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태양광 드론(3)
남고비 미추홀 공항
미추홀 공항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태양광 비행기들이 이착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제트기들의 모습도 보이고는 있었지만, 외국으로 가거나 돌아오는 수송기과 여객기들 몇몇을 제외하면,
미추홀 공항에서 움직이는 항공기들은, 거의 대부분이 농업용으로 이용되는 태양광 프로펠러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새롭게 공항 한쪽으로 비행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미주의 제안으로 오만수 박사가 농업용 비행선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공항 한쪽에 비행선들의 이착륙이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비행선은 부피가 크고 활주로는 필요가 없었지만, 바람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마치 배를 정박하는 것처럼 전용 정박 시설이 필요했다.
일단은 안전성의 문제 등으로 유인 비행선은 도입되지 않고 있었다. 모든 비행선은 무인 비행선으로 비행선의 부력을 이용해 무거운 화물을 들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 별도의 엔진 같은 것은 없었는데,
비행선은 무게가 나가는 화물을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장비였다. 그리고 이 공중에 화물과 함께 떠오른 비행선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은 태양광 드론들이 동원되었다.
드론들은 크기나 출력이 작은 편이었지만, 여러 대가 동시에 비행선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산타클로스의 썰매와도 비슷한 원리였다. 여러 마리의 순록이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실은 썰매는 끄는 것처럼, 드론들이 힘을 합쳐 화물을 실은 비행선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방식의 화물 운송이 효과적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이런 비행선과 드론의 조합은 효율적이라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이전과 달리, 최근에 개발된 최신형의 비행선들은 운행에 안정상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었고, 비행선에 엔진 자체가 없는 시스템이라 폭발의 위험도 더 줄어들게 되었다.
여러대의 작은 드론으로 비행선을 끌어서 이동시키는 것도, 드론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킨 비행 조정기술의 발달로 일일이 사람들이 복잡하게 조절할 필요 없이 자동 조정 시스템에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드론의 자율조정 시스템에 의해, 비행선을 끌고 이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고 저속으로 농장 지대를 천천히 비행하면서, 여러 개의 화물을 순차적으로 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느릿느릿 비행하는 비행선이 드론들에 이끌려, 밀밭에서 추수한 밀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은 미추홀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 되어 버렸다.
그런 독특한 모습에 외국의 기자들이나 관광객들도 미추홀에서 농업에 시범적으로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비행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일부러 촬영을 오는 일들이 많았다.
***
북카페 오아시스 미추홀점.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이 성장하면서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제법 남고비의 오아시스들을 방문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는 가장 큰 도시인 아사달이나, 하백 호수가 있는 하백시였다.
그에 비해 하슬라나 미추홀은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미추홀에도 관광객들이 제법 방문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미추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태양광 드론이나 비행선, 태양광 항공기류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려고 오는 사람들이었다.
오만수 소장을 만나러 갔다가, 진석은 미추홀의 북카페를 찾았다. 북카페 오아시스는 제이에스 그룹 계열로,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에서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페였다.
각각의 카페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내부 인테리어나 구조에서 통일성보다는 개성을 중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구조보다는 그 도시나, 지역의 특징에 맞추어 특성을 살리는 인테리어를 추구하고 있었다.
미추홀의 북카페들도 그런 철학을 반영해서 미추홀이라는 도시의 개성을 살린 자신만의 카페 인테리어를 추구하고 있었다.
미추홀 공항점도 공항이라는 특성을 살려서 실내에 비행기나 드론, 비행선 같은 디자인을 살려 인테리어를 꾸미고 있었다.
“와, 저거 봐. 카메라로 찍어야 돼. 저건..”
진석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로 찍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들이었는데, 카페에서 둥둥 떠다니는 작은 비행선들을 신기한 듯 촬영하고 있었다.
“신기하네. 로봇이 서빙 보는 카페는 들어봤지만, 비행선이 서빙을 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여기뿐일걸,”
진석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있자 작은 비행선이 바구니에 커피와 케익을 싣고 진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윤희주의 아이디어로 오만수 박사가 개발한 비행선 드론 견인 시스템의 초소형 버전인 셈이었다. 카페 내에서는 드론의 비행이 어려워서 드론이 비행선을 끌지는 않고, 비행선의 꽁무니 쪽에 프로펠러를 이용해서 움직인다는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농업용 화물 운송을 하는 비행선과 그걸 견인하는 드론의 기술을 활용한 것이었다.
진석은 처음이라 좀 어색하게 일어나, 비행선 아래쪽의 바구니에서 아이스커피와 케익 접시를 내렸다. 규모가 제법 큰 카페기는 했지만 비행선이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직원이 직접 들고 오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이런 독특한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점장이 진석을 알아봤는지 다가왔다.
“어머, 이진석 사장님이시죠?”
“아, 이곳 점장이신가요?”
“예, 한유림이에요.”
이제,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에 북카페 오아시스의 숫자도 엄청나게 늘어나 있어서, 가보지 못한 카페도 많고, 점장의 얼굴도 다 알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석의 얼굴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처음으로 방문하는 카페에서는 점장이 인사를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 분위가 굉장히 독특하네요.”
진석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
“후후, 그렇죠. 공항 안에 있어서, 이름도 미추홀 공항점이기도 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비행선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꾸며 봤어요.”
“음, 항공기 매니아시군요?”
“그런 셈이죠.”
한유림은 서울에서 가수 지망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연예인이 쉬워 보여도 막상 데뷔하기가 절대 녹녹한 세계가 아니라, 연습생 생활만 7년 정도 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와 7년이나요?”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생을 오래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7년이라면 너무 긴 시간인 것 같았다. 더구나,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사실은 중학생 때부터 했으니까, 생각만큼 긴 시간은 아니었어요. 연습생이자, 학생이었으니까.”
“흠, 그렇겠네요.”
아무튼, 연습생으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유림은 대학에 뒤늦게 진학했지만, 역시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옷가게를 운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곳 미추홀의 북카페의 점장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운이 좋았죠. 그때는 미추홀이 막 개발되던 시기라, 남고비의 오아시스 중에서도 오지라고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할 때였거든요.”
“그렇죠. 얼마 전까지만해도 미추홀은 동쪽 끝의 작은 오아시스에 불과했으니까요.”
“예, 그래서 저 같은 사람도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일부러 이곳으로 오겠다고 지원을 했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잡은 거죠.”
한유림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연예인을 했어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은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삶의 여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기는 한데, 항공기 쪽으로는 어떻게 흥미가 생기신 건가요?”
“대학을 그만두고, 홍대에서 옷가게를 했는데, 그때 옆집에 항공기 관련된 소품을 파는 가게가 있었어요. 주로 프라모델이나, 포스터 그리고 나무로 만든 비행기들도 있었고, 바로 옆 가게라 가끔 오다가다 들러보다가 그쪽으로 취미가 생긴 거죠.”
“그래요?”
“예, 그때는 삶의 의욕이 없을 때라, 비행기나 그런 걸 보면 그냥 기분이 좀 좋아진다고나 할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건지, 하늘을 나는 비행기나 그런 게 너무 좋아 보였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인간이란 항상 현실보다는 그걸 넘어서는 판타지를 꿈꾸는 존재니까요.”
“그러다가, 마침, 이 공항점에 점장이 된 거죠. 굉장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비행기, 특히 저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프로펠러기나, 비행선 같은 게 너무 좋아요. 일반 제트기는 그냥 비행기구나 그런 느낌인데. 비행선 같은 건, 왠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잖아요?”
“하하, 비행선을 좋아하시는군요?”
“예, 제가 좋아하는 비행기는 좀 오래된 프로펠러기나 그런 쪽이었거든요. 예전에 유럽에서 운행하던 여객용 비행선 같은 것도 매력 있고요.”
“예전에는 비행선을 타고 세계일주도 하고 그랬다고 하더군요. 지금 기준으로는 꽤 위험한 일인데 말입니다.”
“예, 저도 비행선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건 좀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단거리나 저공으로 비행하는 비행선은 괜찮지 않을까요?”
“저공으로 비행하는 비행선요?”
“예, 그런 상상을 해봤는데, 비행선이 꼭 높이 날 필요는 없잖아요? 비행선은 스스로를 가스의 힘으로 띄우는 능력이 있으니까, 거기에 적당한 무게의 드론 같은 걸 위에 씌워서 무게를 조정해주면, 너무 높지 않게 날 수도 있고, 드론처럼 조정도 가능한 그런 뭔가 날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그것도 재밌는 생각이네요.”
진석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한유림은 그 비행선과 드론이 합쳐진 날틀이라는 걸 조금 더 설명하다가, 일이 생겨서 주방으로 돌아갔지만, 진석은 한동안 한유림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개인이나, 아니면, 소수의 승객이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비행 장치 같은 걸 비행선과 드론 기술을 이용해 만들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원리는 지금의 견인형 드론 비행선 시스템처럼, 비행선은 수직으로 중량을 띄우는 역할을 하고, 드론은 수평 이동 및 방향 제어를 하는 원리였다.
대신, 안전을 위해 너무 높게 날지는 않으면서, 비행선의 가스를 이용한 부력과, 드론의 프로펠러를 이용한 이동능력을 합친 그런 이동 수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진석은 카페를 나와, 오만수 소장을 다시 찾아갔다.
***
오만수 소장의 사무실..
“소형의 비행선을 만들자는 건가요? 드론과 일체형으로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그런 것도 실험적으로 한번 만들어 보면 괜찮을 것 같네요. 뭐, 실제로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미추홀은 여러 가지 기술을 실험해 보는 실험적인 도시니까요.”
“예, 뭐, 한 번 도전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비행정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비행정요?”
“예, 날틀은 좀 그런 것 같아서 말이죠.”
“비행정이라? 괜찮네요. 아무튼, 공중에 상시 뜰 수 있고, 저속으로 이동이 가능한 그런 비행체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 이동 수단으로 괜찮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일단 설계팀에 설계부터 해보라고 하죠.”
***
그리고 얼마 후, 미추홀의 농장들에는 비행정이라고 불리는 신기한 이동 수단이 등장하게 되었다. 모양은 비행선처럼 가스가 들어간 기구 위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시트와 운전 장치가 올려진 형태로 일종의 드론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자동차 정도의 크기로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었고,
시속 50킬로 정도의 속도로 지상 2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최대 5미터까지 고도를 조정하며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 비행정은 농작물이 심어진 밭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어서 농부들에게도 꽤 도움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