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태양광 드론(2)
미추홀 외곽, 윤희주의 밀 농장.
오만수 박사의 주도로 스마트 농업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오아시스 도시들의 농업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미추홀은 신기술을 개발해서 가장 먼저 테스트를 해보는 실험장이 되고 있었다. 최근에 가장 큰 화두라면, 노동력의 최소화를 통한 농업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였다.
남고비 일대의 농업 도시들도 점점 인구의 증가로 인한 대도시화가 되면서, 전통적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업에서 첨단기술 농업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이런 농업형태의 변화는 인구 구성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초기에는 북한 출신의 이주민들의 유입이 많았지만, 점점 북한에서 오는 이주민이 줄고, 대신 한국에서 이주하는 이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초기 개척기처럼 강도 높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이주의 형태도 많이 달라진 것이었다. 남고비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초기의 개척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발전기에 접어 들고 있었다.
농지들이 개척되면서, 농업 생산이 크게 늘었고 인구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전체적으로 노동력은 부족했지만, 전처럼 외부에서 노동력을 수혈받기보다는 농업 기술을 개발하고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자율농업 기술이 크게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과, 인공지능,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 등의 관련 기술이 세계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이기도 해서, 그런 첨단기술들을 바탕으로 미추홀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농법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농업 종사자들 중에 여성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초기 농장에서 일하던 농업 종사자들은 주로 북한에서 이주한 투박한 남성들이 많았고, 은하수 농장이 아사달로 이전하면서 화훼 농장에서 여성들을 고용하기도 했었지만,
쌀이나 밀 같은 각종 곡물과, 과일 채소들을 재배하는 대다수의 농장들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막지대 특유의 혹독한 날씨가 농업 종사자들에게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었는데,
농업에 드론과, 스마트 기술, 각종 자율주행이나, 원격조정이 가능한 농업 기계들이 늘어나면서 농업 분야에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고 농장의 운영진에 여성들이 점차 늘어난 것이었다.
특히 그런 첨단기술의 시험장 역할을 하는 도시가 바로 미추홀이었다.
“미주 씨는 한국에서는 뭘 하셨나요?”
“음, 저요? 뭐, 공대를 다니기는 했지만, 따로 직업은 없었어요.”
“공대요? 공대는 여학생이 적은 곳 아닌가요?”
윤미주는 진석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윤미주는 20대 중반은 당찬 아가씨였다. 체격은 160cm가 채 안 될 것 같은 아담한 체구였지만,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기계를 다루는 실력이 상당했고, 어지간한 농기계는 직접 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요, 물론, 아직도 남자들이 더 많기는 하죠. 하지만, 요즘 세상에 남녀 간에 따로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상당히 당찬 성격이라 그런지, 서울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바로 이곳 남고비의 미추홀에 농장을 하기 위해 이주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진석의 제이에스 그룹과 남고비의 자치정부도 최근 들어 한국에서의 이주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었던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초기에는 단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서, 북한에서 이주한 이주민들을 많이 받았지만, 점점, 도시가 발전하고, 농업도 스마트화하면서 단순 노동력보다는 윤미주처럼 공학이나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재들이 필요해진 것이다.
하슬라의 대학에서도 그런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교육 커리큘럼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부족한 인적 자원이 많았기 때문에, 가장 손쉽게 그런 인재들을 데려올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한국이었다.
언어나 문화에 적응이 따로 필요 없고, 북한 출신들처럼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 하는 문제도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며 한국에서 인재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도 남고비 오아시스 도시들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크게 바뀌고 있었다.
혹독한 사막지대라는 선입견이 전에는 있었지만, 개척기를 지나서 본격적인 발전기에 접어들은 아사달과 같은 도시들은 기반시설도 자리 잡고 인구도 증가해서 문화적으로도 서울 못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유능한 기술이나 경력을 가진 인재들에게는 많은 지원과 혜택도 있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한국의 인재들이 남고비로 몰리기 시작했고, 윤미주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공대 경력과 이공계 분야에 타고난 재능도 있어서, 윤미주는 제이에스 그룹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스마트 농장의 주인이 되어 각종 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밀 농사를 짓는 시범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시범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이공계 분야의 지식이 풍부하고, 여성이라는 점도 고려가 되었다. 기계를 잘 다룰수 있다면, 여성들이 비교적 힘이 많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곡물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도 제시해 보려는 의도의 실험적인 사업이었다.
“농장 일은 힘들지 않나요? 밀 농사는 잘되고 있는 겁니까?”
“예, 밀의 품종 자체는 사막 기후에 맞게 계량된 품종이라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음,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파종부터, 방제, 수확에 이르기까지 육체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그런 걱정들을 많이 하세요. 서울에 계시는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힘들어서 농사 일을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제가 스마트 농법에 대해서 설명도 많이 드리는 편이고, 직접 자동화된 기계나 드론 같을 걸 이용하는 걸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면 많이 안심하는 편이에요.”
윤미주는 농장의 운영도 열심히 하고 동시에 그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 농업의 전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그건, 일부러 제이에스 그룹이나 남고비의 자치정부에서 의뢰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고,
윤미주가 스스로 취미삼아, 블로그와 스트리머의 역할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영상 채널도 운영한다면서요?”
윤미주는 살짝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당차던 모습에 가려졌던 20대 아가씨의 모습이 잠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막의 농부라는 채널인데, 구독자가 100만을 넘었어요.”
“와, 100만요? 그거 쉽지 않는 숫자인데?”
“예, 저도 농사짓고 그러는 영상을 올린 거라, 누가 볼까 싶었는데, 의외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제가 젊은 여자라는 것도 약간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 여성이라는 건,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이라 호기심을 갖을 수도 있겠죠.”
“그런가 봐요. 그리고 그 외에도, 태양광 드론 같은 건, 생소한 거잖아요? 외국인들도 많이 흥미를 보이고 해외에서도 농사짓는 사람들이 문의를 많이 해요. 한국에서도 물론이고요.”
“태양광 드론은 좀 도움이 되나요?”
“예, 동영상 촬영할 때도 쓰고, 어느 정도 중량은 이동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좀 아쉬운 점도 있어요.”
“아쉬운 점요?”
“예, 프로펠러만을 이용하다 보니까, 들 수 있는 무게가 한계가 있거든요. 제가 공대 출신이라 그런가, 드론으로 작업하다 보니까, 막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아이디어라면?”
“제 생각에는 드론과 비행선을 결합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드론과 비행선요?”
“예, 헬륨을 이용한 비행선 아시죠?”
“풍선 같은 거 아닙니까? 기구라고도 하죠?”
“예, 비슷해요. 하지만, 좀 더 크고 보통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된 비행선은 역사가 꽤 깊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네요. 유럽에서는 비행기 이전에 비행선 시대가 있었다고 말이죠.”
“맞아요. 한때는 비행기처럼 비행선을 이용해서 대서양을 횡단할 정도로 많이 이용되던 기술인데, 큰 사고가 한 번 나면서 안정성 문제로 비행선의 시대는 끝이 나고, 그 이후로는 비행기가 항공 산업의 주류가 된 거죠.”
“그런데, 그 비행선을 드론과 결합시켜보자는 겁니까?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그건 문제없을 거예요. 최근에 다시 비행선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나왔는데, 과거처럼 추락이나 폭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개발했더라고요. 거기에 지금의 무인 드론 기술을 합쳐서, 비행선드론을 개발하면 어떨까요?”
“어떤 장점이 있는 겁니까?”
“비행선은 크기가 크고,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동시에 별다른 에너지 없이도 헬륨가스를 이용해서 공중에 떠 있거나, 화물을 공중으로 들어 올릴 수가 있거든요. 현재의 드론에 비하면, 무게를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면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음, 그렇게 비행선의 헬륨가스로 화물을 들어올린 후에는요?”
“그다음에는 자동차를 견인차가 견인하는 것처럼, 드론들이 달라붙어서 비행선을 끌고 이동시키는 거죠.”
윤미주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것이었다. 윤미주의 밀 농장에서 수확한 밀들이 있다고 하면, 이걸, 커다란 바구니나 그물에 담아서 위에 고리를 연결해 비행선에 고정시켜 일단 비행선의 가스의 힘으로, 수직으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 후에, 수평으로 이동하는 것은, 드론을 이용해 비행선을 견인하는 방식으로 이동시킨다는 아이디어였다.
“지금의 농업용 드론이, 화물을 들어올리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군요?”
“예, 맞아요. 지금 대형 농업용 드론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대 200kg 정도를 들어올리는데 아무래도 적재중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거든요. 그렇다고 드론을 계속 더 크게 만들 수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화물을 공중으로 이동시킬 때,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것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비행선과 드론으로 이원화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 거죠.”
기술적인 문제는 잘 모르는 진석이었지만, 얼핏 듣기에는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들렸다.
“알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네요. 그 문제라면, 오만수 박사님에게 한 번 건의를 해보겠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진석은 그 후로도 윤미주의 농장을 더 둘러보며 여러 가지 사항들을 점검해 보았다. 다행히, 윤미주는 IT 기술의 사용에 능한 편이라, 여러 가지 첨단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농장을 잘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농업 분야에서도 남녀의 차이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었다.
***
미추홀, 제이에스 항공 연구소. 오만수 소장의 사무실
“비행선으로 화물을 들어올리고, 드론으로 견인한다는 거군요?”
윤미주의 아이디어를 진석은 오만수 소장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가요? 사실, 저는 항공 기술이나, 비행선, 드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입장이라,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잘 가늠이 안 되더군요.”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저도 농업용 드론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런가요?”
“예, 하지만, 현재의 드론 기술로는 화물 적재 중량에 한계가 있어서, 적재 중량을 늘리려면 드론이 더 커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드론이 헬리콥터 수준이 되면서 드론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윤미주라는 농장주의 아이디어는 참신하군요.”
“그러면 드론으로 비행선을 견인하는 방식이 실현 가능한 겁니까?”
“뭐, 직접 실행해봐야, 어떤 문제가 있을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행선 기술도 최근에 많이 발전해서, 안정성이 많이 좋아졌죠. 그래서 유럽 쪽에서는 한동안 잊혀졌던 비행선을 다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고요.”
“음,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도 비행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하죠.”
“하하, 알겠습니다. 저로서도 비행선을 만드는 일이라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죠. 한 번 그 윤미주 씨의 아이디어대로 비행선을 견인하는 드론 기술을 개발해 보겠습니다.”