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유즙
라핀과 누아는 머리를 꽁꽁 싸매며 아가들의 이름을 지어줬다.
고민 끝에 검은 털에 노란 눈을 가진 암컷 토끼 아가는 ‘아벨’이라는 이름을, 하얀 털에 검은 눈을 가진 수컷 늑대 아가의 이름은 ‘이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아벨’은 검은 토끼가 노란 눈을 가진 게 밤하늘의 별과 닮았다고 하여 별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베유이’라는 단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벨’은 하얀 늑대가 눈 내리는 겨울을 닮았다고 생각하여, 겨울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베르’라는 단어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라핀에게 제가 낳은 아이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보였고, 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누아는 얼마나 좋은 건지 고작 이틀 만에 공방처럼 쓰던 방을 전부 비우고 아기 방으로 꾸몄다. 아기들이 누울 침대를 직접 두 개나 만들기까지 했다.
그 누구보다도 아이에게 잘해주기로 다짐했던 둘이기에, 문제가 될 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가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가정에서도 문제는 생겼다.
“으으…. 아파….”
라핀은 화장실에 들어가 상의를 위로 끌어올리며 신음했다. 그리곤 거울 너머로 퉁퉁 부은 가슴을 보며 입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울상을 지었다.
토끼 아벨과 늑대 이벨은 젖을 먹여야 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라핀은 수컷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유즙을 어디서 구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벨과 이벨이 본능적으로 라핀의 가슴을 쪽쪽 빨았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라핀은 제 가슴에서 유즙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알았을 때는 충격적이었지만, 출산까지 한 마당에 유즙이 나오는 정도는 엄청난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 구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제게서 나와서 차라리 다행이었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즙이 나오는 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거였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라핀은 수컷이었고 개조된 몸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이들보다 더 유즙이 더 안 나오는 듯했다.
방금도 배가 고프다고 치근대던 아이들이 라핀의 양쪽 가슴을 빨았다. 그렇지만 유즙은 잘 나오지 않았고, 그저 배고픈 것만 아는 아기들은 없는 젖을 쭉쭉 빨아가며 라핀의 유두를 혹사시켰다.
누아도 제 가슴을 빤 적이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하루에 몇 번씩 혹사시키지는 않았었다. 라핀이 약을 바르지도 못하고 호오, 호오… 가슴에 바람을 불어주고 있는데, 달칵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라핀, 많이 아파?”
아이들을 재우고 돌아온 누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라핀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으며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거울을 통해 라핀의 젖가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벨과 이벨은 천사처럼 예쁘고 귀여웠지만, 라핀을 고생시킨다는 점에서 아주 조금 원망스러웠다.
누아는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올려 조심스레 라핀의 가슴을 만졌다. 어떻게 이렇게 밋밋한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지…. 이전보다 부푼 것 같긴 하지만, 아이들이 하도 빨아대서 부은 것처럼 보였다.
누아가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리자, 라핀은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따갑다는 듯 움칠 몸을 떨었다.
“아아, 그, 그렇게 만지면 아파요.”
“아, 미안.”
누아가 몰랐다며 빠르게 손을 뗐다. 사과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누아가 세게 만진 게 아니라, 애들이 물고 빤 것 때문인지 아픈 거였다. 라핀은 애꿎은 그에게 화를 낸 것만 같아 머쓱하게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말을 돌렸다.
“그런데 이렇게 젖이 안 나와서 어쩌죠? 애들 젖 떼려면 먼 것 같던데….”
“흐음, 그러게. 암컷 늑대를 데려올 수도 없고….”
라핀의 말에 누아 역시 근심 가득한 얼굴이 됐다. 인간계와 다르게 이곳에는 유즙 대신 먹일 수 있는 게 없었다.
누아가 이전 무리의 부하들과 연락하고 지내기는 한다지만, 대리로 유즙을 달라는 건 쉽사리 부탁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말을 꺼냈다가 그녀의 반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지도 모른다. 영 방법이 없으면 말은 꺼내 보기는 해야겠지만, 그만큼 최후의 방법이었다.
잠깐 고민하던 누아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젖이 뭉쳐서 잘 안 나오는 일도 있다는데. 혹시 그런 건 아닐까?”
“그게 뭉친다고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안 나오는 것 같은데….”
라핀은 확신 없이 대답하며 제 가슴을 내려다봤다. 저는 암컷과 다르게 가슴이 판판했다. 임신한 후에 조금 부풀긴 했지만, 그래도 만질 거리 하나 없이 밋밋했다. 그냥 제 몸에 젖이 없는 게 문제 같았다.
라핀이 그런 건 아닐 것 같다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지만, 누아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해보는 건 어때?”
“네? 뭘 해요?”
“뭉쳤을 때 마사지하면 좋다고 하더라고. 내가 해줄게.”
“…….”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거야…. 어디서 책이라도 읽어온 걸까?
한번 해보는 것쯤이야 괜찮지만, 그런 이유가 아닐 것 같아 라핀은 머뭇거렸다. 게다가 가슴을 내어주는 게 왠지 민망하기도 했다. 성교할 때 누아가 성감대로 자극하던 부위라서 더더욱 그랬다.
라핀이 여러 이유로 망설이자, 누아가 별것 아니라는 듯 회유했다.
“아프다고 하면 그만할게. 정말 살살 할게.”
“…알았어요.”
라핀은 한숨처럼 힘없이 허락을 내렸다. 온갖 산전수전 끝에 낳은 아이고, 축복처럼 둘 사이를 이어주게 된 아이였으니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았다.
***
라핀은 누아가 이끄는 대로 안방으로 이동했다. 아벨과 이벨은 며칠 전까지 누아의 공방이었던 아가 방 침대에서 곤히 자는 중인지라, 단둘만 있을 수 있었다.
드넓은 침대 위, 누아와 라핀은 비장하게 마주 보고 앉았다. 라핀이 웃옷을 벗어 옆에 가지런히 개는 동안 누아는 손에 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누아가 읽은 책에 의하면, 임신하면 이전과 달리 더 민감해진다고 했다. 부어서 만지는 것만으로도 아플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니 융통성 있게 손에 크림을 바르면 좋을 듯했다.
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손이 부드러워지다 못해 기름칠한 것처럼 미끌미끌해졌을 때, 누아는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할게.”
“…네.”
거의 중대한 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비장했다. 그 모습에 라핀이 머뭇거리다 허락을 내리자, 누아가 조심스레 라핀에게로 손을 뻗었다.
솥뚜껑만 한 누아의 손이 라핀의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 위로 조심스럽게 얹어졌다. 누아의 손 아래로 아기처럼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아까도 스쳐 지나가듯 만지긴 했었지만, 누아는 라핀의 유두를 만질 때마다 묘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아벨과 이벨이 무자비하게 빨아댄 탓에 하얀 살결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것마저도 예뻤다. 평소의 핑크빛 유두만 톡 도드라지게 있는 것이 더 좋긴 하지만.
누아가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유두를 살짝 잡아당기자, 라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읏, 워, 원래 마사지가 이런 거예요?”
“…응.”
누아는 제가 불순하게 마사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뜸을 들이다가 거짓말을 했다. 아무래도 이상했던 움직임에 라핀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가슴 마사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금방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책에서 읽었던 가슴 마사지를 떠올렸다. 배운 대로 가슴을 넓게 만지면서 크림이 넓게 펴 바르니 안 그래도 예쁜 가슴에 윤기가 도드라졌다.
식욕이 아니라, 다른 의미로 맛있어 보였다. 저도 물고 빨고 싶었다. 지금은 정말 장난치면 안 되고 진지해져야 하는 때인데 가슴을 보고 있자니 꾹꾹 눌러놓았던 추악한 욕망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게다가.
“읏….”
아픈 건지, 아니면 느끼는 건지 라핀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는 모습이 너무나도 야하고 예뻤다. 저런 모습을 보는 게 간만이라서 그런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누아의 아랫도리가 딱딱해졌다.
마주 보고 앉은 자세 때문에, 누아는 혹여나 라핀이 저를 파렴치한으로 오해할까 봐 일부러 냉정하게 라핀을 타일렀다.
“라핀, 자꾸 소리 내지 마. 나까지 이상해지잖아.”
“아니…. 저도, 내, 내려고 하는 거 아닌데….”
라핀이 울상을 지었다. 라핀도 순수한 마사지라는 걸 아는데도 누아가 만지니 느낌이 이상했다. 분명 아가들이 만지고 물고 빨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왜 이러는 건지…. 아무래도 상대가 문제인 것 같다.
야릇한 성감에 라핀은 이러다가 변태 취급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라핀이 아랫입술을 우물거리자, 누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예전에는 가슴으로 이렇게 느끼진 않았던 것 같은데…. 더 민감해졌나?”
“읏…!”
누아의 말끝이 올라가는 순간 그의 손끝에서 유두가 꼬집혔다. 불시에 온 강한 자극에 라핀이 크게 신음을 내지르려다, 아이가 옆방에서 자는 걸 떠올리고 황급히 입을 닫았다.
아니, 마사지라면서! 아무리 가슴 마사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라핀이라지만, 마사지가 아니라 저를 놀리기 위함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라핀이 발끈해서 무어라 하려고 할 때, 누아가 갑자기 기고만장한 얼굴로 말했다.
“봐봐, 나오잖아.”
“지금, 아니, 네…?”
라핀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유두 끝에서 하얀 유즙이 몽글몽글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누아는 제 마사지가 엉터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쥐, 쥐어짜니까 그렇죠…. 이게 무슨 마사지예요….”
“기다려 봐.”
누아는 더 보여주겠다는 듯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방금처럼 쥐어짜듯 하는 게 아니라 라핀의 가슴을 덮어 따듯하게 하고, 부은 살을 감싸며 아프지 않도록 가볍게 주물렀다. 방금까지의 야릇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저런다고 나올 리가 있나. 라핀은 애초에 젖이 뭉친 게 아니니 방울방울 맺힌 게 전부일 거라고, 저래 봐야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무언가 흘러내렸다.
“내 말이 맞지?”
“헙….”
방금까지만 해도 한 방울조차 힘겹게 나오던 것이, 라핀의 상반신 위에 한줄기를 그을 정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젖이 잘 안 나오는 몸인 게 아니라 정말 뭉쳐 있었던 것이었다.
라핀은 제 몸에서 유즙이 나온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그에게 유즙 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민망해졌다.
그에게 맨몸을 보이는 것도, 민망한 꼴을 보이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유즙이 이런 식으로 흐르는 걸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제 가슴에서 유즙이 나온다는 것도 민망해 아벨과 이벨에게 젖을 물릴 때에는 나가 있으라고 할 정도였으니…. 민망하기가 하늘을 찔렀다.
라핀은 다급한 손길로 제 옆에 고이 개뒀던 상의를 주웠다.
“마, 맞으니까, 이제 그만하죠…. 앗!”
라핀이 옷을 주워 들고 입으려고 하자, 누아가 라핀의 손목을 붙들어 저지했다. 손목을 족쇄처럼 붙잡은 누아는 허리를 굽히더니 라핀의 밋밋한 가슴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댔다.
누아는 음험한 눈으로 하얀 유즙을 바라보다가, 라핀의 갈비뼈 부근까지 내려온 유즙을 아래에서 위로 주욱 핥아 올렸다.
“…힉!”
생각지도 못한 행위에 라핀이 참지 못하고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뱀처럼 혀가 스산하게 제 몸을 훑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그것만 해도 놀랄 일인데, 핥은 이유가 유즙을 먹기 위함이라는 걸 아니 충격적이었다. 놀라서 동공이 확장된 라핀이 누아의 어깨를 밀쳐냈다.
“그, 그걸 왜 먹어요!”
“어…, 먹으면 안 되나?”
“당연히…! 이건, 애, 애들 거잖아요!”
라핀은 그걸 말이라고 묻는 거냐며 황당한 얼굴로 대꾸했다. 게다가 누아는 다른 밥도 멀쩡히 먹을 수 있잖나.
라핀이 반항하듯 말하니 누아가 은근히 입술을 삐쭉거렸다.
“궁금해서 좀 먹어본 거야.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
좀 먹을 수도 있지 깐깐하게 군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짓이 과연 이게 호기심만으로 할 만한 일인가…. 일반적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일 같은데, 상대가 비정상적인 취향을 가진 누아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해와는 별개로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라, 차마 말이 안 나왔다. 라핀이 황당함에 입을 뻐끔거리고만 있는데, 누아가 붉은 혀로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이미 흐른 건 먹어도 되지? 이건 애들 거 뺏어 먹는 것도 아니니까.”
“아니, 그런 의미가…. 읏!”
라핀이 흘렀거나 말거나 다 큰 당신이 먹을 이유는 없다고 반박하려고 했지만, 누아는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핥지 않은 반대쪽 유두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누아는 혀를 내밀고 천천히 살을 핥아 올렸다.
누아의 속내 같아서는 유두를 한입에 물고 빨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라핀이 아파할 테고 아가가 먹을 것까지 뺏어 먹으면 안 되니 흘러내린 것만 혀로 살살 핥았다. 모기 물린 곳에 침을 바르는 것처럼 살살. 혀끝에서 유즙 맛과 동시에 넓게 펴 발랐던 크림의 맛이 뒤섞여 이상한 맛이 났지만,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라핀은 그렇게 혀가 닿을 때마다 몸을 움칠움칠 떨었다. 하지 말라고 몸을 뒤로 물리고 싶으면서도, 그에게 손목을 붙잡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얌전히 가슴을 내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게다가 어느새, 그의 행동을 기상천외하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야릇하고 은밀한 감정이 움텄다. 시선을 내리니 누아가 붉은 혀로 제 몸을 맛보듯 천천히 핥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야해서…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이고 더 가슴을 내어주게 됐다.
“으, 흐….”
“후우, 라핀….”
누아는 혀로 바짝 선 라핀의 유두 끝을 톡톡 건드렸다. 부어오른 분홍빛 유두가 바람결의 민들레처럼 살살 흔들렸다. 그는 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여기 예쁘게 부어서 빨고 싶게 생겼어. 알아?”
“흐으, 제가 그런 걸, 어, 어떻게 알아요….”
“그러게, 씨발…. 이런 걸….”
누아는 말을 겨우 삼키며 턱 근육에 힘을 줬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는데, 이 작은 가슴에서 유즙이 나온다니. 라핀의 아래에 보지가 달렸던 걸 알아차렸을 때만큼 빠듯하게 성적 충동이 일었다.
당장이라도 이 작은 몸뚱어리를 한입에 탐하고 싶었다. 라핀이 제 아래에 깔려 울고불고하며 아프다고 할 때까지 박아대고 싶었다. 제대로 된 섹스를 안 한 지 얼마나 오래됐던가. 제 독점욕이 지나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사랑스럽고 천사 같은 아벨과 이벨에게까지 질투심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직은 라핀의 몸이 멀쩡해지지 않았다고. 아직은 안 된다고 자제를 해보려 했지만 눈에 바짝 선 핏줄이 터지기만 할 뿐 쉽게 충동이 사라지지 않았다.
누아가 이런 충동은 비정상적이라며, 이런 속내를 알면 라핀이 알면 기함할 것이라며 겨우겨우 욕구를 눌러 삼키는데 라핀이 그런 누아의 어깨를 다시금 밀어내며 말했다.
“이, 이제 그만 먹어요. 누아 님은 이것 말고도, 더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네?”
누아가 제 유즙을 빨지 못해 심통이 난 것이라 착각한 라핀은 조심스럽게 누아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키스는 아니었고, 새가 부리로 가볍게 쪼는 것처럼 가벼운 입맞춤, 뽀뽀였다.
그에 누아가 뻣뻣하게 굳은 채 두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방금 제 입술 위로 나비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 떨어져 나간 것이, 라핀의 입술이 맞나? 사귀기로 했지만 이렇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해온 건 처음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유즙과 가슴에 집착해 놓고서는, 불같이 달아올랐던 것이 평온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누아는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응, 난 내 거 있지.”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장 맛있고 예쁜 거.
그렇게 말한 누아는 라핀의 입술에 다시 입술을 맞췄다. 이번에는 새가 쪼는 듯이 가벼운 뽀뽀가 아닌, 어른들의 것이었다.
순순히 벌어진 라핀의 입술 사이로 누아가 혀를 밀어 넣었다. 질척한 살덩이는 라핀의 입속을 제집 드나들듯 이곳저곳을 훑고 다녔다.
“으응….”
라핀이 느끼는 여린 부분까지 훑어주니 라핀이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누아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 모습에 누아의 금안에 번쩍 이채가 돌았다. 누아는 라핀을 늘 야하다고 생각했지만, 적극적이고 거절하지 않는 라핀은 훨씬 더 야했다.
이렇게 좋은 걸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훨씬 이전부터 라핀을 꼬셨을 텐데…. 제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모질게 굴었던 날들이 지금 와서 후회되었다.
지난날 주지 못했던 만큼 넘치게 사랑해주자. 누아가 섹스 욕구를 키스로 풀듯 달려드니 입맞춤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라핀이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턱이 뻐근해질 정도로 숨을 섞었다.
한참 후에야 두 입술이 떨어졌고, 타액으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두 입술 사이로 실타래가 이어졌다.
“하아….”
반쯤 시선을 내리깔고 숨을 내뱉는 라핀의 모습이 지독하게 야했다.
누아는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라핀의 허리를 붙잡아 무릎을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는 바지와 속옷을 잡아 훌렁, 단번에 끌어내렸다.
“아니, 누, 누아 님…?! 뭐 하는, 아니, 오, 옷은 왜 벗겨요…!”
“내 거 먹으러.”
“내, 내 거?”
라핀이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려 했지만, 누아의 손은 빠르게 라핀의 사타구니 사이에 들어왔다. 그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라핀의 조붓한 보짓살을 벌리고 그 안쪽까지 손가락이 들어왔다.
“라핀, 벌써 여기가 젖었는데….”
“흐읏….”
“좆도 섰고.”
누아의 말대로 라핀의 아랫도리 상태는 열기로 뒤덮여 있었다. 누아가 라핀의 몸을 핥는 것도 모자라 입맞춤까지 한 후라서 본능적으로 달아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라핀이 작게 항의했다.
“제발, 그딴, 말 좀 하지 말아요….”
“그거 알아?”
제 말을 듣긴 한 건가….
라핀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누아를 내려다보자, 그가 입꼬리를 비뚜름히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내가 이런 말 할 때마다 네 여기가, 꽉꽉 잘라먹을 것처럼 무는 거?”
“흐읏…. 아!”
누아가 안쪽을 짓찧듯 손가락을 콱콱 내찌르자, 안쪽에서 쿨쩍거리며 물기 가득한 소리가 음란하게 퍼졌다.
민감하게 느끼는 부위를 정확하게 찔러대니 보짓물은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맑은 액체가 굵직하게 핏줄 선 누아의 손등까지 흘러내렸다.
누아는 손을 쑤욱 빼더니, 손등까지 흘러내렸던 맑은 액을 길게 핥아먹었다. 라핀에게서 경악스러운 시선이 달라붙었지만, 누아는 개의치 않고 라핀을 일으켜 세우고 한쪽 허벅다리를 잡아 제 어깨에 걸치게 했다. 어쩌다 보니 일어서게 된 라핀은 작은 비명과 함께 몸을 휘청였다.
라핀이 자기도 모르게 누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짚었을 때, 누아는 반대쪽 손으로 라핀의 둔부를 콱 쥐고 얼굴을 사타구니 사이에 파묻었다.
“아, 뭐, 흐응, 아아!”
라핀이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따지기도 전에, 누아가 보지를 한입에 물었다.
그래, 이곳이야말로 나만이 먹을 수 있는 거다.
줄곧 라핀과 누아는 성적인 행위를 나누긴 했지만,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유사 성행위 정도가 전부였다. 이제는 아벨과 이벨도 무사히 세상에 나왔으니 성행위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너무 일렀다. 티를 내지는 않아도 라핀은 아마 출산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을 터였다.
그렇지만 보지를 빠는 정도는 괜찮겠지.
멋대로 결론을 내린 누아는 젖은 소리를 적나라하게 내며 음부를 입으로 탐했다. 주름을 벌리고 톡 튀어나온 클리토리스를 압박하듯 빨다가 혀끝으로 꾹꾹 누르니 라핀이 자지러지듯 몸을 떨었다.
“힉, 하, 아으으, 아, 흐으…!”
라핀은 교성을 내지르다가,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걸 떠올리고 입을 막았다. 그렇지만 역부족이었다. 음부에 입을 완전히 가져다 대고 이곳저곳을 빨아대는 누아의 기상천외한 행동에 신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누아의 어깨를 짚고 있던 손에도 힘이 풀려버린 라핀이 그의 머리 위로 완전히 상체를 기댔다. 라핀은 숨을 크게 마셨다가 뱉으며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아, 하짓, 으읏, 빨지, 마요…!”
아무리 침대 위라지만, 라핀은 누아를 억지로 밀어냈다가는 넘어질 것 같아서 격렬하게 반항할 수가 없었다. 물론 밀어내더라도 밀리진 않겠지만 말이다.
라핀이 그만하라고 하며 누아의 몸을 콩콩 때리자, 열렬히 아랫도리를 탐하던 누아가 추웁, 소리를 내며 입술을 떨어트렸다.
그렇지만 그는 그만할 생각이 없는지, 보지에 입술을 댄 채로 대꾸했다.
“내 거 먹으라면서.”
“하아, 당연히 그건,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죠!”
라핀은 옆방에 아이들이 자고 있다는 것도 잊고 어이없다는 얼굴로 버럭 언성을 높였다.
도대체 사고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 보지를 빠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라핀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흐름이었다.
라핀이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지만, 누아는 그 모습도 보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난 이게 제일 맛있어.”
“이건 먹는 게, 아닛, 흐읏, 으응!”
라핀이 “이건 먹는 게 아니라고요!” 하고 따지려 곧장 입을 열었지만, 누아가 다시 보지를 입에 물면서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누아의 혀 놀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게걸스러워졌고, 라핀의 엉덩이를 터트릴 듯 쥐고 있던 손은 더듬더듬 뒷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뒷구멍은 젤이나 애액을 바르지 않은 탓에 뻑뻑했지만, 힘을 주니 기다란 손가락 하나를 쑥 하고 받아먹었다.
“아앗!”
뒷구멍과 보지가 동시에 자극됐다. 섹스할 때와 비슷한 감각에 라핀의 머릿속이 폭죽 튀듯 펑펑 하얗게 질렸고,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은 점점 많아졌다. 애액을 전부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흘려대서 라핀의 허벅다리를 타고 흘러내릴 정도였다.
누아는 고작 라핀의 보지를 빨았을 뿐인데, 좆이 터질 것 같았다. 흉악한 좆대가리는 좁은 구멍에 넣고 싸고 싶다고 아우성을 쳤다.
“미치겠네….”
누아는 미친 듯한 갈급증에 보지에서 입술을 떼며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잠깐 생각하던 누아는 제 어깨에 걸쳐져 있는 라핀의 다리를 내려놓고, 그를 침대에 완전히 눕혔다. 라핀은 성감에 취해 숨을 몰아쉬다가 뒤늦게 자신이 침대에 눕혀졌다는 걸 깨달았다.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기도 했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눈앞의 누아는 성급한 손길로 바지춤을 풀어헤치고 있었다. 옷 너머로도 보이는 커다란 양물에, 라핀은 자신도 모르게 질겁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할 거예요?”
“후우, 기다려….”
누아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바지와 속옷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발기하다 못해 핏줄이 터질 듯 열 받은 좆이 퉁, 튀어나왔다.
성교하는 건 오랜만이었지만, 누아의 것이 제게 주던 감각은 라핀의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었다. 아래를 꿰뚫는데 배까지 찌르는 듯 깊게 들어오던 성기의 압박감. 그리고 내벽을 완전히 할퀴고 들어오던 단단한 소름 끼치던 감각….
그러고 보면 사귀기로 한 이후로는 처음이구나. 그래서 평소보다 더 긴장되는 듯했다. 이전의 거부감과는 다른 묘한 설렘이 긴장과 함께 교차했다.
라핀이 거부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는데, 이상하게도 아래를 꿰뚫고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대신.
“후우….”
눌러 삼키는 듯한, 그르렁거리는 신음이 들릴 뿐이었다.
라핀은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게슴츠레 실눈을 뜨고 누아를 몰래 쳐다봤다. 벌어진 제 다리 사이에 앉은 그는 몽둥이 같은 좆을 손아귀에 쥐고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라핀은 아주 살짝만, 뭐 하는지만 보려고 한 거였는데…, 눈앞에서 이뤄지는 예상치도 못한 광경에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후, 보면 몰라?”
누아는 무언가를 참는 듯 이를 빠드득 갈며 대답했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화난 줄 알 정도의 음산한 목소리에 라핀은 조금 몸을 움츠리며 다시 물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하냐고요?”
“하…, 박을 수가 없잖아.”
“네?”
박을 수가 없다고? 라핀이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멍청하게 깜빡이자, 누아는 용두질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입을 열었다.
“네 몸. 아직, 하기 힘들잖아.”
“…….”
아. 라핀이 그제야 깨달은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아직 몸이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았으니까 삽입은 못 하겠다는 소리인가?
나름 제 생각을 해서 저런다는 건 알겠지만, 라핀은 대번 황당해졌다. 아니, 그럴 거면 건드리지나 말든가? 아래는 빨면서 박지는 않겠다는 게 나를 위한 일이야?
라핀의 은밀한 음부는 누아의 침으로 흥건해져 있었고, 앞구멍이고 뒷구멍이고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벌름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애만 태우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게 더 저를 위하는 일이 아니었다.
“저, 그렇지만, 하, 한 달이나 지났고…. 토, 토끼는 원래 금방 괜찮아지는데….”
“…….”
“잘 먹고 잘 자서 엄청 튼튼한데….”
라핀은 횡설수설 말하다가, 어쩐지 제가 그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목소리를 줄였다. 그런 야릇한 의미로 매달리는 게 아니라, 저는 정말 괜찮다고.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려던 것뿐이었는데….
왠지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라핀이 혹여나 그가 제 말뜻을 이상하게 알아듣진 않았을까 하고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봤을 때, 그가 픽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해달라는 소리야?”
“그, 그런 이상한 뜻이 아니라! 정말로 저는 괜찮다는…, 흣!”
라핀이 다급하게 해명하려 했지만, 말이 끝마쳐지는 것보다 보지 사이로 성기 기둥이 문질러지는 게 먼저였다.
“괜찮으니까, 보지에 좆 박아줬으면 좋겠어?”
“으흐, 아니, 라니까….”
“그런 뜻이잖아.”
누아가 멋대로 해석하며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해명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얼굴이다.
그런 의도가 아닌데, 해명은 해봐야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라핀이 억울함에 우물우물 입술을 꾹 다물자, 누아가 허리를 굽혀 라핀의 뺨에 입술을 맞추고 떨어졌다.
“이렇게 원하는데, 안 해주면 내가 나쁜 놈이지. 그렇지?”
“…씨이.”
라핀이 욕설을 겨우 삼켰다.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구태여 민망하게 모는 게 더 나쁜 놈이라는 생각은 안 하나?
누아는 그런 라핀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웃음기는 금방 사라졌다. 자위하다가 멈춘지라 빨리 사출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라핀이 원하니 어서 넣어주고 싶었다.
누아는 성기 기둥을 라핀에게 문지르고 있던 것을 멈추고 귀두를 보지에 맞췄다. 허리에 힘을 주고 밀자, 보드라운 보짓살이 벌어지면서 구멍 사이로 두툼한 귀두가 쑤욱 들어갔다.
“흐, 으, 하으읏!”
오랜만이었지만, 혀로 흥건하게 풀어준 덕분에 막힘없이 기둥까지 삼켜졌다.
단번에 깊숙한 곳을 찔러주자 라핀이 허리를 휘며 쾌감 어린 신음을 내질렀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익숙한 압박감. 버거워야 정상인데, 예상되는 아득한 쾌감에 내벽이 꽉 조이며 누아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서로의 마음을 자각한 후 처음으로 하는 제대로 된 성교라서 그런 걸까. 안 그래도 커다란 누아의 좆이 평소보다 더 크게, 제 몸을 완전히 메운 것처럼 느껴졌다. 내벽을 전부 긁어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누아도 마찬가지였다. 누아는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기쁘게 반기는 라핀의 음부에 감탄 어린 신음을 흘리며 윗입술을 핥았다. 어쩐지 더 박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누아는 고환이 라핀의 볼기에 닿을 때까지 삽입했다.
“으응, 아아아! 너무, 흐윽, 깊어요…!”
라핀이 진저리를 치며 도리질을 쳤다.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릿했지만, 제 아랫배가 그의 성기에 의해 불룩 튀어나온 것 같다. 이전에도 봤었으니 헛것을 보는 건 아닐 터다.
라핀이 팔을 허우적거리자 누아가 허리를 굽혀 라핀의 몸 위를 덮고 손을 잡아 제 목을 안게 했다. 깊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깊게 처박아 넣자, 라핀이 까무룩 기절할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잠깐, 흐윽, 너무, 그마안…!”
“하아,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야. 누구, 고문해?”
누아가 고문하는 게 아니면 그딴 소리 하지 말라며 어금니를 세게 깨물었다. 머리끝까지 흥분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누구보다도 라핀의 몸 상태를 걱정했던 그였으면서, 이제는 라핀의 상태를 봐줄 여유가 되지 못했다.
성기가 뒤로 빠져나갔다가 창처럼 푹 쑤시고 들어왔다. 격하게 움직이기에는 아직 안쪽이 충분히 벌어지지 않았지만, 누아가 아랫도리를 물고 빨며 전희를 충분하게 해준 덕분일까. 아픔보다는 쾌감이 훨씬 짙었다.
“흐으읏!”
몸이 들썩일 때마다 라핀은 누아의 목을 휘감은 팔에 힘을 바싹 주며 매달렸다. 그에게 매달려 봐야 더 행위가 거세지기만 하는데도, 놓을 수가 없었다.
깊게 들어왔다가 빠지기를 몇 번 반복하니 보지가 물을 더 뱉고 부드럽게 이완하며 삽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누아는 그것이 마치 라핀이 저에게 마음을 완전히 연 것처럼 느껴져서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다.
누아는 제 아래에서 무아지경으로 헐떡거리는 라핀을 바라보다, 얄궂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라핀, 맛있어?”
“흐으, 아아, 잠깐, 만, 으읏!”
“안은 벌름거리는데, 입은, 후우, 왜 이럴까.”
누아는 라핀의 귓가를 핥고 깨물며, 라핀이 원치도 않는 감상평을 흘렸다.
“하아, 네 보지가… 씹, 자지를, 잘라먹으려고… 후, 그러잖아.”
“흐, 그런, 말 좀, 흐윽, 아!”
“맛있으면,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나긋하면서도 흥분에 가라앉은 목소리가 라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음담패설을 들을 때마다 아래가 절로 움찔움찔 조여졌다. 라핀은 누아가 이런 제 반응을 즐긴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반사적으로 아래가 조여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라핀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속으로 누아에 대한 욕을 늘어놓았다. 저놈의 입, 입! 평소에는 그다지 말이 많은 편도 아니면서 성교할 때는 뭐 저렇게 말이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라핀은 참다못해 팔에 더 힘을 주고 누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박치기하듯 했다. 입 좀 다물라는 뜻이었지만, 답지 않은 돌발 행동에 누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누아는 동요한 기색을 보이며 허릿짓을 멈췄지만 아주 잠시였다. 그는 느른하게 눈을 감고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흐읍, 으읍, 음…!”
쿵, 쿵, 쿵. 혀를 섞으면서 교접하니 음담패설과 신음은 줄어들었지만,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철퍽철퍽 맞부딪치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퍼졌다.
라핀은 누아의 음담패설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가 없이 민망해 입을 막은 거였는데, 이건 이것대로 민망했다.
숨이 벅차진 라핀이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떼어내자 누아가 아쉬운 듯 라핀의 귓가를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다.
“씹, 적당히, 예쁘게 굴어.”
그 이후로는 무아지경이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누아가 라핀의 몸 안으로 물밀듯 밀려왔고, 라핀은 정신이 없어 그의 등에 손톱을 세워 콱콱 스크래치 자국을 냈다. 이러면 그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이내, 누아의 성기가 깊숙하고 예민한 곳을 거세게 비볐다. 털이란 털은 전부 삐쭉 설 만큼 거센 자극에 라핀이 아래를 강하게 수축했다. 그의 어깨를 긁어대던 손톱에 더 힘이 들어갔다.
“하, 아흐으윽!”
투둑투둑.
배에 비벼지고 있던 라핀의 자지와 보지에서 투명한 물이 피비빅 터져 나왔다. 방금까지 질질 흘리던 것과는 달리 오줌처럼 많은 양이었다.
허벅지를 타고 떨어진 애액은 하얀 시트에 웅덩이 모양의 얼룩을 만들었다. 안쪽에 뜨거운 것이 퍼지는 것도 그와 동시의 일이었다.
“흐으윽, 아으으…!”
“하아아…. 라핀….”
꿀럭거리며 내벽이 점성 있는 액체로 가득 채워졌다. 동시에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첫 번째 사정에 둘이 동시에 도달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누아는 보통 라핀이 수회 사정할 때 한 번 할 정도로 지독하게 굴었었는데, 오늘은 앞서 자위도 했고, 오랜만이라 평소보다 이르게 절정에 도달한 것 같았다.
“후우….”
누아는 미간을 좁힌 채, 땀에 젖은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한 번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정신은 지나치게 또렷한데, 몸은 발정기 때처럼 주체할 수 없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누아는 성기를 빼지 않은 채 마주 보고 있던 라핀의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엎드려 누운 라핀의 엉덩이를 봉긋 솟아오르도록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 잠, 깐…, 아앗!”
자세의 의미를 깨달은 라핀이 뒤늦게 팔을 뒤로 뻗고 허우적댔으나, 누아가 라핀의 손등을 제 손바닥으로 감싸 매트리스 위로 짓누르는 것이 더 빨랐다.
누아가 라핀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넣고 뒤에서 들이닥치듯 박아대니, 엉덩이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방 안에 크게 퍼졌다.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그럴 때마다 맞물리는 아래에서는 찰팍거리는 소리가 났다.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곳이 성기를 빨아 당겼다.
“하아, 씨발….”
누아의 두 눈이 분노에 찬 것처럼 이글거렸다. 그간 라핀의 몸 상태를 걱정해 성교하지 못했던 것이 폭주하듯 했다. 라핀의 몸은 온종일 물고 빨아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탐하면 탐할수록 더 좋아진다.
누아는 라핀의 등 뒤로 완전히 몸을 포개며 라핀의 가슴팍을 끌어안았다. 허리가 팔에 감싸이면서 몸이 위고 아래고 완전히 밀착됐다. 몸을 완전히 고정한 누아는 그 상태로 아래를 콱콱 짓이겼다.
“이렇게, 원하는 줄 알았으면 진즉 박았을 텐데.”
“흐, 으응, 아아!”
“좆같이, 하아, 야해가지고, 응?”
“하아, 아아, 아윽!”
누아는 대답을 바라는 듯 뭔가를 자꾸 물었지만, 라핀에게서는 이해 없는 대답이 나올 뿐이었다. 라핀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과격한 섹스에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셀 수 없을 만큼 행위는 길게 이어졌다. 안쪽이 정액으로 가득 차 더는 못 받는다고, 라핀이 좁은 구멍 사이로 흰 정액을 토해냈지만 누아는 개의치 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아는 그간 해소하지 못했던 욕정을 다 쏟아낼 때까지 라핀을 괴롭힐 작정이었다.
뜨거운 밤은 길게 이어졌다.
***
“으으….”
라핀은 일어나자마자 앓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좁혔다.
정신이 들자마자 오랜만이지만 반갑지 않은 감각이 온몸을 짓눌렀다. 돌에 짓눌린 것처럼 꿈쩍도 하기 싫었고, 어젯밤에 하도 울었더니 눈이 퉁퉁 부어 눈꺼풀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손가락 까딱하기도 싫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누워 있으면 누아가 전부 다 해주기를 바랐지만, 문 너머에서 애앵거리며 애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늑대 이벨이 우는 소리였다.
이벨은 누아를 닮았는지 태어나자마자 힘이 장사였지만, 성격은 라핀을 닮았는지 겁도 많고 울음이 많았다. 아이니까 자주 우는 건 당연했지만, 같이 태어난 토끼 아벨은 무슨 인생 2회차처럼 덤덤한 성격이라 비교가 됐다. 물론 누아와 라핀이 보기에는 둘 다 예쁜 자식이지만 말이다.
끄응…. 라핀이 힘을 쥐어짜 일어나려던 참에, 닫혀 있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일어났네.”
누아는 물이 든 컵을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컵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낑낑거리는 라핀이 일어나 앉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는 라핀을 베개를 받치고 헤드에 기대게 하더니, 잠시 내려놓았던 물컵을 라핀에게 내밀었다.
“물 좀 마셔.”
“네….”
아주 짧게 낸 목소리였지만,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갈라져 있다. 라핀은 제 목소리지만 차마 들어줄 꼴이 아니라 급히 물을 입에 가져다 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달콤했다. 단번에 물 한 잔을 비웠다. 라핀이 빈 컵을 자연스레 누아에게 넘기는데, 이제 보니 그의 얼굴이 좋지 못했다.
…어제 자기 마음대로 몰아붙여서 번들번들할 줄 알았더니. 왜 저래? 제가 자는 동안 아이 둘을 혼자 돌보느라 진이 다 빠졌나? 아무리 힘센 누아라도 아이 둘을 동시에 보살피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라핀이 갸웃거리며 그를 보는데, 줄곧 차분히 있던 누아가 참회하듯 나직하게 말했다.
“…자제를 못 했어.”
누아는 어젯밤에 마치 발정기라도 온 것처럼 달려들었다. 노팅만 안 했지, 횟수는 엇비슷하게 한 것 같다.
오랜만이기도 했고, 제 몸 괜찮다고, 안아도 된다고 돌려 말하는 라핀이 너무 예뻐서 멈출 수가 없었다. 섹스 처음 해보는 놈처럼 무자비하게 달려들었다.
다시는 라핀을 울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서는 침대에서 펑펑 울게 해버렸다. 누아가 아직 제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 반성하고 있는데, 라핀이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 그랬잖아요?”
“…….”
당연한 거 아니었냐는 반응에 누아의 표정이 확연히 굳어 들었다.
라핀은 ‘새삼스럽게, 모르고 사귀기로 한 것도 아니고 괜찮다’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지만, 반대로 ‘여태까지 그랬잖아? 너 자제한 적이 있긴 해?’라는 의미로 죄책감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정말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라핀은 도리어 당황스러워져, 저도 모르게 그를 위로했다.
“그, 근데 어제는, 여, 여태까지랑은 달랐잖아요.”
“…뭐가 달라?”
“이제 저희는, 음, 사귀는 데다가, 어….”
“…….”
“부부… 잖아요?”
라핀의 마지막 말에 누아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느냐는 듯 되물었다.
“부부?”
“…아니에요?”
그의 놀란 반응에, 라핀은 확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도 낳았고, 함께 살면서 키우니까 부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귀자는 말 이후엔 결혼하자는 말도 안 했잖아?’로 흘러갔다.
그렇구나…. 아직 부부는 아니었구나.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끔따끔하다.
“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오해했군요.”
“아니야!”
라핀이 기운 없이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까는 걸 본 누아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큰 목소리에 라핀이 화들짝 놀라자, 누아가 언성을 높인 건 실수였다는 듯이 더듬더듬 라핀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네가 오해를 한 게 아니라, 내가 좆같이, 아니, 거기까지 생각 못 했던 거야. 부부지. 당연히.”
“…….”
‘당연히’라면서 왜 그는 저희 관계를 부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건데? 라핀이 무언가 찜찜하다고 생각하고 있자, 누아가 설득하듯 말을 이었다.
“함께 아이도 키우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
“내 반려로서.”
누아는 다짐하듯 말하며, 손바닥으로 덮고 있던 라핀의 손을 잡아끌고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날렵한 인상과 달리 한없이 부드러운 입술이 손등에 가볍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누아는 당연히 부부였다고 말하지만, 라핀은 그의 비장한 각오를 듣고 있자니 오늘부터 새로이 관계를 재정립하는 느낌이었다. 누아와 달리 여태까지 ‘부부’ 사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저도 덩달아 비장해졌다.
라핀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 바깥에서 이벨이 더 열심히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누아와 이러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아이를 돌봐야 할 시간이다. 라핀은 머쓱한 얼굴로 입맞춤당한 손을 빼냈다.
“저, 알겠으니까 일단 나가요, 애들이 기다려요.”
“응, 더 안 쉬어도 되겠어? 오늘은 내가 봐도 괜찮은데.”
“음…. 솔직히 힘든데, 괜찮아요. 애들도 배고파할 테고….”
라핀은 말하다 보니 어제 가슴 마사지를 받은 것이 떠올랐다. 마사지를 받다가 그런 식으로 흘러간 거였지…. 힘 빠지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부부이기에 둘만의 낭만에 빠져 있을 수가 없었다. 정식으로 프러포즈 받는 순간을 아이들에게 방해를 받았다는 생각을 아예 지울 순 없었지만, 그런 생활이기에 더 좋았다.
라핀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다정한 가족이 현실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