찍해. 너만큼 잘생기지도 않았고 너보다 약한 주제에 냄새까지 나. 나는, 그래서 킹……. 네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어. 응?”
조금 여유가 생겼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릴 뻔하다 겨우 참아낸 후 킹에게 애절하게 물었다. 킹은 웃음기를 지운 채 내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킹의 잘생긴 입술이 움직였다.
“릴리. 구체적으로 뭘 원해?”
“이거, 판이 저기 창고에 있어. 이대로 판이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면 나는 다른 교도소로 가게 될 거야…….”
내 옷을 슬쩍 내려다보며 말꼬리를 흘렸다. 이대로 날 다른 교도소로 보낼 거야? 진짜? 이런 뜻이었다. 킹이 제대로 알아먹어야 할 텐데. 킹이 날 따라 내 옷을 슬쩍 바라봤다가 다시 시선을 올려 내 눈을 봤다.
“그리고?”
“다른 놈들에게서 날 지켜줘. 킹, 너도 알다시피 여기는 너무 끔찍한 인간들 천지야……. 나는 여기서 오래 버틸 자신이 없어.”
킹은 내 말을 듣고 잠시 말이 없었다. 불안했다. 나는 떨려오는 왼쪽 손을 반대 손으로 꾹 눌러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킹이 입을 열었다.
“난 말이야, 한 번 내 것이 된 거는 망가질 때까지도 내 거거든. 난 집착이 심해. 사람도 예외 없이.”
킹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순식간에 그의 눈이 한참 위로 올라간 탓에, 킹을 올려다봐야만 했다. 그가 하는 말은 일종의 경고였다. 그러나 그가 잠시간 침묵하던 사이 내 여유는 달아난 지 오래였고 그의 경고를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킹을 도발하기 위해 턱을 아래로 살짝 당기니 그는 그저 침묵하며 날 내려다보았다. 짙은 피부로 덮인 따뜻한 뺨에 손을 올리자, 손가락 아래에서 그의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킹의 뺨은 부드러웠다.
“그래서, 난 가질 만한 것 같아?”
“충분히.”
그의 뺨을 덮은 손등을 더욱 크고 뜨거운 손이 덮어왔다. 그의 손과 내 손이 겹치니 피부 톤이 더욱 대비되어 보였다. 피부가 하얀 편은 아니었지만 킹보다는 훨씬 밝았고 킹은 내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킹의 손등 뼈와 혈관 때문에 돋아난 어두운 피부의 요철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킹은 내 손바닥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다. 킹도 결국은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의 입술은 당연하게도 말캉하고 부드러웠다. 손바닥 안이 축축했다. 그가 혀를 내밀어 안쪽을 핥아 올려왔기에.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이 빠른 속도로 뇌를 향해 달려와 박혔다.
그의 치아가 엄지 아래 통통한 살을 살짝 물어, 다른 이보다 큰 킹의 앞니가 내 여린 손바닥 살에 분명하게 자국을 냈다. 그리고 킹은 내 손바닥 가운데 옴폭한 부분에 혀를 박고 비볐다. 혀가 그렇게 섬세할 리 없는데도 내 손금 하나하나를 파고드는 것 같았다. 킹의 짙은 피부가 빛에 등진 탓에 더욱 짙어 보였고 푹 꺼진 눈두덩은 검어 보일 정도였지만 홍채가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보였다.
손바닥이 축축하고 간지러웠다. 나는 검지를 천천히 움직여 킹의 입 안으로 넣었다. 그러자 킹이 작게 웃었다. 기특하다는 뜻 같았다. 그리고 내 손가락을 핥아 올렸다. 내 손가락이 내 좆이라도 되는 양 킹은 열심히 혀를 움직여 빨았다.
나는 남는 손으로 킹의 배 아래, 킹의 좆에 손을 댔다. 묵직했다. 킹의 것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건 분명하게 발기한 것이었다. 나는 손바닥으로 그곳을 꾹 눌렀다.
“하아.”
킹이 짧게 신음을 뱉더니 내 손가락을 입에서 빼냈다. 그리고 킹은 급하게 고개를 내게 내렸고 킹의 코와 내 코가 맞닿았지만 킹의 본래 의도대로 입술이 닿지는 않았다. 내가 고개를 틀었기 때문이었다. 킹은 분명히 내게 꼴렸고 나와 섹스를 하고 싶어 했다. 확실했다. 나는 조금 여유가 담긴 얼굴로 킹을 바라보며, 검지로 킹의 등을 훑었다.
“그런데 말이야, 킹……. 나도 함부로 남에게 날 주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야. 내가 이렇게 구는 것도 킹, 상대가 너인 이유도 있지만 내가 지금 많이 급한 이유도 있어. 그래서, 나는 네가 날 가질 만한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 물론 킹, 너 말고 마땅한 사람이 여기 있겠어. 그렇지만 혹시라는 게 있고, 그리고, 나 지금 상황이 급한 거 알잖아. 응?”
나는 내 옷에 묻은 피와 문을 힐끗 바라봤다. 킹도 내 시선을 따랐고 킹은 입술을 꼭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화난 것처럼 보이기도 그저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잠깐의 침묵 동안 나는 다시금 초조해져 갔다. 그리고 이내, 킹의 입술 새로 피식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아.”
킹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 제 등에 닿았던 내 손가락에 가볍게 입 맞추더니 뒤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갔다. 판이 있는 정확한 위치나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킹은 알아낼 것이고 해결할 것이었다. 그렇게 믿어야 했다. 그리고 킹은 문을 열기 전에서야 날 돌아봤다.
“나중에 보자. 로터스.”
킹은 분명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말했다. 킹에게 이름을 불리는 경우가 너무 적어서 그게 마치 내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킹은 문을 닫았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무거운 킹의 발걸음을 가만히 서서 듣던 나는,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렸다. 잘된 거겠지?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가 킹에게도 보여줬던, 옷에 생긴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괜히 그 부분을 손톱으로 긁어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지워지지 않았다.
* * *
킹에게 여유로운 척 굴어 놓고 나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킹을 잘못 건든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판 때문에 좆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탓이다. 정말 불안하게도, 취침 점호를 하기 전까지 판에 대한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고 그건 아침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해가 뜨자, 잠을 자지 못해 일찍이 이를 닦고 오는 나를 교도관 하나가 손짓으로 불렀다. 불안감이 엄습했으나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렇지만 교도관은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고 대신 빨리 가자는 고갯짓을 하며 다른 말을 했다.
“짐 챙겨.”
이감인가? 아님 판 때문에 또 재판하는 건가? 불안해서 손이 떨려오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짐을 챙겼다. 윈은 그런 나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하품을 하며 잔뜩 지루한 표정으로 내가 짐을 챙기는 걸 지켜보고 있던 교도관이, 내가 자기 쪽으로 와서 서자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교도관들은 진짜 짜증 나게 말을 너무 안 해줬다. 교도관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왔고 이대로 출구로 나가나 싶었는데 교도관은 날 1층 가장 구석진 방으로 데려갔다. 그 안에는 킹이 있었다. 교도관은 킹을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나를 두고 떠났다.
“뭐 해? 들어와.”
킹이 침대에 앉아 문에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뭐 하냐는 듯 바라봤다. 나는 머뭇거리다 킹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킹의 방은 내가 윈과 썼던 방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유리창도 훨씬 컸는데 깨끗하고 투명해 따스한 볕이 완전히 들어오고 있었다.
킹의 침대는 내가 썼던 것보다 컸다. 그리고 킹의 침대와 마주 보는 벽에 내 침대일 것이 놓여 있었다. 그 침대도 내가 원래 썼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이 침대는 최근 새로 들여온 것 같았다. 킹이 혼자 방을 썼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이 방 안엔 킹의 냄새가 가득했다. 페퍼민트 냄새와 옅은 담배 냄새가 난다는 말이었다.
킹의 방에는 다른 방과 달리 스테인리스 세면대도 하나 딸려 있었다. 킹은 굳이 화장실에 가지 않고 그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더니 칫솔을 꺼내 치약을 짠 후 입에 물었다. 킹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만 바라보고 있자 피식 웃었다.
“아이리스, 너 관음증이야? 내가 섹시한 건 나도 아니까 그만 봐.”
오늘은 아이리스였다. 킹은 세면대까지 방에 있으면서 내게 칫솔을 준 날 굳이 왜 화장실까지 온 것일까. 나는 킹이 내게 칫솔을 주기 위해 일부러 들른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킹과 얽히기로 한 이상, 그게 사실이라면 좋은 소식이었다. 킹은 확실히 내게 관심이 있었고 내가 킹과 떡을 치지도 좆을 빨아 주지도, 심지어는 입술도 내어주지 않았지만, 판의 일을 해결해줬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근데, 왜? 내 몸이 목적이었다면 일을 해결한 후 당장 덮쳐오거나 하다못해 안달 난 표정이라도 지어야 했지만 킹은 아니었다. 날 훑듯이 바라보긴 했으나 여유가 담겨 있었다. 판의 일을 처리하는 건 킹에게 너무 식은 죽 먹기여서? 그래서 그냥 날 옆에 두고 갖고 놀고 싶어서? 뭐든, 킹이 내게 흥미가 있다는 건 사실이었고 나는 그걸 최대한 길게 붙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나는 킹의 무리에 끼어 식당으로 향했다. 킹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 옆으로 제이제이와 투 그리고 이름 모르는 몇 명이 따랐다. 킹은 제이제이와 어깨동무를 할 때와는 다르게 손으로 내 팔을 살짝 주무르거나 내 귀에 가까이 대고 별 내용 없는 말을 속삭였다. 그런 킹의 행동은 보여주기에 가까웠다.
제이제이와 투가 눈치를 봤고 모두 시선을 돌렸으며 식당에 들어서자 분노에 가득 차 쳐다보는 마이클 미치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한 마디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로터스 리는 킹 미나콤 거니까 함부로 넘보지 말라고. 나에겐 꽤 괜찮은 것이었다. 킹 미나콤의 것을 건들 간 큰 놈들은 여기 없어 보였으니까. 킹 미나콤과 이왕 얽힌 이상 나는 킹 미나콤의 옆에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모든 건 얻어 내야 했다.
마이클 미치는 뚱보와 화살코 그리고 키 작은 남자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가 내게 팔을 두르고 다정하게 속살대는 킹을 보자 분노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평소보다 더 끔찍하게 생긴 상태였다. 저놈의 얼굴을 보다 보니 불안해져서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킹의 귀에 속삭였다.
“마이클 미치가 저렇게 바라보는데 이따 일 가면 나 어떻게 해?”
킹은 내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았음에도 머리를 귀에 꽂으며 귀 주변을 쓸어준 다음 내 귀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
“앞으로 저 새끼랑 같이 있을 필요 없으니까 걱정 마, 허니.”
닭살 돋는 명칭에 고개를 살짝 숙였는데 마치 킹이 야한 말을 속삭여서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마이클 미치는 숟가락을 꺾어 버렸고 꺾인 숟가락은 날아가 다른 재소자의 식판 위에 떨어져 아침부터 싸움이 붙었다.
킹은 짜증 난다는 듯 멀찍이 서서, 벌어진 싸움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날 보호하듯 팔로 감싸며 당연하게 새치기를 해 줄을 섰다. 안에 있던 모두가 여기를 바라봤고 그중엔 다행스럽게도 판이 없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 같았다. 나는 킹을 올려 보았고 킹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휘며 웃었다. 잘생긴 얼굴에 걸린 웃음이 얄미웠다.
아침 식사 후 교도관이 찾아왔다. 잠시 킹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방에 없었고 방엔 나 혼자뿐이었는데 찾아온 교도관은 응우옌이었다. 응우옌은 평소보다 훨씬 피곤해 보였는데 눈 밑이 푹 꺼져 있었다. 판이 없기 때문일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응우옌이 눈두덩을 꾹꾹 엄지로 누르며 말을 제대로 하기에도 피곤한지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말했다.
“리. 오늘부터 정보 처리실로 출근해.”
정보 처리실은 이름만 거창하고 그냥 노트북이 주르륵 널려 있는 방에 재소자들이 모여 IT 기업에서 받은 데이터들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내가 원했던 노동을 하는 공간이란 말이었다. 마이클 미치에게 추잡한 추행을 당하지 않고, 앉아서 단순노동을 해야 한다는 건 지금 내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는 응우옌이 걱정되는 건 아니었지만, 응우옌의 말에 답하며 걱정되는 척 물었다.
“네. 근데,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요즘 일이 많으세요?”
응우옌은 날 보지도 않고 눈을 감고는, 눈두덩을 꾹꾹 누른 채 흘리듯 말했다.
“아, 갑자기 판이 그만둬서 일이 늘었네. 하여튼, 이따가 까먹고 청소하러 가지 말고 정보 처리실로 가라.”
응우옌은 이제껏 자길 걱정한 사람이 없었는지 투정하듯 말을 흘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무적인 태도로 돌아와 목을 꺾으며 방에서 나갔다. 응우옌의 말대로라면 판은 재소자를 성폭행하려다 그 재소자가 허락되지 않은 무기로 눈을 찔러 병원에 간 게 아닌, 자발적인 퇴사로 이곳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그 말은 내가 벌을 받을 일도, 이 엿 같은 교도소에 하루라도 더 있을 일도 없어졌다는 말이었다.
판은 눈 하나를 잃었을 게 분명했다. 그건 바깥에서도 큰일이었고 여기서 교도관에게 생기면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그걸 이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 24시간도 걸리지 않고 처리했다. 킹을 찾아간 건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와 얽히기로 결심한 건 내 인생에 결코 이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교도소였고 내 몸을 지킬 힘이 없었다. 그리고 킹은 법을 초월한 그 힘을 갖고 있었다.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은 교도관도, 하물며 교도소장도 아니었다. 어린아이 손목 비틀 듯, 손쉽게 사람 하나를 지워 낸 킹이었다. 킹이 나를 처리하는 건 모기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쉽겠지. 처음부터 그의 눈에 들지 않았으면 모를까, 난 내 발로 무덤을 파고 관뚜껑까지 덮은 셈이었다.
그렇지만, 관짝에 미약한 공기구멍을 내줄 존재도 킹이었다. 나는 몸에 나는 담배 냄새를 제대로 지우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방으로 들어오는 킹을 향해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노력하며 웃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킹은 마주 웃어주었다. 짙고 분명한 홍채가 눈이 휜 탓에 눈 밑 살에 반쯤 가려졌다. 킹의 올라간 입꼬리가 더욱 하늘을 향하고 입 안이 드러나자, 킹의 가지런한 치아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